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2094 늑대 사냥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기록’이 들려주는
동학농민혁명의 기억과 저항!
“글은
나에게 세상으로 열린 오직 하나뿐인 문이다.
엄마나 할매는 굳게 입을 다문 세상 벽을 어떻게 열었을까.
차가운 삼동 가리려는 헐벗은 몸 앞에, 피와 살이 튀는 전쟁터에서,
오늘을 딛고 내일을 기다리는 소망 앞에,
말발굽 아래 짓밟힐 공포에 질린 아이들 맑은 눈동자 앞에,
꼼짝 달싹 못하게 묶인 하루를 무엇으로 버텼을까.”
이 소설은 1894년 예천 고을에서 일어난 동학전쟁 이야기이자 2026년 오늘 팔레스타인과 이란 그리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이야기이기도 하다. 종잇장처럼 찢기는 하루를 모아붙이고, 들판에 뿌려지는 피와 땀을 그러모아 기록하는 자의 고통과 사명을 밝힌다.
스무 살 종선이란 여성이 기록한 열명록列名錄이나 통문通文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목숨들이 역사에 새기는 아우성이자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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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름 한 줄 낼 일 없는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의 숭고함!
"어디서 누가 읽을진 모르지만 나는 하늘목장에서 불어온 바람과 사람들 말소리와 땀방울과 피울음을 적바림하고 남겼다. 난리가 끝나도 기찰은 끝나지 않았고 나와 아이와 내가 남긴 말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사냥이 시작됐다.
내 말은 그 눈길을 피해 세상을 모른 척 골짜기로 봉오리로 저마다 스며들었다.
글, 몸을 비틀고 숨 한 번 쉬자는 거지. 딴 거 암꺼도 없다. 나한테 글은 마음을 담아두는 그릇이데이. 그 그릇에 담긴 마음이 그리우면 이름을 부르는 거야. 이름이 문고리인 셈이지. 마음이란 방으로 들어가는 문고리. 언문책도 다 이름을 달고 나오잖나. 장화홍련, 심청이, 임경업, 홍길동. 그 이름을 부르면 글 안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달려 나오는 거야.
종선아. 니도 늑대울음 들었제? 밤마다 우는.
화퉁골 늑대도 다 자기 이름이 있어 우는 소리가 다 다르지. 너도 조금 있으면 늑대 이름을 다 외울 거야.
나는 엄마 말을 되새기며 그날 일을, 오빠가 겪고 내가 당한 일을, 초군들 모습을, 낱낱이 적어나갔다.
하늘목장은 양민증良民證이 없으면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세상이 그렇게 됐다. 어딜 가나 양민증을 내보이고 '나는 착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소릴 질러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누구한테 착한지는 묻지 않는다. 그저 암구호처럼 외쳐야 오늘에서 내일로 건너갈 수 있었다."-본문 174쪽 중에서-
소설은 구한말 동학 농민 혁명기를 배경으로, 경북 예천 지역에서 벌어지는 민초들의 투쟁과 배신을 다룹니다.
하늘목장의 종선은 오빠 종해를 도와 동학군의 기록물들을 작성하며 활동하지만, 전란이 심해지자 임신한 몸으로 피신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과거 이웃이었던 임홍이 이끄는 민보군 세력에게 붙잡혀 고초를 겪고 기밀문서까지 빼앗기게 됩니다.
한편, 지역의 동학 접주들은 일본군의 침략이라는 더 큰 위기에 맞서 집강소와 힘을 합치려 노력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강소 지도부의 거부와 탄압으로 좌절됩니다.
소설은 '늑대'로 비유되는 외세(일본군)와 그보다 더 악랄하게 동족을 핍박하는 내부 권력자들 사이에서 고통받으면서도, 기록을 통해 역사를 남기려는 종선의 의지를 보여주며 긴박한 서사를 이어갑니다.
동학농민혁명의 다층적 구조가 조명되어 있으며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지역성, 근대적 가치와 전근대적 습속이 충돌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기록하는 여성'이라는 독특한 시각을 통해 내부의 배신과 외세의 침략에 맞선 민초들의 저항 정신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기록'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냄으로써,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보다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기억과 저항'의 가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목차
목차
055 제2부
105 제3부
139 제4부
171 다시 여는 글
저자
저자
봄은 꽃으로만 오지 않고, 삶은 웃음으로만 피지 않는다.
인연은 우리로만 엮이지 않고, 시간은 앞으로만 내달리지 않는다.
두려움과 욕망 사이를 떠돌며, 기괴한 전쟁과 모순이 발부리에 차이는 나날 틈바구니에 끼어 연명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옮기고 땅별에서 함께 숨 쉬는 목숨붙이 숨소리를 전하고자 글을 길어 올린다.
《글,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어느 시인의 삶, 임춘》을 쓰고 《들사람 노명환 이야기》를 엮었다.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 다가올 앞날까지 달려가 전쟁과 개발로 스러지는 사람과 동식물을 촘촘히 톺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글쓰기 작업으로 질문을 간추리고 시간을 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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