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잇몸(반양장)
이 시집은 가내수공업(家內手工業)으로 만들었다. 세상 그 많고 많은 책들 속에 시집 하나 보탰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임시야간숙소 앞에서 동전 한 닢을 나눠준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의 언어를 받아쓰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시인이 공동체-생태-환경-노동을 지향하고 복원하는 것이 필연적이고 마땅하다면, 이를 실천하는 시인의 작은 몸짓과 행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그 귀한 나무를 싹뚝 잘라 시집(책)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보다, 시인은 詩를 짓고 엮고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몸짓 언어를 보태는 게 마땅하다. 이는 종이(나무)와 종이(나무)의 연대기를 기록하는 인쇄노동자와 독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일 것이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1998년 1월 17일이었다. 그날이 떠오른다. 손톱에 낀 때처럼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뼛가루가 자꾸 손톱 사이에 엉겨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울음인듯 웃음인듯 눈보라 휘몰아치는 길을 말도 없이 혼자 떠났다.
그 흔한 병명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났다. 모질게! 욕지거리할 대상도 남김없이 싹 다 가져가 버렸다. 입원하기 전에 그는 약골도 아니었고, 병도 없었다. 그저 피곤하다며, 오늘은 쉰다며 들어가 누운 게 마지막이었다. 아비에게 들은 마지막 말은, 젊은 놈이 그만한 것에 회사를 쉬냐! 는 지청구였다. 아비에게만 아주 커다란 대못을 박아놓고,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나이 서른에 남긴 건 詩 몇 편이 전부였다.
반듯한 놈, 착하고 우직한 놈, 술 한 잔 못해도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 남은 시체들을 정리하던 친구, 대학 입학 때 내 이삿짐을 날라준 유일한 친구, 웃음 소리는 특이했지만, 목소리 하나는 성우 뺨을 치던 놈, 그가 바로 시인 정경섭이다.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앞을 산처로 삼아, 아직 거기, 잘 있는가? 여기 네 시집 곱게 엮어 보내니, 하얀 잇몸 드러내며 웃으시게, 웃어보시게. <이순호 시인>
목차
목차
012 _ 빗방울이 들려주는 노래
014 _ 奇蹟
015 _ 창 앞에 서다
016 _ 길
018 _ Cafe 모헨조다로에서
020 _ 현 시기에 따른 한 선배의 대응론
021 _ 이 땅의 파란 하늘이 보고 싶다는 _ 기호에게
022 _ 安城 落日
023 _ 아무도 그 강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025 _ 선인장
026 _ 김남주 시인께 찾아가니 ...
028 _ 어느 독재자와 비둘기
029 _ 담쟁이
031 _ 외팔이
033 _ 언강에서
034 _ 5.18 _ 망월동에서
035 _ 시장에서 _ 대낮에도 어두워 노랗게 불 밝히는
037 _ 크레바스
039 _ 길 _ 베어진 미루나무를 생각함
040 _ 침묵
041 _ 빛의 幻
042 _ 夢想
043 _ 다시 산에 오르며
045 _ 투명한 힘 1
046 _ 투명한 힘 2 _ 봉천동에서
047 _ 투명한 힘 3 _ 은행나무를 옹호함
무서 코미디 영화를 보다 _ 049
051 _ 에스콘디도 _ 프랑스 핵실험에 부쳐
053 _ 自轉
054 _ 겨울나무
055 _ 봄
056 _ 눈
058 _ 목욕탕에서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