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통신학교(빗방울화석 시선 8)
이승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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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언어에서 사회와 역사의 증언으로
시는 언제부터 설명이 되어야 했을까. 이해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의미로 위로를 주어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시는 점점 안전한 언어가 되어왔다. 『꿀벌통신학교』는 그 흐름을 거스르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설명하지 않으며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말이 되지 않는 삶, 이해되지 않는 기억, 끝내 정리되지 않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껴안는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개인의 내면적 서정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 시집은 시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첫 시집 『냉기가 향기롭다』를 통해 단단한 시어로 현실의 시적 장면을 잘 포착해 보여준 이승규 시인은 이번 두 번째 시집을 통해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현실로 확장되는 시의 전형을 보여준다. 시가 개인의 언어이자 사회적 언어로서 우리 삶의 증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시는 언제부터 설명이 되어야 했을까. 이해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의미로 위로를 주어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시는 점점 안전한 언어가 되어왔다. 『꿀벌통신학교』는 그 흐름을 거스르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설명하지 않으며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말이 되지 않는 삶, 이해되지 않는 기억, 끝내 정리되지 않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껴안는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개인의 내면적 서정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 시집은 시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첫 시집 『냉기가 향기롭다』를 통해 단단한 시어로 현실의 시적 장면을 잘 포착해 보여준 이승규 시인은 이번 두 번째 시집을 통해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현실로 확장되는 시의 전형을 보여준다. 시가 개인의 언어이자 사회적 언어로서 우리 삶의 증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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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말이 되지 않는 것 말하기
이 시집에서 시는 "말도 안 되는 말"로 규정된다. 시는 한숨, 침묵, 눈물, 곰팡이균, 먼지 같은 비언어적 감각으로 구성되며, 언어의 실패 자체를 드러낸다. 꽃과 나무, 바다와 눈 같은 자연의 이미지는 위로나 낭만의 대상이 아니라 결핍과 기다림, 도달할 수 없음의 형상으로 반복된다.
시를 쓰는 행위는 시인에게 치유나 구원의 차원에 있지 않다. 이 시집에서 시는 "혀를 찌르고 입술을 비트는" 행위이며, 버티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계속 시를 쓴다.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 앞에서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 시집은 그러한 시의 불가능성과 필연성을 동시에 끌어안으며, 시인의 자리를 묻는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와 광장의 시인
노부부, 술에 취해 울던 어른, 병상에 누운 스승, 함께 시를 꿈꾸던 친구들…. 이들은 불완전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말과 침묵, 태도는 시인의 삶을 형성한 토대가 된다. 시인은 기억을 미화하지 않는다. 왜 어른이 울었는지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남겨진 질문, 설명되지 않는 슬픔과 실패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시의 출발점이 된다. 기억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개인의 기억은 시인의 세계관이자 삶의 태도가 된다.
따라서 이 시집은 동시대의 사회적 현실과도 직접 맞닿을 수밖에 없다. 광주, 남태령, 안국역 등 구체적인 장소들이 등장하지만, 시인은 구호와 선동의 언어를 선택하지 않는다. 응원봉과 진압봉, 차벽과 군중 사이에서 시는 한 개인이 느낀 감각을, 그 추위와 열기를, 불안과 벅참을 차분하게 기록할 뿐이다. 시는 선언이 아니라 증언인 까닭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시인은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드디어 시는 개인적 서정을 넘어, 공동의 시간과 책무를 향해 확장된다.
21세기라지만 여전히 갈라진
마지막으로 시인은 전쟁, 군대, 분단의 기억을 상기한다. 북한강과 임진강, 양구, 잠수함 사건 등의 서사는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과 사건으로 제시된다. 분단이라는 현실이 외면된 일상에서 우리 공동의 기억에 깊이 각인된 불순한 이데올로기를 호출한다. 뼈아픈 전쟁과 그 상흔을 치유는커녕 복기하지도 못한 채, 21세기의 첨단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망령처럼 떠돌며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데올로기를 상기시킨다. 다만, 시인은 비극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여줄 뿐이다. 강물은 경계를 넘어 흐르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이 시집은 대상을 설명하지 않고, 미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독자를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말이 되지 않는 삶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개인의 기억에서 동시대의 현장 그리고 역사적 비극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이 시집은 시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차분하고 단단하게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시는 "말도 안 되는 말"로 규정된다. 시는 한숨, 침묵, 눈물, 곰팡이균, 먼지 같은 비언어적 감각으로 구성되며, 언어의 실패 자체를 드러낸다. 꽃과 나무, 바다와 눈 같은 자연의 이미지는 위로나 낭만의 대상이 아니라 결핍과 기다림, 도달할 수 없음의 형상으로 반복된다.
시를 쓰는 행위는 시인에게 치유나 구원의 차원에 있지 않다. 이 시집에서 시는 "혀를 찌르고 입술을 비트는" 행위이며, 버티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계속 시를 쓴다.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 앞에서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 시집은 그러한 시의 불가능성과 필연성을 동시에 끌어안으며, 시인의 자리를 묻는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와 광장의 시인
노부부, 술에 취해 울던 어른, 병상에 누운 스승, 함께 시를 꿈꾸던 친구들…. 이들은 불완전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말과 침묵, 태도는 시인의 삶을 형성한 토대가 된다. 시인은 기억을 미화하지 않는다. 왜 어른이 울었는지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남겨진 질문, 설명되지 않는 슬픔과 실패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시의 출발점이 된다. 기억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개인의 기억은 시인의 세계관이자 삶의 태도가 된다.
따라서 이 시집은 동시대의 사회적 현실과도 직접 맞닿을 수밖에 없다. 광주, 남태령, 안국역 등 구체적인 장소들이 등장하지만, 시인은 구호와 선동의 언어를 선택하지 않는다. 응원봉과 진압봉, 차벽과 군중 사이에서 시는 한 개인이 느낀 감각을, 그 추위와 열기를, 불안과 벅참을 차분하게 기록할 뿐이다. 시는 선언이 아니라 증언인 까닭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시인은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드디어 시는 개인적 서정을 넘어, 공동의 시간과 책무를 향해 확장된다.
21세기라지만 여전히 갈라진
마지막으로 시인은 전쟁, 군대, 분단의 기억을 상기한다. 북한강과 임진강, 양구, 잠수함 사건 등의 서사는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과 사건으로 제시된다. 분단이라는 현실이 외면된 일상에서 우리 공동의 기억에 깊이 각인된 불순한 이데올로기를 호출한다. 뼈아픈 전쟁과 그 상흔을 치유는커녕 복기하지도 못한 채, 21세기의 첨단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망령처럼 떠돌며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데올로기를 상기시킨다. 다만, 시인은 비극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여줄 뿐이다. 강물은 경계를 넘어 흐르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이 시집은 대상을 설명하지 않고, 미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독자를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말이 되지 않는 삶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개인의 기억에서 동시대의 현장 그리고 역사적 비극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이 시집은 시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차분하고 단단하게 보여준다.
목차
목차
시 앞에 · 5
1부 사랑이 무엇인 줄 몰라도
사라오름에 가자
봄의 표준
봄 속에 봄
말도 안 되는 시가
윤사월 편지
알라딘의 시간
나무와 같다
스위스 칼
참외
외도 외길
고양이들
한여름의 시처럼
내일의 바다
브흐으
비둘기낭폭포
2부 모두 시인이 되려고 했다
누구나 농부의 자손
술 아저씨, 1982년
하늘이 믿으시는 네 사랑
구파발행 1
장욱진
김중업
김종팔 선생님
가을 가기 전에
수유리
과메기
진리 1
진리 2
위미의 눈
왜 종달리에서
대한에서 우수
니시와세다 언덕에서
쑥튀김보다 쑥국
3부 백학 관찰보고서
봉
안국역 1
안국역 2
전야
봄의 선고
식목일
교동도 구름
주황색 잠수함
녹슨 수평선
후방
흐른다는 것이
양구 밖에서
굽은 강이 오래 흐른다
두루미 나라에 갈까?
백학 관찰보고서
4부 같이 걷는 게 꿈인 길
몰운대에서
산늪에서 태어나
철암
묵계
불행을 막기 위한 일
물속마을 따라
무등, 무등산이여
계당산 봄까치꽃
보림사 보물일까?
편백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길
조약봉 가는 길
꿀벌통신학교
신동엽 옆에서
정맥 길에 빛 들면
아는 얼굴
제멋대로 휘어진
열원을 지나며
날개 밑에서
국망봉 능선 길
노적봉을 향하여
백운대
꽃을 기다리는 동안
산문
바닷가에서 온 시
접경지역에 피어나는 꽃
1부 사랑이 무엇인 줄 몰라도
사라오름에 가자
봄의 표준
봄 속에 봄
말도 안 되는 시가
윤사월 편지
알라딘의 시간
나무와 같다
스위스 칼
참외
외도 외길
고양이들
한여름의 시처럼
내일의 바다
브흐으
비둘기낭폭포
2부 모두 시인이 되려고 했다
누구나 농부의 자손
술 아저씨, 1982년
하늘이 믿으시는 네 사랑
구파발행 1
장욱진
김중업
김종팔 선생님
가을 가기 전에
수유리
과메기
진리 1
진리 2
위미의 눈
왜 종달리에서
대한에서 우수
니시와세다 언덕에서
쑥튀김보다 쑥국
3부 백학 관찰보고서
봉
안국역 1
안국역 2
전야
봄의 선고
식목일
교동도 구름
주황색 잠수함
녹슨 수평선
후방
흐른다는 것이
양구 밖에서
굽은 강이 오래 흐른다
두루미 나라에 갈까?
백학 관찰보고서
4부 같이 걷는 게 꿈인 길
몰운대에서
산늪에서 태어나
철암
묵계
불행을 막기 위한 일
물속마을 따라
무등, 무등산이여
계당산 봄까치꽃
보림사 보물일까?
편백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길
조약봉 가는 길
꿀벌통신학교
신동엽 옆에서
정맥 길에 빛 들면
아는 얼굴
제멋대로 휘어진
열원을 지나며
날개 밑에서
국망봉 능선 길
노적봉을 향하여
백운대
꽃을 기다리는 동안
산문
바닷가에서 온 시
접경지역에 피어나는 꽃
저자
저자
이승규
1972년 서울 북한산 아래서 태어나 그 산 곁에 살고 있다. 2016년 『문학의오늘』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냉기가 향기롭다』, 산문집 『그 숲에 시인이 산다』, 연구서 『김수영과 신동엽』 등을 펴냈다. 빗방울화석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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