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고백(시에시선 43)(양장본 Hardcover)
섬동 시집
섬동 시인의 신작시집 『어머니의 고백』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는 생명, 환경, 자연, 숲, 밥 등의 시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것은 늙은 어머니와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에 대한 근원적 사랑이다. 섬동 시인은 생명의 세상을 까뭉개는 인류세(人類世)의 횡포와 교만을 목도하고 인간의 겸손과 존중을 언어로 증거하며, 지구의 생태 문제를 우주적 인식으로 전환하여 풀어가고자 한다. 어머니와 지구를 동일시하고 베풀어준 은혜에 자식으로서, 인간으로서의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을 ‘밥’으로 승화하여 변주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고백』은 원시 바다의 깨끗함을 가진 어머니 양수의 노래이고, 살아 있는 지구 어머니가 엄중하게 꾸짖는 사랑의 메시지이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섬동 시인의 신작시집 『어머니의 고백』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는 생명, 환경, 자연, 숲, 밥 등의 시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것은 늙은 어머니와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에 대한 근원적 사랑이다. 섬동 시인은 생명의 세상을 까뭉개는 인류세(人類世)의 횡포와 교만을 목도하고 인간의 겸손과 존중을 언어로 증거하며, 지구의 생태 문제를 우주적 인식으로 전환하여 풀어가고자 한다. 어머니와 지구를 동일시하고 베풀어준 은혜에 자식으로서, 인간으로서의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을 '밥'으로 승화하여 변주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고백』은 원시 바다의 깨끗함을 가진 어머니 양수의 노래이고, 살아 있는 지구 어머니가 엄중하게 꾸짖는 사랑의 메시지이다.
시래깃국을 끓이기 위해 대멸을 넣다가 생각한다 멸시받는 물고기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 살기 위해서 속임도 품고 다섯 자식을 슬고 말라갔다 바다의 발톱을 뜯어 먹던 어족의 시절은 돌아가기에는 망망하다//악하지 못하여 플랑크톤만 먹으며 뭉쳐 살다가 강한 놈들에게는 오직 춤이 무기였던 뼈 있는 가문 똥까지 질겅질겅 씹어 넘긴다 죽어서도 국물에 스며든 내장은 고달픈 하루를 삭여 준다//엄니는 멸치였다 등 푸른 젊음은 쉽게 상하고 은빛 뺨은 노을에 서러웠다 팔팔 끓는 찌개에서 눈물 맛이 난다 그 안에서 나는 어린 살모사처럼 배를 찢고 태어났다 그래도 멸치는 등이 굽은 게 상품이란다
-「엄마는 멸치였다」 전문
그는 밥을 모시고 섬기는 시인이다. 그것은 곧 자연을 모시는 일이요, 하늘을 섬기는 일로 여긴다. 밥을 존중하는 것은 밥을 이룬 하늘과 땅의 화육생성(化育生成)의 근본 이치를 구현하는 것이요, 만물이 서로 존중하는 사상인 물물사상(物物思想)을 실현한다. 시를 통해 밥을 높이고 어머니를 모시고 이 세상을 품는 이유다. 그리하여 생명을 대하는 노래는 경이롭다.
땅을 밟으니 폭신폭신한 거야/똑똑 두드리니 싹이 웃는 거야//한숨 잘 잤다고 일어서는 힘이/자꾸만 밀어내는 거였어//부드러운 흙 가슴에는/희고 발그레한 뿌리가/까치발로 머리를 쳐드는데//들썩들썩 춤추는 들판을/함부로 걷지 못하고/사뿐사뿐 날아다녔지 뭐야
-「들썩들썩」 전문
비 온 후에 풀을 뽑다가 아예 드러누운 질긴 놈을 만난다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저들은 모태 혁명 운동가들처럼, 툭 끊길지언정 뿌리를 내놓지 않는다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라고 너는 여기에 뿌리 내려 살아봤냐고, 꽃 피우고 씨앗을 맺으며 가뭄을 지냈냐고, 피켓을 들고 옴짝달싹 않는 고집불통이다//호미를 콱 찍어 풀뿌리째 뽑는다 길게 뻗은 연대로 끝까지 저항한다 쌍용자동차 기륭전자 하나병원 밀양탑 강정기지 맹골수도 택배 노동자들 길 위의 김진숙 같은 풀들이 목숨 걸고 엎드린다 죽어도 잘릴 수는 없다고 뽑혀도 막을 수는 없다고 한다 네 시간째 뽑은 풀을 갖다 버린다 풀마다 혁명 한 움큼 쥐고 끌려나간다
-「풀을 뽑다」 전문
파편같이 나뉘어 다툼으로 하루를 여닫는 세상에서 본래의 하나로 귀의하려는 의지는 귀하고 귀하다. 지구의 어느 한쪽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을 들을 때, 저물녘 도시로 귀환하는 자동차 행렬 속에서 문득 지친 자신을 발견할 때, "풀마다 혁명 한 움큼 쥐고 끌려나"가듯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부드러운 질책을 듣는다. 그리하여 섬동 시집 『어머니의 고백』 을 펼치며 평화를 기원하는 시편들을 읊조리게 된다. 한 그릇의 밥으로 이룬 시가 살아 있는 세상을 증명하는 깨우침으로 다가온다.
뿌리가 어디까지 뻗은 줄 모른다 그러니 수맥은 더욱 짐작할 수 없는 나무 그늘에 놀면서 지냈다 하늘 덮은 둥근 합창의 잎들이 한번 흔들리면 수만 새들이 날아오르고 우주에서 오는 빛이 땅바닥에 어룽거렸다//어느 날 그 나무의 바다에 오르자 아주 큰 흰수염고래도 보고 넓은 바이칼호수도 만나고 높은 초모랑마도 눈앞에 다가오고 목마른 사하라의 낙타도 걸어왔다 주홍빛 열매는 작고 시큼했다 바람은 매끄러워 머리를 잘 빗겨 주었고, 눈은 발가락을 접어 살포시 내려앉고, 빗물은 다 적시고 난 후 도랑물로 흐르는, 마을에서 낮잠을 자거나 노래를 불렀다
-「나는 지구의 그늘이다」 부분
[약평]
섬동은 "따뜻한 언어를 품고 산"다. 그가 "그 말들을 꺼내서 튀"길 때, "슬픔의 전분"을 넣어 "겉은 바싹 튀기고 속은 촉촉하게 익"힐 때 이 세상은 하나가 된다. 어머니와 내가 한 몸이고 삶과 죽음이 그러하며,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그것은 한솥밥으로 이룬 밥상을 지극히 모시는 마음이 낳은 세계이며, 화엄(華嚴)의 세계이자 천하무인(天下無人)의 세계다. 밀고 당김이 없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그대로 둠'으로써 가능한 세계. 몸과 마음이 합장함으로써 시인은 지금 여기 있으면서 "화서국(華胥國) 구름찻집"을 드나든다. 시간과 공간조차 하나인 세계에서 "마음으로 잘 익"은 말들이 "저절로 향기롭다." 파편같이 나뉘어 다툼으로 하루를 열고 닫는 세상에서 본래의 하나로 귀의하려는 의지는 귀하고 귀하다. 지구의 어느 한쪽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을 들을 때, 저물녘 도시로 귀환하는 자동차 행렬 속에서 문득 지친 자신을 발견할 때, 절로 이 평화의 시편들을 읊조리게 될 것이다._류정환(시인)
나무와 풀을 만나면 절을 하는 섬동 시인 덕분에 "작은 일에 손 모아 고마워하고 서로 짝을 맞춰 키 잴 일도 아니"고, "미움과 외로움과 슬픔과 잘 지내고, 사랑과 즐거움과 기쁨을 잘 누리고" 사는 일에 좀 더 가벼워진 듯하다. 하늘 바람길을 먼저 헤치고 날아가는 새 뒤에 있어 날갯짓이 수월하고 겸연쩍어지는 기분이랄까. 같은 말, 같은 길을 쓰고 있는 걸 알지만 그가 가끔 물어오는 안부에 저절로 손을 모아 절을 하게 되는 지향점을 갖게 되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어머니와 자궁과 밥상, 말씀의 힘 앞에서 길을 잃었을 때 "풀마다 혁명 한 움큼 쥐고 끌려나"가듯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부드러운 질책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그가 "내게 있는 선의 잎과 덕의 가지와 복의 배경"을 품은 채 가깝고 먼 "화서국(華胥國) 구름찻집"에 있어 좋다._이종수(시인)
목차
목차
제1부
들썩들썩ㆍ13
아내 탓이야ㆍ14
너를 위하여ㆍ15
언어 튀김 한 접시ㆍ16
느티나무 등불ㆍ18
콩다닥냉이꽃ㆍ19
고독 길들이기ㆍ20
그대로 두시게ㆍ22
헤어짐은 그리움 쪽으로 길을 낸다ㆍ23
봄이다, 꽃을 뱉어라ㆍ24
먼 길ㆍ25
문답ㆍ26
꽃의 침묵ㆍ27
산티아고 가는 길ㆍ28
여보세요ㆍ30
그냥ㆍ31
안부건조증ㆍ32
참나를 찾습니다ㆍ33
마음을 굶겨 죽이기로 했다ㆍ34
글썽이다ㆍ36
제2부
막내ㆍ39
더디 마르는 사랑ㆍ40
엄마는 멸치였다ㆍ41
모래로 지은 밥ㆍ42
꽃을 따다ㆍ43
거룩한 밥상ㆍ44
늙은 어머니의 새벽 밥상ㆍ45
대추 털기ㆍ46
호미ㆍ48
나는, 오래전에 바다에서 왔다ㆍ50
웃프다ㆍ51
꽃이 저지른 사랑ㆍ52
엄마를 훔쳐먹다ㆍ53
눈썹 처마가 있던 집ㆍ54
풍천(風川) 가는 길ㆍ56
폐사지를 거닐다ㆍ58
나는 알이로소이다ㆍ59
자궁을 엿보다ㆍ60
부모를 낳다ㆍ62
제3부
돌을 당기다ㆍ65
#Me Tooㆍ66
풀을 뽑다ㆍ69
가리왕산 조문ㆍ70
인간 추방령ㆍ72
지구별에서의 산보ㆍ74
지구가 아파서요ㆍ75
나는 지구의 그늘이다ㆍ76
시를 조문하다ㆍ78
푸른 마스크ㆍ80
지구 어머니의 고백ㆍ82
미래에서 온 편지ㆍ84
인류세(人類世)에서ㆍ86
효경(梟?)ㆍ88
붉은발슴새의 배ㆍ90
숨은 꽃ㆍ92
제4부
이상한 저승 밥상ㆍ95
화서국(華胥國) 구름찻집에 가다ㆍ96
나뭇잎 커피가 쓰다ㆍ98
꿀꿀이바구미를 씹었다ㆍ99
뿌리를 위하여ㆍ100
미선나무ㆍ102
초록 두더지와 놀다ㆍ103
다시, 꽃ㆍ104
쪽팔리게ㆍ106
돌 밑에는 벌레의 집이 많다ㆍ108
늙은 부부의 해장·109
죽음의 상처가 푸르다·110
물활론·112
제비꽃, 보라·113
딱, 그 사이·114
동행·115
고등어조림을 먹다가·116
나의 장례식에 다녀오다·118
시인의 산문·149
저자
저자
경기도 이천 보름다리에서 태어나 자라고 충북 청주에서 생명과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산다. 1997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고 시집으로 『꽃따기』, 『얼음두꺼비의 노래』, 『보름다리』, 『내안의 평화 그대와 함께』, 『오래된 밥상』이 있다.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