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2)
구광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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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
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한다면 때늦은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내었다면?
한참이나 앞서가는 놀라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전 5권은 우리 옛이야기를 둘러앉아 말로 하던 원래 모습과 그 정신을 살려 복원한다. 전통시대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를 사건 전개의 개연성과 구체성을 강화하며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옛이야기를 소설화하는 이 같은 작업의 저변에는 전통시대 이야기의 힘과 공동체의 정신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고자 하는 일이다.
소설이 발흥하여 융성하는 사이 옛이야기와 그 판이 쇠퇴한 것은 문화사의 거대한 흐름이다. 입말투(구어체)로 구연할 수 있는 형식을 창출하며, 때로는 옛이야기가 구연되는 상황과 옛이야기가 실제 삶 가운데 살아 있던 당시의 세상을 함께 재현하는 이 작업은 그렇다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이자 들을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한, 즉 일종의 구연 대본을 지향하는 듯한 이 작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문자문화의 등장과 함께 쇠퇴한 구술문화를 되살리면서, 오래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판의 놀라운 힘을 동시에 되찾아오는 일이다.
태곳적 세상의 모습을 그린 신화적 옛이야기의 1권부터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 2권, 민중의 좌절하지 않는 낙관적 삶과 기상천외의 발상을 담은 3권, 지하 세상 괴물 퇴치 모험담인 4권(경장편), 그리고 아기장수의 비극과 민중의 염원을 새긴 5권(경장편)까지. 작가는 모든 세대에게 충분히 의미 깊고 흥미로우리라 기대한다. 무명의 이야기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찾아 담아낸 삶의 깊은 지혜와도 가슴 벅차게 만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우리 옛이야기의 복원과 계승.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이를 통해 문자문화로서의 문학을 넘어선 새로운 문학을 예감하게 한다. 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 한참이나 앞서가는 이야기라는 주장을 이제 찬찬히 검토할 때다.
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한다면 때늦은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내었다면?
한참이나 앞서가는 놀라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전 5권은 우리 옛이야기를 둘러앉아 말로 하던 원래 모습과 그 정신을 살려 복원한다. 전통시대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를 사건 전개의 개연성과 구체성을 강화하며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옛이야기를 소설화하는 이 같은 작업의 저변에는 전통시대 이야기의 힘과 공동체의 정신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고자 하는 일이다.
소설이 발흥하여 융성하는 사이 옛이야기와 그 판이 쇠퇴한 것은 문화사의 거대한 흐름이다. 입말투(구어체)로 구연할 수 있는 형식을 창출하며, 때로는 옛이야기가 구연되는 상황과 옛이야기가 실제 삶 가운데 살아 있던 당시의 세상을 함께 재현하는 이 작업은 그렇다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이자 들을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한, 즉 일종의 구연 대본을 지향하는 듯한 이 작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문자문화의 등장과 함께 쇠퇴한 구술문화를 되살리면서, 오래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판의 놀라운 힘을 동시에 되찾아오는 일이다.
태곳적 세상의 모습을 그린 신화적 옛이야기의 1권부터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 2권, 민중의 좌절하지 않는 낙관적 삶과 기상천외의 발상을 담은 3권, 지하 세상 괴물 퇴치 모험담인 4권(경장편), 그리고 아기장수의 비극과 민중의 염원을 새긴 5권(경장편)까지. 작가는 모든 세대에게 충분히 의미 깊고 흥미로우리라 기대한다. 무명의 이야기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찾아 담아낸 삶의 깊은 지혜와도 가슴 벅차게 만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우리 옛이야기의 복원과 계승.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이를 통해 문자문화로서의 문학을 넘어선 새로운 문학을 예감하게 한다. 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 한참이나 앞서가는 이야기라는 주장을 이제 찬찬히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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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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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예전 사랑방이나 정자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전하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들을 입말투(구어체) 현대소설로 재창조하였다. 고독한 존재인 작가가 또 다른 고독한 존재인 미지의 독자를 향하여 자판을 두드려 보내는 모스부호 같은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 듣는 사람이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까지 꾸며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는 우리 옛이야기 소설화 작업인 전 5권의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통상적인 소설의 경계를 넘어선 이 작품들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는 물론 잊고 있던 이야기판까지 되살리고 있다. 작가는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에서 독자들이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과 함께 이야기판의 열린 구조와 역동성을 흥겨우면서도 감동적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들였다.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이야기인 [나는 할멈이 아니오][여우 누이와 세 오빠] [산속 거인] [지네 처녀와 보낸 삼 년] [호랑이가 들려준 이야기]와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인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새털옷 신랑]은 어릴 때 오금 저리며 들었던 옛이야기들에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졸이게 한다. 독자는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에 놀라고, 이야기를 복원하고 확장하는 작가의 의지와 솜씨에 또 놀란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개설!
구술로 전해지던 옛이야기의 전통을 복원하고,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출간에 즈음하여 네이버의 오디오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채널(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76)을 개설하였다. 문자문화와 구술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이야기판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이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구연동화나 기존 소설의 단순 낭독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판을 펼친다. 오디오 퍼포먼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
[책속으로 이어서]
말 난 김에 제대로 기억해둬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를 잘 끊이지 않을 삼줄에 매어서 호랑이가 많은 산으로 올라갔군요. 가서는 무슨 나무에 강아지를 붙들어 매어두었겠군요. 얼마 있으니 호랑이가 떼로 나타났고 말이지요. 강아지를 본 호랑이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달려들었겠지요. 그 중에 제일 앞선 놈이 덥석 물었겠다. 그런데 이게 기름칠을 해놓은 강아지인지라 미끄덩하고 그냥 뱃속으로 들어가더란 소리 아닙니까?
아, 네. 그러니까요. 그러고서는 내처 똥구멍을 미끄덩하고 빠져나왔고 말이지요.
한발 늦어 허공이나 물어뜯던 호랑이들은 멈칫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휙 나타난 강아지를 보고서 말입니다. 그래도 그 중에는 얼른 정신 차린 놈이 있었겠지요. 나서서 냉큼 낚아채는 놈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놈도 기름칠한 강아지는 물어뜯지 못할 수밖에요. 그냥 뱃속으로 꿀꺽 삼켰겠지요. 기름칠한 강아지는 이번에도 뱃속에서 미끄덩하고 똥구멍으로 빠져나갔을 일이고요. 아, 이렇게 호랑이들이 차례대로 달려들고 나니, 이런, 이런 모습이 될 수밖에요.
기름칠한 강아지가 질긴 삼줄을 목에 맨 채로 여러 호랑이 뱃속을 들고났으니, 달려들었던 호랑이들은 입구멍과 똥구멍이 꿰이게 되었으니, 이건 마치 곶감 꼬치 같군요.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p.181-182
입이 벙긋벙긋하면서도 대감은 또 울상이 되더군요. 제 몸뚱이를 연방 쳐다보면서 말입니다.
"대감께서 주신 돈만큼 약을 샀더니 효험이 이 정도밖에 없군요. 아, 그래도 약을 더 먹으면 틀림없이 더 효험을 볼 수 있는 병이니 천만다행입니다. 약값을 좀 더 주시면 더 사다 바치겠습니다. 아니면 저도 집안 일이 있어,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한 마디는 잘 계산해서 덧붙인 것이었습니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면서 말입지요. 그놈의 대감 어쩌나 보려고 그 말 했더니 납작 엎드리듯 하며 나를 붙잡더군요. 자기 병 다 나을 때까지는 제발 옆에 있어 달라면서 말이지요.
이번에도 대감은 내가 천석지기 팔아 마련한 돈 정도를 내놓았습니다.
그리해 내가 약탕기에 담아온 약으로 대감은 몸통까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네 다리가 돼지 아니겠습니까? 나머지 돈도 다 받을 일이 남아 있었지요.
그리해 나는 삼천석지기 재산 다 찾았고 대감은 원래 제 몸을 다 되찾았습니다.
나는 벼슬자리야 끝내 얻지 못했지만 대감으로부터 은공 잊지 않겠다는 소리 여러 번 듣고 대접도 후하게 받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진짜 시골로 내려가기 위해 대감 댁을 나왔지요.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하는 소리도 우렁차게 하고서 말입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p. 269
옛날에 새를 잘 잡는 총각이 있었어.
우연히 제 재주를 알게 된 총각은 주위 어른이나 친구들이 뜯어말리는데도 남의집살이 집어치우고 세상을 떠돌았지.
새 하나는 귀신같이 잡았어. 참새든 메추라기든 겨냥만 제대로 하면 다 잡을 수 있었다니까. 산중이나 들판에서는 잡은 새 불에 구워 요기를 했겠지. 장끼와 까투리를 쌍으로 허리에 매달고 가거나 하다 보면 신기해하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했겠지. 그때는 그 사람에게 잡은 새 넘겨주는 대신 밥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이지. 옷을 얻기도 하고 잠자리를 얻기도 하고 말이야.
몇 날 며칠 붙들고서 새 잡는 법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나 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지. 삼시 세끼 따뜻한 밥 먹을 수 있었지. 좋았지. 그래도 오래 한 곳에 머물지는 않아. 어디든 머물다 보면 묻는 사람들이 나온단 말이야. 이름은 뭐냐. 부모는 누구냐. 어느 고을에서 살았느냐. 재주는 어떻게 익혔느냐. 그 총각 자세히 이야기하는 법이 없어. 부를 때 새샙이라 부르면 된다, 뭐 그 정도만 시원하게 털어놓을 뿐이었다니까. 주위에서 새잡이 났다느니 해대더니 언젠가부터 새샙이라 부르더라는 사연, 뭐 그 정도도 잘 말하지 않았다니까.
한번은 어떤 동네에서 가을에 새 쫓는 일을 맡게 됐네. 막을 짓고 머물며 곡식 지켜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부탁받고서였지.
종우야, 너도 여기 와 들어봐라. 이 고모가 이야기를 막 시작한 터이니 앉아 들어봐라. 이번에는 새샙이 이야기다.
-<새털옷 신랑> p. 275-276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의 작업은 입말투와 현장성을 살려 옛이야기를 복원하고 계승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는 주로 복원과 계승에서 내용적인 측면과 관련한 사항들을 말한 셈입니다. 이제 서둘러 말하려 하는 것은 형식적인 측면과 관련한 것인데요,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인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와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과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에 대해서는 내용 해설을 생략하고 입말투와 현장성에 대한 형식 논의로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능해 보입니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소설은 혼자 읽는 것이고 옛이야기는 마주 앉거나 둘러앉아 하고 듣는 것이지요. 옛이야기를 제대로 복원하겠다면 옛이야기의 근원상황, 그러니까 마주 앉거나 둘러앉아 하고 듣는 상황을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한 사람의 고독한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 작가는 곁에 없습니다. 그는 우리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어느 곳 어느 때 소설을 쓰고 기계적 인쇄의 과정을 거쳐 미지의 우리에게 보냅니다. 그러나 옛이야기를 하는 사람, 구연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듣는 우리 앞에 있어야만 하지요. 이것은 엄청난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바로 소설과 옛이야기 사이의 거리입니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소설이되 옛이야기입니다. 그냥 소설이 아니라 옛이야기를 복원하고 계승한 소설이라는 것이지요. 복원이나 계승은 그것이 함께 논의될 때 결코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이 됩니다. 이 작업의 복원은 박물관용 복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을 지워버리고 옛것 그대로의 육체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새것과 다른 옛것의 특징을 발견해 그 근본정신을 복원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계승은 새것이 상실해버렸으나 옛것에는 있는 것 가운데 계승할 가치가 있고 또 계승할 수 있는 것을 계승하는 일입니다. 나는 옛이야기의 특징 가운데서도 복원할 수 있고 복원할 가치가 있는 것을 오늘의 상황에 맞게 계승하려 합니다. 그것을 나는 입말투와 현장성으로 요약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작가노트: 옛이야기란 무엇인가> p. 330-331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예전 사랑방이나 정자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전하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들을 입말투(구어체) 현대소설로 재창조하였다. 고독한 존재인 작가가 또 다른 고독한 존재인 미지의 독자를 향하여 자판을 두드려 보내는 모스부호 같은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 듣는 사람이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까지 꾸며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는 우리 옛이야기 소설화 작업인 전 5권의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통상적인 소설의 경계를 넘어선 이 작품들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는 물론 잊고 있던 이야기판까지 되살리고 있다. 작가는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에서 독자들이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과 함께 이야기판의 열린 구조와 역동성을 흥겨우면서도 감동적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들였다.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이야기인 [나는 할멈이 아니오][여우 누이와 세 오빠] [산속 거인] [지네 처녀와 보낸 삼 년] [호랑이가 들려준 이야기]와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인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새털옷 신랑]은 어릴 때 오금 저리며 들었던 옛이야기들에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졸이게 한다. 독자는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에 놀라고, 이야기를 복원하고 확장하는 작가의 의지와 솜씨에 또 놀란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개설!
구술로 전해지던 옛이야기의 전통을 복원하고,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출간에 즈음하여 네이버의 오디오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채널(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76)을 개설하였다. 문자문화와 구술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이야기판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이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구연동화나 기존 소설의 단순 낭독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판을 펼친다. 오디오 퍼포먼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
[책속으로 이어서]
말 난 김에 제대로 기억해둬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를 잘 끊이지 않을 삼줄에 매어서 호랑이가 많은 산으로 올라갔군요. 가서는 무슨 나무에 강아지를 붙들어 매어두었겠군요. 얼마 있으니 호랑이가 떼로 나타났고 말이지요. 강아지를 본 호랑이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달려들었겠지요. 그 중에 제일 앞선 놈이 덥석 물었겠다. 그런데 이게 기름칠을 해놓은 강아지인지라 미끄덩하고 그냥 뱃속으로 들어가더란 소리 아닙니까?
아, 네. 그러니까요. 그러고서는 내처 똥구멍을 미끄덩하고 빠져나왔고 말이지요.
한발 늦어 허공이나 물어뜯던 호랑이들은 멈칫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휙 나타난 강아지를 보고서 말입니다. 그래도 그 중에는 얼른 정신 차린 놈이 있었겠지요. 나서서 냉큼 낚아채는 놈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놈도 기름칠한 강아지는 물어뜯지 못할 수밖에요. 그냥 뱃속으로 꿀꺽 삼켰겠지요. 기름칠한 강아지는 이번에도 뱃속에서 미끄덩하고 똥구멍으로 빠져나갔을 일이고요. 아, 이렇게 호랑이들이 차례대로 달려들고 나니, 이런, 이런 모습이 될 수밖에요.
기름칠한 강아지가 질긴 삼줄을 목에 맨 채로 여러 호랑이 뱃속을 들고났으니, 달려들었던 호랑이들은 입구멍과 똥구멍이 꿰이게 되었으니, 이건 마치 곶감 꼬치 같군요.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p.181-182
입이 벙긋벙긋하면서도 대감은 또 울상이 되더군요. 제 몸뚱이를 연방 쳐다보면서 말입니다.
"대감께서 주신 돈만큼 약을 샀더니 효험이 이 정도밖에 없군요. 아, 그래도 약을 더 먹으면 틀림없이 더 효험을 볼 수 있는 병이니 천만다행입니다. 약값을 좀 더 주시면 더 사다 바치겠습니다. 아니면 저도 집안 일이 있어,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한 마디는 잘 계산해서 덧붙인 것이었습니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면서 말입지요. 그놈의 대감 어쩌나 보려고 그 말 했더니 납작 엎드리듯 하며 나를 붙잡더군요. 자기 병 다 나을 때까지는 제발 옆에 있어 달라면서 말이지요.
이번에도 대감은 내가 천석지기 팔아 마련한 돈 정도를 내놓았습니다.
그리해 내가 약탕기에 담아온 약으로 대감은 몸통까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네 다리가 돼지 아니겠습니까? 나머지 돈도 다 받을 일이 남아 있었지요.
그리해 나는 삼천석지기 재산 다 찾았고 대감은 원래 제 몸을 다 되찾았습니다.
나는 벼슬자리야 끝내 얻지 못했지만 대감으로부터 은공 잊지 않겠다는 소리 여러 번 듣고 대접도 후하게 받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진짜 시골로 내려가기 위해 대감 댁을 나왔지요.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하는 소리도 우렁차게 하고서 말입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p. 269
옛날에 새를 잘 잡는 총각이 있었어.
우연히 제 재주를 알게 된 총각은 주위 어른이나 친구들이 뜯어말리는데도 남의집살이 집어치우고 세상을 떠돌았지.
새 하나는 귀신같이 잡았어. 참새든 메추라기든 겨냥만 제대로 하면 다 잡을 수 있었다니까. 산중이나 들판에서는 잡은 새 불에 구워 요기를 했겠지. 장끼와 까투리를 쌍으로 허리에 매달고 가거나 하다 보면 신기해하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했겠지. 그때는 그 사람에게 잡은 새 넘겨주는 대신 밥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이지. 옷을 얻기도 하고 잠자리를 얻기도 하고 말이야.
몇 날 며칠 붙들고서 새 잡는 법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나 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지. 삼시 세끼 따뜻한 밥 먹을 수 있었지. 좋았지. 그래도 오래 한 곳에 머물지는 않아. 어디든 머물다 보면 묻는 사람들이 나온단 말이야. 이름은 뭐냐. 부모는 누구냐. 어느 고을에서 살았느냐. 재주는 어떻게 익혔느냐. 그 총각 자세히 이야기하는 법이 없어. 부를 때 새샙이라 부르면 된다, 뭐 그 정도만 시원하게 털어놓을 뿐이었다니까. 주위에서 새잡이 났다느니 해대더니 언젠가부터 새샙이라 부르더라는 사연, 뭐 그 정도도 잘 말하지 않았다니까.
한번은 어떤 동네에서 가을에 새 쫓는 일을 맡게 됐네. 막을 짓고 머물며 곡식 지켜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부탁받고서였지.
종우야, 너도 여기 와 들어봐라. 이 고모가 이야기를 막 시작한 터이니 앉아 들어봐라. 이번에는 새샙이 이야기다.
-<새털옷 신랑> p. 275-276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의 작업은 입말투와 현장성을 살려 옛이야기를 복원하고 계승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는 주로 복원과 계승에서 내용적인 측면과 관련한 사항들을 말한 셈입니다. 이제 서둘러 말하려 하는 것은 형식적인 측면과 관련한 것인데요,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인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와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과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에 대해서는 내용 해설을 생략하고 입말투와 현장성에 대한 형식 논의로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능해 보입니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소설은 혼자 읽는 것이고 옛이야기는 마주 앉거나 둘러앉아 하고 듣는 것이지요. 옛이야기를 제대로 복원하겠다면 옛이야기의 근원상황, 그러니까 마주 앉거나 둘러앉아 하고 듣는 상황을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한 사람의 고독한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 작가는 곁에 없습니다. 그는 우리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어느 곳 어느 때 소설을 쓰고 기계적 인쇄의 과정을 거쳐 미지의 우리에게 보냅니다. 그러나 옛이야기를 하는 사람, 구연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듣는 우리 앞에 있어야만 하지요. 이것은 엄청난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바로 소설과 옛이야기 사이의 거리입니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소설이되 옛이야기입니다. 그냥 소설이 아니라 옛이야기를 복원하고 계승한 소설이라는 것이지요. 복원이나 계승은 그것이 함께 논의될 때 결코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이 됩니다. 이 작업의 복원은 박물관용 복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을 지워버리고 옛것 그대로의 육체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새것과 다른 옛것의 특징을 발견해 그 근본정신을 복원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계승은 새것이 상실해버렸으나 옛것에는 있는 것 가운데 계승할 가치가 있고 또 계승할 수 있는 것을 계승하는 일입니다. 나는 옛이야기의 특징 가운데서도 복원할 수 있고 복원할 가치가 있는 것을 오늘의 상황에 맞게 계승하려 합니다. 그것을 나는 입말투와 현장성으로 요약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작가노트: 옛이야기란 무엇인가> p. 330-331
목차
목차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5
나는 할멈이 아니오 11
여우 누이와 세 오빠 41
산속 거인 81
지네 처녀와 보낸 삼 년 113
호랑이가 들려준 이야기 153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179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 209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241
새털옷 신랑 273
작가노트: 옛이야기란 무엇인가 313
나는 할멈이 아니오 11
여우 누이와 세 오빠 41
산속 거인 81
지네 처녀와 보낸 삼 년 113
호랑이가 들려준 이야기 153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179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 209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241
새털옷 신랑 273
작가노트: 옛이야기란 무엇인가 313
저자
저자
구광본
1986년 등단해 그동안 『미궁』 『맘모스 편의점』 등의 소설집을 펴냈다. 오늘의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소설 신인상),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협성대 문창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는 우리 옛이야기 소설화 작업인 전 5권의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통상적인 소설의 경계를 넘어선 이 작품들은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는 물론, 잊고 있던 이야기판까지 되살리고 있다. 작가는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에서 독자들이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과 함께 이야기판의 열린 구조와 역동성을 흥겨우면서도 감동적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들였다.
시리즈 출간에 즈음해 구술문화의 현대적 계승을 실감 있게 전달할 오디오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는 우리 옛이야기 소설화 작업인 전 5권의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통상적인 소설의 경계를 넘어선 이 작품들은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는 물론, 잊고 있던 이야기판까지 되살리고 있다. 작가는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에서 독자들이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과 함께 이야기판의 열린 구조와 역동성을 흥겨우면서도 감동적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들였다.
시리즈 출간에 즈음해 구술문화의 현대적 계승을 실감 있게 전달할 오디오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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