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전쟁의 기억에 시달리는 포르투갈 군의관의 고통에 찬, 한없이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 귀를 기울이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고대 선원처럼, 내레이터의 오후는 비극적이고 홀리는 열병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전쟁소설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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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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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전쟁을 겪은 포르투갈 중산층 젊은이의 경험이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우울하게 집약되어 있는 한 편의 서사시 같은 소설로,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를 상대로, 앙골라에서 군의관으로 보낸 27개월 동안의 경험과 자신의 삶에 대한 긴 독백을 하룻밤 동안 이어가는 형식의 이야기이다. 앙골라에서의 식민지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960년대 말의 포르투갈, 살라자르 정권 말기에 해당되는 시기와 그 이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식민지 전쟁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고통으로 인해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토로한 화자는 A부터 Z까지 포르투갈어 알파벳 순서로 구성된 23개의 짧은 장(章)을 통해 하룻밤이라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행복한 어린 시절과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 일상, 군 입대와 훈련, 파경에 이르고 마는 결혼과 딸의 출생, 독재정권을 수호하고자 식민지 앙골라로 떠나는 군대와 군인들, 27개월 동안 앙골라에서 겪은 비참한 군 생활과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젊은 생명들, 전쟁의 잔인함과 처절한 참상, 무너져가는 정신과 육체를 지켜주는 소피아와의 사랑, 이와 대조되는 무의미한 섹스, 제대 이후의 사회 부적응과 소외 등, 자전적ㆍ고백적인 화자의 이야기가 동이 틀 때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화자의 이야기를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듣지 않을 뿐 아니라 그를 조롱하고 비웃고 무시한다. 결국 그는 식민지 독립 이후 귀향을 택한 수많은 포르투갈 이주자들처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독과 싸우며 고통의 기억을 넘어서려고 할 뿐이다. 여기서 화자의 기억은 전쟁에 참가한 군인으로서의 '기억'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로서의 독특한 경험이 어우러져 국가적 차원의 전쟁이 아닌 '개인적 전쟁', 더 나아가 '정신적 전쟁'이란 또 다른 차원으로 변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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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곳곳에서 우리는 조금은 낯선, 서사적 밀도가 높은 구성과 초현실적인 기법을 연상시키는 안투네스만의 독특한 문체-마치 초현실적인 산문시 같은-를 마주한다. 가령, 이런 대목. "내가 기린이었다면 우울한 기중기처럼 철조망 울타리 너머로 밖을 쳐다보며 적막 속에서 당신을 사랑했을 거야, 곰이, 개미핥기가, 오리너구리가, 코카투가, 악어가 부러워하는, 사색하듯 잎사귀를 껌 씹듯 씹으며 아주 높은 곳에서 당신과 어색한 사랑을 나눴을 거야, 도르래 같은 힘줄이 드러나는 목을 힘겹게 밑으로 내린 다음 부드러우면서도 수줍게 당신 가슴에 머리를 비볐을 거야."
여기에다 "달의 자궁 같은 침대 시트로부터", "상처 속에 부스럼처럼 아프고 부어오르는 하루", "검은 비구름 같은 침을 뱉었어"같이, 의사로서의 경험과 지식에 바탕한, 특이하면서도 뛰어난 은유와 직유를 곁들인 비유적 표현과 숱하게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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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시종일관 시간과 공간이 상호 중첩되고 비유와 상징이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각 장을 읽어가다 보면 작가가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분해하고 분석해서 새롭게 변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투네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고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공식적인 이데올로기 아래 감춰져 있던 포르투갈의 진정한 모습, 나아가 인간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 세대 전부의 기억과 상상에 대한 경험'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사회와 국가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세상의 끝》은 마치 A, B, C, D …… Z까지 알파벳 철자를 배우듯이 고통의 기억을 넘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 존엄을 하나하나 배워가도록 우리를 이끈다.
목차
목차
B
C
D
E
F
G
H
I
J
L
M
N
O
P
Q
R
S
T
U
V
X
Z
주
옮긴이의 말
저자
저자
대표작으로는 죽음을 주제로 한 3부작 《영혼의 열정에 관한 연구》, 《사물의 자연적 질서》, 《카를로스 가르델의 죽음》이 있고, 그밖의 작품으로 《찬란한 포르투갈》, 《알렉산더 격의 파두》,《악어들에게 들려주는 충고》, 《지옥에 대한 인식》, 《이토록 어두운 밤 속으로 너무 서둘러 들어가지는 말게나》, 《지상에 바치는 인사》, 《코끼리의 기억》, 《어떤 돌멩이를 사랑하리라》, 《나는 어제 바빌로니아에서 너를 만나지 못했네》, 《새들의 변명》 등이 있다.
안투네스는 2004년 '갈리시아 펜클럽 로살리아 데 가스트로 상', '오스트리아 국가 제정 유럽 문학상', '예루살렘 상' 등을 받았고, 2007년에는 포르투갈어 권에서 최고의 상인 '카몽이스 상'을, 그리고 2008년에는 '로망스어 FIL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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