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읽습니다
나이듦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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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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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내가 늙는 일에 대하여"
TV화면에 정신이 팔린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봅니다. 다행히 치매는 아니지만 기력이 쇠한 어머니가 남은 생을 TV화면에 의지하여 보내게 되는 건 아닌지 그 뒷모습에 마음이 까끌까끌합니다. 노안이 온 지는 한참 되었고, 거울을 보면 이미 낯선 얼굴이 된 나 자신의 노년도 한심한 시절로 남게 될까 두렵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로 최근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낀 건 장례식장에서였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얼굴이 영정에서 웃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 어른거립니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아 나도 이제 곧 늙고 병들겠구나 탄식이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식사를 하면서 그러더군요. 마음은 아직도 사십대라고. 생에 미련이 남아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고 합니다. 몸은 늙어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마음은 왜 늙지 않는지 야속하다면서도 마음이라도 마음대로 되면 좋으련만 하며 애써 웃어 보입니다. 문득 남아 있는 봄이 몇 번이나 될지 헤아려봅니다. 어머니와 꽃놀이를 갈 수 있는 봄이 열 차례가량 남았을까요?
어머니는 친구분들 이야기를 가끔 하며 노년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내비칩니다. 어르신들의 문제는, 생계문제도 고독감도 문제지만, 늘 노심초사하는 건 건강문제, 특히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정신만 멀쩡하면 좋겠다고. 그런데 〈노년을 읽습니다〉를 읽다 보니, 작가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통증에 시달리는 걸 보며, 차라리 그 고통을 모르도록 정신이라도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말합니다. 사실 노년이라는 게 엉망진창일지도 모릅니다. 정신이 있든 없든 무엇이든 부여잡으면 좋겠지만, 남아 있는 게 너무 적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얼마 있지 않아 본격화할 우리 노년의 현실이, 그 곤란함이 똑바로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년의 불안감은, 치매 고질병 중병 등 건강문제, 노후생활을 위한 일자리와 경제력, 가족관계 속에서의 주도권 상실, 사회적 관계에서의 소외감. 요양보호가 필요한 시점에서의 돌봄의 문제, 고독감과 상실감.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년의 가장 큰 두려움은 내가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모든 곤란에 대해 억지로 버티기를 하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적당하게 내려놓고 나이듦의 본질을 인정하면 조금 쉽게 노년을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러다 보니 건넌 곳의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또 울컥합니다.
책을 통해 노년에 대한 불안과 걱정, 두려움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니, 내 노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오늘 여기, 이 시간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고자 합니다. 옆자리의 누군가에게 당신이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충분히 그 즐거움을 곱씹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생활주변을 단순하게, 욕망은 분명하게, 책임은 결연하게, 노력은 여유롭게, 그리고 서로서로 함께 꾸준히 노년을 긍정하고자 합니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건너가기 직전의 나에게 〈노년을 읽습니다〉는 단단한 돌다리가 된 것 같습니다.
- 노년의 문턱에서 편집장
목차
목차
중병
생의 마지막에 중병이 기다리고 있다면필립 로스 〈아버지의 유산〉
신체노화
거울, 너에게도 보이나 봐라박완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중 '마른 꽃'
치매당사자
나는 치매입니다무라이 리코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치매환자
치매환자를 진료합니다장기중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치매부모
치매부모를 돌봅니다심우도 〈우두커니〉
의료생활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에도양창모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노년계발
자기계발은 지속된다, 노년까지도마녀체력(이영미) 〈미리, 슬슬 노후대책〉
일자리
환갑과 일자리최진영 〈쓰게 될 것〉 중 '디너코스'
일자리
예순 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이순자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2부 가족과 네트워크
엄마와 딸
죽기 전에 화해해야지사노요코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배우자
죽음 상상할 수 없는 일, 배우자의 죽음주디스 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여성노인
지혜와 지식과 개성을 가진 연장자들벨마 월리스 〈두 늙은 여자〉
가족
지금 아니면 안 돼다비드 칼리 글, 세실리아 페리 그림 〈인생은 지금〉
받는 효도
효도 받고 싶어, 그것이 돈봉투라도박희순 글, 배민경 그림 〈하얀 봉투〉
친구
노년의 고독, 노년의 친구신시아 라일런트 글, 캐드린 브라운 그림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경제활동
경제적이지 않은 60대 여성의 경제 생활이서수 〈엄마를 절에 버리러〉
커뮤니티
노년의 공동체, 안녕 커뮤니티다드래기 〈안녕, 커뮤니티〉
중년부부
중년을 건너 노년으로이화열 〈서재 이혼 시키기〉
3부 돌봄과 죽음
연명치료
이 시대 우리가 죽는 장소김형숙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음식과 죽음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정의석 〈병원의 밥 : 미음의 마음〉
유품정리
죽음 후의 날들가키야 미우 〈시어머니 유품정리〉
요양시설
돌보는 자와 돌봄 받는 자, 그들의 연대무라세 다카오 〈돌봄, 동기화, 자유〉
모든 돌봄
모든 돌봄은 다정하고 서늘해서김유담 〈돌보는 마음〉
종교
죽음과 종교김훈 〈저만치 혼자서〉
호스피스
말기 돌봄을 상상해야 한다송병기, 김호성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임종
죽음을 읽습니다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사후(死後)
사후세계가 존재할까?가키야 미우 〈파묘 대소동〉
4부 노년의 삶
낭만노년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인우애령 〈행복한 철학자〉
로맨스
판타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사이토린, 우키마루 글, 구라하시 레이 그림 〈레미 할머니의 서랍〉
노년의 위트
이렇게 유쾌한 노년이라니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노년의 도전
48년생 셀럽의 등장이옥선 〈즐거운 어른〉
나홀로 노년
노년이고요, 싱글입니다김희경 〈에이징 솔로〉
싱글라이프
중년을 읽습니다 권남희 〈스타벅스 일기〉
성찰
필멸하므로, 반드시 작별하는 우리들 이야기마거릿 렌클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통찰
노년이란 무엇인가?로르 아들레르 〈노년 끌어안기〉
노년과 영성
종교를 넘어 영성을 생각하는프랭크 커닝햄 〈나이듦의 품격〉
저자
저자
회사를 다니던 시절, 서른 살에 결혼했습니다. 딸 다섯, 아들 둘인 가족의 막내 며느리가 되어 75세 시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나이 많은 어머니의 진솔한 말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시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을 엮어 첫 번째 책 <연애緣愛>(2024, 머메이드)를 출간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노년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노년과 관련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노년을 읽습니다>를 쓰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나이 들어도 읽고 쓰는 노인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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