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물
최영구 사진집
사진집 『검은 눈물』에서 최영구의 〈태백광부〉사진들은 광부들의 얼굴과 그들의 일터였던 현장을 보여준다. 이 사진들은 대부분 82년도에 촬영한 것들이고 일부는 최근에 작업현장을 다시 찾아가 기록한 것이다. (사진비평, 이영욱의 글 중에서).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글: 이영욱(사진비평)
최영구의 〈태백광부〉사진들은 광부들의 얼굴과 그들의 일터였던 현장을 보여준다. 그중 얼굴사진은 유독 눈동자와 마주한다. 이상하게도 이들의 시선은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나와 마주친 시선 또한 정면을 보고 있으면서도 초점은 빗나간다. 광부들이 카메라 렌즈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응시하는 곳은 어디인가?
온통 검정석탄분가루로 뒤덮인 얼굴들 그 속에 반짝이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 그 속에는 뭔가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내재한다. 무언가 이름을 대지 못하는 나의 이 시선의 무능함은 내적인 불안의 확실한 징표다. 그것에는 기호도 이름도 없다. 종종 사진속의 인물과 마주친 눈빛의 시선은 꿰뚫고 들어오지만 나의 내면 어딘가 불특정한 지대에 내려앉는다. 그것은 표정 없는 침묵의 얼굴들이 가면처럼 뒤덮은 검은 석탄분진 때문인가? 상대적으로 그들의 눈동자는 끊임없이 말을 하는데 그 목소리는 꼼짝달싹 없이 마스크에 가려져 들을 수 없다. 침묵! 최영구 사진이미지의 이 정적은 흑백 톤의 사진과 검은 석탄가루가 뒤섞여 무겁게 내려앉는다.
최영구은 과거 태백광산에서 통근버스기사로 일을 했다. 그곳에서 만난 광부들이 직장동료이자 친구들이었다. 이 사진들은 대부분 82년도에 촬영한 것들이고 일부는 최근에 작업현장을 다시 찾아가 기록한 것이다. 최영구는 작업노트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매일 수천 미터 지하 속 지옥과 같은 일터에서 나온 동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질긴 생명의 힘과 깊은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 검은 얼굴과 대비되는 그들의 하얀 눈, 하얀 이빨에 묻어나오는 순수한 빛에 한동안 매료되기도 하고, 갈라진 동료의 두 손을 사진에 담기위해 셔터를 누른 후 손을 잡고 펑펑 울기도 했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돌아와 못 올지도 모를 지옥행 철창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던 철창 속 동료들의 흔들리는 눈빛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됩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태백의 품에 영면 하소서......."
그들의 눈동자가 투명하게 빛나는 이유를 알았다. 최영구의 사진 속 친구들은 지금 여기에 없다. 그들 중 누가 영면하였는지 알고 싶었지만 작가에게 묻지 않았다. 사진은 과거에 찍혀졌지만 현재 지금 여기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별빛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스스로 말하지 못하기에 추측과 상상으로 그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생생히 살아있지만 그 중 누구는 죽음을 마지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영구의 사진은 과거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닥칠 위험사태에 직면하는 운명의 미래를 증언하는 사진들이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답답한 가슴은 어쩔 줄 몰라 더욱 슬픔이 인다. 그러다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눈동자에 시선이 머무는 순간 나의 시선이 쫓는 것은 사실상 그들의 생존여부가 아니라 이상하게 불안한 눈동자의 초점이 향하는 곳으로 바뀐다. 그들이 보았을 "오늘도 무사히", "아빠! 오늘도 안전" 구호문구가 주는 위험신호들 앞에서 '안전모를 착용하고 방진마스크를 썼지만 그것은 운명 앞에선 얄팍한 투명막일 뿐이다. 그러기에 최영구의 친구 광부들의 눈빛과 얼굴은 표정 없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침묵하는 눈동자다. 그것은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들 자신의 내면으로 향한 시선이다. 그들은 카메라를 보고 있지만 보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은 우리들 내면의 불안과 연결되고 나에게도 곳 닥칠 운명의 시간을 상기시킨다. 과거의 시간과 미래를 동시에 보게 되는 현재의 나는 뒤엉킨 시간 속에서 타자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영구사진의 최대의 매혹적인 부분이다. 그것은 여타 광부사진들을 재현한 사진과는 다른 강력한 타자의 시선을 체험하게 하는 최영구의 친구들이 발산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이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그 눈빛의 목소리를 듣는 자가 몇이나 될까?
목숨 걸고 600메타 지하갱도를 향하는 광부들의 뒷모습에서 시커먼 석탄가루를 벗겨내는 벌거벗은 몸, 담배연기를 내뿜는 회환의 웃음.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입, 불안한 받침목 천장의 갱도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결코 드라마틱하지 않다. 그래서 더 리얼하다.
광부의 작업을 마치 전쟁현장처럼 묘사한 다수의 다큐멘터리 사진들은 많다. 그것은 스펙터클하지만 그들의 삶을 결코 체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것은 볼거리를 제공하기위해서 과장될 뿐이다. 직업이 광부가 아닌 삶을 사는 자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준다 해도 사진이 아무리 객관적 사실의 재현이라 할지라도 어찌 그들의 삶을 이해 할 수 있겠는 가? 혹시 연민의 정으로 바라본다 한들 우리는 그저 안전한 상태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교차되지 않는 타자의 시선이 결여된 커뮤니케이션이다. 광부를 다룬 많은 사진들 중에는 사진가의 자신의 삶과는 무관하게 사진예술창작의 표현수단의 대상으로 다루거나 타자를 관음증적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문제는 보도사진과 다큐멘터리사진은 점점 더 타자를 빼앗아간다.
최영구의 사진의 힘은 오히려 시선의 근원적인 부재. 타자의 부재에 서 오는 시선의 교환이 결여된 다큐멘터리 사진을 광부들의 눈동자에서 복원했다. 그 결과 친구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작업이 사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친구들의 눈빛을 맑고 영롱하게 포착하면서도 결코 그들이 렌즈의 폭력적인 시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최영구는 광부의 사회적 정의에 달라붙은 이러저러한 의미들을 재현한 타자의 시선이 죽은 사진이 아니라 친구들이 사진 속에서 영원이 살아 숨 쉬도록 수억 광년의 과거의 빛이 되어 밤하늘의 별 빛처럼 빛나게 했다. 사진이미지는 지시체의 발산으로 흔적을 남긴 결과다. 이것이 사진 재현의 본질이다.
목차
목차
저자
저자
-개인전-
「검은 눈물」
2016. 5. 20. - 6. 7.
사진공간 배다리
-순회전-
「검은 눈물」
철암탄광역사촌 기획초대전
2016. 6. 16. - 6. 26.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