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잘못도 아니어서(양장본 Hardcover)
손인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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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 귀신처럼 나타나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역할이 끝나면 홀연히 사라지기도 했고, 빚을 갚지 못한 채 또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산에서 만난 나무 한 그루, 강요배 화가의 그림, 이치코 아오바의 노래, 세상의 모든 음악을 진행하는 전기현 님의 목소리, 사려니숲길 같은 신형철의 문장들…. 살아갈 이유의 목록은 가까스로 가득하다.
아름다움 덕분에 허무를 터득한다.
폐기할까 망설이던 원고를 읽어준 성태와 순호의 응원으로 몸을 입게 되었다. 과정에서 현일 형과 희재 님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제목으로 삼았다. 어쩌면 동병상련에 가까운 심사이며, 신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싶은 바람도 들어있는 것 같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어서 참 다행입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어서 다행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가까이 아픈 사람들에게 몸 공부가 제일 윗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었다.
아파도 조금만 아프기를 살뜰한 벗 정형수, 미소로 길을 밝혀 주시는 김사인 선생님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산책 동지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무조건의 사랑을 담아
백운산 아래에서
시월에 손인호
산에서 만난 나무 한 그루, 강요배 화가의 그림, 이치코 아오바의 노래, 세상의 모든 음악을 진행하는 전기현 님의 목소리, 사려니숲길 같은 신형철의 문장들…. 살아갈 이유의 목록은 가까스로 가득하다.
아름다움 덕분에 허무를 터득한다.
폐기할까 망설이던 원고를 읽어준 성태와 순호의 응원으로 몸을 입게 되었다. 과정에서 현일 형과 희재 님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제목으로 삼았다. 어쩌면 동병상련에 가까운 심사이며, 신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싶은 바람도 들어있는 것 같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어서 참 다행입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어서 다행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가까이 아픈 사람들에게 몸 공부가 제일 윗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었다.
아파도 조금만 아프기를 살뜰한 벗 정형수, 미소로 길을 밝혀 주시는 김사인 선생님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산책 동지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무조건의 사랑을 담아
백운산 아래에서
시월에 손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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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런 소식은 시 같아서
전성태 _ 소설가
가을부터 시집 원고를 거듭 읽고 있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이 뵈는 시 읽기는 되지 않고, 자꾸 행간에서 어떤 행적을 찾게 된다. '우리가 너의 행방을 종잡을 수 없는 것은'이라고 말할 때 '너'가 '그'로 들린다. 그래, 우리는 그의 행방을 종잡을 수 없다. '그늘을 달고 다니는 사람, 그늘에 가려 더 어두운 사람, 어두워서 슬픔과 친해 보이는 사람……' 하고 그가 검은 나비에 대해 속삭이는 소리에도 인호일라, 하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왜 이런 독법이 되고 마는 걸까. 이십 대 이래 삼십 년 동안 인호는 실종된 사람만 같았다. 낡은 비유지만 그는 대학 시절에 받아놓은 인상 그대로 여전히 바람이었던 거다. 그건 내 마음만이 아닐 것이다. 인호를 아는,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들에게 인호는 바람 같은 친구였다.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무도 잊은 적이 없다
우리가 너의 행방을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습성 때문이다
너에게는 무엇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없다
만약 다음 행선지를 알려주는 이라면 너가 아니다
「바람의 소묘」의 일부
그렇다고 인호가 은자가 되거나 멀리 여행을 간 건 아니었다. 그는 늘 우리 곁에 '곁'으로 있었다. 침묵으로 꽉 차 있기도 하고 텅 비어 있기도 했다. 우리는 대학 동기 셋을 먼저 보냈다. 애석한 장례식들을 끝까지 지켜낸 이는 인호였다. 헌 사람들처럼 후줄근해져서 헤어질 때 그의 긴 그림자를 바라보며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해지고는 했다. 나는 그의 거처를 방문해본 적 없고, 주소지를 수소문해 무엇을 보내본 일도 없다.
우리는 그의 시를 늘 그리워했다. 그가 시를 떠나서 살아본 날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시인이라고 써 붙이고 사는 이 없으련만 우리가 청년 시절에 암묵적으로 '시인 된 사람'이라고 각인한 초상을 인호는 갖고 있다. 스승으로는 구상 선생이나 김사인 선생 같은 초상이 그러하겠고, 교실 밖에서는 (인호의 호명을 옮기자면) 김수영, 김종삼, 최승자, 허수경 같은 세상의 시인들을 그릴 수 있다. 직관력이나 통찰의 신비 말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갈닦는 그런 언어의 사제 같은 초상 말고, 눈과 마음이 지극하며 온몸으로 세상에 마음을 대고 살면서 그럼에도 어딘가 허전해 뵈는, 가을 거미처럼 제 몸 허물어 남루한 마음을 기워내는 고요한 자취들 말이다.
인호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시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제는 좀 내놓아도 좋겠다고 순호가 쑤석거렸으리라 짐작한다. 인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친구 순호밖에 없다. 순호는 제주 귤밭 가에 손수 집 짓고 바닷바람에 종이 말리며 한 땀 한 땀 책 묶는 일을 하고 있다. 줄곧 바람처럼 살아온 인호는 순호가 낙향에서 집을 지을 때는 오래 묵으며 거들었다. 그건 인호에게도 재미였으리라. 인호는 갑갑증이 일면 물을 건너가 순호 곁에 누웠다가 오는 눈치다. 이 시집에 제주 시편들이 제법 실린 건 그런 시간들이 있다.
섬에서 바다를 옆에 두고 걷다보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는 것을, 그 자리에 내가 있고 우주에서도 우주 밖에서도
영원히 그러하리란 것을 알게 되는 나를 비추는 마을 오
조리에서
「오조리(吾照理)」의 일부
이 시집은 이 고집스런 사람들이 함께 빚은 시에 대한 순정이나 진배없다. 인호와 순호는 겨울 동안 귤밭집에 앉아 손수 자루매기를 해서『사슴』같은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일에 나도 슬그머니 끼어서 무슨 작당이 되고 만 것 같지만 나는 한 편의 시처럼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시를 인호에게 맡겨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호의 첫 음성을 듣는 것만 같은 심정으로 시들을 읽는다. 빚 받으러 온 사람처럼 죽치고 읽는다. 생각대로 인호는 걷는 사람이었다. 새벽과 저녁을 보려고 걷기도 하지만 인호는 돌아오려고 걸었던 듯싶다. 많은 시편들이 자신을 찾아 나선 여로로 밝히어 있다. '내가 나에게 전적으로 열렬히 나였으면 좋겠다'(나와나)고 고백한다. 나에게 닿지는 못했다고 하고(다비茶毘), 길을 잃어서 홀가분하다고도 하고(마음),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도망만 다녔다고도 한다(애호가). 절집 근처로 도보고행의 자취가 나 있는 걸 보면 많이 서성거렸던 모양이다. 한때 나는 문학이, 시가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고 의심한 적이 있다. '환멸'이라는 신음에 놀라 허리가 펴졌다가도 인호가 '다행히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다'(애호가)라고도 하고, '그림자에 가까운 것일까 아름다움이란'(동해막국수) 하고 말할 때 안도했다. 세상의 모든 '모아질 수 없는 모호한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는 것이 세상 재미있다'(세상의 모든)고 하지 않은가. 그렇다. 인호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해서 떠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든 그를 불렀다고 하잖은가.
우리는 빚쟁이가 아니다. 인호의 시들이 나와 우리와 상관없이 스스로 존재해서 기쁘다. 비로소 나는 인호에게서 놓여나 시들이 밝히어 놓은 세상을 만난다. 그가 '의외성'으로 발견한 풍경이며 깨달음이 새뜻하다. 손깍지를 꼭 끼듯 물상이나 관념과 내통한 밀도 높은 언어들이 그려낸 아득한 '큰 세상'이 그립고, 이 난쟁이 세계에서 시로 호흡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좋다.
구르고 밀리다 절벽 끝에서 산양처럼 내려다보았더니
바다다
본다는 것은 보이는 것과의 만남이라더니
돌도끼를 던질까요, 안녕 크로마뇽인
「양치류」일부
시집이 나오면 인호와 순호와 더불어 하루는 그 집에서 깨어나, 발바닥 시린 마루청에서 아침을 맞고 싶다. 그때도 인호는 행방이 묘연할 테지. 그래도 이제 집도 지었겠다, 인호가 말 많은 사람이 되어 자주 큰 세상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다.
그 집의 아침을 좋아한다
그 집 아침의 작은 소란을
(..........)
아, 나의 친정
그 집 아침의 마른 벼락같은 평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이향異鄕」 일부
오래전 그에게 내가 쓰는 소설에 이름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그가 했던 대답이 기억난다. "뭘 빌려줘. 그냥 가져가, 무명씨로 살게." 그 무명씨의 마음을 이번 생에서 알고 싶기도 하고, 모르고 싶기도 하다. 손인호는 무명씨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던 친구였다. 소식도 없이 근황 모르는 날들이 길어지면 '아, 또 소라고둥 소리를 들었나 보다.' 혼자 생각했다. 귓가에 대면 파도 소리, 기차 소리처럼 들려오던 먼 곳의 부름. 나는 그런 소라고둥을 다시 서랍 속 깊이 넣어두지만, 그는 자주 그 부름에 응하곤 했다. 무명씨 되기를 마다않던 친구가 멀리 돌아와 시집을 엮었다. 바람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썼나 보다. 고맙고 소중하다.
〈이도우 소설가〉
전성태 _ 소설가
가을부터 시집 원고를 거듭 읽고 있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이 뵈는 시 읽기는 되지 않고, 자꾸 행간에서 어떤 행적을 찾게 된다. '우리가 너의 행방을 종잡을 수 없는 것은'이라고 말할 때 '너'가 '그'로 들린다. 그래, 우리는 그의 행방을 종잡을 수 없다. '그늘을 달고 다니는 사람, 그늘에 가려 더 어두운 사람, 어두워서 슬픔과 친해 보이는 사람……' 하고 그가 검은 나비에 대해 속삭이는 소리에도 인호일라, 하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왜 이런 독법이 되고 마는 걸까. 이십 대 이래 삼십 년 동안 인호는 실종된 사람만 같았다. 낡은 비유지만 그는 대학 시절에 받아놓은 인상 그대로 여전히 바람이었던 거다. 그건 내 마음만이 아닐 것이다. 인호를 아는,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들에게 인호는 바람 같은 친구였다.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무도 잊은 적이 없다
우리가 너의 행방을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습성 때문이다
너에게는 무엇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없다
만약 다음 행선지를 알려주는 이라면 너가 아니다
「바람의 소묘」의 일부
그렇다고 인호가 은자가 되거나 멀리 여행을 간 건 아니었다. 그는 늘 우리 곁에 '곁'으로 있었다. 침묵으로 꽉 차 있기도 하고 텅 비어 있기도 했다. 우리는 대학 동기 셋을 먼저 보냈다. 애석한 장례식들을 끝까지 지켜낸 이는 인호였다. 헌 사람들처럼 후줄근해져서 헤어질 때 그의 긴 그림자를 바라보며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해지고는 했다. 나는 그의 거처를 방문해본 적 없고, 주소지를 수소문해 무엇을 보내본 일도 없다.
우리는 그의 시를 늘 그리워했다. 그가 시를 떠나서 살아본 날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시인이라고 써 붙이고 사는 이 없으련만 우리가 청년 시절에 암묵적으로 '시인 된 사람'이라고 각인한 초상을 인호는 갖고 있다. 스승으로는 구상 선생이나 김사인 선생 같은 초상이 그러하겠고, 교실 밖에서는 (인호의 호명을 옮기자면) 김수영, 김종삼, 최승자, 허수경 같은 세상의 시인들을 그릴 수 있다. 직관력이나 통찰의 신비 말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갈닦는 그런 언어의 사제 같은 초상 말고, 눈과 마음이 지극하며 온몸으로 세상에 마음을 대고 살면서 그럼에도 어딘가 허전해 뵈는, 가을 거미처럼 제 몸 허물어 남루한 마음을 기워내는 고요한 자취들 말이다.
인호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시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제는 좀 내놓아도 좋겠다고 순호가 쑤석거렸으리라 짐작한다. 인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친구 순호밖에 없다. 순호는 제주 귤밭 가에 손수 집 짓고 바닷바람에 종이 말리며 한 땀 한 땀 책 묶는 일을 하고 있다. 줄곧 바람처럼 살아온 인호는 순호가 낙향에서 집을 지을 때는 오래 묵으며 거들었다. 그건 인호에게도 재미였으리라. 인호는 갑갑증이 일면 물을 건너가 순호 곁에 누웠다가 오는 눈치다. 이 시집에 제주 시편들이 제법 실린 건 그런 시간들이 있다.
섬에서 바다를 옆에 두고 걷다보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는 것을, 그 자리에 내가 있고 우주에서도 우주 밖에서도
영원히 그러하리란 것을 알게 되는 나를 비추는 마을 오
조리에서
「오조리(吾照理)」의 일부
이 시집은 이 고집스런 사람들이 함께 빚은 시에 대한 순정이나 진배없다. 인호와 순호는 겨울 동안 귤밭집에 앉아 손수 자루매기를 해서『사슴』같은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일에 나도 슬그머니 끼어서 무슨 작당이 되고 만 것 같지만 나는 한 편의 시처럼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시를 인호에게 맡겨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호의 첫 음성을 듣는 것만 같은 심정으로 시들을 읽는다. 빚 받으러 온 사람처럼 죽치고 읽는다. 생각대로 인호는 걷는 사람이었다. 새벽과 저녁을 보려고 걷기도 하지만 인호는 돌아오려고 걸었던 듯싶다. 많은 시편들이 자신을 찾아 나선 여로로 밝히어 있다. '내가 나에게 전적으로 열렬히 나였으면 좋겠다'(나와나)고 고백한다. 나에게 닿지는 못했다고 하고(다비茶毘), 길을 잃어서 홀가분하다고도 하고(마음),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도망만 다녔다고도 한다(애호가). 절집 근처로 도보고행의 자취가 나 있는 걸 보면 많이 서성거렸던 모양이다. 한때 나는 문학이, 시가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고 의심한 적이 있다. '환멸'이라는 신음에 놀라 허리가 펴졌다가도 인호가 '다행히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다'(애호가)라고도 하고, '그림자에 가까운 것일까 아름다움이란'(동해막국수) 하고 말할 때 안도했다. 세상의 모든 '모아질 수 없는 모호한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는 것이 세상 재미있다'(세상의 모든)고 하지 않은가. 그렇다. 인호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해서 떠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든 그를 불렀다고 하잖은가.
우리는 빚쟁이가 아니다. 인호의 시들이 나와 우리와 상관없이 스스로 존재해서 기쁘다. 비로소 나는 인호에게서 놓여나 시들이 밝히어 놓은 세상을 만난다. 그가 '의외성'으로 발견한 풍경이며 깨달음이 새뜻하다. 손깍지를 꼭 끼듯 물상이나 관념과 내통한 밀도 높은 언어들이 그려낸 아득한 '큰 세상'이 그립고, 이 난쟁이 세계에서 시로 호흡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좋다.
구르고 밀리다 절벽 끝에서 산양처럼 내려다보았더니
바다다
본다는 것은 보이는 것과의 만남이라더니
돌도끼를 던질까요, 안녕 크로마뇽인
「양치류」일부
시집이 나오면 인호와 순호와 더불어 하루는 그 집에서 깨어나, 발바닥 시린 마루청에서 아침을 맞고 싶다. 그때도 인호는 행방이 묘연할 테지. 그래도 이제 집도 지었겠다, 인호가 말 많은 사람이 되어 자주 큰 세상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다.
그 집의 아침을 좋아한다
그 집 아침의 작은 소란을
(..........)
아, 나의 친정
그 집 아침의 마른 벼락같은 평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이향異鄕」 일부
오래전 그에게 내가 쓰는 소설에 이름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그가 했던 대답이 기억난다. "뭘 빌려줘. 그냥 가져가, 무명씨로 살게." 그 무명씨의 마음을 이번 생에서 알고 싶기도 하고, 모르고 싶기도 하다. 손인호는 무명씨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던 친구였다. 소식도 없이 근황 모르는 날들이 길어지면 '아, 또 소라고둥 소리를 들었나 보다.' 혼자 생각했다. 귓가에 대면 파도 소리, 기차 소리처럼 들려오던 먼 곳의 부름. 나는 그런 소라고둥을 다시 서랍 속 깊이 넣어두지만, 그는 자주 그 부름에 응하곤 했다. 무명씨 되기를 마다않던 친구가 멀리 돌아와 시집을 엮었다. 바람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썼나 보다. 고맙고 소중하다.
〈이도우 소설가〉
목차
목차
제1부
11 _ 여름 저녁에
12 _ 원더풀 라이프
14 _ 봄숲
16 _ 모과가 있는 풍경
21 _ 피안의 나무
22 _ 양치류
24 _ 미드소마
26 _ 좀비 벚꽃
28 _ 환생 수업
29 _ 세 개의 숲
〈제2부〉
37 _ 어부 2
38 _ 오조리
40 _ 나와나
42 _ 어떤 사랑의 기억
44 _ 바람의 소묘
46 _ 물음·응답
48 _ 쳇 베이커
49 _ 좋은 노래
50 _ 나비
51 _ 애호가
52 _ 봄밤
55 _ 비누
〈제3부〉
남국선원 _ 57
오색공원 _ 59
탕갈레 바닷가에서 _ 60
다비 _ 63
사망부가 _66
미황사 _ 67
기적 _ 68
가파도 _ 69
결 _ 70
이향 _ 72
검은제비나비 _ 74
달의 협곡에서 _ 76
동해 막국수 _ 77
〈제4부〉
세상의 모든 _ 79
사월의 바람 _ 82
마음. _ 84
스승 _ 85
책상은 책상이 아니다 _ 86
시 _ 88
삼목선착장 _ 90
데움에 대하여 _ 92
어느 날 _ 94
그리움 _ 96
사라오름 _ 98
오래된 음반 가게 _ 100
이런 소식은 시 같아서·전성태 _ 102
덧붙여
11 _ 여름 저녁에
12 _ 원더풀 라이프
14 _ 봄숲
16 _ 모과가 있는 풍경
21 _ 피안의 나무
22 _ 양치류
24 _ 미드소마
26 _ 좀비 벚꽃
28 _ 환생 수업
29 _ 세 개의 숲
〈제2부〉
37 _ 어부 2
38 _ 오조리
40 _ 나와나
42 _ 어떤 사랑의 기억
44 _ 바람의 소묘
46 _ 물음·응답
48 _ 쳇 베이커
49 _ 좋은 노래
50 _ 나비
51 _ 애호가
52 _ 봄밤
55 _ 비누
〈제3부〉
남국선원 _ 57
오색공원 _ 59
탕갈레 바닷가에서 _ 60
다비 _ 63
사망부가 _66
미황사 _ 67
기적 _ 68
가파도 _ 69
결 _ 70
이향 _ 72
검은제비나비 _ 74
달의 협곡에서 _ 76
동해 막국수 _ 77
〈제4부〉
세상의 모든 _ 79
사월의 바람 _ 82
마음. _ 84
스승 _ 85
책상은 책상이 아니다 _ 86
시 _ 88
삼목선착장 _ 90
데움에 대하여 _ 92
어느 날 _ 94
그리움 _ 96
사라오름 _ 98
오래된 음반 가게 _ 100
이런 소식은 시 같아서·전성태 _ 102
덧붙여
저자
저자
손인호
서울에서 태어나 여러 곳을 살았다. 거추장스럽지만 밉지 않은 시 같은 것은 묻어두고 지냈으나, 이태 전 산책 친구 금은돌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 아침저녁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책상 앞에 앉았고, 그리움의 부산물을 그럭저럭 모았다. '해인사 싸리비'라는 단장을 법정스님이 〈홀로 사는 즐거움〉에 두고두고 읽힐 시로 소개한 것이 유일하였고, 지금은 영종도에서 육상화물하역원으로 일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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