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시에시선 30)
최성규 시집
최성규 시집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에게만 있는 것〉, 〈나는 생선 같아서〉, 〈사람을 잃다〉, 〈봄의 관찰〉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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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최성규 시인의 첫 시집『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을 시인답게 하는 것은 일상을 애달프게 바라보는 마음에 있다. 최성규 시인에게 일상은 우주다. 일상은 시인의 애달픔을 거쳐 시의 언어로 변화한다.
아버지는 지금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생일이 지난 지 보름도 채 안 된 정월 스무여드렛 날 아버지는 털신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맨발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시려 합니다 얇은 하늘색 담요 밖으로 삐져나온 아버지의 맨발이 고비사막 한가운데를 건너고 계실까 싶은데도 아버지에게 털신을 신겨드릴 수가 없습니다 간지러운 오전 햇살에 마른기침 한번 하시면 참 좋으련만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사의 말이 혹시 새로 사드린 신발 때문인가 싶어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습니다 신발을 선물하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진짜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마주(hommage) 2」 부분
시인은 독특한 관점으로 "하늘색 담요 밖으로 삐져나온 아버지의 맨발"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하지만 "털신을 신겨드릴 수가 없"다. "신발을 선물하면 헤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혹시 새로 사드린 신발 때문"에 아버지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담담하게 미신을 이야기 하는 시인의 태도는 오히려 슬픔을 배로 만든다. 미신은 시인을 만나 슬픔의 언어로 변화한다.
또 "아무래도 몸살 꽃 피려나 보다/주르륵 기운들이 빠져나가자/의무실 미스 전이/연분홍 게보린을 들고 와서는/"이것을 몸속에 심어 보세요"「유월 1」,"산다는 게/닦아도 닦아도 벗겨지지 않는/양은냄비 밑보다 질겨"「새벽 두 시」, "먼 길 떠나겠다는데/어떤 사유를 첨부해야 할까/마지막 남은/한번의 절차//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이라도/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데"「사직서를 쓰며」처럼 일상적인 사건을 시인의 내면에 맺혀 있는 상처로, 우리의 눈앞에 시로 펼쳐 놓는다.
이 세상에서
너만큼 예쁜 무늬를 가진
꽃이 어디 있으랴
겉으로는 차가운 향기
속으로는 수많은 별빛을 품고 있구나
함부로 사랑하면 안 된다고
가까이 다가오면 눈멀게 할 거라고
꽃 꺾어 곁에 두고 싶은 나의 욕심을
오히려 가르치는구나
너는 그런 꽃이었구나
열병을 몸으로 견뎌내야만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다고
내게 말해주는구나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이는 꽃
눈부신 푸른 섬광 가슴에 품을 수 없는
이 세상 가장 뜨거운 꽃이었구나
-「강철 불꽃」전문
"이 세상 가장 뜨거운 꽃" 바로 시다.
시는 "겉으로는 차"갑고 "함부로 사랑하면 안"되고 "곁에 두고 싶은 나의/욕심을 오히려 가르"친다.
시를 쓰는 일은 "열병을 몸으로 견"뎌 내야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고 마주할 수 있는 일이다.
일상이라는 컴컴한 우주에서 시인에게 시는 "어둠 속에서 더 잘보이는 꽃"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는 밝은 별이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 지치고 지루한 생활, 눈치보고 이리저리 치이는 생활에서 시인은 내면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픔을 "몸속에 심어" 우리는 공감, 치유, 위로 받는다. "벌써 나왔어야 할 것이/또 한 해를 집어삼키고/이제서야 기어 나왔다"는 시인의 말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시인의 시를 마음으로 끌어당겨 "별빛을 품"을 수 있다.
목차
목차
사람에게만 있는 것·11
나는 생선 같아서·12
사람을 잃다·14
봄의 관찰 1·15
봄의 관찰 2·16
유월 1·18
유월 2·20
숨은그림찾기·22
즐거운 요리·24
내 안의 말·26
하산(下山)·27
새벽 두 시·28
첫눈·30
황태덕장·31
돌 속의 나무·32
제2부
또 다른 이름·35
서서 먹는 밥·36
지방근무·38
오마주(hommage) 1·39
오마주(hommage) 2·40
아버지의 바람 1·42
아버지의 바람 2·44
사직서를 쓰며·45
물맛이 쓰다·46
순댓국을 먹는 아침·47
올라가기·48
질경이꽃·49
주말부부·50
도마 위의 여자·52
반시(盤?)·53
제3부
고장 난 다리·57
사마귀·58
안산역에서·59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60
바람의 촉을 깎다·62
유연한 혹은 딱딱한·64
남태령·66
호두호밀햄치즈샌드·68
꿈, 길마중·69
가을이 내게로 왔다·70
단편으로 읽는 하루·72
나의 감옥·74
적인가 사랑인가·76
오늘·77
그 여자의 방·78
제4부
틈·83
연필을 깎다·84
면도기를 파는 점원·86
강철 불꽃·87
실제상황·88
장마가 시작될 때·91
바다꽃·92
껍데기의 숲·94
빨래를 하며·96
오십 번째 집들이 초대장·98
박쥐·99
밤마다 윗집이 궁금해진다·100
벽·102
전봇대·103
즐거운 상상·104
해설│정윤천·105
시인의 말·119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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