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문학으로, 문학에서 삶으로
장경렬 평론집
이번 평론집은 4부로 구성하였다. 제1부는 문학도로서 내가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의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 가운데 한 사람의 자격으로 수행해 온 ‘문학 비평’ 또는 ‘평론’ 행위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제2부는 최근에 시도한 시인들의 시에 대한 작품 읽기 가운데 일부를 정리한 것이며, 제3부는 주변의 인간 세상에서 목격되는 인간의 삶을 향해 작가가 던지는 직간접적인 비판의 시선을 엿보게 하는 소설에 대한 작품 읽기 가운데 몇 편을 모은 것이다. 제4부는 작가가 문학 작품에서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 제기 가능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자리다. 이 경우 무엇보다 문제 되는 것은 어느 선까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사실 ‘무엇이 역사적 사실인가’의 문제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기에,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가, 충실하지 않은가’의 문제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무엇이 역사적 사실인가’에 대한 답이 자명한 경우라고 해도, 작품의 주제나 내용과 관련하여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이들이 ‘예술적 허용’(artistic licence)-즉, ‘시적 허용’(poetic licence) 또는 ‘문학적 허용’(literary licence)-의 자유를 어느 선까지 누릴 수 있는지의 문제도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제4부에서는 몇몇 문학 작품을 논거로 삼아 간략하게나마 이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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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문학적인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동안 저자가 수행해 온 문학 공부와 강의는 '문학적인 것'이었던가. 만일 '문학적인 것'이었다면, 무슨 이유에선가. 어떤 근거에서 저자가 지금까지 이어 온 문학 공부와 강의를 '문학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만에 하나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면, 저자가 그동안 문학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해 온 작업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문제의 원점으로 돌아와, 필자의 학문 분야의 작업이 '문학적인 것'인 이유는 다름 아닌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 작품'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일까. 물론 누가 봐도 문학 작품으로 인정하는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문학 작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은 어찌할 것인가. 예컨대, 플라톤의 수많은 저술이나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의 『로마 제국 흥망사』과 같은 예는 각각 철학 텍스트나 역사 텍스트일 수도 있지만, 문학 작품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또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온갖 저술이 오로지 철학만의 것일까. 이를 문학 작품으로 여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일까.
"시는 의미해서 안 되고/ 다만 존재해야 할 뿐"(A poem should not mean/ But be). 미국의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의 이 시구는 참으로 묘하다. 만일 "시는 의미해서 안 되고/ 다만 존재해야 할 뿐"'이라면, 이 구절이 담긴 매클리시의 시조차 시이기에 의미해서는 안 된다. 그처럼 의미해서 안 된다면, "시는 의미해서 안 되고/ 다만 존재해야 할 뿐"이라는 언사를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시를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시는 의미해서 안 되고/ 다만 존재해야 할 뿐"이라는 언사를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가능한 일 아닌가! 결국 누구도 '의미의 굴레'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이처럼 모순된 것이 이 시 구절이다.
'문학'과 '삶'을 명제로 내세워 '문학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겉으로 드러내든 안으로 숨기든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과정의 하나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니까 물음에 대한 답이 없음에 절망하는 동시에 여전히 절망하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답 찾기일 수도 있으리라. 어쩌면, 적어도 '삶'과 대비될 때, '문학'과 '문학적인 것'이 의미하는 바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돌연히 그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지 않을까.
목차
목차
'문학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제1부 문학 비평의 정도를 찾아서
18 문학 비평과 나
27 자아 성찰로서의 문학 비평과 비평의 소임
39 평론의 어려움과 평론가의 불안감
- 오디오 기기 평론과 문학 평론 사이에서
제2부 시어의 미로에서 삶의 의미를 헤아리며
56 고향을 향한 시인의 상념, 그 깊이를 짚어 보며
- 김상옥의 시 「참파노의 노래」·「안개」·「사향」과 시인의 고향 생각
82 일상의 삶이 살아 숨 쉬는 시 세계, 그 안을 거닐며
- 김종해의 시집 『늦저녁의 버스킹』과 시인의 다짐
98 삶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 그 순간을 엿보며
- 안영희의 시집 『어쩌자고 제비꽃』과 삶을 향한 시인의 시선
123 시인의 시선과 상상력, 그것이 함의하는 바에 기대어
- 이달균의 시 「장미」와 「복분자」, 또는 드러내기와 뒤집기
136 "장미 이데아"를 향한 시인의 시선을 따라서
- 오주리의 시집 『장미릉』과 다의적 의미의 시 세계
제3부 삶을 향한 성찰의 눈길을 따라서
162 인간 사이의 관계맺음에 대한 탐구, 그 현장에서
- 최일옥의 소설집 『그날 엄마는 죽고 싶었다』와 '극'으로서의 소설
192 환상문학의 진경(眞境), 그 안에서
- 윤영수의 소설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와 나무가 전하는 이야기
228 죽음의 유혹과 죽음에의 저항, 그 안과 밖에서
- 이응준의 연작소설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과 '죽음 충동'의 의미
253 소설 쓰기와 거짓 이야기 만들기, 그 경계에서
- 권정현의 단편소설 「옴, 바라마타리아-종교의 탄생」과 언어의 타락
266 강물의 푸름과 인간의 슬픔이 함께하는 곳에서
- 이정의 소설 『압록강 블루』와 분단의 현실
제4부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형상화 사이에서
286 노근리 사건의 문학적 형상화, 그 사례와 마주하여
- 정은용의 체험 기록에서 필립스의 『락과 터마잇』과 이현수의 『나흘』에 이르기까지
313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 그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며
- 백시종의 소설 『강치』와 문학의 역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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