사물의 겹침(시에시선 23)
박선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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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물들의 이미지 혹은 겹의 자아
박선경 시인의 첫 시집 『사물의 겹침』이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만 16년 만에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사물의 겹침』에서 박선경 시인은 일상과 사물의 불명료한 기억들을 실재와 상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 삶의 모습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의미들을 간접화한다. 외관에 묘사된 사물들의 이미지 너머 그 이면의 경험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시인은 주체와 사물과의 불화 또는 균열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언어의 세계는 역동적인 파동을 그리며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그려낸 일상 너머의 새로운 세계는 ‘나’와의 균열과 갈등을 통해 끊임없는 소멸의 의지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시에서 삶의 의지란 텅 빈 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빈자리의 존재론을 각인시킨다.
시인은 ‘나’와 ‘당신’의 관계를 통한 빈자리의 존재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당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자, 결국 우리가 떠난 빈자리이기도 하다. 이 자리는 또 다른 주체의 ‘나’로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나와 타자, 빈자리의 동일선상에서 우리의 삶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 시집 전체가 관통하고 있는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끊임없는 질문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삶은 정의되지 않고 언제나 우리의 경험과 기억을 이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한 줄기 빛으로 기억되던 언젠가 구멍 밖으로 뛰쳐나온 나는 내가 지켰어야 할 금기와 되돌아갈 길만을 헤아리다 일억 오천만 년을 보내고 그 길마저 잃어버리게 된 나는 그 후로도 일억오천만 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다 벙어리가 되고 먹지 말아야 할 내 것이 아닌 욕망을 삼키고는 어둠 속에서 잠들다 어느 날 깨어보니 그리고도 일억오천만 년 다시 살아가야 할 형벌 앞에 이미 나의 몸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죄를 짓고 내 것이 아닌 사랑을 하다 성냥불처럼 짧기도 한 일억오천만 년을 보내면서 아무리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세상이 한줄기 빛으로 기억되던 성을 빠져나온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속의 공주, 그러나 나는 말할 필요가 없었고 여기 없을 나는 이름이 없고 내가 꼭 나일 필요는 없는 일억오천만 년의 밤, 아무리 멀리 갔어도 밤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버린 나 그리하여 참혹하지도 슬프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의 제목에서 빌려옴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전문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로 호명된 주체는 오래전 한 줄기 빛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의 시작이자 형벌임을 강조한다. 호명과 동시에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앞에 놓인 주체는 곧 비애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주” 가 되어 내 것이 아닌 죄를 짓고 일억오천만 년 환생하는 형벌 앞에서 소멸해 가는 “이야기”가 되어간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죄를 짓고 내 것이 아닌 사랑을 하다 참혹한 죽음에 이르는 생의 은유 앞에 화자는 불가항력의 비존재가 되어간다. 시인은 이름이 없고 내가 꼭 나일 필요가 없는 생의 비유를 통해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이 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삶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속의 주체가 되어 소멸에 이르는 참혹함과 슬픔과 아름다움의 상상적 경로로 우리를 이끈다.
박선경 시인의 첫 시집 『사물의 겹침』이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만 16년 만에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사물의 겹침』에서 박선경 시인은 일상과 사물의 불명료한 기억들을 실재와 상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 삶의 모습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의미들을 간접화한다. 외관에 묘사된 사물들의 이미지 너머 그 이면의 경험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시인은 주체와 사물과의 불화 또는 균열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언어의 세계는 역동적인 파동을 그리며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그려낸 일상 너머의 새로운 세계는 ‘나’와의 균열과 갈등을 통해 끊임없는 소멸의 의지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시에서 삶의 의지란 텅 빈 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빈자리의 존재론을 각인시킨다.
시인은 ‘나’와 ‘당신’의 관계를 통한 빈자리의 존재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당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자, 결국 우리가 떠난 빈자리이기도 하다. 이 자리는 또 다른 주체의 ‘나’로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나와 타자, 빈자리의 동일선상에서 우리의 삶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 시집 전체가 관통하고 있는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끊임없는 질문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삶은 정의되지 않고 언제나 우리의 경험과 기억을 이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한 줄기 빛으로 기억되던 언젠가 구멍 밖으로 뛰쳐나온 나는 내가 지켰어야 할 금기와 되돌아갈 길만을 헤아리다 일억 오천만 년을 보내고 그 길마저 잃어버리게 된 나는 그 후로도 일억오천만 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다 벙어리가 되고 먹지 말아야 할 내 것이 아닌 욕망을 삼키고는 어둠 속에서 잠들다 어느 날 깨어보니 그리고도 일억오천만 년 다시 살아가야 할 형벌 앞에 이미 나의 몸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죄를 짓고 내 것이 아닌 사랑을 하다 성냥불처럼 짧기도 한 일억오천만 년을 보내면서 아무리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세상이 한줄기 빛으로 기억되던 성을 빠져나온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속의 공주, 그러나 나는 말할 필요가 없었고 여기 없을 나는 이름이 없고 내가 꼭 나일 필요는 없는 일억오천만 년의 밤, 아무리 멀리 갔어도 밤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버린 나 그리하여 참혹하지도 슬프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의 제목에서 빌려옴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전문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로 호명된 주체는 오래전 한 줄기 빛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의 시작이자 형벌임을 강조한다. 호명과 동시에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앞에 놓인 주체는 곧 비애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주” 가 되어 내 것이 아닌 죄를 짓고 일억오천만 년 환생하는 형벌 앞에서 소멸해 가는 “이야기”가 되어간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죄를 짓고 내 것이 아닌 사랑을 하다 참혹한 죽음에 이르는 생의 은유 앞에 화자는 불가항력의 비존재가 되어간다. 시인은 이름이 없고 내가 꼭 나일 필요가 없는 생의 비유를 통해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이 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삶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속의 주체가 되어 소멸에 이르는 참혹함과 슬픔과 아름다움의 상상적 경로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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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예민하지만 다정한 박선경 시인의 시에는 자신의 길을 내부에서 찾는 사람의 담담함과 단단함이 스며 있다. 외부에 널려 있는 시간을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 사물들의 처음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로 창조하는 현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우리들의 마음도 거기에 맞춰 울릴 것만 같다. 박선경 시인은 사물들과 사람들의 안으로 들어가 그들이 말하지 못한 "생략된 이야기의 처음"과 "결말에 이르지 못한 생각의 틈"을 시(詩)라는 페이지로 이어준다. 대상에 대해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결코 대상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기에, 그는 곧잘 사랑과 사과의 관계로 대상과 영원히 포개어지지 않는 환영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박선경 시인의 시들은 "왼손으로 써내려간 편지"들이나, 결코 물고기를 다 낚으려 하지 않는 어부의 "흔들리는 한 줄의 어법(漁法)"을 닮았다. "참혹하지도 슬프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라고 자신의 시를 무덤덤하게 정의하지만, 그 이야기들 안에는 사물과 우리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시인의 따스함이 번져 있다. 마음이 멀어져가는 연인이 계단에서 다시 만난 것처럼, 그리하여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연인들 서로가 "한 칸씩 서로를 향해" 가는 사랑의 가까워짐에 다시 반응하는 것처럼, 이 시집은 그런 계단의 음악을 예민하지만 다정하게 들려준다._박형준(시인, 동국대학교 교수)
한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할 때의 박선경 시인은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날 선 긴장감 따위는 부드럽게 허물어버리는, 다정한 그 농담의 분위기를 나는 무척 좋아했다. 이번 시집을 읽으며 오랜 노동으로 육신이 성한 곳이 없는, 때로 전화를 걸어와 서럽게 우는 어머니와 생전에 늙은 황제독수리처럼 잠들곤 했던, 몇 겁의 계절을 흘려보내도 결코 남이 될 수 없는 아버지가 박선경 시인의 정신 어딘가에 짙은 그림자로 존재함을 확인한다. 박선경 시인은 풍경을 바라보며 마치 나선 모양의 계단을 밟아 내려가듯, 손풍금의 주름에 바람을 넣었다가 빼듯 차곡차곡 완만한 이미지를 겹쳐놓는다. 그러면 마치 마술처럼 '사이'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박선경 시인 특유의 섬세한 리듬과 함께 상처 입은 존재와 닿지 않는 당신과 지나간 허기의 삶이 "처음과 끝이 없는 맥박"처럼 잔잔하게 연결되었다가 멀어진다. 쓸쓸하고 쓸쓸하여라. "화전 사거리 이정표" 밑에서 박선경 시인은 "한 다발 푸른빛"으로 일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_박상수(시인, 문학평론가)
한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할 때의 박선경 시인은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날 선 긴장감 따위는 부드럽게 허물어버리는, 다정한 그 농담의 분위기를 나는 무척 좋아했다. 이번 시집을 읽으며 오랜 노동으로 육신이 성한 곳이 없는, 때로 전화를 걸어와 서럽게 우는 어머니와 생전에 늙은 황제독수리처럼 잠들곤 했던, 몇 겁의 계절을 흘려보내도 결코 남이 될 수 없는 아버지가 박선경 시인의 정신 어딘가에 짙은 그림자로 존재함을 확인한다. 박선경 시인은 풍경을 바라보며 마치 나선 모양의 계단을 밟아 내려가듯, 손풍금의 주름에 바람을 넣었다가 빼듯 차곡차곡 완만한 이미지를 겹쳐놓는다. 그러면 마치 마술처럼 '사이'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박선경 시인 특유의 섬세한 리듬과 함께 상처 입은 존재와 닿지 않는 당신과 지나간 허기의 삶이 "처음과 끝이 없는 맥박"처럼 잔잔하게 연결되었다가 멀어진다. 쓸쓸하고 쓸쓸하여라. "화전 사거리 이정표" 밑에서 박선경 시인은 "한 다발 푸른빛"으로 일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_박상수(시인, 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시인의 말·05
제1부
표정·13
오후 세 시·14
그녀의 문장·16
사물의 겹침·18
툭툭씨,·20
시선·1·22
시선·2·24
옮겨가지 못한 티티타, 탁·26
메트로놈, 사과 그리고 커피 잔·28
시를 읽다·30
사랑의 어법·32
파랑주의보·34
붉고 둥근 사과 반쪽·36
나의 반(反)·38
종(種)의 발견·40
눈보라·41
시(詩)·42
제2부
유화·47
벽·48
슬픈 열대·50
툴툴툭툭 철쭉이 핀다·52
뒤통수를 향한 머리· 54
그림자를 산다·56
벚꽃나무 아래 거닐다·58
윗동네·60
그 빵집, 비탈에 서성이는 이유·62
주머니 속, 내 오른손·64
살아남은 자들의 도시·66
밤색 토끼가 사라진, 문·68
손금·70
해피 크리스마스·72
라이프 드레스·73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74
제3부
기차·77
자음동화(子音同化)·78
촛불·80
가을, 그녀의 시퀀스·82
염(殮)·83
수평의 힘·84
수국(水菊)·86
우물·88
우주탐사·90
장마·92
물렁한 것들·94
부음(訃音)·96
드로잉·98
축문(祝文)·100
상자 안,·102
봄봄·104
포옹·105
제4부
안녕, UFO·109
너는 시속 340킬로미터 눈물 속에 산다·110
북극의 사냥철·112
버려진 화분·114
곁·1·116
당신과 나 사이, 구부러진 삼각형·118
그림자놀이·120
곁·2·122
아이스 베이비·124
벚꽃축제·125
계단·126
겨울 산·128
당신을 위한 제3의 자리·130
어항·132
오늘 당신을 만난 데자뷰·134
안녕·135
화전·136
시인의 산문·139
제1부
표정·13
오후 세 시·14
그녀의 문장·16
사물의 겹침·18
툭툭씨,·20
시선·1·22
시선·2·24
옮겨가지 못한 티티타, 탁·26
메트로놈, 사과 그리고 커피 잔·28
시를 읽다·30
사랑의 어법·32
파랑주의보·34
붉고 둥근 사과 반쪽·36
나의 반(反)·38
종(種)의 발견·40
눈보라·41
시(詩)·42
제2부
유화·47
벽·48
슬픈 열대·50
툴툴툭툭 철쭉이 핀다·52
뒤통수를 향한 머리· 54
그림자를 산다·56
벚꽃나무 아래 거닐다·58
윗동네·60
그 빵집, 비탈에 서성이는 이유·62
주머니 속, 내 오른손·64
살아남은 자들의 도시·66
밤색 토끼가 사라진, 문·68
손금·70
해피 크리스마스·72
라이프 드레스·73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74
제3부
기차·77
자음동화(子音同化)·78
촛불·80
가을, 그녀의 시퀀스·82
염(殮)·83
수평의 힘·84
수국(水菊)·86
우물·88
우주탐사·90
장마·92
물렁한 것들·94
부음(訃音)·96
드로잉·98
축문(祝文)·100
상자 안,·102
봄봄·104
포옹·105
제4부
안녕, UFO·109
너는 시속 340킬로미터 눈물 속에 산다·110
북극의 사냥철·112
버려진 화분·114
곁·1·116
당신과 나 사이, 구부러진 삼각형·118
그림자놀이·120
곁·2·122
아이스 베이비·124
벚꽃축제·125
계단·126
겨울 산·128
당신을 위한 제3의 자리·130
어항·132
오늘 당신을 만난 데자뷰·134
안녕·135
화전·136
시인의 산문·139
저자
저자
박선경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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