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단편만화수필집
『끙』은 사회와 가족이 강요하는 ‘안정된 삶’을 살기보다는 세상에 부딪히면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했던 어느 젊은 자유예술가의 이야기다. 즉,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한 달에 삼백만 원을 벌지만 영혼을 팔아야 하는 직장에 다니기보다는 삼십삼만 원을 벌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저자의 자전적 만화인 것이다. 이 책은 독특한 정서와 유머, 촌철살인의 위트와 깨달음이 이 땅의 이십 대 다른 젊은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의 조건과 일에 대한 열정, 가족 관계의 끈질김과 연애의 허망함 등을 통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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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회와 가족이 강요하는 '안정된 삶'을 살기보다는 세상에 부딪히면서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했던 어느 젊은 자유예술가의 이야기다. 매우 독특한 정서와 유머, 촌철살인의 위트와 깨달음이 이 땅의 이십 대 다른 젊은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의 조건과 일에 대한 열정, 가족 관계의 끈질김과 연애의 허망함 등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된다. 이십 대에 작업한 네 편의 이야기와 6년 뒤 삼십 대에 작업한 에필로그를 한데 엮었다. 그래픽 노블, 혹은 저자가 말하듯 '만화수필집'의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 역작이다.
독한 술처럼 뜨거운 청춘의 만화수필집
성격으로 보자면, 이 책은 자전적 만화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한 달에 삼백만 원'을 버는, 그러나 영혼을 팔아야 하는 직장에 다니기보다는 삼십삼만 원을 벌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저자는 때로 절망적으로 보이는 현실에 부대낀다.
그렇다면, 88만 원 세대에도 '안 끼는' 새내기 예술가 전지의 삶은 슬프고 고단해야 할 텐데, 대책 없이 재미있을뿐더러 코믹한 상황과 위트가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불안정한 삶에 대한 회의, 고민이나 걱정이 없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일 것이다. 저자는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것이 자전적 서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대부분 자전적 이야기는 과장과 선별이 많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지의 '자기 이야기'는 읽는 사람이 낯 뜨거울 만큼 솔직하고 가차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자기 고백을 아무 여과 없이 우연적으로 나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작품이 우리를 박장대소하게 한다면, 그것은 저자의 시선이 충분히 통찰력 있고, 풍자적이고, 또 의외로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까,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세상은 이상을 품은 젊은이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고돼서 '끙!' 하고 앓는 소리가 절로 나는 곳이지만,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저자의 벌거벗겨진 진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치 불타는 독주처럼 뜨겁고 황홀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족쇄
저자가 가족과 맺고 있는 관계는 순탄치 않다. 고분고분 부모 말 잘 듣고, 조신하게 굴고, 취직하고, 시집가고, 아기 낳고 살면 갈등 따위는 없을 텐데, 가족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에피소드 「아니거든」은 거의 블랙코미디 수준이다. 저자가 미장원에서 삭발하자, 어머니는 기겁을 하고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결혼한 언니는 악의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상상할 없는 집요함으로 마치 융단폭격이라도 하듯이 저자에게 보낸다. 저자는 가족들의 반감에 질려서 할 수 없이 가발을 쓰는 방법으로 타협점을 모색하고, 괜히 머리를 박박 깎은 것은 아닌지 잠시 흔들리지만, 이 일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하철에서 내려가며 '이번엔 문신을 해볼까?'라는 독백으로 끝난다. 아, 이 예술가는 정말 '징하게' 제멋대로여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러나 웃음이 멈추면 약간 심란해진다. 생각이 많이 다르고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래도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야 할까. 얼핏 거칠어 보이는 저자의 행보에 연약한 감수성이 드러나는 이 작품은 웃기면서도 서글프고,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네 번째 에피소드 「빨갱이라굽쇼?」에서도 덜 벌고, 덜 먹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겠다는 딸에게 엄마는 "너 빨갱이 같애!"라고 일갈한다. 물론, 여기서 '빨갱이'란 진짜 공산주의자라는 뜻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소위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강성 '내 맘대로' 예술가인 저자도 '내가 늙으면 어떻게 봉양할 거냐, 몸이라도 아프면 어떡하느냐'는 엄마의 걱정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그래도 가는 길을 바꿀 마음은 없다.
21세기 '찌질한' 사랑법
사랑은 매번 새로워서 경험의 지혜를 발휘할 수 없는 분야지만, 에피소드 「이건 연애도 아니다」에서 저자는 정말 지리멸렬한 연애의 전형을 보여준다. 남녀 관계를 두고 '이건 사랑이다 아니다, 이건 연애다 아니다'라고 누가 감히 단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꽤 감각 있는 남자의 작업에 넘어가 깊은 관계를 맺지만, 독자들이 보기에도 그건 사랑도 연애도 아니었던 듯싶다. 마냥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치졸하게 얻고 가버리는 남자에게 '당하듯이' 주기만 하던 저자는 결국 그 지리멸렬한 관계를 끝내기로 작심한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만난 남자의 모습은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습성으로 유명한 도마뱀 형상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재회와 결별의 장소인 포장마차의 상호 "자네! 설마 그냥 간단 말인감?"이 말해주듯이 찌질한 애인에 대한 간접적 비난은 슬그머니 웃음을 자아낸다. 독자가 저자와 공감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가슴 시린 이런 사랑 이야기가 어떤 포장도 없이 맨살 그대로 생생히 드러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심지어 이런 사연조차도 상상력을 부추기는 예술적 서사로 놀랍게 승화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저력을 보여주는 그래픽
이 '만화책'은 전체적으로 손맛이 우러나는 그림체와 손글씨 같은 폰트 덕분에 시각적으로 친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만화에서 일본 만화의 영향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말끔한 그림체와 글자 폰트, 잘 컷팅된 스크린 톤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처음에는 이런 비정형적인 화면이 불편해 보일지 모르나 읽다 보면 차츰 정겹다고 느껴진다. 게다가 이런 스타일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삶의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어떤 부분은 잘 알아보기가 어려워 때로 눈에 힘을 주고 한참 들여다봐야 하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오히려 흥미로울 만큼 이 작품의 그래픽은 독특한 매력을 발휘한다. 시각적으로 풍요로워서 눈이 즐겁고, 여러 차례오랫동안 화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펜 선만이 아니라 다양한 농도의 붓질이 들어간 칸들은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에 역동감과 깊이를 부여한다. 더구나 곳곳에서 작가의 데생 실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컷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되살아난 6년 전의 기억
이 작품은 원래 경기문화재단 제작 지원을 받아 네 편의 단편, 「팔십팔만 원 세대 축에도 안 끼는 세대」, 「아니거든」, 「이건 연애도 아니다」, 「빨갱이라굽쇼?」를 엮어 2010년 12월 저자가 300부를 자가 출가했던 책에 새로 에필로그와 작가의 말 등을 보완해 완성했다. 지난 6년 사이 삼십 대가 된 작가는 결혼해서 분가했고, 가족과의 관계도 달라졌고,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십 대 시절과 같지 않다. 게다가 어머니의 인생을 담은 『있을 재, 구슬 옥』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신천동의 주민센터와 함께하는 주민자치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장터에 나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팔기도 한다. 이전에 사회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아주 날카로웠다면, 지금 시선은 사소한 것들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것 같다. 사라져가는 유무형의 것들에 대한 애착, 그에 대한 재현이야말로 예술가들의 오래된 숙명이 아니었을까.
목차
목차
팔십팔만 원 세대 축에도 안 끼는 세대 9
아니거든 43
이건 연애도 아니다 75
빨갱이라굽쇼? 113
에필로그 167
작가의 말 186
오늘날, 20대 딴따라가 사는 법 : 전지의 단편만화수필집 『끙』 189
저자
저자
http://blog.naver.com/mademinority
https://www.facebook.com/viewpointofAo (전지의 작가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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