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비르지니
이 작품은 작가가 모리셔스 섬에서 몸소 겪은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자본으로 인해 인간성이 황폐해진 프랑스와 이곳 섬사람의 소박하고 순수한 삶을 비교해 놓음으로써 인간의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프랑스 같은 유럽 사회는 문명이 발달해 온갖 교육을 받지만,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부와 명예를 향한 욕구도 커져서 탐욕스러운 사회로 변하고 만다. 부를 움켜쥔 사람이 권력자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라 종교도 돈에 복무하고, 문학도 돈에 복무하는 등 재산과 쾌락 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회로 줄달음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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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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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리셔스에 사는 섬사람은 돈에 대한 관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웃과의 사랑을 의무이자 즐거움으로 여기며 산다. 그들은 글자도 모르고, 거짓말도 모르고, 물건을 훔치는 법도 모르고, 시기와 질투도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나이는 농작물을 수확한 횟수로 짐작하고, 계절은 꽃과 열매로 인식하고, 시간은 나무 그늘로 계산하는 등 세월에 몸을 맡긴 채 평화와 미덕을 바탕으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숨겨야 할 일이 없었기에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배은망덕한 아이에게 신이 무서운 벌을 내린다고 해도 아이들은 눈 하나 끔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 표현해 놓은 자연 묘사와 문명 묘사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빼어나서 자연에는 경의를, 문명에는 경멸의 마음이 생기게 한다. 초라하지만 인간미 물씬 풍기는 오두막, 바위와 나무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시냇물, 숲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새들, 바위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숲 등은 손에 잡힐 듯이 아른거린다.
'그 바위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가 먹먹하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으나 물의 속삭임은 들릴 만큼 가까이 있어서 경치를 보며 상쾌함을 느끼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인간성 회복으로, 돈보다는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답게 살자는 말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여성을 욕망의 도구로 이용하고, 재력으로 사람을 멸시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하고, 돈으로 지위나 명예를 사는 등 문명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고발하고는, 도덕과 윤리, 제도와 의식도 없는 외딴 섬에서 자연과 더불어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대원칙을 설파한다.
'불필요한 학문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절대로 없었고, 고통스러운 도덕 수업도 없어서 지루해하거나 힘들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양쪽 집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터라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 삶과 죽음의 낭만적 이야기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비곗덩어리』, 『여자의 일생』 등을 쓴 기 드 모파상은 그의 대표 소설 『벨 아미』에서 이 작품 제목을 직접 언급한다.
'깔끔하고 보잘것없는 이 집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라곤 성수반 위에 있는 십자가, 초록색 종려나무 아래 있는 『폴과 비르지니』, 그리고 갈색 말을 타고 있는 나폴레옹 1세의 색칠된 그림 두 장뿐이었다.'
고전소설을 확립한 작가로 『시골 의사』, 『외제니 그랑데』 등을 쓴 오노레 드 발자크도 그의 대표 소설 『마을의 사제』에서 이 작품을 소개한다.
'천재적인 작가의 손에서 나온, 프랑스어로 된 책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책에 속하는 작품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감정교육』, 『성 앙투안의 유혹』 등을 쓴 귀스타브 플로베르도 그 유명한 소설 『보바리 부인』에서 노골적으로 이 작품을 얘기한다.
'그녀는 『폴과 비르지니』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작은 대나무 집, 흑인 하인 도맹그, 개 피델, 그리고 무엇보다도 빨간 열매를 찾아 교회 종루보다 더 높은 나무에 오르고, 맨발로 모래밭을 달려가 새의 둥지를 가져오는 다정한 오빠의 우정을 꿈꾸곤 했다.'
이처럼 당대에서 내로라하는 예술가가 이 작품에 영향을 받은 이유는 불안이 없는 낭만적 삶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간을 쉽게 타락하는 존재로 인식하는데, 인간이 물질을 욕망한다면 탐하는 사람도 망하고 소유한 자도 망한다고 경고한다.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은 물질보다는 자연을, 문명보다는 문맹을 추구해야 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어머니의 사랑 같은 자연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어야 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에도 충실하고 죽음에도 충실히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작가는 불안한 낮 다음에 맞는 밤을 죽음이라고 상정하는데,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 슬픔,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죽음의 잠에 빠져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삶이 순수했다면 미래를 확신하며 차분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위해 삶을 살든, 자연에 동화된 순수한 삶을 살든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닥치면 죽어야 하는 것이고, 생을 마감하는 끔찍한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도록 마음이 이끄는 삶을, 개성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 체제에 얽매이기보다 자유와 본능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낭만적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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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작가이자 식물학자인 베르나르댕 드 생 피에르는 1737년 1월 19일 프랑스 서북부의 항구 도시 르아브르에서 태어난다. 어린 시절에는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큰 감명을 받는데, 늘 모험을 꿈꾸며 성장해서 그런지 선장이던 삼촌과 함께 서인도제도로 여행을 떠나는 등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현재의 모리셔스로 가 2년 동안 식물을 연구한다. 계몽주의 혁명가 장 자크 루소와도 특별한 관계였다. 생 피에르는 루소의 친구이자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기도 하고, 파리와 파리 근교에서 함께 식물 연구에 힘을 쏟기도 한다. 그 결과 『자연의 연구』라는 책을 출간해 큰 명성을 얻는다. 생 피에르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볼테르와 스승인 루소 같은 계몽주의 지식인의 영향을 받아 체화하고, 이후에는 낭만주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는 1814년 1월 21일 세상을 떠나기까지 『폴과 비르지니(Paul et Virginie)』를 비롯해 『프랑스 섬으로의 여행』, 『자연의 연구』, 『인도의 초가집』 등의 작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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