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언어
조동원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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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과 기름병(pp.15~17)
농장의 아침이 밝았다. 밖으로 나오니 연한 바람에 실려 오는 들깨 향으로 행복을 충전한다. 오늘은 지난주에 베어 말린 들깨를 터는 날이다. 해가 나면 들깨 순이 바싹 말라 그 안에 들어있는 귀한 깨알이 땅으로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아직은 이른 시간이지만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남편이 깨를 털고 나는 서툰 키질을 하여 깨를 모았다. 수북이 쌓인 들깨 무더기가 기쁨을 증가시킨다.
화창한 가을 햇살에 1주일 동안 깨를 말릴 것이다. 드디어 다음 주에는 기름을 짤 거다. 내가 농사지은 깨로 기름을 짜서 먹는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기름이 많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양은 한정될 건데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은 참으로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첫 농사 잘됐다고 자랑을 했다. 그만큼 뿌듯하고, 뿌듯한 만큼 기름을 여러 사람과 나누어 먹고 싶다.
더운 여름에 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제 잔뜩 바르고 밭에 모종을 심던 일이 떠오른다. 들깨 순을 따주고 물을 주기 위해 주중에도 들어와 일했다. 고생해서 거두었기에 좋은 사람들과 기름을 나누어 먹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 나누어 줄 사람을 손으로 꼽아본다. 주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우선 주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과 달리 기름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우선 주어야 할 1순위는 신혼살림을 하는 딸이다. “딸아! 엄마가 농사지은 깨로 들기름을 짜 놓겠으니 기대해 알았지?” 하고 전화를 걸어 큰 소리로 자랑했다. 그리고 사돈댁에 선물할 것도 준비해 놓을 테니 주말에 와서 가져가 전해 드리라는 말도 했다. 그랬더니 “엄마, 집에서 사용하는 소주병에 담지 말고 쇼핑센터에 가서 예쁜 병을 사다가 담아야 해?” 하고 말하는 거다. 예상치 못한 말이다. 선물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포장도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친정엄마가 소주병에 담아 주신 기름을 그냥 사용 했었다. 그뿐 아니라 각종 조미료 병도 집에 있는 빈 용기를 세척해서 사용하였는데 딸에게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나 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잘못이었음을 깨닫는다. 이제부터는 하나씩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서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함께 추구해야겠다.
나는 살면서 소소한 것을 가꾸는 데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철 따라 의복을 갖추어 입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외모 치장은 했으나 집 내부를 가꾸는 데에는 관심이 없이 바쁘게 지내왔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진열장에 나열해 있는 예쁜 그릇들, 작은 액자에 들어있는 귀여운 사진들, 액세서리 인형들을 보고 감탄하였지만 나도 예쁘게 장식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다.
그저 어질러놓지 않고 치우는 것만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랴,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만도 버거웠다. 예쁘게 포장하고 가꾸는 즐거움을 몰랐다. 그러다보니 딸들에게도 아기자기함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는 시간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딸의 투정 아닌 투정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기름 담을 병을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병의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도 색도 예쁘고 앙증맞은 것들이 많다. 같은 소주병도 뚜껑을 빨간색, 노란색으로 달리해서 기름의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나치게 특이하지 않으면서 무난하고 깔끔한 병을 주문했다. 주문한 병이 도착하면 갓 짜낸 향기로운 기름을 가득 담아 사돈과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거다. 기름병 하나에도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기름 나눔에 적용하면서 또 하나의 기쁨을 느낀다. 자기를 변화 시키면서 나를 가꾸어 나간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농장의 아침이 밝았다. 밖으로 나오니 연한 바람에 실려 오는 들깨 향으로 행복을 충전한다. 오늘은 지난주에 베어 말린 들깨를 터는 날이다. 해가 나면 들깨 순이 바싹 말라 그 안에 들어있는 귀한 깨알이 땅으로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아직은 이른 시간이지만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남편이 깨를 털고 나는 서툰 키질을 하여 깨를 모았다. 수북이 쌓인 들깨 무더기가 기쁨을 증가시킨다.
화창한 가을 햇살에 1주일 동안 깨를 말릴 것이다. 드디어 다음 주에는 기름을 짤 거다. 내가 농사지은 깨로 기름을 짜서 먹는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기름이 많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양은 한정될 건데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은 참으로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첫 농사 잘됐다고 자랑을 했다. 그만큼 뿌듯하고, 뿌듯한 만큼 기름을 여러 사람과 나누어 먹고 싶다.
더운 여름에 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제 잔뜩 바르고 밭에 모종을 심던 일이 떠오른다. 들깨 순을 따주고 물을 주기 위해 주중에도 들어와 일했다. 고생해서 거두었기에 좋은 사람들과 기름을 나누어 먹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 나누어 줄 사람을 손으로 꼽아본다. 주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우선 주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과 달리 기름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우선 주어야 할 1순위는 신혼살림을 하는 딸이다. “딸아! 엄마가 농사지은 깨로 들기름을 짜 놓겠으니 기대해 알았지?” 하고 전화를 걸어 큰 소리로 자랑했다. 그리고 사돈댁에 선물할 것도 준비해 놓을 테니 주말에 와서 가져가 전해 드리라는 말도 했다. 그랬더니 “엄마, 집에서 사용하는 소주병에 담지 말고 쇼핑센터에 가서 예쁜 병을 사다가 담아야 해?” 하고 말하는 거다. 예상치 못한 말이다. 선물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포장도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친정엄마가 소주병에 담아 주신 기름을 그냥 사용 했었다. 그뿐 아니라 각종 조미료 병도 집에 있는 빈 용기를 세척해서 사용하였는데 딸에게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나 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잘못이었음을 깨닫는다. 이제부터는 하나씩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서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함께 추구해야겠다.
나는 살면서 소소한 것을 가꾸는 데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철 따라 의복을 갖추어 입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외모 치장은 했으나 집 내부를 가꾸는 데에는 관심이 없이 바쁘게 지내왔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진열장에 나열해 있는 예쁜 그릇들, 작은 액자에 들어있는 귀여운 사진들, 액세서리 인형들을 보고 감탄하였지만 나도 예쁘게 장식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다.
그저 어질러놓지 않고 치우는 것만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랴,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만도 버거웠다. 예쁘게 포장하고 가꾸는 즐거움을 몰랐다. 그러다보니 딸들에게도 아기자기함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는 시간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딸의 투정 아닌 투정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기름 담을 병을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병의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도 색도 예쁘고 앙증맞은 것들이 많다. 같은 소주병도 뚜껑을 빨간색, 노란색으로 달리해서 기름의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나치게 특이하지 않으면서 무난하고 깔끔한 병을 주문했다. 주문한 병이 도착하면 갓 짜낸 향기로운 기름을 가득 담아 사돈과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거다. 기름병 하나에도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기름 나눔에 적용하면서 또 하나의 기쁨을 느낀다. 자기를 변화 시키면서 나를 가꾸어 나간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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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제 1부 내 안의 어른
주말농장 사람들 12
소주병과 기름병 15
딸의 이사 18
버리지 못하는 봉투 21
내 안의 어른 24
화분 나누기 28
새 집 32
족저근막염 36
제 2부 달의 언어
벌써 30년 42
명예퇴직하는 선생님께 45
새학기 첫 수업 48
나의 배움은 51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보고 55
과학실 수업 59
혈액검사 62
달의 언어 66
제 3부 목요일의 아이
함께 마시는 차 72
친절 되갚기 75
가을의 기억 78
이틀간의 행복했던 꿈 82
내가 끓인 호박죽 86
목요일의 아이 89
내 맘의 봄 93
친구 96
제 4부 수술
내가 원하는 봄 소식은 102
연꽃 그리고 연밥 105
수술 109
수술 후 한달 112
너무 이른 축배의 배반 116
분가하는 작은딸 120
제 5부 쑥라면
쑥라면 126
기대되는 캠핑 130
달라진 상가 분위기 134
나와 다른 사람 138
약속 141
봄과 함께 온 소식 145
내 꿈은 무엇일까 149
마음 나누기 152
제 6부 올갱이국
좋은 환경 158
올갱이국 161
고마운 사람들 164
죽을 쑤면서 167
오래된 사진 속의 엄마 169
고추장 담그기 173
부녀회 메주 만들기 176
이제 곧 딴 세상 180
혼자 본 영화 184
추천사 | 여성다운 모성애의 인생사 118
푸른솔 문학 발행인 겸 편집인
충북대 명예교수 김 홍 은
주말농장 사람들 12
소주병과 기름병 15
딸의 이사 18
버리지 못하는 봉투 21
내 안의 어른 24
화분 나누기 28
새 집 32
족저근막염 36
제 2부 달의 언어
벌써 30년 42
명예퇴직하는 선생님께 45
새학기 첫 수업 48
나의 배움은 51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보고 55
과학실 수업 59
혈액검사 62
달의 언어 66
제 3부 목요일의 아이
함께 마시는 차 72
친절 되갚기 75
가을의 기억 78
이틀간의 행복했던 꿈 82
내가 끓인 호박죽 86
목요일의 아이 89
내 맘의 봄 93
친구 96
제 4부 수술
내가 원하는 봄 소식은 102
연꽃 그리고 연밥 105
수술 109
수술 후 한달 112
너무 이른 축배의 배반 116
분가하는 작은딸 120
제 5부 쑥라면
쑥라면 126
기대되는 캠핑 130
달라진 상가 분위기 134
나와 다른 사람 138
약속 141
봄과 함께 온 소식 145
내 꿈은 무엇일까 149
마음 나누기 152
제 6부 올갱이국
좋은 환경 158
올갱이국 161
고마운 사람들 164
죽을 쑤면서 167
오래된 사진 속의 엄마 169
고추장 담그기 173
부녀회 메주 만들기 176
이제 곧 딴 세상 180
혼자 본 영화 184
추천사 | 여성다운 모성애의 인생사 118
푸른솔 문학 발행인 겸 편집인
충북대 명예교수 김 홍 은
저자
저자
조동원
충북 옥천 출생
충북대학교 과학교육과 졸업
충북에서 중등교사로 재직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명예 퇴직
푸른솔 문학 등단
충북대학교 과학교육과 졸업
충북에서 중등교사로 재직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명예 퇴직
푸른솔 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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