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날개
송연우 시집
송연우 시인의 작품은 찾아가는 시가 아니라 정원에 앉아 기다려서 만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뜨락은 언제나 시의 출발점이고 귀착점이기도 하다. 그 정원은 나무와 나누는 교감 뿐만 아니라 6,25 전쟁에 참전한 오빠와 이별하던 아픈 기억과 전사 통지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려 주는 과거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아침마다 나무와 풀꽃들에게 물을 준 뒤 정원석에 앉아 물끄러미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며 찾아와 노래하는 새들을 본다. 송연우 시인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정원을 창조한다. 시인은 분명하게 자연 친화적인 모습으로 시를 기다린다. 정원에 앉아 나무와 꽃과 새들이 들려주는 시를 받아 적은 것이라고 시에 쓴다. 이는 작위적으로 시를 만들기보다는 하늘과 자연물에 숨어 흐르는 에스프리가 들려주는 시를 받아적는다. 자신의 정원에 숨어 사는 시와 만나는 모습이다. 이런 방식은 시를 억지스럽거나 부자연스럽게 빚어 만든 모습을 벗어나 시 본연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다. 이는 가슴으로 만나는 원형질 시다. 그래서 그의 시는 접신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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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오직 나를 다독이는 일
천천히 오후의 햇살을 걷는다
지친 눈을 데리고
새처럼 하늘로 날아 오르내리다
다시 나무들 품속으로 들어간다
나무에게 바친 시간을 기억하고
정직한 나무는 잊지 않고 꽃과 향기를 안겨준다
내게 준 것은 한 말인데 서말의 향기를
계절마다 건네준다
정성을 먹고 자란
마로니에, 소나무, 장미나무, 홀리나무, 능수매화,
태산목…
모두 시를 품고 있다
나는 정원에 열린 시를
날마다 종이에 옮겨 적는다
-「나무가 주는 선물」 전문
송연우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는 산수유, 측백, 동백, 백목련, 자목련, 산목련, 벚나무, 납매, 목련, 모란, 구골목서, 태산목, 홍매화, 초롱꽃, 소심란, 금목서, 은목서, 능소화, 연꽃, 별목련, 태산목꽃, 으아리, 게발선인장꽃, 하늘타리꽃들은 시인의 정원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식들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뜨락을 찾아와 주는 곤충이나 동물로는 매미, 물닭, 고니, 왜가리, 까치떼, 금붕어, 가창오리떼, 산비둘기들이다. 시인이 직접 만나지 않은 상상력의 동식물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시인의 정원 가까이 주남저수지가 있다. 그곳을 찾아오는 새들도 시인의 친구다. 시인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정분을 나눈 것들만이 그의 친구이자 스승이자 자식같은 존재들이다
[추천사]
긴 호스를 통해 물의 노래를 뿌린다
불만도 슬픔도 녹이는 물
금붕어 미꾸라지들의 댄스가 시작된다
쏴 쏴 샘물의 박수에
몸을 펼치는 사십여 마리
연못에 빠진 햇살이 함께 춤을 춘다
뜰 안의 나무도 해를 바라보며 가슴을 편다
촉촉이 머리가 젖은 나무들
정원에는 사랑의 기운이 물의 날개를 타고 펼쳐진다
시아버님 등목에
어쩌다 내 바지까지 적시면
"아가야, 감기 들라 들어가서 옷 갈아 입어라"
하시던 시아버님
젊은 그날이 내게로 온다
언제나 물의 날개는 눈부시다
-「물의 날개」 전문
아침이면 시적 화자는 정원에 자라는 나무들과 풀꽃들에게 물을 뿌려준다. 햇살을 타고 흩어지는 물방울들을 바라보며 옛일도 회상한다. 과거 정원에서 젊은 새댁이 호스를 펼치고 정원에 물을 뿌린다. 시집살이로 가슴에 쌓였던 불만이나 슬픔도 분수처럼 흩어지는 물방울에 녹아 사라지고 연못에 살고 있는 금붕어 미꾸라지도 반갑다고 춤을 춘다. 연못에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에 사십여 마리 물고기가 춤을 추는데 햇살과 함께다. 목말라 있던 나무들을 적시고
나무들은 햇살을 향해 가슴을 편다. 나무들 머리가 촉촉이 젖는다. 뜨락은 생기로 가득 넘쳐난다. 생기는 생명이며 사랑이다. 일에서 돌아오신 땀에 젖은 시아버지 등목을 위해 등에 물을 퍼붓다가 저신의 바지가랑이가 젖게 되었을 때 며느리 감기들 것을 걱정한 시아버지가 얼른 들어가서 옷 갈아입을 것을 말해주던 따뜻한 배려를 담은 시아버지의 사랑에 기꺼워하던 젊은 새댁의 그날이 뜨락을 통해 화자에게로 오고 있다. 물을 뿌리던 젊은 시절에 연못과 나무 위로 그리고 시아버지 등 위에 뿌려지던 물에는 눈부신 날개가 있음을 이제야 발견하고 그때를 그리워 하며 시를 그려낸다.
송연우 시인의 작품집을 구성하는 시들은 시인의 뜨락에 담긴 추억이며 가족사이며 생명 예찬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기에 아무리 비뚤어지게 시를 살펴보아도 생명을 다독이는 따뜻한 정감이 넘쳐흐른다. 다섯 번째 시집 상재가 건강을 오랜 간직할 수 있는 보약 한 첩이 되기를 갈망하며 축하드린다
목차
목차
자서…3
제 1 부
나무의 빛이 나를 깨친다…11
매미의 이력…12
홀로서기…14
까치떼…16
팔순 고개 넘어…18
홍매화…19
손의 날개…20
달콤한 덫…22
시작이라는 말…24
꽃과 나무…26
사진 한 장…28
보름달과 나 사이…30
금붕어 춤…32
제 2 부
군무…35
꽃은 황무지를 위해 피고…36
군화 발자국소리…38
쑥뜸…40
우물…41
봄의 시…42
연밭에서…43
아침 뜰엔…44
생이 긴 덕에…46
연꽃을 바라보며…48
봄의 손…49
뜰에 나무를 심은 이유…50
납매…52
제 3 부
마무리가 있는 삶…55
나무가 주는 선물…56
산책길…58
태산목꽃…60
해마다 유월이 오면…61
하늘을 안아보다…62
하늘로 간 바이올리니스트…64
거대한 바위산을 향해…65
게으름에 대하여…66
슬픔의 무게…68
길 끝머리에 앉아…70
칠십 년이 흘러도…72
전쟁과 오빠…74
바다의 깊이…76
연못에 발을 담그고…78
제 4 부
장대와 으아리…81
산비둘기 한 쌍…82
나무를 배운다…84
나무를 심는 이유…86
물의 날개…88
바다…90
게발선인장꽃 필 무렵…92
일거리를 찾기…9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96
하늘타리꽃…97
바다의 품…98
손길…100
가로등…102
대둔산을 오르내리며…103
발문/생명이 따뜻한 정원의 시-강영환…104
저자
저자
ㆍ1994년 《한맥문학》 등단
ㆍ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문예창작과 수료
ㆍ시집 『비단향나무와 새와 시』, 『여뀌의 나들이』, 『맨발의 춤사위』, 『비탈 그리고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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