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심방(CD1장포함)(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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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종 스카의 10주년, 사우스카니발의 10주년 기념’
10주년을 맞이하는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이 오는 6월 28일 정규 2집 [동네심방]을 공개한다. 2008년에 결성, 2009년부터 본격적 음악활동을 시작, 음악으로 제주의 정서와 문화를 알려온 사우스카니발. 제주어로 이뤄진 가사는 단박에 제주를 넘어 음악애호가들 사이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르내리며 단 한 해(2013) 동안에만 EBS ‘헬로루키’와 한국콘텐츠진흥원 ‘K-루키즈’ 수상자이름을 동시에 올렸다. 이후 한국을 넘어 중국, 하와이, 베트남 등 해외 한인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고, 올 해 (2018) 러시아 ‘아트풋볼 페스티벌’에 한국대표로 참가, 밴드부문 1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해외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그들의 음악에는 다양한 리듬이 제주를 노래하고 있다. 한없이 여유롭다가도, 폭풍과 같은 열정이 폭발하면서도. 그리고 역사적 아픔까지 모두 담아내는 그들의 노래. 사우스카니발은 제주의 문화유산인 ‘해녀 (좀녀)’를 지키기 위해 해녀 헌정앨범 [좀녀이야기](2014)를 발매하기도 했다. 10주년을 맞아 발표되는 사우스카니발의 정규 2집에도 물론, 가장 ‘제주스러운 것’을 향한 음악적 실천이 계속된다. 수록곡 ‘달’과 ‘해녀의 노래’를 통해 다시 한 번 해녀가 제주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알리는 동시에 제주의 다변화적인 순간의 감성들을 자유자재로 스카, 라틴팝, 아프로쿠반, 삼바 등의 리듬 위에 얹어 제 옷을 입혀냈다.
사우스카니발의 정규2집의 앨범 해설은 뮤지션, Affro Asian Ssound 밴드 ‘아싸’의 리더이자 시인인 성기완이 맡았다. 아래는 성기완의 사우스카니발 정규 2집 [동네 심방]의 해설 전문.
#사우스카니발 정규 2집 [동네 심방], 아꼽덴 해불게!
10주년을 맞이하는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이 오는 6월 28일 정규 2집 [동네심방]을 공개한다. 2008년에 결성, 2009년부터 본격적 음악활동을 시작, 음악으로 제주의 정서와 문화를 알려온 사우스카니발. 제주어로 이뤄진 가사는 단박에 제주를 넘어 음악애호가들 사이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르내리며 단 한 해(2013) 동안에만 EBS ‘헬로루키’와 한국콘텐츠진흥원 ‘K-루키즈’ 수상자이름을 동시에 올렸다. 이후 한국을 넘어 중국, 하와이, 베트남 등 해외 한인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고, 올 해 (2018) 러시아 ‘아트풋볼 페스티벌’에 한국대표로 참가, 밴드부문 1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해외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그들의 음악에는 다양한 리듬이 제주를 노래하고 있다. 한없이 여유롭다가도, 폭풍과 같은 열정이 폭발하면서도. 그리고 역사적 아픔까지 모두 담아내는 그들의 노래. 사우스카니발은 제주의 문화유산인 ‘해녀 (좀녀)’를 지키기 위해 해녀 헌정앨범 [좀녀이야기](2014)를 발매하기도 했다. 10주년을 맞아 발표되는 사우스카니발의 정규 2집에도 물론, 가장 ‘제주스러운 것’을 향한 음악적 실천이 계속된다. 수록곡 ‘달’과 ‘해녀의 노래’를 통해 다시 한 번 해녀가 제주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알리는 동시에 제주의 다변화적인 순간의 감성들을 자유자재로 스카, 라틴팝, 아프로쿠반, 삼바 등의 리듬 위에 얹어 제 옷을 입혀냈다.
사우스카니발의 정규2집의 앨범 해설은 뮤지션, Affro Asian Ssound 밴드 ‘아싸’의 리더이자 시인인 성기완이 맡았다. 아래는 성기완의 사우스카니발 정규 2집 [동네 심방]의 해설 전문.
#사우스카니발 정규 2집 [동네 심방], 아꼽덴 해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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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1. 들어가는 말
제주도 서귀포 출신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이 새 앨범 [동네 심방]을 발매했다. 정규 2집이다. 다른 모든 말에 앞서 뜨거운 박수부터 보내주고 싶다. 나와 그들은 나이 차이로 볼 때 선후배 사이이긴 하지만, 인디 밴드를 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동업자들이다. 서울에서 인디 밴드를 꾸리는 일도 보통 힘든 게 아닌데 저 먼 제주에서 줄기차게 음악을 만들고 새 음반을 발매하는 사우스카니발은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려움들을 이겨내며 꾸준히 자기 음악을 하고 있는 사우스 카니발은 제주의 보석이다.
이번 2집은 한층 더 깊고 넓어진 음악들로 '제주 토종 스카'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제주 토종 스카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2집의 음악을 들으며 찬찬히 짚어보자.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이 제주 토종 스카인 이유는 제주만의 시공간적 조건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제주에는 최소한 세 겹의 시간이 동시에 흐른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적 중층성이 제주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시간들은 돌의 시간, 바람의 시간, 여인의 시간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은 현재에 동기화되며 흐르는 이 세 겹의 시간을 음악적으로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2. 돌의 시간과 열대의 리듬
가장 깊은 시간은 돌의 시간이다. 돌의 시간은 용암의 시간이다. 제주의 돌과 암석, 넓게는 지층이 제주에 흐르는 맨 밑바닥의 시간을 형성한다. 한라산 꼭대기에서 신비로운 곶자왈을 거쳐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돌들은 불덩어리 용암이 대지를 녹이며 흘러내렸던 수십만 년 전의 그 뜨거웠던 시간을 바로 지금, 현재의 우리 앞에 생생하게 드러낸다. 제주는 용암의 붓질이 수십만 년 동안 지속된 결과다. 제주의 시간은 이 뜨거운 용암의 방석을 깔고 있다. 여전히 식고 있는 중인 이 따스한 돌의 기운이 매순간 다른 시간들을 지배한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이 불의 기억들이 간직되어 있다. 돌의 시간은 불의 시간이고, 그것이 제주에 사는 뭇 존재들을 태어나게 한 자궁이다.
뜨거운 돌의 시간은 열대의 음악을 낳는다. 한 마디로 사우스카니발은 '트로피칼'하다. 한국 유일의 열대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가 사우스카니발이다. 사우스카니발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남미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온 이 열대의 리듬이 보여준 드라마틱한 여행을 제주의 관점에서 껴안는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 안에는 열대 리듬의 여행이 간직되어 있고, 그 리듬들은 전복죽의 내용물처럼 걸죽하게 융합되어 있다. 스카인가 하면 삼바고, 삼바인가 하면 쿠바의 쏜이며, 쏜인가 했더니 라틴 리듬이다. 이런 리듬적인 섭렵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제주의 시간, 용암의 시간 때문이다. 위도 상으로도 제주는 한국의 최남단이지만,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제주의 마음이 더 뜨거운 이유는 땅 깊이 흐르고 있는 그 용암의 시간이 제주에 사는 존재들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잉태한 가장 깊은 시간대, 열대의 시간이다.
앨범 곳곳에 이 '열대의 시간'이 갓 잡아 올린 방어처럼 살아 숨 쉰다. 앨범을 여는 연주 트랙 '스토커'는 4/4박자의 경쾌한 어번 스카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뜨거워 못 견디겠다는 듯 6/8박자로 풀어버리며 환상에 젖는 특이한 리듬구조를 지니고 있다. 두번 째 곡 '차차맨'은 본격적인 라틴팝이다. 차차 리듬에 산타나를 연상시키는 묵직한 디스토션 톤의 기타 솔로와 신나는 브라스를 얹었다. 아예 가사도 한글과 스페인 말을 오간다. 네번 째 곡 'Carnival' 은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여유로운 삼바리듬의 곡이다. 앨범의 7번 트랙 '동네 심방'은 펑키한 아프로 리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전설적인 뮤지션 '펠라 쿠티 Fela Kuti'의 아프로 훵크 Afro-Funk 장르를 사우스카니발 특유의 호흡으로 소화해 냈다. 8번 트랙 'Dancing for rain'은 정열의 아프로-쿠반, 이른바 '손 son' 장르의 리듬을 표방하고 있다. 뜨겁고 에로틱한 춤들이 곁들여진다면 매우 잘 어울릴 곡이다.
이 모든 리듬들은 트로피칼 사우스 카니발의 음악적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단지 2박의 스카 리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사우스카니발의 영혼 밑바닥에 흐르는 돌들의 시간 때문이다. 아직은 여러 트로피칼한 리듬들을 섭렵하는 중이지만, 5번 트랙 '아꼬와'는 그 리듬들이 혼합되어 사우스카니발 만의 트로피칼 리듬으로 열매맺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주도 방언으로 '예쁘다'는 뜻인 '아꼬와'에서 리더 강경환은 단순히 여러 리듬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혼합된 이종의 열매가 달릴 가능성이 있는 일종의 접붙인 귤나무 같은 묘목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이런 성향이 더욱 발전하여 달고 화려한 리듬의 열매가 열리길 기대한다. 게다가 '아꼬와', '동네 심방' 등의 노래에서 들을 수 있는 제주도 사투리 특유의 뜨거움도 한 몫 한다. 다른 어느 지방의 말보다도 제주도 말은 트로피칼하다. 가사의 라임이 정열적이고 터프하다. 이탈리아 말이나 브라질 사람들이 쓰는 포르투칼 말의 느낌과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트로피칼한 장르에 잘 어울리는 방언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제주도 말로 된 가사를 더 많이 쓰는 것이 어쩌면 특유의 토종 음악을 발전시키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3. 바람의 시간과 희로애락
돌의 시간이 맨 밑바닥이라면 그 위로 흐르는 시간의 겹은 바람의 시간이다. 돌의 시간이 뜨거움이라면 바람의 시간은 희로애락이다. 태양과 하늘과 구름이 푸른 태평양과 만나 검은 돌들의 방석에 앉아 용솟음쳐 오르며 바람이 된다. 바람은 뜨거움을 식히는 인자한 손길이자, 제주의 존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무서운 채찍질, 태풍이기도 하다. 제주의 바람은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준다. 제주의 바람이 짙은 녹색의 나무들을 키웠다. 푸른 파도 소리를 연주하고, 드높은 제주만의 구름동산을 그려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제주의 바람은 아픔과 슬픔을 가져다 준다. 뿌리째 뽑혀 밭 한 가운데에 누워 있는 삼나무는 바람을 막는 일을 하다 힘에 겨워 쓰러졌다. 방파제를 삼켜버릴 듯 드높게 일렁이는 파도는 바람의 분노 때문이다. 바람은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낸다. 이처럼 변덕이 많은 바람소리를 듣는 이들이 제주 심방(무당)들이다. 심방들은 배 뜰 시간을 알려주고 바람이 잦아들 시간, 평화와 행복이 찾아올 시간들을 점지해 준다. 바람의 노래를 듣기 때문이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 안에는 바로 이 제주도의 '희로애락'이 들어 있다. 리더 강경환은 앨범의 타이틀 곡 3번 트랙 'Paradise'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중문해변에 앉아 노을빛으로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고 털어버리면서 파라다이스에 온 듯 잔잔하고 여유있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했다". 바로 이 '선선한 바람'이 제주도의 땀방울을 식히고 뜨거움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히든 트랙은 의외로 하드코어 펑크스타일의 강렬한 곡인데, 이런 트랙은 성난 파도나 질풍노도의 기세로 불어오는 제주의 바람을 연상시킨다.
4. 여인의 시간과 한의 노래
바람의 시간이 희로애락이라면 여인의 시간은 할망의 시간이고, 할망의 시간은 한의 시간이다. 돌의 시간, 바람의 시간이 '자연의 시간'이라면, '여인의 시간'은 역사의 시간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제주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지만 그 역사는 우리 모두가 알 듯 가시밭길이었다. 제주도는 머나먼 유배지였고 고독과 배고픔의 섬이기도 했다. 망국의 아픔을 안고 건너온 마지막 저항의 시간이 펼쳐진 항몽의 역사를 어찌 잊으랴! 4.3의 고통을 망각할 수 있을까? 무서운 파도가 일렁이는 한 겨울에도 깊은 바다로 들어가야 했던 해녀가 심해에서 흘리는 눈물을 그 누가 볼까!
사우스카니발은 흥겨운 리듬과 기쁨에 찬 정열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한, 여인의 시간을 표현한다. 누군가 아프리카의 음악을 듣고 '발은 춤추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에도 이런 역설은 너무나 잘 적용된다. 이들은 흥겨움과 신명 속에서 제주 특유의 한을 노래 속에 담는다. 돌들의 시간이 깊다면 바람의 시간은 넓게 감싼다. 감싸서 데려간다. 바람은 웅웅 운다. 여인의 시간은 실제로 울부짖는다. 바람이 제주의 혼백, 제주의 귀신, 제주의 영혼으로 둔갑하여 사람 몸 속으로 스미면 제주 할망이 된다. 5번 트랙 '달'은 해녀들의 한을 있는 그대로 노래하고 있다.
내가 숨 참아야 / 가족이 숨 쉬네 / 밝은 달 만이 비춰
저승에서 벌어 / 이승에서 쓰네 / 검은 바다만 반겨
'달'(강경환 작사)
밴드의 리더 강경환은 제주도 특유의 고난의 시간을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주 할망들이 품고 있는 시간은 외로움과 고난, 가난과 서러움의 시간들이다. 이 시간은 제주의 돌과 바람 속에서 목숨과 세대를 이어온 사람들의 시간이다. 10번 트랙 '해녀의 노래'도 이런 관점에서 매우 특별한 곡이다. 곡의 머리에는 직접 녹음한 해녀분들의 노랫 소리를 다큐멘터리처럼 담았다. 해녀의 목소리가 사라지면 각 비트의 머리만 두드리는 단순하고 강력한 리듬 위에 비장한 마이너의 4마디 구성으로 해녀들의 시간을 노래한다.
배움 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 마다
저 놈들의 착취 기관 설비해 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 하도다
가엾은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해녀의 노래'
위의 가사를 보면 사우스카니발은 한의 역사를 노래하지만 개개인의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모순의 인식에 이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삶의 조건을 누가 노래할 수 있을까? '육지 사람들'은 제주의 이런 시간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사우스카니발은 이 겹의 시간을 다양한 리듬과 접속시켜 동시대에 내놓는다. 그래서 사우스카니발은 바람의 시간을 읽고 미래를 점지하는 제주도의 '동네 심방' 역할을 하는 뮤지션들이다.
동네 심방들 내무령으네
놈의 동네강 심방들 데령오난
거 보라게 머 벨거 이시냐
(동네 무당을 깔보는데, 남의 동네 무당 데려와봐야 뭐 별거 있냐?
'동네 심방'(강경환 작사)
5. 새로운 시간, 아꼬와!
이처럼 사우스카니발은 한의 시간을 극복하고 제주만의 의식, 제주만의 관점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그것은 그대로 이들이 다시 비벼내는 음악적인 비빔밥, 제주 특유의 성게물회 같은 감칠맛을 지닌 새로운 메뉴로 우리에게 제시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미움과 분노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제주도는 모순을 느껴도 그것 역시 트로피칼한 방식으로, 뜨거운 '사랑의 방정식'으로 풀어낸다. '아꼬와'에서 사우스 카니발이 제시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야이도 아꼬와 자이도 아꼬와
가이도 막 아꼬와 아꼽덴 해불게
이추룩 손심엉 저추룩 웃으멍 그추룩 놉드멍
아꼽덴 고라보게 이추룩 손심엉
저추룩 웃으멍 그추룩 놉드멍
얘도 예쁘네 쟤도 예쁘네
걔도 아주 예쁘네 예쁘다 해보자
이렇게 손잡고 저렇게 웃으며
그렇게 춤추며 예쁘다 말해보자
'아꼽덴 해불게' (예쁘다 말해보자), 바로 이것이 사우스 카니발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간의 핵심이다. 돌과 바람과 여인의 시간을 넘어 바야흐로 21세기 화합과 평화의 시간이 제주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사우스카니발은 제주를 고양시킬 바로 그런 아름다운 시간을 음악을 통해 예견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바로 제주 무당, 제주도를 제주도답게 만드는 동네 심방인 것이다.
맺음말
사우스카니발은 제주 특산물이다. 달콤하기는 천혜향에 못지 않고 휘귀하기는 제주 한란에 비할 만 하다. 나아가 제주 토종 스카를 일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음악의 진귀한 성취다. 한국의 전통 음악은 모두 로컬에 기반하고 있는데 반해 인디, 대중음악에는 너무 로컬리티, 즉 지역성이 없다. 그저 일반화된 록, 표준화된 댄스, 평균화된 힙합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스카니발의 존재 자체가 우리나라의 음악 씬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앞으로도 3집, 4집 꾸준히 발매하고 섬과 육지를 오가며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해서 척박한 한국 음악씬에 제주 특유의 신명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글 : 성기완(뮤지션, 밴드 '앗싸' 리더, 시인)
제주도 서귀포 출신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이 새 앨범 [동네 심방]을 발매했다. 정규 2집이다. 다른 모든 말에 앞서 뜨거운 박수부터 보내주고 싶다. 나와 그들은 나이 차이로 볼 때 선후배 사이이긴 하지만, 인디 밴드를 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동업자들이다. 서울에서 인디 밴드를 꾸리는 일도 보통 힘든 게 아닌데 저 먼 제주에서 줄기차게 음악을 만들고 새 음반을 발매하는 사우스카니발은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려움들을 이겨내며 꾸준히 자기 음악을 하고 있는 사우스 카니발은 제주의 보석이다.
이번 2집은 한층 더 깊고 넓어진 음악들로 '제주 토종 스카'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제주 토종 스카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2집의 음악을 들으며 찬찬히 짚어보자.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이 제주 토종 스카인 이유는 제주만의 시공간적 조건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제주에는 최소한 세 겹의 시간이 동시에 흐른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적 중층성이 제주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시간들은 돌의 시간, 바람의 시간, 여인의 시간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은 현재에 동기화되며 흐르는 이 세 겹의 시간을 음악적으로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2. 돌의 시간과 열대의 리듬
가장 깊은 시간은 돌의 시간이다. 돌의 시간은 용암의 시간이다. 제주의 돌과 암석, 넓게는 지층이 제주에 흐르는 맨 밑바닥의 시간을 형성한다. 한라산 꼭대기에서 신비로운 곶자왈을 거쳐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돌들은 불덩어리 용암이 대지를 녹이며 흘러내렸던 수십만 년 전의 그 뜨거웠던 시간을 바로 지금, 현재의 우리 앞에 생생하게 드러낸다. 제주는 용암의 붓질이 수십만 년 동안 지속된 결과다. 제주의 시간은 이 뜨거운 용암의 방석을 깔고 있다. 여전히 식고 있는 중인 이 따스한 돌의 기운이 매순간 다른 시간들을 지배한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이 불의 기억들이 간직되어 있다. 돌의 시간은 불의 시간이고, 그것이 제주에 사는 뭇 존재들을 태어나게 한 자궁이다.
뜨거운 돌의 시간은 열대의 음악을 낳는다. 한 마디로 사우스카니발은 '트로피칼'하다. 한국 유일의 열대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가 사우스카니발이다. 사우스카니발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남미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온 이 열대의 리듬이 보여준 드라마틱한 여행을 제주의 관점에서 껴안는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 안에는 열대 리듬의 여행이 간직되어 있고, 그 리듬들은 전복죽의 내용물처럼 걸죽하게 융합되어 있다. 스카인가 하면 삼바고, 삼바인가 하면 쿠바의 쏜이며, 쏜인가 했더니 라틴 리듬이다. 이런 리듬적인 섭렵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제주의 시간, 용암의 시간 때문이다. 위도 상으로도 제주는 한국의 최남단이지만,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제주의 마음이 더 뜨거운 이유는 땅 깊이 흐르고 있는 그 용암의 시간이 제주에 사는 존재들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잉태한 가장 깊은 시간대, 열대의 시간이다.
앨범 곳곳에 이 '열대의 시간'이 갓 잡아 올린 방어처럼 살아 숨 쉰다. 앨범을 여는 연주 트랙 '스토커'는 4/4박자의 경쾌한 어번 스카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뜨거워 못 견디겠다는 듯 6/8박자로 풀어버리며 환상에 젖는 특이한 리듬구조를 지니고 있다. 두번 째 곡 '차차맨'은 본격적인 라틴팝이다. 차차 리듬에 산타나를 연상시키는 묵직한 디스토션 톤의 기타 솔로와 신나는 브라스를 얹었다. 아예 가사도 한글과 스페인 말을 오간다. 네번 째 곡 'Carnival' 은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여유로운 삼바리듬의 곡이다. 앨범의 7번 트랙 '동네 심방'은 펑키한 아프로 리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전설적인 뮤지션 '펠라 쿠티 Fela Kuti'의 아프로 훵크 Afro-Funk 장르를 사우스카니발 특유의 호흡으로 소화해 냈다. 8번 트랙 'Dancing for rain'은 정열의 아프로-쿠반, 이른바 '손 son' 장르의 리듬을 표방하고 있다. 뜨겁고 에로틱한 춤들이 곁들여진다면 매우 잘 어울릴 곡이다.
이 모든 리듬들은 트로피칼 사우스 카니발의 음악적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단지 2박의 스카 리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사우스카니발의 영혼 밑바닥에 흐르는 돌들의 시간 때문이다. 아직은 여러 트로피칼한 리듬들을 섭렵하는 중이지만, 5번 트랙 '아꼬와'는 그 리듬들이 혼합되어 사우스카니발 만의 트로피칼 리듬으로 열매맺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주도 방언으로 '예쁘다'는 뜻인 '아꼬와'에서 리더 강경환은 단순히 여러 리듬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혼합된 이종의 열매가 달릴 가능성이 있는 일종의 접붙인 귤나무 같은 묘목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이런 성향이 더욱 발전하여 달고 화려한 리듬의 열매가 열리길 기대한다. 게다가 '아꼬와', '동네 심방' 등의 노래에서 들을 수 있는 제주도 사투리 특유의 뜨거움도 한 몫 한다. 다른 어느 지방의 말보다도 제주도 말은 트로피칼하다. 가사의 라임이 정열적이고 터프하다. 이탈리아 말이나 브라질 사람들이 쓰는 포르투칼 말의 느낌과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트로피칼한 장르에 잘 어울리는 방언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제주도 말로 된 가사를 더 많이 쓰는 것이 어쩌면 특유의 토종 음악을 발전시키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3. 바람의 시간과 희로애락
돌의 시간이 맨 밑바닥이라면 그 위로 흐르는 시간의 겹은 바람의 시간이다. 돌의 시간이 뜨거움이라면 바람의 시간은 희로애락이다. 태양과 하늘과 구름이 푸른 태평양과 만나 검은 돌들의 방석에 앉아 용솟음쳐 오르며 바람이 된다. 바람은 뜨거움을 식히는 인자한 손길이자, 제주의 존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무서운 채찍질, 태풍이기도 하다. 제주의 바람은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준다. 제주의 바람이 짙은 녹색의 나무들을 키웠다. 푸른 파도 소리를 연주하고, 드높은 제주만의 구름동산을 그려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제주의 바람은 아픔과 슬픔을 가져다 준다. 뿌리째 뽑혀 밭 한 가운데에 누워 있는 삼나무는 바람을 막는 일을 하다 힘에 겨워 쓰러졌다. 방파제를 삼켜버릴 듯 드높게 일렁이는 파도는 바람의 분노 때문이다. 바람은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낸다. 이처럼 변덕이 많은 바람소리를 듣는 이들이 제주 심방(무당)들이다. 심방들은 배 뜰 시간을 알려주고 바람이 잦아들 시간, 평화와 행복이 찾아올 시간들을 점지해 준다. 바람의 노래를 듣기 때문이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 안에는 바로 이 제주도의 '희로애락'이 들어 있다. 리더 강경환은 앨범의 타이틀 곡 3번 트랙 'Paradise'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중문해변에 앉아 노을빛으로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고 털어버리면서 파라다이스에 온 듯 잔잔하고 여유있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했다". 바로 이 '선선한 바람'이 제주도의 땀방울을 식히고 뜨거움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히든 트랙은 의외로 하드코어 펑크스타일의 강렬한 곡인데, 이런 트랙은 성난 파도나 질풍노도의 기세로 불어오는 제주의 바람을 연상시킨다.
4. 여인의 시간과 한의 노래
바람의 시간이 희로애락이라면 여인의 시간은 할망의 시간이고, 할망의 시간은 한의 시간이다. 돌의 시간, 바람의 시간이 '자연의 시간'이라면, '여인의 시간'은 역사의 시간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제주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지만 그 역사는 우리 모두가 알 듯 가시밭길이었다. 제주도는 머나먼 유배지였고 고독과 배고픔의 섬이기도 했다. 망국의 아픔을 안고 건너온 마지막 저항의 시간이 펼쳐진 항몽의 역사를 어찌 잊으랴! 4.3의 고통을 망각할 수 있을까? 무서운 파도가 일렁이는 한 겨울에도 깊은 바다로 들어가야 했던 해녀가 심해에서 흘리는 눈물을 그 누가 볼까!
사우스카니발은 흥겨운 리듬과 기쁨에 찬 정열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한, 여인의 시간을 표현한다. 누군가 아프리카의 음악을 듣고 '발은 춤추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에도 이런 역설은 너무나 잘 적용된다. 이들은 흥겨움과 신명 속에서 제주 특유의 한을 노래 속에 담는다. 돌들의 시간이 깊다면 바람의 시간은 넓게 감싼다. 감싸서 데려간다. 바람은 웅웅 운다. 여인의 시간은 실제로 울부짖는다. 바람이 제주의 혼백, 제주의 귀신, 제주의 영혼으로 둔갑하여 사람 몸 속으로 스미면 제주 할망이 된다. 5번 트랙 '달'은 해녀들의 한을 있는 그대로 노래하고 있다.
내가 숨 참아야 / 가족이 숨 쉬네 / 밝은 달 만이 비춰
저승에서 벌어 / 이승에서 쓰네 / 검은 바다만 반겨
'달'(강경환 작사)
밴드의 리더 강경환은 제주도 특유의 고난의 시간을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주 할망들이 품고 있는 시간은 외로움과 고난, 가난과 서러움의 시간들이다. 이 시간은 제주의 돌과 바람 속에서 목숨과 세대를 이어온 사람들의 시간이다. 10번 트랙 '해녀의 노래'도 이런 관점에서 매우 특별한 곡이다. 곡의 머리에는 직접 녹음한 해녀분들의 노랫 소리를 다큐멘터리처럼 담았다. 해녀의 목소리가 사라지면 각 비트의 머리만 두드리는 단순하고 강력한 리듬 위에 비장한 마이너의 4마디 구성으로 해녀들의 시간을 노래한다.
배움 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 마다
저 놈들의 착취 기관 설비해 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 하도다
가엾은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해녀의 노래'
위의 가사를 보면 사우스카니발은 한의 역사를 노래하지만 개개인의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모순의 인식에 이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삶의 조건을 누가 노래할 수 있을까? '육지 사람들'은 제주의 이런 시간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사우스카니발은 이 겹의 시간을 다양한 리듬과 접속시켜 동시대에 내놓는다. 그래서 사우스카니발은 바람의 시간을 읽고 미래를 점지하는 제주도의 '동네 심방' 역할을 하는 뮤지션들이다.
동네 심방들 내무령으네
놈의 동네강 심방들 데령오난
거 보라게 머 벨거 이시냐
(동네 무당을 깔보는데, 남의 동네 무당 데려와봐야 뭐 별거 있냐?
'동네 심방'(강경환 작사)
5. 새로운 시간, 아꼬와!
이처럼 사우스카니발은 한의 시간을 극복하고 제주만의 의식, 제주만의 관점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그것은 그대로 이들이 다시 비벼내는 음악적인 비빔밥, 제주 특유의 성게물회 같은 감칠맛을 지닌 새로운 메뉴로 우리에게 제시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미움과 분노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제주도는 모순을 느껴도 그것 역시 트로피칼한 방식으로, 뜨거운 '사랑의 방정식'으로 풀어낸다. '아꼬와'에서 사우스 카니발이 제시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야이도 아꼬와 자이도 아꼬와
가이도 막 아꼬와 아꼽덴 해불게
이추룩 손심엉 저추룩 웃으멍 그추룩 놉드멍
아꼽덴 고라보게 이추룩 손심엉
저추룩 웃으멍 그추룩 놉드멍
얘도 예쁘네 쟤도 예쁘네
걔도 아주 예쁘네 예쁘다 해보자
이렇게 손잡고 저렇게 웃으며
그렇게 춤추며 예쁘다 말해보자
'아꼽덴 해불게' (예쁘다 말해보자), 바로 이것이 사우스 카니발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간의 핵심이다. 돌과 바람과 여인의 시간을 넘어 바야흐로 21세기 화합과 평화의 시간이 제주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사우스카니발은 제주를 고양시킬 바로 그런 아름다운 시간을 음악을 통해 예견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바로 제주 무당, 제주도를 제주도답게 만드는 동네 심방인 것이다.
맺음말
사우스카니발은 제주 특산물이다. 달콤하기는 천혜향에 못지 않고 휘귀하기는 제주 한란에 비할 만 하다. 나아가 제주 토종 스카를 일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음악의 진귀한 성취다. 한국의 전통 음악은 모두 로컬에 기반하고 있는데 반해 인디, 대중음악에는 너무 로컬리티, 즉 지역성이 없다. 그저 일반화된 록, 표준화된 댄스, 평균화된 힙합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스카니발의 존재 자체가 우리나라의 음악 씬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앞으로도 3집, 4집 꾸준히 발매하고 섬과 육지를 오가며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해서 척박한 한국 음악씬에 제주 특유의 신명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글 : 성기완(뮤지션, 밴드 '앗싸' 리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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