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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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천년의 역사 속에 깃든 인간의 마음을 따라가는 길
이 책은 쉽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깊이는 무궁하다. 그래서 단연 압권이다. 그런데 이 책의 깊이는 지식의 정도나 오래고 권위 있는 정전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중국식 표정>의 도저한 깊이는 한마디로 인간과 삶과 세계에 대한 한없는 이해와 정성스런 공감에서 발원한다. 그리하여 예컨대 우리는 <중국식 표정>을 읽으면서, 낭만 선객 이백의 “한 생애를 남김없이 탕진해 본 자”의 적요와 쓸쓸함을, “시인이기 이전에 생활인이었고 가난했으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두보의 한탄과 비애를,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취했는데 혼자만 깨어” 있고자 한 굴원의 결기와 비장미를 말뜻 그대로 추체험하게 된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 책의 페이지들을 여기저기 건너뛰어 노자가 <도덕경>에서 제시한 유토피아가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거쳐 마침내 현대 중국의 대표적 작가인 가오싱젠의 <영산>과 티베트족 작가 자시다와의 “빠드마삼바바의 미로”에까지 이르는 도도한 흐름을 목도하기도 한다. 또한 눈이 밝은 독자라면 원소절(중국의 정월 대보름) 남녀 간의 애틋한 정을 읊은 구양수와 “가장 보통의 여자”를 꿈꾼 설도의 시구들이 국가와 남성이라는 이중 구속에 억눌린 장아이링의 소설 <색, 계>의 주인공 왕지아즈의 “진심”으로 변주되는 극적인 장면을 추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는 셈이지만, <요재지이>를 ‘중국판 <천일야화>’(보르헤스)나 ‘동양의 아름다운 동화책’(헤르만 헤세)이 아니라 ‘고분지서(孤憤之書: 고독과 울분에서 나온 책)’로 대하는 저자의 자세는 그 글자들의 무늬(文) 속에 서린 사람의 마음을 오랫동안 곱씹고 헤아린 바인 셈이다. 저자 김경엽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말하자면 “공명이 간절할수록 시인을 시인답게 문인을 문인답게 한다.” 이는 이 책이 맑고 아름다운 까닭이다.
저자 김경엽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으며, 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고려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건국대학교, 총신대학교, 협성대학교 등에서 글쓰기와 중국 문학을 강의했다.
이 책은 쉽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깊이는 무궁하다. 그래서 단연 압권이다. 그런데 이 책의 깊이는 지식의 정도나 오래고 권위 있는 정전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중국식 표정>의 도저한 깊이는 한마디로 인간과 삶과 세계에 대한 한없는 이해와 정성스런 공감에서 발원한다. 그리하여 예컨대 우리는 <중국식 표정>을 읽으면서, 낭만 선객 이백의 “한 생애를 남김없이 탕진해 본 자”의 적요와 쓸쓸함을, “시인이기 이전에 생활인이었고 가난했으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두보의 한탄과 비애를,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취했는데 혼자만 깨어” 있고자 한 굴원의 결기와 비장미를 말뜻 그대로 추체험하게 된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 책의 페이지들을 여기저기 건너뛰어 노자가 <도덕경>에서 제시한 유토피아가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거쳐 마침내 현대 중국의 대표적 작가인 가오싱젠의 <영산>과 티베트족 작가 자시다와의 “빠드마삼바바의 미로”에까지 이르는 도도한 흐름을 목도하기도 한다. 또한 눈이 밝은 독자라면 원소절(중국의 정월 대보름) 남녀 간의 애틋한 정을 읊은 구양수와 “가장 보통의 여자”를 꿈꾼 설도의 시구들이 국가와 남성이라는 이중 구속에 억눌린 장아이링의 소설 <색, 계>의 주인공 왕지아즈의 “진심”으로 변주되는 극적인 장면을 추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는 셈이지만, <요재지이>를 ‘중국판 <천일야화>’(보르헤스)나 ‘동양의 아름다운 동화책’(헤르만 헤세)이 아니라 ‘고분지서(孤憤之書: 고독과 울분에서 나온 책)’로 대하는 저자의 자세는 그 글자들의 무늬(文) 속에 서린 사람의 마음을 오랫동안 곱씹고 헤아린 바인 셈이다. 저자 김경엽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말하자면 “공명이 간절할수록 시인을 시인답게 문인을 문인답게 한다.” 이는 이 책이 맑고 아름다운 까닭이다.
저자 김경엽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으며, 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고려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건국대학교, 총신대학교, 협성대학교 등에서 글쓰기와 중국 문학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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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얼마 전 한 박물관에서 개최한 전시회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발굴된 나한상(羅漢像)들이었다. 돌에 새긴 성자들의 표정은 조금씩 달랐다. 초승달 같은 눈으로 웃는 표정, 우울한 듯 슬픈 표정, 기쁜 일이 있는지 즐거워하는 표정 그리고 괴로운 듯 찡그린 표정. 제각기 개성이 넘치는 표정들이었다. 찬찬히 표정들을 살피며 그 의미를 나름대로 짚어 보는 순간 돌덩이들이 돌연 살아 있는 것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이 걸어오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런 인식이나 의식 없이 저것들을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아무 쓸모없는 흔해빠진 돌덩이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다.
나는 전시회를 둘러보며 문학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문학은 저마다 자신만의 표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석공이 돌에다 각각 표정이 다른 성자의 모습을 새기듯 작가 또한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문학이란 이름의 성채에 새겨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표정은 각기 다른 의미를 생산한다. 표정이 감추고 있는 의미를 번역하고 해석하여 성과 속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 환상과 실제 사이에 아찔한 소통의 다리 하나 세워 보는 일이 바로 독자와 연구자 혹은 비평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중비교문학을 공부하면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수시로 꺼내 보는 시 한 구절이 있다.
剪不斷 끊을래야 끊을 수 없고
理還亂 감으려니 더 엉키네
是離愁 이 이별의 슬픔
―이욱(李煜, 937-975), ?오야제(烏夜啼)? 중에서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명주실처럼 질긴 미련의 정을 어쩌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 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니 상실의 고통을 딱 아홉 글자로 함축한 구절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졌다. 이제까지 천 명의 시인이 천 편의 이별시를 썼다면 이 시는 이별을 견디는 천한 번째의 새로운 표정 같았다. 이렇듯 문학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는 연속적인 사건으로 다가오곤 했다.
한중비교문학을 공부하면서 작품들의 표정과 그 표정 뒤에 감추어진 말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잘 들렸고 때로는 모호했다. 모호한 것은 그것대로 새롭게 태어난 변종의 표정으로 여겼다. 문학작품이 저마다 얼굴처럼 붙이고 있는 다양한 표정과 그 표정이 내재하고 있는 궁극의 의미, 이 두 가지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판독하는 작업이 문학을 공부하는 일의 즐거움이자 어려움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중국 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는 즐거움과 어려움을 통과하며 남긴 작은 흔적들이다. 문학은 시공을 넘어 보편적이지만 중국인이 그들의 언어로 창작한 문학에는 그들만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규정된 그들만의 고유한 생각과 자세와 표정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 제목을 '중국식 표정'이라고 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글을 쓰면서 막히고 캄캄할 때에는 앞선 연구자들의 글과 책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내기도 했다. 빛이 되어 준 글과 책들은 각주와 참고 문헌으로 정리했다.
나는 전시회를 둘러보며 문학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문학은 저마다 자신만의 표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석공이 돌에다 각각 표정이 다른 성자의 모습을 새기듯 작가 또한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문학이란 이름의 성채에 새겨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표정은 각기 다른 의미를 생산한다. 표정이 감추고 있는 의미를 번역하고 해석하여 성과 속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 환상과 실제 사이에 아찔한 소통의 다리 하나 세워 보는 일이 바로 독자와 연구자 혹은 비평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중비교문학을 공부하면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수시로 꺼내 보는 시 한 구절이 있다.
剪不斷 끊을래야 끊을 수 없고
理還亂 감으려니 더 엉키네
是離愁 이 이별의 슬픔
―이욱(李煜, 937-975), ?오야제(烏夜啼)? 중에서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명주실처럼 질긴 미련의 정을 어쩌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 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니 상실의 고통을 딱 아홉 글자로 함축한 구절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졌다. 이제까지 천 명의 시인이 천 편의 이별시를 썼다면 이 시는 이별을 견디는 천한 번째의 새로운 표정 같았다. 이렇듯 문학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는 연속적인 사건으로 다가오곤 했다.
한중비교문학을 공부하면서 작품들의 표정과 그 표정 뒤에 감추어진 말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잘 들렸고 때로는 모호했다. 모호한 것은 그것대로 새롭게 태어난 변종의 표정으로 여겼다. 문학작품이 저마다 얼굴처럼 붙이고 있는 다양한 표정과 그 표정이 내재하고 있는 궁극의 의미, 이 두 가지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판독하는 작업이 문학을 공부하는 일의 즐거움이자 어려움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중국 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는 즐거움과 어려움을 통과하며 남긴 작은 흔적들이다. 문학은 시공을 넘어 보편적이지만 중국인이 그들의 언어로 창작한 문학에는 그들만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규정된 그들만의 고유한 생각과 자세와 표정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 제목을 '중국식 표정'이라고 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글을 쓰면서 막히고 캄캄할 때에는 앞선 연구자들의 글과 책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내기도 했다. 빛이 되어 준 글과 책들은 각주와 참고 문헌으로 정리했다.
목차
목차
005 책머리에
011 시선일여의 시학
023 현실과 환상의 경계, 가오싱젠의 <영산>
038 '붉은 종족'을 위한 진혼곡, 모옌의 <붉은 수수밭>
050 신화와 상상력의 제국, <산해경>
063 욕망과 금지의 이중주, 장아이링의 <색, 계>
074 시와 그림의 만남, '시화일률론'
086 ?우연?의 시인, 쉬즈모와 그의 여인들
100 부재와 결핍의 노래, 설도의 '동심초' 사랑
111 일탈의 로맨스와 문자 유희, 사마상여와 탁문군
122 환상의 귀환, 포송령의 <요재지이>
137 중국인의 초상, 위화의 <인생>
150 애도와 성찰의 시간, 자시다와의 ?티베트, 가죽끈 매듭에 묶인 영혼?
163 '희미한 등불 아래 있는 그대', 원소절의 아름다운 시편들
176 은일과 취흥 혹은 광기의 시인, 이백
190 봄날과 전장의 시인, 두보
203 유토피아를 찾아서, 도연명의 ?도화원기?
214 최초의 시인 굴원과 '중취독성'의 시학
228 불가능을 사랑한 시인, 꾸청
244 참고 문헌
011 시선일여의 시학
023 현실과 환상의 경계, 가오싱젠의 <영산>
038 '붉은 종족'을 위한 진혼곡, 모옌의 <붉은 수수밭>
050 신화와 상상력의 제국, <산해경>
063 욕망과 금지의 이중주, 장아이링의 <색, 계>
074 시와 그림의 만남, '시화일률론'
086 ?우연?의 시인, 쉬즈모와 그의 여인들
100 부재와 결핍의 노래, 설도의 '동심초' 사랑
111 일탈의 로맨스와 문자 유희, 사마상여와 탁문군
122 환상의 귀환, 포송령의 <요재지이>
137 중국인의 초상, 위화의 <인생>
150 애도와 성찰의 시간, 자시다와의 ?티베트, 가죽끈 매듭에 묶인 영혼?
163 '희미한 등불 아래 있는 그대', 원소절의 아름다운 시편들
176 은일과 취흥 혹은 광기의 시인, 이백
190 봄날과 전장의 시인, 두보
203 유토피아를 찾아서, 도연명의 ?도화원기?
214 최초의 시인 굴원과 '중취독성'의 시학
228 불가능을 사랑한 시인, 꾸청
244 참고 문헌
저자
저자
김경엽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고려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건국대학교, 총신대학교, 협성대학교 등에서 글쓰기와 중국 문학을 강의했다.
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고려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건국대학교, 총신대학교, 협성대학교 등에서 글쓰기와 중국 문학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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