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걷는사람 시인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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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버리거나 폐기하여 너덜너덜해진 것들을 당신은 그러모아 싸매고 그것에 숨결을 불어넣어 기어이 살려내고 맙니다. 그것은 말이기도 하고(다섯 권의 시집), 숨탄것이기도 하며(동료들과 당신의 고양이들), 가방이기도 합니다(버려지기 직전 당신이 되살린 제 가방). 어쩌면 당신은 전생에 수선공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버려진 것들이나 내쳐진 것들의 이음매를 꿰매거나 툭툭 두드려 당신은 그것들을 기어이 살려냅니다. 그것이 세상을 대하는 당신의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 안에는 죽은 아버지와 형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당신의 선배가 있습니다. 그들은 죽었지만 모두가 탕탕, 사망선고를 내릴 때조차 그들 모두 살아 있는 것을 봅니다. 시 안팎을 오가면서 끊임없이 그리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덧대 살려내는 당신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 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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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시인선 14
길상호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출간
2001년 「한국일보」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길상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가 출간되었다. 길상호 시인의 섬세한 감정선이 도드라지는 이번 시집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달로 연주하는 밤」) 노력하는 일이 곧 '시 쓰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네 삶은 참 쓸쓸하여서 "언제나 겨울을 걸"(「모빌 아래 계절은 멈췄다」)어가는 것 같지만, 길상호는 그 쓸쓸함이라는 토양 위에서 은율을 만들고 언어를 변주함으로써 "눈사람을 만들어 사랑을 시작"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가끔은 머나먼 생이 택배로 배송되어 왔다 / 수명을 단축시킬 거라고 당신은 늘 반품을 강요했지만 / 주소지도 없는 박스가 나는 늘 궁금했다"(「먼 곳의 택배」),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 여관방 벽은 낡은 입술을 갖고 있다"(「낡은 잠을 자려고」), "다음 생이 오면 또 아프겠지요, /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귀신들은 / 몇 번이고 했던 말을 다시 중얼거렸다"(「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라는 구절처럼 사물과 사람, 풍경의 그 안쪽까지 응시하는 길상호 시인의 시편들은 섬세하고 미더워서, 삶에 지친 독자들은 그의 언어 안에서 무장해제를 한 채 '오늘'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앞엔 아주 짧은 햇빛이 놓여 있"(「저물녘」)을 뿐이지만, 이 저물녘 동안 그럼에도 시를 쓰고, 사랑을 하고, 내일의 이야기를 궁리하는 시인, 그가 바로 길상호다.
살짝 손을 대려 했을 뿐인데
꼬리를 끊고 달아난 도마뱀을 기억한다
흙바닥에 남은 꿈틀거림이 멈출 때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나는 꼬리만 바라본 적이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만 재생이 가능하다는,
그래서 목숨을 걸고서야 끊을 수 있다는 꼬리
뒤돌아볼 새도 없이 도마뱀은
풀숲으로 남은 몸을 내뺐었는데
아버지가 숲에 든 후, 나는 남겨진 꼬리 같았다
몸을 뒤틀며 우는 날이 많아졌다
나를 끊고 저세상으로 떠난 그가
사진 속에서 아직 편안하게 웃고 있다
- 「꼬리」전문
한편, '시인의 말'과 2부를 시작하는「꼬리」를 비롯해 시집 구석구석엔 '그'(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먼 바다에서 끝난 '오늘의 이야기'가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 속 '내일의 이야기'로 와 닿는 듯하다. 그렇게 다양한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들이 모여 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방향이 제각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얽히고 이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는가를 확인하는 것도 이 시집을 읽는 흥미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
길상호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출간
2001년 「한국일보」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길상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가 출간되었다. 길상호 시인의 섬세한 감정선이 도드라지는 이번 시집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달로 연주하는 밤」) 노력하는 일이 곧 '시 쓰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네 삶은 참 쓸쓸하여서 "언제나 겨울을 걸"(「모빌 아래 계절은 멈췄다」)어가는 것 같지만, 길상호는 그 쓸쓸함이라는 토양 위에서 은율을 만들고 언어를 변주함으로써 "눈사람을 만들어 사랑을 시작"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가끔은 머나먼 생이 택배로 배송되어 왔다 / 수명을 단축시킬 거라고 당신은 늘 반품을 강요했지만 / 주소지도 없는 박스가 나는 늘 궁금했다"(「먼 곳의 택배」),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 여관방 벽은 낡은 입술을 갖고 있다"(「낡은 잠을 자려고」), "다음 생이 오면 또 아프겠지요, /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귀신들은 / 몇 번이고 했던 말을 다시 중얼거렸다"(「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라는 구절처럼 사물과 사람, 풍경의 그 안쪽까지 응시하는 길상호 시인의 시편들은 섬세하고 미더워서, 삶에 지친 독자들은 그의 언어 안에서 무장해제를 한 채 '오늘'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앞엔 아주 짧은 햇빛이 놓여 있"(「저물녘」)을 뿐이지만, 이 저물녘 동안 그럼에도 시를 쓰고, 사랑을 하고, 내일의 이야기를 궁리하는 시인, 그가 바로 길상호다.
살짝 손을 대려 했을 뿐인데
꼬리를 끊고 달아난 도마뱀을 기억한다
흙바닥에 남은 꿈틀거림이 멈출 때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나는 꼬리만 바라본 적이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만 재생이 가능하다는,
그래서 목숨을 걸고서야 끊을 수 있다는 꼬리
뒤돌아볼 새도 없이 도마뱀은
풀숲으로 남은 몸을 내뺐었는데
아버지가 숲에 든 후, 나는 남겨진 꼬리 같았다
몸을 뒤틀며 우는 날이 많아졌다
나를 끊고 저세상으로 떠난 그가
사진 속에서 아직 편안하게 웃고 있다
- 「꼬리」전문
한편, '시인의 말'과 2부를 시작하는「꼬리」를 비롯해 시집 구석구석엔 '그'(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먼 바다에서 끝난 '오늘의 이야기'가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 속 '내일의 이야기'로 와 닿는 듯하다. 그렇게 다양한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들이 모여 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방향이 제각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얽히고 이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는가를 확인하는 것도 이 시집을 읽는 흥미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
목차
목차
1부 낡은 입술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엄마
안개 책방
사북
두 잔 집
낡은 잠을 자려고
꽃 이름을 물었네
반월
반월 2
먹먹
물방울 숲
장조림
돌 하나
먼 곳의 택배
달로 연주하는 밤
꽃살문
스티커
빈티지
돌칼
L
물이 마르는 동안
2부 당신의 빈 주머니
꼬리
따순 밥
천일의 잠
씨감자
마른 눈
둥근 발
저물녘
유령의 얼굴
반월저수지
사라지는 미용실
물속의 우산
모과와 지난 밤
묵묵부답
항아리
She's not meat
닮은 사람
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
물풀
3부 내일 모레, 조만간
혀로 염하다
야옹야옹 쌓이는
내일 모레 고양이
비린 별이 떴네
숨은 야옹이 찾기
오드아이
당신을 환영합니다
늙은 집사들
병실의 독서
민들레
빗방울이 야옹
불이 부르는 노래
4부 맨발이 젖어 있었네
손바닥 성지
모자이크 자화상
성령의 집
화환
두고 온 대가리
하나님은 오늘도
심해의 사람
말 없는 식사
비루
덤
떠올리면, 북아현동
끝나버린 이야기
검은 일요일
손금은 비리다
모빌 아래 계절은 멈췄다
이곳의 다큐멘터리
발문- 우정의 한 기록
이정현
서로의 엄마
안개 책방
사북
두 잔 집
낡은 잠을 자려고
꽃 이름을 물었네
반월
반월 2
먹먹
물방울 숲
장조림
돌 하나
먼 곳의 택배
달로 연주하는 밤
꽃살문
스티커
빈티지
돌칼
L
물이 마르는 동안
2부 당신의 빈 주머니
꼬리
따순 밥
천일의 잠
씨감자
마른 눈
둥근 발
저물녘
유령의 얼굴
반월저수지
사라지는 미용실
물속의 우산
모과와 지난 밤
묵묵부답
항아리
She's not meat
닮은 사람
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
물풀
3부 내일 모레, 조만간
혀로 염하다
야옹야옹 쌓이는
내일 모레 고양이
비린 별이 떴네
숨은 야옹이 찾기
오드아이
당신을 환영합니다
늙은 집사들
병실의 독서
민들레
빗방울이 야옹
불이 부르는 노래
4부 맨발이 젖어 있었네
손바닥 성지
모자이크 자화상
성령의 집
화환
두고 온 대가리
하나님은 오늘도
심해의 사람
말 없는 식사
비루
덤
떠올리면, 북아현동
끝나버린 이야기
검은 일요일
손금은 비리다
모빌 아래 계절은 멈췄다
이곳의 다큐멘터리
발문- 우정의 한 기록
이정현
저자
저자
길상호
197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눈의 심장을 받았네』, 『우리의 죄는 야옹』, 사진에세이 『한 사람을 건너왔다』를 출간했다. 현대시동인상,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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