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람의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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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인이 혼자 집 짓는 이야기, 집은 사람의 무늬
‘집 지은 이야기’가 아니라 ‘집 짓는 이야기’라 한 까닭은 집을 지은 순간 그 노동과 행위, 궁리를 모두 잊은 까닭입니다. 하여 지어진 집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두고, 처음부터 다시 집을 지어볼 요량입니다. 집과 관련해 남겨진 사진들도 변변치 못합니다. 집의 기록으로 사진을 남기려 애쓰기도 했으나, 결국 혼자 집을 지으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은 미친 짓이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애당초 집 짓는 이야기를 써볼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다시 집을 다시 짓는 셈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 볼까 합니다.
원래 집을 지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2011년 제주로 귀향하면서 첫 궁리는 빈집을 하나 장만해 깜냥대로 손보며 살 요량이었습니다. 물론 이미 오래 전에 집 지을 궁리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나름 준비도 차곡차곡했지만 막상 혼자 집을 짓는다 하니 두려웠던 셈입니다. 굳이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버려진 집을 새로운 삶의 터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는 궁리를 보탰던 겁니다. 하나, 고향 제주는 이미 많이 변했고, 고만고만한 서울생활로 저축한 돈으로는 땅 한 뙈기 살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처음 궁리, 혼자 집 지을 궁리를 다시 했습니다.
집은 아버지의 귤 과수원 한 귀퉁이를 터로 삼아 지었습니다. 과수원 방풍림이었던 40년생 삼나무와 산담으로 썼던 돌, 주변에서 얻은 흙으로 지었습니다. 집을 지으면서 계절과 절기를 두 번씩 보냈습니다. 처음 집은 원형이었으나 궁리가 깊어지면서 각과 면이 생기더니 육각형의 집으로 지어졌습니다. 아름드리 통나무 100여 개, 50톤이 넘는 돌, 10여 톤의 흙이 집의 뼈대와 살을 이루었습니다.
집이 정직하거나 부정직하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집을 짓다 얻은 진리 중의 하나는 집은 중립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집은 짓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너무 크거나 화려하고, 넓고 복잡한 집은 시간을 낭비하는 사치이며 쏟아야할 노력과 에너지를 잡아먹는 귀신(욕심)일 따름입니다. 그 순간 집은 폭력적이고 착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하렵니다. 그 시작은 정해졌으나 끝은 모르겠습니다. 집은 지어졌으나 ‘집 짓는 이야기’의 끝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제 삶에 대한 이 작은 실험이 누군가의 선(善)을 능히 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란 기대도 해봅니다. 더불어 우리 딸 이준혜와 아들 이승민 군이 아버지가 아직 못다한 ‘집 짓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물론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삶을 디자인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집 지은 이야기’가 아니라 ‘집 짓는 이야기’라 한 까닭은 집을 지은 순간 그 노동과 행위, 궁리를 모두 잊은 까닭입니다. 하여 지어진 집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두고, 처음부터 다시 집을 지어볼 요량입니다. 집과 관련해 남겨진 사진들도 변변치 못합니다. 집의 기록으로 사진을 남기려 애쓰기도 했으나, 결국 혼자 집을 지으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은 미친 짓이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애당초 집 짓는 이야기를 써볼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다시 집을 다시 짓는 셈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 볼까 합니다.
원래 집을 지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2011년 제주로 귀향하면서 첫 궁리는 빈집을 하나 장만해 깜냥대로 손보며 살 요량이었습니다. 물론 이미 오래 전에 집 지을 궁리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나름 준비도 차곡차곡했지만 막상 혼자 집을 짓는다 하니 두려웠던 셈입니다. 굳이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버려진 집을 새로운 삶의 터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는 궁리를 보탰던 겁니다. 하나, 고향 제주는 이미 많이 변했고, 고만고만한 서울생활로 저축한 돈으로는 땅 한 뙈기 살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처음 궁리, 혼자 집 지을 궁리를 다시 했습니다.
집은 아버지의 귤 과수원 한 귀퉁이를 터로 삼아 지었습니다. 과수원 방풍림이었던 40년생 삼나무와 산담으로 썼던 돌, 주변에서 얻은 흙으로 지었습니다. 집을 지으면서 계절과 절기를 두 번씩 보냈습니다. 처음 집은 원형이었으나 궁리가 깊어지면서 각과 면이 생기더니 육각형의 집으로 지어졌습니다. 아름드리 통나무 100여 개, 50톤이 넘는 돌, 10여 톤의 흙이 집의 뼈대와 살을 이루었습니다.
집이 정직하거나 부정직하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집을 짓다 얻은 진리 중의 하나는 집은 중립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집은 짓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너무 크거나 화려하고, 넓고 복잡한 집은 시간을 낭비하는 사치이며 쏟아야할 노력과 에너지를 잡아먹는 귀신(욕심)일 따름입니다. 그 순간 집은 폭력적이고 착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하렵니다. 그 시작은 정해졌으나 끝은 모르겠습니다. 집은 지어졌으나 ‘집 짓는 이야기’의 끝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제 삶에 대한 이 작은 실험이 누군가의 선(善)을 능히 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란 기대도 해봅니다. 더불어 우리 딸 이준혜와 아들 이승민 군이 아버지가 아직 못다한 ‘집 짓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물론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삶을 디자인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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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제주에서 나고 자라 큰 공부랄 것도 없는 글 짓는 공부를 뭍에서 했으며, 1995년 문학사상에 '전철에서 詩를 읽다'등이 신인상을 수상하는 바람에 시인이란 허명을 얻었다. 뭍에 오른 바에 배운 대로 남의 글 쓰는 돈벌이를 십년 넘게 하다가, 더 이상 뭍 생활하다가는 꼭 죽을 것만 같아 2011년 제주로 돌아왔다. 딱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2014년 오로지 홀로 돌집 하나 지어 깃들었으며, 지금은 먹고 살고자 귤 밭에서 몸을 굴리는 것 도 모자라 가내수공업 궁리에 몰골하는 처지다. 시인이란 허명을 얻은 지 스무 해, 詩로 무엇을 이룬 바 없어 늦게나마 가내수공업의 한 방편으로 시집 <낡은 상자 헌 못>을 엮었다.
"세상 모든 집은 사람의 무늬이다."
"좋은 집터는 없다. 그러니 나쁜 집터도 없다. 완전한 땅이 어디 있겠는가. 그 어떤 사물이건 사람이건 땅이건 완전한 것은 없으며, 당연히 결함 없는 것도 없다. 5년 전 이 땅에 집을 지을 때, 땅은 어미다, 어미 품이라 여기고 집을 지었다. 집터가 어머니의 품이라면 다정다감하고 포근한 품만 떠오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화가 난 어머니, 피곤하고 짜증난 어머니, 늙고 병든 어머니의 품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잘 모시고 달래고 고쳐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가 아닌가. 결국 그 어떤 땅을 집터로 삼더라도 그 안에 깃들 나무와 돌과 풀과 짐승과 사람이 제몫을 다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면 될 터. 물과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늘 일상적 노동으로 집터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면, 그 효성에 다정다감한 품을 열어주지 않을 어머니가 어디 있으랴. 그곳이 바로 명당(明堂)이다."
"세상 모든 집은 사람의 무늬이다."
"좋은 집터는 없다. 그러니 나쁜 집터도 없다. 완전한 땅이 어디 있겠는가. 그 어떤 사물이건 사람이건 땅이건 완전한 것은 없으며, 당연히 결함 없는 것도 없다. 5년 전 이 땅에 집을 지을 때, 땅은 어미다, 어미 품이라 여기고 집을 지었다. 집터가 어머니의 품이라면 다정다감하고 포근한 품만 떠오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화가 난 어머니, 피곤하고 짜증난 어머니, 늙고 병든 어머니의 품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잘 모시고 달래고 고쳐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가 아닌가. 결국 그 어떤 땅을 집터로 삼더라도 그 안에 깃들 나무와 돌과 풀과 짐승과 사람이 제몫을 다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면 될 터. 물과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늘 일상적 노동으로 집터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면, 그 효성에 다정다감한 품을 열어주지 않을 어머니가 어디 있으랴. 그곳이 바로 명당(明堂)이다."
목차
목차
집 짓는 이야기, 그 시작 _ 005
여는 詩 / 제주도 돌 _ 010
01 집을 그리다 _ 013
돌의 나라 | 돌의 매듭 | 집의 뼈, 삼나무 | 집터, 어머니의 품 | 힘
을 보태준 공구 |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 | 집터를 닦다 | 기술을
보태준 공구 | 엔진톱
02 나무, 집을 엮다 _ 043
나무를 다스리다 | 일체심조 一切心造 | 집의 매듭
03 집을 일으키다 _ 083
지붕을 덮다 | 기심을 경계하라 | 다시 초심으로 | 지붕을 올리다
| 흑룡을 품다 | 흙벽을 세우다
04 집을 어루만지다 _ 111
내벽, 나무의 매듭 | 벽을 보는 즐거움 | 나무계단 하나 | 마루 삐걱
상방 | 집 짓기와 사진 찍기
05 돌집, 자리잡다 _ 147
불혹의 방바닥 | 친환경주택의 허상 | 모든 방바닥은 공평하다 | 고소
한 한지 방바닥 | 기심 機心
06 집을 돌보다 _ 167
빼는 기술, 화장실 | 삶의 식탁, 주방 | 봉당돌리기 | 소나무 | 창, 들
여다보기 혹은 내다보기
집 짓는 이야기, 현재진행형 _ 185
닫는 詩 / 빨래줄_ 188
00 파르티잔 이승민 군과 함께하는 행복한집,구경_ 191
여는 詩 / 제주도 돌 _ 010
01 집을 그리다 _ 013
돌의 나라 | 돌의 매듭 | 집의 뼈, 삼나무 | 집터, 어머니의 품 | 힘
을 보태준 공구 |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 | 집터를 닦다 | 기술을
보태준 공구 | 엔진톱
02 나무, 집을 엮다 _ 043
나무를 다스리다 | 일체심조 一切心造 | 집의 매듭
03 집을 일으키다 _ 083
지붕을 덮다 | 기심을 경계하라 | 다시 초심으로 | 지붕을 올리다
| 흑룡을 품다 | 흙벽을 세우다
04 집을 어루만지다 _ 111
내벽, 나무의 매듭 | 벽을 보는 즐거움 | 나무계단 하나 | 마루 삐걱
상방 | 집 짓기와 사진 찍기
05 돌집, 자리잡다 _ 147
불혹의 방바닥 | 친환경주택의 허상 | 모든 방바닥은 공평하다 | 고소
한 한지 방바닥 | 기심 機心
06 집을 돌보다 _ 167
빼는 기술, 화장실 | 삶의 식탁, 주방 | 봉당돌리기 | 소나무 | 창, 들
여다보기 혹은 내다보기
집 짓는 이야기, 현재진행형 _ 185
닫는 詩 / 빨래줄_ 188
00 파르티잔 이승민 군과 함께하는 행복한집,구경_ 191
저자
저자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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