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보였네(가슴에 내리는 시 125)
김사헌 시집
2014년《문학광장》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김사헌 시인의 2021년 상재한 『얼음 꽃밥』 이후 두 번째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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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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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가만히 있어도 많은 도전할 일들이 다가온다. 하물며 도전을 스스로 찾아 나선다면 바닷가로 밀려오는 파도처럼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사헌 시인은 스스로 도전을 찾아 나서는 삶의 유형을 지녔다. 배우는 일은 가장 친근한 도전이고 그 외 낯설고 체험해 보지 못한 인간의 삶에 자력으로 스스로 도전해 보기를 즐겨 한다. 그 일 예로 경남의 여러 자치 군에서 실시하는'농촌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몇 번의 과정을 행복하게 보냈다고 한다. 이런 도전 정신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시는 끝없이 낯설어야 하는 신세계를 찾아간다. 새롭지 않으면 읽을 가치가 없다는 극한적인 언사에도 반박할 근거가 없다. 그런 냉혹한 탐험의 시 세계에 발을 넣고 추구하는 도전 정신이야말로 김사헌 시인이 내세울 수 있는 시적 자산이라고 느낀다.
햇살 먼저 드는 아침 언덕
기운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
어깨 기댄 서로 기둥이 되고
문풍지 떨리는 소리로 깊어가는 동네
짐 가득 찬 손수레
언덕을 넘을 때는
끄는 사람, 미는 사람 따로 없다
산동네 걸어가는 길
쉼 없이 언덕을 오르내리는 일
찬바람, 허기에 등을 낮추는 고갯마루에
앞, 뒤 다투지 않는 수레바퀴
가끔 취한 콧노래로 비틀거리면서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넘는 언덕
노란 웃음 매단 날개로 오르고 싶다
-「언덕」전문
추천사
그는 가끔 수족관 유리메기*가 된다
물속 깊이 몸을 숨겨도
지느러미 움직임 따라
뼈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눈에
꼬리를 내리곤 한다
주말 오후,
백화점 같이 가자는 말
깊은 바다로 떠밀리는 것 같아
순간적으로 미간이 좁혀지지만
무거운 발걸음 가볍게 따라나선다
매장에서 AI 로봇 권유에
수차례 마네킹이 된 후
142ㆍ김사헌 시집
진열장 그림자로 늘 서성이던 남자가
감색 양복 한 벌에 몸을 내주었다
결혼식 하객으로 갈, 정장을 차려입다가
마른 월급과 밤낮없는 아내의 재봉틀에 눌려
이십 년 가난한 햇살로 물든 양복에
꼬리 내리는 지느러미를 보았다
여자 눈에 띄었나 보다
물속 깊이 꼬리 감춘 유리메기
수족관에서 뼈까지 드러낸 채
혼자 지느러미 춤을 춘다
-「속을 보였네」전문
이 작품은 양복 가게에서 옷을 사면서 자신의 속내가 훤히 들통나 보인다는 느낌을 서술한 작품이다. 옷 가게 직원이 자신의 가난을 알아챌 리가 없지만 자괴감으로 스스로 속내를 토로해 보임으로써 지금껏 살아온 과거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 일을 투명한 살로 뼈의 구조까지 다 드러내 보이는 유리메기라는 물고기에 자신을 비유하면서 현실감 있게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유리메기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태국의 강에서 서식하는 뼈와 내장까지 드러나 보이는 투명 물고기이다. 시적 화자는 결혼식에 하객으로 가기 위해 양복을 꺼낸다. 양복이 낡아 아내와 함께 기성복 매장에 가서 로봇 같은 매장 아가씨의 권유로 여러 벌의 옷을 번갈아 입어 보지만 감색 양복에 몸을 내어 준다. 평소에 부피 작은 월급으로 새양복을 맞춰입을 기회가 없었고 아내의 재봉틀로 수선해 주는 옷으로 대체 되기만 했던 가난한 시절이 떠올라 백화점 아가씨가 권하는 양복 앞에 꼬리를 내린다. 속이 투명하게 비쳐 보이는 유리메기처럼 아무리 꼬리를 감추어 보아도 수족관에서는 속이 훤하게 비쳐 보여 뼈까지 드러내
면서 혼자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춤을 추는 자신을 발견해낸다.
사회생활에서 상대에게 속을 감추고 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속을 보여주는 정도가 되려면 아주 친하거나 한솥밥을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위 시에서도 속을 보여주는 상대는 화자의 아내이다. 우리 시대 자신을 숨기고 서로를 속이며 사는 현실에 투명하게 속을 보여 준다는 것은 벌거숭이로 도시의 한 복판에 서 있겠다는 의지나 다름 아니다. 속을 보여줌으로써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도전이며 역설이다.
목차
목차
목차…4
제 1 부 푸른 숨결
갇힌 밤을 걷다…10
우포의 아침…11
네게로 가는 길…12
파도는 야누스다…14
황금 물고기…15
지네 한 마리…16
노을이 타는 강물…18
강물 소리…20
회동 수원지…21
나뭇잎 편지…22
겨울 바다…24
길을 버리다…26
빈 배…27
땅속을 가는 날개…28
낙동강 바람 들다…30
노을 앞에서…32
혼자 우는 새…34
화해…36
낙타의 길…38
제 2 부 하늘 바라기
추락한 날개…40
고독한 나무…41
호박 꿈…42
등꽃향을 줍다…43
날고 싶은 거미…44
이슬…46
붉은 백합…47
하늘 나리…48
도깨비 가지…49
비닐 봉투…50
땅뫼산 황톳길…51
해당화…52
달팽이 날개…54
담쟁이꽃…56
목련…57
푸른 상처…58
황매산 철쭉…60
나의 상사화…61
벼랑에 피운 꽃…62
물티슈…63
풀밭에서…64
얼굴…65
가출…66
제 3 부 호수에 든 얼굴
막차…68
자동문…69
우산 지붕…70
언덕…72
닫힌 문…73
고층 아파트…74
약속…76
열대야…77
낮은 자리…78
풍등…80
시인 세일…82
우보행…83
막차를 보내고…84
바람의 동거…86
눈물…88
굴레를 넘다…90
거울이 눈감다…91
낡은 시계…92
나의 하느님…94
곡예…96
제 4 부 따뜻한 이름
선물…98
아픈 이름 하나…99
그 언덕은, 아직도…100
고등어찌개…101
넘지 못한 언덕…102
따뜻한 밥상…103
나의 왼발…104
눈을 깨우다…105
우편함…106
아버지의 강…108
손을 잡다…110
굽은 허리…111
속을 보였네…112
짧은 그림자…114
눈을 맞추다…116
물의 꿈…117
먼 길을 오다…118
어쩌다 보니…119
나를 찾아서…120
발견…122
어머니 별…124
화선지를 깨우다…126
장미 그늘…128
해설/경계를 넘어서…강영환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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