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모악시인선 27)
김중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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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시인선 27권. 2021년 『사이펀』 신인상을 수상한 김중호 시인의 첫 시집. 시와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단단한 내공의 뼈가 만져진다. 긴 문학 수련 끝에 내놓은 시집의 격이 간결하면서도 허술하지 않을뿐더러, 생활 속에서 시를 자아내는 솜씨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에게 세계의 불가해함은 삶의 영역이 아니다. 김중호 시인에게 이해되는 일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의 외피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타고 스며드는 과정이다. 그리움은 그러한 상처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이다. 그가 삶의 상처를 시의 상처로 옮겨 적을 때, 삶과 상처는 서로의 내면이 된다.
그에게 세계의 불가해함은 삶의 영역이 아니다. 김중호 시인에게 이해되는 일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의 외피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타고 스며드는 과정이다. 그리움은 그러한 상처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이다. 그가 삶의 상처를 시의 상처로 옮겨 적을 때, 삶과 상처는 서로의 내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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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적 은유로 표현하는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
"우리의 얼굴을 비추는 맑은 우물 같은 시편들!"
시로 옮겨 적은 삶의 상처들
모악시인선 27번째 시집으로 김중호 시인의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가 출간되었다. 2021년 『사이펀』 신인상을 수상한 시인의 첫 시집으로, 시와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단단한 내공의 뼈가 만져진다. 긴 문학 수련 끝에 내놓은 시집의 격이 간결하면서도 허술하지 않을뿐더러, 생활 속에서 시를 자아내는 솜씨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산은 늘 먼산"(「시인의 말」)이라고 말하는 김중호 시인에게는 시와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머무름은 // 늘 / 잠깐이어야"(「다음 새가 오기 때문이지」) 한다는 인식은 시인이 시와 벌이는 침묵의 게임을 보는 듯하다. '늘'과 '잠깐'의 어긋난 충돌에서 섣불리 발화할 수 없는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에게 이 순간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자 "서로를 / 그리워할 시간"(「가위」)으로 새겨진다. 해설을 쓴 이진엽 시인의 말처럼 이 순간의 시는 "감동적인 공존의 모습"이다. 김중호 시인은 이렇게 '이해'와 '그리움'의 두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삶의 언어로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그에게 세계의 불가해함은 삶의 영역이 아니다. 김중호 시인에게 이해되는 일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의 외피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타고 스며드는 과정이다. 그리움은 그러한 상처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이다. 그가 삶의 상처를 시의 상처로 옮겨 적을 때, 삶과 상처는 서로의 내면이 된다.
생을 바라보는 시선과 균형 감각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에 수록된 51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 김중호의 삶이 어떤 무늬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그 무늬에서 피 뜨거운 인간의 더운 숨결이 느껴진다.
오직
그리워할 일만 남겨 두었으니
그 또한 좋은 일
빈 화분은 그래서
좋은 일만 앞으로 남았지
누가 와도 좋은 세상일 테지
사랑은 그래서
텅 빈 자리라고 그랬나
-「빈 화분」 부분
첫머리에 「빈 화분」을 배치한 것은 이 시집이야말로 '빈 화분'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다. 비어 있는 자리는 비어 있음 자체로 이미 그리움이고, "누가 와도 좋은" 상황이다. 이러한 시적 인식은 "심은 만큼 죽고 / 죽은 만큼 살 것이다"(「삽목」), "이긴 자는 이긴 자에게 맡기고 / 진 자는 진 자의 몫이 소중할 뿐"(「백제행」)에서 보듯, 편벽에 치우치지 않는 삶의 감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그가 "살아온 날들이 균형이었다면 / 죽음도 균형이라는 걸"(「균형을 잡다」) 이야기할 때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집의 마지막에 이르러 시인은 "그대가 잃어버린 모든 것 / 잘 보관하였다가 / 다 돌려줄 것이니"(「고라니 다리 하나」)라고 약속한다. 살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어딘가에 잘 보관되었다가 때가 되면 '빈 화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자리하는 것처럼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발상은 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얼마나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기
김중호 시집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에서 독자들은 "그대를 내가 볼 수 있어 /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 소멸마저 혼자의 일이 아니다 / 서로는 서로를 / 늘 지켜 본다 / 그래서 기생이 아닌 공생"(「기생과 공생」)의 삶을 만나게 된다. 기생이 아니라 공생이라는 세계 인식의 근저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가 깔려 있고, 그 경외의 한가운데에 무심(無心)이라는 심지가 박혀 있다. "괜시리 누구를 기다려볼까 / 욕심이다"(「그릇 명상」)처럼, 이제 시인에게는 그리움마저도 욕심으로 돌려놓는다. 그런 욕심을 내려놓은 자리에 무심의 삶이 한 생애처럼 펼쳐지지 않을까?
주름을 걱정하랴
주름은 당연하다
입는 순간 주름이 생긴다
주름을 두려워하랴
생기는 것이 주름이라면
따로 무얼 근심하랴
한때 모친께서 일러주셨다
주름은 다리면 그만이라고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면
펴는 일도 당연한 것이다
근심은 근심을 부를 뿐
어떤 주름도 사라지게 마련
주름으로 멸망하는 이 없다네
차라리 근심으로 화를 자초할 뿐
주름을 걱정하랴
다리면 그만인 것을
-「주름」 전문
'주름'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생명 있는 것들의 살아감 자체를 말한다. 우여곡절이라는 것, 사연이라는 것, 그리고 내력이라는 것 모두 구겨져 뭉친 주름의 모습이다. 걱정이나 근심 자체가 사실은 선명한 주름의 형상이다. 그러므로 "생기는 것이 주름이라면 / 따로 무얼 근심하랴"면서 "주름은 다리면 그만"이라는 모친의 말에서 시인은 무심한 진리를 발견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길을 걷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것 자체가 세상에 주름을 만드는 일이 아닌가! 목숨을 연명하느라 들이마시는 숨과 내뱉는 숨도 숨결이라는 주름에 해당한다. 그러니 생명 있는 것들은 저마다 주름을 만드는 일로 분주하다.
김중호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그가 만든 주름의 결을 따라가는 일이고, 그 결이 만드는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한 파동이 일고 / 한 생명이 살았다"(「희생」)는 것처럼, 우리 삶은 주름의 힘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 때 주름은 "우연을 빙자해 / 필연으로 왔으리"(「우연과 필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에 담긴 시편들은 "시적 지향성이 갈등과 분열, 파괴적 타나토스의 힘에 사로잡힌 이 시대에 새삼 삶의 소중한 가치"(해설 「삶과 존재에 대한 진솔한 성찰」)를 지니고 있다. 이 한 권의 시집에 시인 김중호의 생애가 오롯이 실려 있는 것이다.
"우리의 얼굴을 비추는 맑은 우물 같은 시편들!"
시로 옮겨 적은 삶의 상처들
모악시인선 27번째 시집으로 김중호 시인의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가 출간되었다. 2021년 『사이펀』 신인상을 수상한 시인의 첫 시집으로, 시와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단단한 내공의 뼈가 만져진다. 긴 문학 수련 끝에 내놓은 시집의 격이 간결하면서도 허술하지 않을뿐더러, 생활 속에서 시를 자아내는 솜씨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산은 늘 먼산"(「시인의 말」)이라고 말하는 김중호 시인에게는 시와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머무름은 // 늘 / 잠깐이어야"(「다음 새가 오기 때문이지」) 한다는 인식은 시인이 시와 벌이는 침묵의 게임을 보는 듯하다. '늘'과 '잠깐'의 어긋난 충돌에서 섣불리 발화할 수 없는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에게 이 순간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자 "서로를 / 그리워할 시간"(「가위」)으로 새겨진다. 해설을 쓴 이진엽 시인의 말처럼 이 순간의 시는 "감동적인 공존의 모습"이다. 김중호 시인은 이렇게 '이해'와 '그리움'의 두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삶의 언어로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그에게 세계의 불가해함은 삶의 영역이 아니다. 김중호 시인에게 이해되는 일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의 외피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타고 스며드는 과정이다. 그리움은 그러한 상처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이다. 그가 삶의 상처를 시의 상처로 옮겨 적을 때, 삶과 상처는 서로의 내면이 된다.
생을 바라보는 시선과 균형 감각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에 수록된 51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 김중호의 삶이 어떤 무늬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그 무늬에서 피 뜨거운 인간의 더운 숨결이 느껴진다.
오직
그리워할 일만 남겨 두었으니
그 또한 좋은 일
빈 화분은 그래서
좋은 일만 앞으로 남았지
누가 와도 좋은 세상일 테지
사랑은 그래서
텅 빈 자리라고 그랬나
-「빈 화분」 부분
첫머리에 「빈 화분」을 배치한 것은 이 시집이야말로 '빈 화분'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다. 비어 있는 자리는 비어 있음 자체로 이미 그리움이고, "누가 와도 좋은" 상황이다. 이러한 시적 인식은 "심은 만큼 죽고 / 죽은 만큼 살 것이다"(「삽목」), "이긴 자는 이긴 자에게 맡기고 / 진 자는 진 자의 몫이 소중할 뿐"(「백제행」)에서 보듯, 편벽에 치우치지 않는 삶의 감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그가 "살아온 날들이 균형이었다면 / 죽음도 균형이라는 걸"(「균형을 잡다」) 이야기할 때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집의 마지막에 이르러 시인은 "그대가 잃어버린 모든 것 / 잘 보관하였다가 / 다 돌려줄 것이니"(「고라니 다리 하나」)라고 약속한다. 살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어딘가에 잘 보관되었다가 때가 되면 '빈 화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자리하는 것처럼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발상은 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얼마나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기
김중호 시집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에서 독자들은 "그대를 내가 볼 수 있어 /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 소멸마저 혼자의 일이 아니다 / 서로는 서로를 / 늘 지켜 본다 / 그래서 기생이 아닌 공생"(「기생과 공생」)의 삶을 만나게 된다. 기생이 아니라 공생이라는 세계 인식의 근저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가 깔려 있고, 그 경외의 한가운데에 무심(無心)이라는 심지가 박혀 있다. "괜시리 누구를 기다려볼까 / 욕심이다"(「그릇 명상」)처럼, 이제 시인에게는 그리움마저도 욕심으로 돌려놓는다. 그런 욕심을 내려놓은 자리에 무심의 삶이 한 생애처럼 펼쳐지지 않을까?
주름을 걱정하랴
주름은 당연하다
입는 순간 주름이 생긴다
주름을 두려워하랴
생기는 것이 주름이라면
따로 무얼 근심하랴
한때 모친께서 일러주셨다
주름은 다리면 그만이라고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면
펴는 일도 당연한 것이다
근심은 근심을 부를 뿐
어떤 주름도 사라지게 마련
주름으로 멸망하는 이 없다네
차라리 근심으로 화를 자초할 뿐
주름을 걱정하랴
다리면 그만인 것을
-「주름」 전문
'주름'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생명 있는 것들의 살아감 자체를 말한다. 우여곡절이라는 것, 사연이라는 것, 그리고 내력이라는 것 모두 구겨져 뭉친 주름의 모습이다. 걱정이나 근심 자체가 사실은 선명한 주름의 형상이다. 그러므로 "생기는 것이 주름이라면 / 따로 무얼 근심하랴"면서 "주름은 다리면 그만"이라는 모친의 말에서 시인은 무심한 진리를 발견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길을 걷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것 자체가 세상에 주름을 만드는 일이 아닌가! 목숨을 연명하느라 들이마시는 숨과 내뱉는 숨도 숨결이라는 주름에 해당한다. 그러니 생명 있는 것들은 저마다 주름을 만드는 일로 분주하다.
김중호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그가 만든 주름의 결을 따라가는 일이고, 그 결이 만드는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한 파동이 일고 / 한 생명이 살았다"(「희생」)는 것처럼, 우리 삶은 주름의 힘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 때 주름은 "우연을 빙자해 / 필연으로 왔으리"(「우연과 필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에 담긴 시편들은 "시적 지향성이 갈등과 분열, 파괴적 타나토스의 힘에 사로잡힌 이 시대에 새삼 삶의 소중한 가치"(해설 「삶과 존재에 대한 진솔한 성찰」)를 지니고 있다. 이 한 권의 시집에 시인 김중호의 생애가 오롯이 실려 있는 것이다.
목차
목차
1부 다음 새가 오기 때문이지
빈 화분 / 다음 새가 오기 때문이지 / 나팔꽃 / 가시 / 삼월 / 사자의 서 / 동백 / 거미 / 발톱 / 보름 / 비료 / 삽목 / 석부작 / 쑥 / 순두부
2부 아주 흔한 일
이별은 조금씩 온다 / 그릇 명상 / 어물전을 지나며 / 유성펜과 뚜껑 / 잃어버린 열쇠를 찾다 /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 / 가위 / 공간론 / 주름 / 잡어 / 나도 팔자에 없는 아비 되려나 / 초대 / 옷걸이에 대한 명상 / 신호등 앞에 서면 / 아주 흔한 일
3부 고개를 떨구다
기생과 공생 / 꽃말 / 고개를 떨구다 / 딸기 / 우연과 필연 / 안과 밖 / 사랑초 / 불행은 사소한 것이다 / 묵언과 소리 / 산이끼 / 월산 / 하박과 노산이 만나 / 백제행 / 난설헌
4부 균형을 잡다
꿩 농장에 꿩은 없다 / 균형을 잡다 / 사랑 앞에서는 내가 졌다 / 낡은 외투 / 생선을 굽다 / 잔 진동 / 희생 / 새벽달 / 앙숙 / 간지럽다 / 아프면 소리를 낸다 / 혀 / 꼬리뼈 / 고라니 다리 하나
해설 「삶과 존재에 대한 진솔한 성찰」ㆍ이진엽
빈 화분 / 다음 새가 오기 때문이지 / 나팔꽃 / 가시 / 삼월 / 사자의 서 / 동백 / 거미 / 발톱 / 보름 / 비료 / 삽목 / 석부작 / 쑥 / 순두부
2부 아주 흔한 일
이별은 조금씩 온다 / 그릇 명상 / 어물전을 지나며 / 유성펜과 뚜껑 / 잃어버린 열쇠를 찾다 /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 / 가위 / 공간론 / 주름 / 잡어 / 나도 팔자에 없는 아비 되려나 / 초대 / 옷걸이에 대한 명상 / 신호등 앞에 서면 / 아주 흔한 일
3부 고개를 떨구다
기생과 공생 / 꽃말 / 고개를 떨구다 / 딸기 / 우연과 필연 / 안과 밖 / 사랑초 / 불행은 사소한 것이다 / 묵언과 소리 / 산이끼 / 월산 / 하박과 노산이 만나 / 백제행 / 난설헌
4부 균형을 잡다
꿩 농장에 꿩은 없다 / 균형을 잡다 / 사랑 앞에서는 내가 졌다 / 낡은 외투 / 생선을 굽다 / 잔 진동 / 희생 / 새벽달 / 앙숙 / 간지럽다 / 아프면 소리를 낸다 / 혀 / 꼬리뼈 / 고라니 다리 하나
해설 「삶과 존재에 대한 진솔한 성찰」ㆍ이진엽
저자
저자
김중호
김중호 시인은 1965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를 졸업했다. 2021년 『사이펀』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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