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꽃이 쏟아졌다(시에시선 32)
박미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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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적 정서가 서사 양식으로 빛난다
박미경 시인 첫 번째 시집 『토란꽃이 쏟아졌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미경 시인의 시편들은 농경사회의 오랜 전통과 습속을 주목한다. 여기에는 생래적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크게 작용한다. 이미 사라졌거나 앞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들에 대한 연민은 고향과 가족을 통해 현실적 언어로 형상화되는데, 이들 시편들은 하나같이 인간과 삶이라는 ‘하나의 공안(公案)’으로 다가온다.
박미경 시인 첫 번째 시집 『토란꽃이 쏟아졌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미경 시인의 시편들은 농경사회의 오랜 전통과 습속을 주목한다. 여기에는 생래적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크게 작용한다. 이미 사라졌거나 앞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들에 대한 연민은 고향과 가족을 통해 현실적 언어로 형상화되는데, 이들 시편들은 하나같이 인간과 삶이라는 ‘하나의 공안(公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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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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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배태 안태동 음지 다리 건너 고갯길 안용으로 간다 돌무덤 위 찔레꽃 입을 맞추니 따끔한 초록 향이 몸으로 번졌다 뻐꾹채 꽃 말씀 들으며 한 시간 지났을까 송아지는 어미 배를 들이받으며 놀고 어미 소는 머리와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막아서는 내리막길, 그 아래 안용 한눈에 보인다 가난하면 바람에도 집이 기울어질까, 배부를 만한 논 한 마지기 보이지 않고 마을길이라야 겨우 열 걸음, 산비탈에 기댄 밭은 안용에 살았고 고추밭 스무 고랑은 평생 고단했겠다 길에서 만난 늙은 여인이 뚫어져라 바라보는 돌아서 보면 지금도 보고 있을 듯한 안용, 나는 오랫동안 혼자 밥 먹었을 늙은 여인을 생각하며 안용, 그 안용을 두고 아스팔트 놓인 고로댐으로 타박타박, 집으로 걸었다
-「안용」 전문
"돌무덤 위 찔레꽃 입을 맞추니 따끔한 초록 향이 몸으로 번졌다". 죽음보다 못한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삶이란 꽃은 피고 향기를 발한다. 그 속에서 만난 "늙은 여인"은 부는 바람에도 집이 기울어지는 곳에서 오래, "혼자 밥을 먹었"다. 고단한 노인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다.
안용이란 시적 공간은 경계의 의미를 갖는다. 시와 삶의 길에는 또 다른 집이 있다. 생명과 죽음의 집이다.
고향 마을에 바람이 사는 곳집이 있었다
강변 가는 길 중간이었는데
돌과 흙을 비벼 만든 굴뚝 없는 낮은 기와집
바람이 다니는 한 뼘 창이 두 개 있고
서쪽의 낮은 나무 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죽음 웅크리고 앉아
흙바닥을 긁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던
엄마 이승 뜨실 때
집 안팎으로 불 밝혀 동네가 환하고
꽃상여 마을 안을 지나 살구목지로 올라갔다
그날 뒤
상엿소리와 상여의 목인 얼굴이 지워지질 않았다
담 넘어오는 감나무 그림자조차 무서워
이불 밖으로 내놓은 손과 발을 안으로 숨겼다
고향 떠나올 때
곳집 흙벽, 바람에 기울어지고 있었다
-「경계」 전문
혼의 거처로서 고향은 죽음의 집, "곳집"이다. 곳집의 곳은 원래 곳간이라는 뜻이지만 상여를 보관하기도 한다. 그 집의 곳은 "강변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다. "곳집"은 "이승을 떠나지 못한 죽음"으로서 경계의 영역이다.
죽음의 "곳집"은 "서쪽의 낮은 나무 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처럼 제 안을 쉽사리 드러내보이지 않는다. 바람만이 가끔 드나들 뿐이다. "엄마 이승 뜨실 때/집 안팎으로 불을 밝혀 동네가 환하"다. 환한 어둠의 상징으로서 "꽃상여"는 마을 안을 돌아 "살구목지로 올라갔다." 그 후 "상엿소리와 상여의 목인 얼굴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곳집 흙벽, 바람에 기울어지고"있다.
오른쪽 다리 삼베 바지를 둘둘 말아 올리더니 볏짚을 바닥에 깔고 엎드려 돌무덤 구멍으로 후 후 입김을 불어 넣었다 멀찌감치 구경하던 조무래기들은 후유 후 입 모양을 따라하며 소리를 밀어 넣었다 한참 뒤 말린 토란대 같은 손으로 꼭대기 집 할아버지는 뱀 대가리를 꾹 눌러 거머쥐고 집안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그 돌구멍으로 돌을 던지며 놀았다 그날 밤 꿈은 발 딛는 곳마다 뱀이 꿈틀거려 공중으로 훨훨 날아다니다 지각하였다 태풍 지난 뒷날 할아버지 골짝 못 머리 토란밭에 독새가 쏟아졌다고 막걸리 냄새 철철 흘리며 크게 웃었다 그해 할아버지 밭으로 동네 사람들 노란 토란꽃 구경 갔다//유하리 저수지 준설하던 친구 희한한 복새가 있다며 덤프트럭 불룩하게 마당으로 모셔왔다 수장되었던 토란꽃이 쏟아졌다
-「토란꽃이 쏟아졌다」 전문
시집의 표제작인 이 작품은 개체(나)가 아닌 공동체(우리)의 기억과 정서가 잘 나타나 있다. 돌구멍을 매개로 하여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과 현실적인 이득(뱀)만 취하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어른(할아버지)의 대비는 유희적-이상적 인간과 실용적-현실적인 인간의 차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놀이가 꿈으로까지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토란밭에 뱀이 나옴직한 곳에서 자란다는 독새(복새)가 떼 지어 피어났다. 할아버지는 "막걸리 냄새 철철 흘리며 크게 웃"는다. 그해 노란 토란꽃이 피었다. 100년에 한 번 피어난다는 행운의 꽃이다. 토란(土卵)은 말 그대로 흙의 알-생명이다. 토란-꽃의 아름다움과 비밀은 대지와 생명, 그리고 우연에 있다. 죽음을 딛고 일어선 자의 울음이자 울림인 토련(土蓮)은 흙 속에 핀 연꽃이다. 그것은 뿌리가 구경(球莖)을 형성하고, 검은 물과 흙 속에 수장된 채로 남아 있어 존재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어둠 속에 핀 토란꽃이 마구 쏟아졌다. 생의 구경(球莖, 究竟)이란 이런 것인가.
장소 또는 고향을 배경으로 한 이번 시집은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이 크게 두드러져 있다. 쉽사리 만들어진 시가 아니다. 절실하고 진정성이 있으며, 내공과 내력이 있다.
오늘날 문명과 타향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과 고향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안용」 전문
"돌무덤 위 찔레꽃 입을 맞추니 따끔한 초록 향이 몸으로 번졌다". 죽음보다 못한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삶이란 꽃은 피고 향기를 발한다. 그 속에서 만난 "늙은 여인"은 부는 바람에도 집이 기울어지는 곳에서 오래, "혼자 밥을 먹었"다. 고단한 노인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다.
안용이란 시적 공간은 경계의 의미를 갖는다. 시와 삶의 길에는 또 다른 집이 있다. 생명과 죽음의 집이다.
고향 마을에 바람이 사는 곳집이 있었다
강변 가는 길 중간이었는데
돌과 흙을 비벼 만든 굴뚝 없는 낮은 기와집
바람이 다니는 한 뼘 창이 두 개 있고
서쪽의 낮은 나무 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죽음 웅크리고 앉아
흙바닥을 긁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던
엄마 이승 뜨실 때
집 안팎으로 불 밝혀 동네가 환하고
꽃상여 마을 안을 지나 살구목지로 올라갔다
그날 뒤
상엿소리와 상여의 목인 얼굴이 지워지질 않았다
담 넘어오는 감나무 그림자조차 무서워
이불 밖으로 내놓은 손과 발을 안으로 숨겼다
고향 떠나올 때
곳집 흙벽, 바람에 기울어지고 있었다
-「경계」 전문
혼의 거처로서 고향은 죽음의 집, "곳집"이다. 곳집의 곳은 원래 곳간이라는 뜻이지만 상여를 보관하기도 한다. 그 집의 곳은 "강변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다. "곳집"은 "이승을 떠나지 못한 죽음"으로서 경계의 영역이다.
죽음의 "곳집"은 "서쪽의 낮은 나무 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처럼 제 안을 쉽사리 드러내보이지 않는다. 바람만이 가끔 드나들 뿐이다. "엄마 이승 뜨실 때/집 안팎으로 불을 밝혀 동네가 환하"다. 환한 어둠의 상징으로서 "꽃상여"는 마을 안을 돌아 "살구목지로 올라갔다." 그 후 "상엿소리와 상여의 목인 얼굴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곳집 흙벽, 바람에 기울어지고"있다.
오른쪽 다리 삼베 바지를 둘둘 말아 올리더니 볏짚을 바닥에 깔고 엎드려 돌무덤 구멍으로 후 후 입김을 불어 넣었다 멀찌감치 구경하던 조무래기들은 후유 후 입 모양을 따라하며 소리를 밀어 넣었다 한참 뒤 말린 토란대 같은 손으로 꼭대기 집 할아버지는 뱀 대가리를 꾹 눌러 거머쥐고 집안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그 돌구멍으로 돌을 던지며 놀았다 그날 밤 꿈은 발 딛는 곳마다 뱀이 꿈틀거려 공중으로 훨훨 날아다니다 지각하였다 태풍 지난 뒷날 할아버지 골짝 못 머리 토란밭에 독새가 쏟아졌다고 막걸리 냄새 철철 흘리며 크게 웃었다 그해 할아버지 밭으로 동네 사람들 노란 토란꽃 구경 갔다//유하리 저수지 준설하던 친구 희한한 복새가 있다며 덤프트럭 불룩하게 마당으로 모셔왔다 수장되었던 토란꽃이 쏟아졌다
-「토란꽃이 쏟아졌다」 전문
시집의 표제작인 이 작품은 개체(나)가 아닌 공동체(우리)의 기억과 정서가 잘 나타나 있다. 돌구멍을 매개로 하여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과 현실적인 이득(뱀)만 취하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어른(할아버지)의 대비는 유희적-이상적 인간과 실용적-현실적인 인간의 차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놀이가 꿈으로까지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토란밭에 뱀이 나옴직한 곳에서 자란다는 독새(복새)가 떼 지어 피어났다. 할아버지는 "막걸리 냄새 철철 흘리며 크게 웃"는다. 그해 노란 토란꽃이 피었다. 100년에 한 번 피어난다는 행운의 꽃이다. 토란(土卵)은 말 그대로 흙의 알-생명이다. 토란-꽃의 아름다움과 비밀은 대지와 생명, 그리고 우연에 있다. 죽음을 딛고 일어선 자의 울음이자 울림인 토련(土蓮)은 흙 속에 핀 연꽃이다. 그것은 뿌리가 구경(球莖)을 형성하고, 검은 물과 흙 속에 수장된 채로 남아 있어 존재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어둠 속에 핀 토란꽃이 마구 쏟아졌다. 생의 구경(球莖, 究竟)이란 이런 것인가.
장소 또는 고향을 배경으로 한 이번 시집은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이 크게 두드러져 있다. 쉽사리 만들어진 시가 아니다. 절실하고 진정성이 있으며, 내공과 내력이 있다.
오늘날 문명과 타향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과 고향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목차
목차
제1부
그냥요·11
꽃, 피는 때·12
공명음·14
무·16
오동꽃·18
토란꽃이 쏟아졌다·20
경계?·21
완성·22
천공·24
굴참나무 숨소리·26
각근하다·28
겁박·30
제2부
욕쟁이의 호적·33
행려여·34
내력·36
만가 1·38
만가 2·40
문두이 여사의 봄날·42
불안한 인연·44
불인한 인연, 번외·46
사호댁을 찾아가다·48
흙내가 난다·50
등겨장·52
에움길·54
고등어·56
전설·58
제3부
만장(輓章)·61
무지 예쁜 그녀·62
만경창파·64
들깨 까불리듯·66
늑대·67
똥개·68
달항아리·70
나무 해골·72
극점·73
금호강변에 싸락눈 내리면·74
금노동 블루스·76
제4부
소나르가온의 기둥·79
패대기·80
패·82
잔상·84
진불·85
주억거리다·86
안용·87
약남리 회화나무·88
싸리꽃·90
몽상·91
무거운 겨울·92
해원·94
해설│김상환·95
시인의 말·111
그냥요·11
꽃, 피는 때·12
공명음·14
무·16
오동꽃·18
토란꽃이 쏟아졌다·20
경계?·21
완성·22
천공·24
굴참나무 숨소리·26
각근하다·28
겁박·30
제2부
욕쟁이의 호적·33
행려여·34
내력·36
만가 1·38
만가 2·40
문두이 여사의 봄날·42
불안한 인연·44
불인한 인연, 번외·46
사호댁을 찾아가다·48
흙내가 난다·50
등겨장·52
에움길·54
고등어·56
전설·58
제3부
만장(輓章)·61
무지 예쁜 그녀·62
만경창파·64
들깨 까불리듯·66
늑대·67
똥개·68
달항아리·70
나무 해골·72
극점·73
금호강변에 싸락눈 내리면·74
금노동 블루스·76
제4부
소나르가온의 기둥·79
패대기·80
패·82
잔상·84
진불·85
주억거리다·86
안용·87
약남리 회화나무·88
싸리꽃·90
몽상·91
무거운 겨울·92
해원·94
해설│김상환·95
시인의 말·111
저자
저자
박미경
경북 군위에서 태어났다. 2017년 『시에』로 등단하고 현재 대구경북작가회의, 시에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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