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임채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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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토마스 울프가 1940년에 발표한 자전적인 소설에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You can't go home again)』가 있습니다. 미국 뉴욕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유럽으로 훌쩍 떠난 작가가 방랑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뒤의 삶을 쓴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평생 잃어버린 고향에 천착한 소설가였습니다. 또한 국내 소설가 이문열이 198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로 이 책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 있습니다. 이 소설들에서 작가들은 왜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한다고 예언적인 선언을 하는 것일까요. 무엇 때문에 고향에 돌아가 오히려 고향 상실감을 맛보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 말대로라면 고향은 낙원이 아니라 실낙원입니다.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의 유명한 말이 떠오릅니다. “사람은 같은 강물 속에 두 번 몸을 담글 수 없다. 두 번째 강물은 이미 전혀 다른 강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습니다. 나처럼 시골의 농촌 마을이 고향일 수 있고, 나의 자식들처럼 도시에서 태어나 고향 의식이 전혀 없는 이들도 실은 도시가 고향입니다. 고향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주어집니다. 고향이 어디냐에 따라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나 같이 돌아갈 곳이 있는 자들은 고향이 든든한 뒷배처럼 보입니다만, 실상은 떠나온 고향에 일종의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향이 없는, 돌아갈 곳이 없어 보이는 불행한 사람들도 내면에는 또 다른 고향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합니다만, 정작 고향으로 돌아간 자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고향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나를 자연환경과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유대 속에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본성을 가지고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고향에서의 삶은 가장 나답고, 가장 풍성하며,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자, 낯선 환경 속에서 타인과 부대끼며 이성적인 삶을 영위해야만 했습니다. 이성적인 삶은 항상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삶이 치열할수록 점점 고향에서 멀어지며, 따뜻하고 친화적인 본성 또한 점점 옅어져 갈 뿐입니다.
고향은 나란 존재의 시원(始原)입니다. 고향은 시간상으로 한 존재의 시발점이기에 아르케(arch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자면, 고향은 여호와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살도록 하여 주신 에덴동산입니다. 여호와께서 에덴동산을 만들어 아담과 하와를 살게 하시고, 동산 동쪽에 그룹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 같은 에덴동산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어린 생명을 보호해 주며 행복한 나날을 구가하게 하여 준 보호구역이었습니다. 에덴동산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강이 에덴에서 흘러나와 동산을 적시고 거기에서 갈라져 네 강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근원이 없는 강이 없듯이, 근원이 없는 존재는 모순입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시원이자, 근원이며, 아르케입니다.
고향은 또한 시인으로서 나의 시원(詩原, 詩苑)입니다. 나는 고향에서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 최초의 감각을 익혔습니다. 어머니 품에서 낯선 사물과 조우하며 정다운 말을 배웠습니다. 이를 입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소통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 감각과 말과 소통의 행위가 바로 나의 삶입니다. 시인으로서 고향이 나에게 심어 준 본성으로 돌아가 내면의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받아 적은 것이 바로 나의 시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두 못내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귀향을 꿈꿉니다. 인생이란 따지고 보면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돌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고향과 멀어지면 멀수록 인간은 존재적 불안에 휩싸이게 됩니다. 인간은 영혼의 안식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귀향이란 일차적으로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잃어버린 본성을 회복하여 영혼의 안식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내가 그리워하는 고향의 기억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인 기억을 넘어, 우리 세대의 어린 시절 모습이며, 우리의 심층에 저장된 고향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어느덧 반백 년, 고향에 대한 기억 또한 흘러가는 세월 속에 많이 유실되어 희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실 기억이라는 것도 도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같은 체험을 두고도 개인에 따라 기억들이 각각 다릅니다. 결국 완전한 기억이란 없습니다. 당신은 고향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 책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는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습니다. 나처럼 시골의 농촌 마을이 고향일 수 있고, 나의 자식들처럼 도시에서 태어나 고향 의식이 전혀 없는 이들도 실은 도시가 고향입니다. 고향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주어집니다. 고향이 어디냐에 따라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나 같이 돌아갈 곳이 있는 자들은 고향이 든든한 뒷배처럼 보입니다만, 실상은 떠나온 고향에 일종의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향이 없는, 돌아갈 곳이 없어 보이는 불행한 사람들도 내면에는 또 다른 고향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합니다만, 정작 고향으로 돌아간 자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고향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나를 자연환경과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유대 속에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본성을 가지고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고향에서의 삶은 가장 나답고, 가장 풍성하며,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자, 낯선 환경 속에서 타인과 부대끼며 이성적인 삶을 영위해야만 했습니다. 이성적인 삶은 항상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삶이 치열할수록 점점 고향에서 멀어지며, 따뜻하고 친화적인 본성 또한 점점 옅어져 갈 뿐입니다.
고향은 나란 존재의 시원(始原)입니다. 고향은 시간상으로 한 존재의 시발점이기에 아르케(arch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자면, 고향은 여호와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살도록 하여 주신 에덴동산입니다. 여호와께서 에덴동산을 만들어 아담과 하와를 살게 하시고, 동산 동쪽에 그룹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 같은 에덴동산은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어린 생명을 보호해 주며 행복한 나날을 구가하게 하여 준 보호구역이었습니다. 에덴동산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강이 에덴에서 흘러나와 동산을 적시고 거기에서 갈라져 네 강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근원이 없는 강이 없듯이, 근원이 없는 존재는 모순입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시원이자, 근원이며, 아르케입니다.
고향은 또한 시인으로서 나의 시원(詩原, 詩苑)입니다. 나는 고향에서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 최초의 감각을 익혔습니다. 어머니 품에서 낯선 사물과 조우하며 정다운 말을 배웠습니다. 이를 입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소통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 감각과 말과 소통의 행위가 바로 나의 삶입니다. 시인으로서 고향이 나에게 심어 준 본성으로 돌아가 내면의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받아 적은 것이 바로 나의 시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두 못내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귀향을 꿈꿉니다. 인생이란 따지고 보면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돌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고향과 멀어지면 멀수록 인간은 존재적 불안에 휩싸이게 됩니다. 인간은 영혼의 안식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귀향이란 일차적으로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잃어버린 본성을 회복하여 영혼의 안식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내가 그리워하는 고향의 기억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인 기억을 넘어, 우리 세대의 어린 시절 모습이며, 우리의 심층에 저장된 고향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어느덧 반백 년, 고향에 대한 기억 또한 흘러가는 세월 속에 많이 유실되어 희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실 기억이라는 것도 도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같은 체험을 두고도 개인에 따라 기억들이 각각 다릅니다. 결국 완전한 기억이란 없습니다. 당신은 고향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 책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는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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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임채우 시인의 귀향 의식은 반세기 전의 추억을 탁본처럼 떠낸 것이며, 동심을 잃지 않고 바라본 시각으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한 시대의 풍속도를 세밀하게 발굴해낸 업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전적 희로애락의 실화로 기록되고 소환된 빼어난 작품성의 질감으로 말미암아 이제 곡성군 고달면 먹굴(먹골)의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어 새롭게 귀향해야 할 근원적 회귀 의식을 오롯이 복원해 놓았기 때문이다.
전후 시대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먹굴'이라는 고향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애환을 영상적인 필치로 보여주면서, 날이 갈수록 디지털 문명의 사차원적 속도에 휩쓸려 가는 현대인들에게 '먹굴'의 가치를 다시금 반추해 보게 한다. '먹굴'이 지녔던 토속적인 언어와 순박한 역사를 통해 본질적으로 온순한 삶의 가치를 지닌 귀향 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까닭에, 한 권의 보물을 발견한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이인평 시인(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전후 시대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먹굴'이라는 고향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애환을 영상적인 필치로 보여주면서, 날이 갈수록 디지털 문명의 사차원적 속도에 휩쓸려 가는 현대인들에게 '먹굴'의 가치를 다시금 반추해 보게 한다. '먹굴'이 지녔던 토속적인 언어와 순박한 역사를 통해 본질적으로 온순한 삶의 가치를 지닌 귀향 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까닭에, 한 권의 보물을 발견한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이인평 시인(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목차
목차
곡성, 내 고향 먹굴
두 성씨 이야기
택호(宅號)는 어려워
살어리 살어리랏다
먹굴의 밥상
먹굴의 농악
상엿소리
먹굴의 결혼식
예배당은 연애당
외치는 소리
벌거벗은 사람들
머슴살이
보릿고개
가축들
고달초등학교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사가 열 봉상
내 친구 우택이
나무 심기
아동 상식의 왕
딴따라
라디오 스타
무서운 이야기
글쓴이 후기
두 성씨 이야기
택호(宅號)는 어려워
살어리 살어리랏다
먹굴의 밥상
먹굴의 농악
상엿소리
먹굴의 결혼식
예배당은 연애당
외치는 소리
벌거벗은 사람들
머슴살이
보릿고개
가축들
고달초등학교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사가 열 봉상
내 친구 우택이
나무 심기
아동 상식의 왕
딴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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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글쓴이 후기
저자
저자
임채우
1955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와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였다. 1983년 배재학당 교사로 임용되어 30년간 국어 과목을 가르쳤다. 2013년 퇴임하여 (사)우리詩진흥회 사무국장,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2011년 시집 『새가 날아간 자리』로 등단하였다. 2018년 「가치전도(價値顚倒)의 상상력」으로 〈우리詩신인상〉 평론 부문을 수상하였다. 그간 펴낸 시집으로는 『새가 날아간 자리』(2011), 『오이도』(2013), 『토끼의 뽀얀 연분홍 발뒤꿈치』(2016), 『소아과에서 차례 기다리기』(2018), 『설문』(2021)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 『시가 말을 걸었다』(2017), 비평집으로 『촉도난』(2019) 등이 있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시작(詩作)과 비평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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