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방
김민라 소설집
김민라 소설가가 첫 소설집 『고슴도치의 방』. 표제작 「고슴도치의 방」은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다. 80년 5월의 광주에서 열린 “열흘의 공동체”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앞으로 경험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은 “미래 공동체”라고 말한다. 화자의 아버지는 아내의 부탁으로 가까운 G에서 자취를 하는 막내 외삼촌에게 반찬을 전해 주러 갔다가 화를 당했다. 그때 입은 부상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았고, 자신이 마치 계엄군이 된 것처럼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약간의 위협을 느끼기만 해도 탱자가시 같은 털을 곤두세워서 자신을 방어하는 아버지. 그는 세상이 가한 폭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자신의 골방에서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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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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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하는 김민라 소설가의 첫 소설집
『고슴도치의 방』
김민라 소설가가 첫 소설집 『고슴도치의 방』(문학들 刊)을 출간했다. 표제작 「고슴도치의 방」은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다. 80년 5월의 광주에서 열린 "열흘의 공동체"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앞으로 경험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은 "미래 공동체"라고 말한다. 100만에 육박하는 시민이 살고 있었던 80년 광주의 공간, 공권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평화를 일구어 냈다. 이 미증유의 공동체를 일궈 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화자의 아버지는 아내의 부탁으로 가까운 G에서 자취를 하는 막내 외삼촌에게 반찬을 전해 주러 갔다가 화를 당했다.
도시는 폭도들이 방송국에 불을 지르고 총과 버스를 탈취해서 무법천지가 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 배우가 주연한 만섭 역시 광주 사람이 아닌 외부인이었다. 직접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할 일들이 광주에서 일어났고, 그때 광주는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
상무관이었다. 향냄새가 진동했다. 목메어 우는 소리들이 그 냄새 속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뒤엉켜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었다. 태극기에 덮인 수많은 관들이 보였다. 그들은 몸에 피 칠갑을 하고 있었다. 팬티만 입은 채 죽은 어린 소년의 몸에 파편이 박혀 자줏빛 피가 굳어 있었다.
-19쪽
그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할지라도 그건 결코 살아 있는 상태라 할 수 없다. 화자의 아버지는 그때 입은 부상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았고, 자신이 마치 계엄군이 된 것처럼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몽둥이나 피를 보면 금세 자신감을 잃고 개장수 앞에 끌려간 개처럼 벌벌 떨며 살려달라고 빈다. 그러던 아버지에게 고슴도치가 생겼다. 아버지가 적적할 거라며 어머니가 몰래 사다 놓은 것이었다. 약간의 위협을 느끼기만 해도 탱자가시 같은 털을 곤두세워서 자신을 방어하는 소심하고 연약한 그 동물은 바로 아버지 자신이다. 그는 세상이 가한 폭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자신의 골방에서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였다.
김민라의 소설은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죽음보다 못한 삶과 삶 못지않은 죽음 사이의 풍경까지 아우르고 있다. 「마흔 줄의 미망」은 남편이 소장으로 있는 주유소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그 사건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넌지시 손만 내밀 뿐이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사이버대학을 통해 공부까지 하는 나이, 마흔. 논술자격증을 따서 논술강사라도 하면 아이들 양육비에 보탬이 될까 하는 마음에 선택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이해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은 주변에 없다.
그날 새벽 전화 벨소리가 울릴 때부터 알아봤죠. 나를 혼돈과 미망 속으로 몰아넣었던 그 전화 벨소리를 들었을 때 말이죠.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네요. 나를 찾아주세요.
구렁이알처럼 소중한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죠? 도대체 누가 범인인가요? 누가 제발 대답 좀 해 주세요, 네?
-69쪽
소설 「카르페 디엠」은 죽음이 성큼 다가와 있는 윤미와 한쪽 팔을 잃은 육체적 결핍을 얻게 된 준영의 사랑 이야기다. 둘의 상처와 결핍이 오랜 세월을 돌아 공존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이 소설을 굳이 읽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둘의 삶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동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그들이 함께 이룰 삶을 통해서 그리고 마주할 죽음을 통해, 좀 더 무수한 이야기가 둘의 사이, 사이에 수"놓일 수는 있다. 김민라의 소설은 이러한 '사이사이의 가능성'을 탐구하게끔 한다.
김민라 작가는 조선대학고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동신대학교 대학원 한국어교원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광주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저서로는 논문집 『한국 다문화 소설의 서사 담론 연구』가 있다. 현재 동신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목차
목차
마흔 줄의 미망(迷妄) 41
카르페 디엠 73
회저의 시간 101
매직풍선 129
배롱나무가 있는 주유소 풍경 159
발문 죽음 사이를 수놓는 일상성의 서사_ 전동진 185
작가의 말 198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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