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뜰
이재덕 시집
이재덕의 시집 『당신의 뜰』. 이 시집은 이재덕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을 통해 독자를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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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하 길 남 (문학평론가)
1. 들어가는 말
우리들은 상식적으로 시라고 하면, 뭔가 좀 어려운 글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언어들이 좀 고상하다거나, 어렵다거나, 아무튼 일상어하고는 차이가 나는 상식을 뛰어넘는 표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재덕 선생의 시를 읽어보면 그런 상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쉬운 시, 이른바, 언어의 미학적 마술이 걸린 그런 시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읽어 온 시적 표현 즉 언어의 반란과 같은 시도 아닌, 즉 읽으면 즉시 이해가 되는 시, 말하자면, 스스로 기교를 거부하는 시, 언어적으로 발가숭이가 된 시, 그런 시가 화자의 시다. 말하자면, 언어의 마술성을 거부한 순수한 자연 발아와 같은 시라 하겠다.
남편의 술값이/ 줄줄이 기어 다닌다/ 공책 한 바닥이/ 술 술 술로 흘러넘친 /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가계부> 중에서
이 시를 읽어보면 재미가 있다. 시가 어렵다는 생각은 사실상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뜻이라도 어렵게 쓴다는 것은 그만큼 시인의 역량부족일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절을 읽어보면, 이미 독자들은 이 시인에 대해 자기 나름의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읽어온 시들과는 많아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시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기분이 들는지 모를 일이 아닌가. 그렇다. 어느 의미에서 보면 사실상 시적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시라면 적당한 기교를 곁들인 말의 분장술처럼 느껴온 이들이라면 이 시에서, 그 현란한 삽화들을 걷어버려도 좋을 것이다.
아니, 걷어버려야 할 것이다
(1) 쉽고 재미있는 시
우리는 시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시들을 보면 사실상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구절이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그러나 화자의 시는 이와 같은 우리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우리들이 흔히 보게 되는 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반가워요'하며/ 나를 부르는 소리/ 반질반질 빛나는 도토리/
도르르 달려와/ '나 여기 있어요' 한다/ 두 손 모은 무늬 다람쥐 외면하며/
나도 모르게 한 움큼 주워 넣었다/ 집에 돌아와 껍질을 까고 믹스에 갈아/ 묵을 끓였다/
북적북적 큰 거품이/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뜨겁다고 난리다/ 흡사 다람쥐가 욕하는 소리 같다
-<도토리> 중에서
'다람쥐가 욕하는 소리'라니, 재미있는 표현이 아닌가. 우리는 다람쥐가 욕하는 소리가 과연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면서 얼굴에 미소를 짓게 된다. 대체적으로 우리는 시라고 생각하면 먼저 긴장되기 마련이 아닌가. 우리의 일반적인 시적 상식과는 거리가 먼 화자의 시에서 우리는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하겠다.
사실상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시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상식을 뒤엎은 이와 같은 표현들은 우리들에게 재미있는 시라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놓게 된다 하겠다. 이렇게 따져 본다면 왜 우리는 시라는 장르에서 스스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을 해왔는가 하는 것을 새삼 점검해 보게 된다.
우리는 흔히들 현학적 취미라는 말을 자주 쓴다. 뭔가 깊이 아는 척, 즉 유식한 척, 남다른 견식을 지닌 듯, 차별화를 시도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설익은 지식, 덜 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위에 예시한 시를 읽어보고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힘이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독자들 중에서 이와 같이 쉽고 재미있는 시를 읽어본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우리는 사실상 이러한 시를 가히 시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이처럼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시도 있다.
산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강물은/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을 품고 어디론가 흘러간다
손등 위에 모래를 쌓아올려/ 까치집을 만들던 어린 내 모습이/ 강물에 어른거린다/
술렁거리는 마음은 무슨 까닭일까/ 아득한 하구 쪽...나의 미래가 있을까
세월도 강물 같거니/ 강물에 비친 늙어가는 내 모습/ 물의 가르침을 듣는다/
가물거리는 강 끝 어딘가에서/ 손짓하는 내 모습이/ 보일 듯 말듯하다
-<강가에서> 전문
지금 인용한 이 '강가에서'란 시 또한 읽으면 그대로 이해가 되는 쉬운 시라 하겠다. 그렇다. 흘러가는 강물은, 역시 흘러가는 청춘이요, 물의 가르침이란 결국 자신의 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인용하는 '며느리에게'라는 시는 너무 쉽다. 그래서 사실상 이야기와 같은 시라 하겠다.
(2) 이야기 시
시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근 소근 당부를 하듯, 귀속 말을 하듯, 정이 쏟아지는 말, 그런 시를 우리는 여기서 읽게 된다. 이러한 시는 사실상 화자에게서 처음 읽게 된다고 해도 좋을, 어쩌면 시적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쉬운 시가 아닌가. 사실상 시가 어렵다는 것은 시 자체의 탓이 아니라, 시인과 독자의 탓이라 할 것이다. 시적 기법을 정확하게 터득하지 못한 탓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애미야/ 추석에 자네가 사온 옷을 입고/ 평생교육원에 갔더란다
나는 학우들에게 옷 자랑을 했지/ 우리 며느리가 사준 옷이라고! 학우들이 좋은 옷 입었다며/ 패션모델 한 바퀴 돌아보라더구나./ 부러운 칭찬들에 나도 모르게 우쭐거리며/ 옷 날개를 펼치고 한 바퀴 휭 돌았더니/ 여기저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늘그막에 주책 좀 부렸다/ 자네 덕에 세상이 아름답구나/ 늘 고맙고 사랑한다
-<며느리에게> 전문
이와 같은 시를 보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까지 읽어오면서 새삼스럽게 시가 왜 어려워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시가 어려운 이유는 시인 자신의 탓이라기보다, 시라는 장르 자체에 있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시인들에게 굳어져온 습관이랄까,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편지시
내 곁을 떠났을 때/ 따뜻한 말 한 마디 못한/ 내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그래도 당신은/ 튼실한 울타리를/ 셋이나 저에게 주었죠// (중략)
벚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대답 없는 당신에게 ...
-<남편 전상서>중에서
일찍이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보내는 편지이다. 홀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뼈아픈 시간들이다.
봄날 살아온 시간들을 되새기며 담담하게 편지를 쓴 것이다. 다행히 자식들은 잘 자라주었고 악착같이 살아온 세월들이 헛되지 않았고 이렇게 시인이 되어 하늘나라에 편지를 보내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벚꽃이 만발한 봄날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 되었지만 '남편 전상서'를 담담하게 시로 적어 보낸다.
편지란 보내면 답장이 있는 법이지만 답이 없으니 마음이 아플 뿐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편지를 쓰거나 엽서를 써서 보내고는 답을 기다리는 설렘이 사라진 게 좀 아쉽다. 육필로 쓴 편지를 받아보는 마음은 늘 설레었다. 봉투를 받아보는 순간부터 가슴이 뛴다. 과연 이 봉투 안에 어떤 내용이 있을까를 기대하는 것이다. 엽서를 받아도 그 짧은 문장 속에 그 의미를 곱씹으며 보내온 상대를 떠올리며 그 설렘들이 제법 오래가곤 했다.
시는 일종의 독자들을 향한 편지이기도하다.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고 말 못하는 사물들을 대변하여 시인이 문자로 들려주는 편지인 것이다. 그러기에 편지 형식의 시는 그런 편지가 가지고 있는 설렘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이다.
(4) 일기시
설날그믐/ 종일 장사를 해도/ 고향 갈 차비가 없다/ 딱딱한 다리를 이끌고/ 성호동 달동네 오르니/ 열두 시 통행금지 사이렌이/ 내 마음을 붙잡고 울어댄다/
다음날/ 건넌방 아저씨에게/ 돈 이백 원을 빌려/ 아이의 고무신을 사주고/ 친지 어른께 세배를 갔다/ 고향 안 갔느냐는 물음에/ 가게에 바쁜 일이 있어 못 갔다는 거짓말이/ 목구멍에서 우물 거렸다/ 설빔도 없이 엄마 뒤를 따라오는/ 아이의 발소리가 가슴을 짓눌렀다/ 풀빵 굽는 가게 앞/ 엄마 손을 잡는 아이의 손/ 이를 모른 체 하는/ 엄마의 한스러운 마음은/ 잡은 아이의 손을/ 놓아버렸다
-<가난한 시절> 전문
명절날 종일 장사를 했는데도 손에 쥔 돈은 변변치 않은 날의 일기이다. 실제로 그때 일기를 쓴 건 아니지만 회상을 하면서 시로 완성한 것이다. 50~60년대를 살아 온 시인의 체험인 동시에 많은 부모들이 살아 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역사란 인간들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긴 문서이며 인류의 유산이다. 역사가 민족과 국가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일기는 바로 한 가정의 작은 역사인 것이다.
문학은 마음의 치유를 하기에 유용한 도구이다. 모든 학문은 궁극적으로 기록이라는 과정을 통해 후대에 남겨지고 발전해 간다. 그 기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발전하고 성숙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하물며 문학은 개인이 사유한 기록이 객관이라는 공감을 통해 남겨지게 된다. 일기의 형식을 빌린 시는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표현이기에 맨살을 보듯 공감성이 빠르다.
이재덕 선생은 늦은 나이에 문학이라는 과정을 시작한 만학도이다. 문학을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 딸 같은 사람들과 함께 대학에서 문예창작 과정을 거쳤다. 늦은 나이에 강의를 듣는다는 게 결코 쉬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필로 먼저 등단을 하고 시를 틈틈이 공부를 해 시집을 먼저 발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아직도 평생교육원 과정에서 수필을 계속 배우고 있다. 배움에 대한 성실함이 타인에게도 귀감이 되리라 본다. 책을 엮는다는 것은 바로 부지런함의 열매를 거두는 일이기도 하다.
2. 나오는 말
이상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앞에서 소상히 설명한 바 있지만, 화자의 시는 여러 가지로 실험적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시라고 하면 뭔가 좀 어려운 장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접하는 시 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기 때문에 시라면 적어도 얼마간의 거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 하겠다.
아무튼 화자는 앞으로 스스로 자신의 시에 대한 철저한 검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 면으로 시적 저변이 넓고, 실험성이 보여, 앞으로 시적 성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크게 대성할 시인으로 기억하면서, 이만 변변찮은 시론을 끝맺는다.
목차
목차
셋방 풍경
가난한 시절
입맛
어시장
결혼반지
퇴근길
가계부
그 아이
회상
연애 다리
집
각방
남해 탈 박물관
미완성
여인의 삶
남편 전상서
해설 / 하길남 평론가
시인의 말 / 이재덕
저자
저자
마산문학관 창작교실 수료
경남대학 평생교육원 수필, 시창작반 수료
<에세이포레> 수필 등단
<좋은문학> 창작예술인협회 시 등단
창원 마산 창신문우회 회원
붓꽃문학회 회원
시집 『당신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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