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가슴에내리는시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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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수행 끝에 광명을 본 스님들도 정각을 드러내는 게송을 읊어 깨달음의 경지를 펼쳐 보인다. 그만큼 침묵은 어려운 것이다. 침묵도 언어라고 했다. 침묵은 동양화에 비워져있는 여백 같은 것이다. 그림 속에서 비어져 있어도 그 여백에는 많은 형상들이 잠재해 있다.
사물놀이에서 농악을 선도하는 괭가리가 어떤 가락의 경지에 도달하면 자신의 역할을 끝내고 뚝 소리를 끊고 만다. 그런데도 가락은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이때 소리를 끊은 괭가리가 자신 역할을 빠져나와 비어버린 그 공간, 다른 악기들은 열심히 연주하는 마당에 연주 없이도 이어지는 침묵의 가락인 것이다.
침묵은 사부대중 앞에 설법을 마친 부처님이 들어 보인 연꽃이며, 그 꽃을 보고 가섭존자가 빙그시 지은 미소인 것이다. 이때 그 침묵은 어떤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품어 가진다.
염화시중의 미소는 침묵으로 이뤄진 설법이다. 이심전심으로 이뤄진 대화야말로 가장 근원에 닿아 있는 본질적인 언어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이어주는 대화인 것이다. 이것 말고 어떤 대화가 이보다 더 깊이있게 상대를 포용할 수가 있을 것인가.
나는‘눈으로 말한다’의 의미를 새긴다. 아기를 안은 엄마가 아기와 눈을 맞추며 바라볼 때 아기가 옹알이로 엄마에게 하는 말이 침묵과 같은 언어이다.
말의 시작은 침묵이다. 침묵 속에는 생각이 들어 있다. 말하기 전의 숱한 생각들이 교차해 가면서 일어나는 발심이 담겨져 있다.
불교 경전 금강경에‘보이는 것은 믿어서는 안되며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서도 안된다’고 하였다. 이는 결국 의미에 갇히지 말라는 말이다.
사물놀이에서 농악을 선도하는 괭가리가 어떤 가락의 경지에 도달하면 자신의 역할을 끝내고 뚝 소리를 끊고 만다. 그런데도 가락은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이때 소리를 끊은 괭가리가 자신 역할을 빠져나와 비어버린 그 공간, 다른 악기들은 열심히 연주하는 마당에 연주 없이도 이어지는 침묵의 가락인 것이다.
침묵은 사부대중 앞에 설법을 마친 부처님이 들어 보인 연꽃이며, 그 꽃을 보고 가섭존자가 빙그시 지은 미소인 것이다. 이때 그 침묵은 어떤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품어 가진다.
염화시중의 미소는 침묵으로 이뤄진 설법이다. 이심전심으로 이뤄진 대화야말로 가장 근원에 닿아 있는 본질적인 언어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이어주는 대화인 것이다. 이것 말고 어떤 대화가 이보다 더 깊이있게 상대를 포용할 수가 있을 것인가.
나는‘눈으로 말한다’의 의미를 새긴다. 아기를 안은 엄마가 아기와 눈을 맞추며 바라볼 때 아기가 옹알이로 엄마에게 하는 말이 침묵과 같은 언어이다.
말의 시작은 침묵이다. 침묵 속에는 생각이 들어 있다. 말하기 전의 숱한 생각들이 교차해 가면서 일어나는 발심이 담겨져 있다.
불교 경전 금강경에‘보이는 것은 믿어서는 안되며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서도 안된다’고 하였다. 이는 결국 의미에 갇히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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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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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작은 침묵이다. 침묵 속에는 생각이 들어 있다. 말하기 전의 숱한 생각들이 교차해 가면서 일어나는 발심이 담겨져 있다. 불교 경전 금강경에'보이는 것은 믿어서는 안되며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서도 안된다'고 하였다. 이는 결국 의미에 갇히지 말라는 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선禪은 의미의 태반에 대한 전쟁이라는 것이며 이는 의미를 차단하는데 목적이 있다. 곧 무언의 상태가 해탈인 것이다.침묵의 언어는 바람 소리이며 물소리다. 침묵의 언어는 내 안에 고여 있는 멍이다. 파도 멍, 물결 멍, 강물 멍, 햇살 멍. 허공 멍, 바람 멍, 풍경 멍 등 온갖 멍 때리는 행위가 뭉쳐 만든 빈터이며 허공이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공空과도 같다. 그래서 침묵의 언어는 의미가 영도에 멈춰있다. 그러기에 0도의 언어는 산문적 판단이나 의미를 거부한다. 주체와 대상을 뛰어 넘어 존재하는 언어다. 그것은 안과 밖이 없는 언어이며 돈오돈수의 경지에 서있는 언어를 말한다. 이는 진여를 찾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내게온다.
화두를 붙들고 앉은 푸른 스님이
없는 문고리를 당겨 열려고 한다
화두는 삼만리는 더 달아나서
도무지 가까이 오려하지 않는다
화두는 상식이 아니다
화두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문고리가 아니다
정각에 닿는 문은 직선에 있지 않아
문고리를 잡아당길 수 없다
그냥 문을 떼어라
〈화두〉 전문
묵언수행 하는 승려처럼 침묵은 자기 수행이다. 말을 아껴 자신의 본래에 도달히고자 한다.
경허의 제자에는 만공, 수월, 혜월이 있다.
****
경허의 제자에는 만공, 수월, 혜월이 있다.
만주로 길 떠나는 수월이 만공과 마주 앉았다. 둘 사이에 놋그릇을 두고서 만공이 수월의 수행 정도를 알아 보기 위해 물었다.
"비어 있는 놋그릇과 무엇을 가득 담은 놋그릇을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수월이 놋그릇을 방문 밖으로 던져 버리고 침묵했다.
그러자 만공이 껄껄껄 웃으면 수월의 손을 잡고 함께 웃었다. 두 스님의 수행 정도를 보여주는 일화로 널리 회자되는 만행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낡은 것이다. 새로운 것은 침묵 속에 있다. 그것을 찾으러 침묵 속으로 걸어간다.
불교에서 말하는 선禪은 의미의 태반에 대한 전쟁이라는 것이며 이는 의미를 차단하는데 목적이 있다. 곧 무언의 상태가 해탈인 것이다.침묵의 언어는 바람 소리이며 물소리다. 침묵의 언어는 내 안에 고여 있는 멍이다. 파도 멍, 물결 멍, 강물 멍, 햇살 멍. 허공 멍, 바람 멍, 풍경 멍 등 온갖 멍 때리는 행위가 뭉쳐 만든 빈터이며 허공이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공空과도 같다. 그래서 침묵의 언어는 의미가 영도에 멈춰있다. 그러기에 0도의 언어는 산문적 판단이나 의미를 거부한다. 주체와 대상을 뛰어 넘어 존재하는 언어다. 그것은 안과 밖이 없는 언어이며 돈오돈수의 경지에 서있는 언어를 말한다. 이는 진여를 찾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내게온다.
화두를 붙들고 앉은 푸른 스님이
없는 문고리를 당겨 열려고 한다
화두는 삼만리는 더 달아나서
도무지 가까이 오려하지 않는다
화두는 상식이 아니다
화두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문고리가 아니다
정각에 닿는 문은 직선에 있지 않아
문고리를 잡아당길 수 없다
그냥 문을 떼어라
〈화두〉 전문
묵언수행 하는 승려처럼 침묵은 자기 수행이다. 말을 아껴 자신의 본래에 도달히고자 한다.
경허의 제자에는 만공, 수월, 혜월이 있다.
****
경허의 제자에는 만공, 수월, 혜월이 있다.
만주로 길 떠나는 수월이 만공과 마주 앉았다. 둘 사이에 놋그릇을 두고서 만공이 수월의 수행 정도를 알아 보기 위해 물었다.
"비어 있는 놋그릇과 무엇을 가득 담은 놋그릇을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수월이 놋그릇을 방문 밖으로 던져 버리고 침묵했다.
그러자 만공이 껄껄껄 웃으면 수월의 손을 잡고 함께 웃었다. 두 스님의 수행 정도를 보여주는 일화로 널리 회자되는 만행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낡은 것이다. 새로운 것은 침묵 속에 있다. 그것을 찾으러 침묵 속으로 걸어간다.
목차
목차
목차…4
자서…3
제 1 부
물을 기다리며…11
도시 그늘…12
도시 위에 오줌통…13
늙은 사랑이 있다…14
포트 홀…15
화석…16
발자국…17
물끄러미…18
빨간 고독…19
부산역에서…20
물바닥…21
누이를 찾아서…22
흐르는 섬…23
닫힌 도시…24
막차…25
삐딱이…26
짐 싸기…27
장례식장에서…28
묵은 골목…29
행복한 노예…30
외톨이…31
하얀 책…32
마침표…33
낮은 것들끼리…34
제 2 부
바람개비…37
갈대잎에 듣는다…38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40
비의 계단…41
불혹…42
은행나무 아래…43
오십견…44
소금 배달부…45
파도 화석…46
구름에 숨다…47
물 뿌리는 남자…48
그리운 달빛…49
칼과 커피…50
침묵이란 말…51
서정시를 위하여…52
나의 분노…54
무장사지…55
사월 꽃씨…56
봄에…57
바퀴자국…58
북항…59
바닥을 사랑한다…60
환을 친다…62
제 3 부
집으로 가는 길…65
잠깐동안…66
눈물 차이다…67
지상을 향하여…68
강끝에 앉아…71
높은 습지…72
봄-산행…73
굴렁쇠…74
우리들의 사랑법…76
순례…77
그늘 밝은 자리…78
구르는 돌…79
시인의 잠…80
뿌리의 마음…82
물통…83
구봉산 가는 길…84
빛이 사는 숲…85
촛불거리…86
철새 도래지…87
슬픔은 북새통으로 간다…88
허기…90
빈손…91
냉동실 시집…92
떠도는 꽃…93
문…94
꽃을 삼키다…95
유리벽 하늘…96
제 4 부
구멍…99
그대 마음을 먹고 싶다…100
불면의 이유…101
치마와 전쟁…102
삼 센티미터…103
다 쓴 볼펜…104
가위와 풀…105
침묵…106
소금과 침묵…108
웃지 못한 얼굴…109
독거 1…110
독거 2…111
송현이…112
안개…114
두 벽시계…115
아파트 숲…116
바다를 선물한다…117
날아가는 그늘…118
뿌리…119
구골목서에 집을 짓다…120
청연…121
다르지 않다…122
초록 식사…123
물처럼…124
오륙도…125
?후기/ 침묵으로 가는 길…126
자서…3
제 1 부
물을 기다리며…11
도시 그늘…12
도시 위에 오줌통…13
늙은 사랑이 있다…14
포트 홀…15
화석…16
발자국…17
물끄러미…18
빨간 고독…19
부산역에서…20
물바닥…21
누이를 찾아서…22
흐르는 섬…23
닫힌 도시…24
막차…25
삐딱이…26
짐 싸기…27
장례식장에서…28
묵은 골목…29
행복한 노예…30
외톨이…31
하얀 책…32
마침표…33
낮은 것들끼리…34
제 2 부
바람개비…37
갈대잎에 듣는다…38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40
비의 계단…41
불혹…42
은행나무 아래…43
오십견…44
소금 배달부…45
파도 화석…46
구름에 숨다…47
물 뿌리는 남자…48
그리운 달빛…49
칼과 커피…50
침묵이란 말…51
서정시를 위하여…52
나의 분노…54
무장사지…55
사월 꽃씨…56
봄에…57
바퀴자국…58
북항…59
바닥을 사랑한다…60
환을 친다…62
제 3 부
집으로 가는 길…65
잠깐동안…66
눈물 차이다…67
지상을 향하여…68
강끝에 앉아…71
높은 습지…72
봄-산행…73
굴렁쇠…74
우리들의 사랑법…76
순례…77
그늘 밝은 자리…78
구르는 돌…79
시인의 잠…80
뿌리의 마음…82
물통…83
구봉산 가는 길…84
빛이 사는 숲…85
촛불거리…86
철새 도래지…87
슬픔은 북새통으로 간다…88
허기…90
빈손…91
냉동실 시집…92
떠도는 꽃…93
문…94
꽃을 삼키다…95
유리벽 하늘…96
제 4 부
구멍…99
그대 마음을 먹고 싶다…100
불면의 이유…101
치마와 전쟁…102
삼 센티미터…103
다 쓴 볼펜…104
가위와 풀…105
침묵…106
소금과 침묵…108
웃지 못한 얼굴…109
독거 1…110
독거 2…111
송현이…112
안개…114
두 벽시계…115
아파트 숲…116
바다를 선물한다…117
날아가는 그늘…118
뿌리…119
구골목서에 집을 짓다…120
청연…121
다르지 않다…122
초록 식사…123
물처럼…124
오륙도…125
?후기/ 침묵으로 가는 길…126
저자
저자
강영환
강영환시인은 경남산청에서 태어나 1977년에「공중의꽃」,1979년《현대문학》에 시 천료(필명강산청).1980년에 시조「남해」당선. 지리산 시집으로『불무장등』,『벽소령』,『그리운 치밭목』,『불일폭포 가는 길』,『다시 지리산을 간다』가있고, 산문집으로『술을 만나고 싶다』가 있고 그 외 시집으로『나에게로 가는 꽃』,『달 가는 길』,『내 안에 파도, 내 밖의 바다』외 다수의 시집이 있다.《시와소금》,부산작가회의 자문위원이며 부산작가상, 부산시인상, 부산시문화상을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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