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없는 거리
최기훈 시집
비가 없는 거리에서 시인은 오늘도 시를 쓴다. 비는 존재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은 존재의 부재라는 아이러니를 응시하고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질주한다. 비가 없는, 존재가 없는 거리에서. 시인이 응시하고 의심하고 질주한 거리에는 단비가 내리고, 나무 한 그루 자라난다. 나무는 꽃을 피운다. 시인의 손끝에서 빚어진 언의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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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인은 바라보는 자이다. 시인은 무엇을 바라보는가? 실패하거나, 고통 속에 존재하는 군상들을 아픈 눈으로 바라본다(흙가마에서 일어난 일, 소래포구, 호루라기 소리). 그리고 시인과 함께 우리는 그 고통의 끝단을 본다(봄빛 풍경). 그러면 실패한 군상들은 고통 속에서만 존재하는가? 대상들은 스스로 현재를 시인하며 살아나간다. 시인은 억지로 그것들을 위하여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다만 견디고 있는 현재를 담담히 노래할 뿐이다(내리는 비, 해장국집 여자, 아침, 옷 수선집 여자).
그러나 시인이란 무엇인가? 시인은 바라보는 자임과 동시에 발견하는 자이다. 대상들의 슬픈 현실만을 고집스럽게 말하지 않고, 그 안에서 위트와 위로를 찾아낼 줄 안다(생일 맞은 신여사, 김할머니의 자부심) 꿋꿋이 태양을 절망시키기도 하면서(대낮이 출렁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순간 시인은 있는 것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의 본질을 간파한다. 고통 속에 존재하는 대상들은 서로가 위로하거나 협력하지 못하고, 서로가 대치하는 상황이어야만 안심한다(국경). 많은 사람을 젖히고 맨 꼭대기에 올랐지만, 그것은 그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현대인-2). 그들이 그토록 믿어온 것은 한낱 풍문에 불과한 것임을 시인은 말한다(풍문). 아버지 같이, 집요하게 그들을 길들이려 한 그것은 아버지가 아님을 시인은 준엄하게 선포한다(아버지 같은 그는). 그리고 시인은 대상만 바라보지 않는다. 시인의 눈이 자신을 바라볼 때 그 또한 지독한 약탈자였음을 뼈저리게 인식한다(집에서 만들어 먹는 뼈다귀 해장국).
시인은 혁명가는 아니다. 그러나 때로 시인은 혁명가보다 단호하다. 시인은 정확히 말한다. "그래 나 똥이다." 누구에게? "아무 몸에나 스며들면 그만이"라고 말하며 "끝내 똥이 되지 못하는 것들"에게….
목차
목차
1 부 - 응시凝視
흙가마에서 일어난 일/ 11
내리는 비/ 12
소래포구/ 14
그 골목, 해장국집/ 16
아침/ 18
해장국집 여자/ 20
대낮이 출렁이며/ 22
바다에 갔더니/ 24
횡단보도/ 26
호루라기 소리/ 29
새/ 30
옷 수선 집 여자/ 32
김 할머니의 자부심/ 34
사거리 시계방/ 36
앵커는 물 한 잔을 마신 뒤/ 38
지하철의 골고다/ 39
생일 맞은 신여사/ 42
일당 잡부 소개소 일을 하는 정형은 발목 드러나는 팔부 바지 펄럭이며 오늘도/ 44
꽃이 있는 풍경/ 48
소나기 한 때/ 50
그는 카메라 구멍에 바짝 눈을 갖다 대고/ 52
성공한 삶/ 53
불륜不倫 또는 커피/ 54
정치보다 먼저/ 56
쉰 둘 누님/ 57
가을/ 58
유리창 밖의 비는 고요하다/ 60
봄빛 풍경/ 62
경전經典/ 64
2 부 - 의심疑心
느티나무/ 67
국경國境/ 68
현대인 - 1/ 70
술 혹은 자유/ 72
우리는 해 뜨는 것 보려고 정동진행 열차에 타고 있었으며/ 74
현대인 - 2/ 77
풍문風聞/ 78
깡통 속의 촛불/ 80
근황近況/ 82
눈보라의 밤/ 85
아버지 같은 그는,/ 86
자전거 - 1/ 88
자전거 - 2/ 89
열차는 달린다/ 90
달호 형님의 콧수염/ 92
집에서 만들어먹는 뼈다귀 해장국/ 94
까치집/ 95
연어/ 96
지하다방/ 98
가평군 모某 금식기도원의 주차현황/ 100
천국의 문/ 102
3 부 - 질주疾走
소나기/ 105
경포에서/ 106
똥이다/ 108
똥을 누었다/ 111
휴가/ 112
비/ 114
민둥산역을 지나쳤다/ 116
돛단배/ 118
계단/ 120
장마(라고 쓴 뒤 다르게 읽는다)/ 122
「어제」를 처리해 버렸다/ 126
햇살/ 130
강물은 흘러갑니다/ 132
밥솥 속의 돌멩이/ 134
마흔 나이/ 136
권력權力/ 167
가을이 지나가고 한참 뒤/ 140
후기
발문
강경보 바라보기의 시/ 143
저자
저자
오랜 시절 詩를 앓아왔다.
중앙 및 지방 문예지와,
신문사 「신춘문예」 최종심에서만
여러 번 보류되었다.
어느 날, 선생님 앞에서
눈
깜짝거리며
기다리는 짓이 지겨워졌다.
그만 하기로 했다.
오늘도, 그는
단지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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