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섬이 하나 있다(시담포엠시선 40)
김삼규 시인의 시집 『내 안에는 섬이 하나 있다』는 영원한 그리움의 노래이다. 잃어버린 나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에 맺힌 이슬방울이다. 그의 첫시집에 수록한 시편들을 보면, 시인은, 존재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나의 존재란 무엇인가, 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시적 탐색의 길을 모색하였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쉽게 풀리지 않는 이 질문들이 시인을 장자, 노자의 동양적 사유의 숲으로, 때로는 불교와 기독교의 무욕의 영성의 세계로 불러내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꼬리를 물고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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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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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를 호흡을 멈춘 채 단숨에 읽다 보면, 릴케의 편지 일절이 생각난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사물들, 당신 꿈의 영상(映像), 추억의 대상들을 이용하십시오. 당신의 생활이 비록 빈약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을 탓하지 말고 평범한 생활이 갖는 풍요로움을 끌어낼 수 있는 시인이 되지 못한 자신을 탓하십시오. 창조하는 자에게는 가난이 없으며, 그냥 지나쳐 버려도 좋을 하찮은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 당신이 감옥에 갇혀서 바깥세상의 소리조차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는 경우라도, 당신에게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 귀중하고도 풍요한 추억의 보물창고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십시오. 지나가 버린 아득한 과거의 가라앉은 감동을 다시 캐내 보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개성은 더욱 굳어지고 고독은 넓어져서 아늑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_릴케가 카프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 중에서 )
김삼규 시인에게 '섬'과 '별'은 고독한 존재인 시인의 또 다른 존재의 형상이며,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유일하고 숭고한 개별적 존재를 표상한다. '섬'은 시인의 마음이 동경하는 세계이기도 하고, 동일성을 지향하는 외로운 영혼이 부르는 안식의 세계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정신분석 비평가인 보나 파르르(Marie Bonaparte)가 대지(大地)와 함께 바다와 섬은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모성애의 상징 가운데 가장 크고 변하지 않는 세계'라고 하였는데, 김삼규 시인의 하늘의 '별'과 바다의 '섬'이 그렇다. 따라서 '섬'과 '별'은 동일한 시적 의미항이다. 섬은 '푸르러서/ 더 깊은' '저 별 하나'인 것이다. '하나'는 외롭다. 별도 그렇고 섬도 그렇다. 하나의 별, 하나의 섬은 표층적으로 외로움을 가득 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섬과 별은 결코 외롭지 않다. 김삼규 시인의 삶 속에서 하나의 별과 하나의 섬은 실존적 자아의 형상이자, 영원한 동반자로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삼규 시인의 삶은 실제로 그렇다. 세속의 풍조에 편승하지 않는 순수한 시적 열망이 푸르다. 시 외에는 도대체 욕심이라고는 없는 사람이고, 함께 있어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고요한 사람이다.(하지만, 그의 시에 대한 욕심만큼은 대단하다는 것을 이번 시집 상재를 통해 알았다. 그런 욕심은 청빈의 욕심이라는 점에서 소유라는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그의 인품이기도 하다. 그의 삶은, 삶이 곧 인품이고 인품이 곧 삶이다. 그러나 맑고 따스한 서정이 가득한 인품이고, 아무리 힘들어도 바다처럼 묵묵히 견뎌내는 해인(海印)의 인품이다. 그의 시가 정겨우면서도 맑고 정갈한 것은 그 때문이다. 수행자가 아니면서도 그는 어느 수행자보다도 치열하게 닦는 삶을 살았다.
로웰Sarah N. Lawall이 말한 것처럼 한 시인의 시적 흐름을 원초적이고 지속적인 경험의 언어적 전사(Verbal transcription)라 한다면, 김삼규 시인의 시적 경향은 유년의 자연체험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한 시인의 유년기 정서적 체험은 전 생애의 아우라를 형성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삼규 시인의 시적 편력의 출발은 유년의 체험 세계와 강이라 할 수 있다. 그 유년의 시적 체험 공간은 시인의 시 전반에 걸쳐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상실감으로, 그리고 때로는 회향의식懷鄕意識과 동일성을 회복하려는 회상回想의 공간으로 끊임없이 시적 변주를 보여준다.
● 승한 시인의 『내 안에는 섬이 하나 있다』에 대한 해설 일부
김삼규 시인의 시가 매력적인 것은 '홍도紅島'처럼 모든 시적 인식의 대상을 직접으로 바라보고 듣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들에게 치유의 따스한 생명애(인간미)를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삼규 시인의 평소 인품이나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인간에 대한 생명애와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찌 한낱 기호에 불과한 사물(섬은 물론 이 우주상의 모든 것)들에게 따스한 치유의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겠는가. 다음의 시를 보면 우리는 김삼규 시인의 듣기와 바라보기를 통한 따스한 치유의 힘을 더 크고 웅장하게 느낄 수 있다.
하늘에서는
달도 섬이다
하늘에서는
별도 섬이다
바다에서는
섬도 별이다
섬에서
섬으로 사는
푸르러서 더 빛나는
저 별 하나
푸르러서
더 넓고
푸르러서
더 깊은
저
섬 하나
-「청산도靑山島 1」 전문
'하늘에서는/ 달도 섬'이라니, '하늘에서는/ 별도 섬'이라니, '바다에서는/ 섬도 별'이라니, 김삼규 시인의 '바라보기'는 이처럼 놀랍다. 여기서 우리는 하늘을 인간세상, 섬을 인간, 달과 별을 아픔과 고통이 없는 이상향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렇지만 김삼규 시인은 이들에게 어떤 페르소나도 씌우지 않는다.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시적 자아가 바로 하늘이 되고 달이 되고 섬이 되고 별이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퀄(=)로 연결시켜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섬에서/ 섬으로 사는' '인간들(사물, 생명체)'이 아프고 외로워서(푸르러서) '더 빛나는/ 저 별 하나'라고 우리를 다독이며 치유의 체온을 불어넣는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외로워서(푸르러서) 더 넓고, 외로워서(푸르러서) 더 깊고, 외로워서(푸르러서) 더 빛나는 '저/ 섬 하나'들이 아닌가.
3.
그러나 그 '듣고 바라봄의 시학'을 '치유의 시학'으로 이끌어 올리기까지 김삼규 시인에겐 무수한 삶의 연습이 필요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떤 욕망과 갈애도 없이 그는 36년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문학 교사로 삶의 한 매듭을 지었다. 그는 교단을 지키는 내내 어떤 자리도 탐하지 않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일에만 천착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갈애渴愛와 욕망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경작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감사한 삶, 여유 있는 삶, 따스한 사랑의 삶, 너와 나의 행복과 치유를 위한 삶이 아니었으면 감히 흉내 내기도 어려운 진짜 '섬' 같은, '별' 같은, 그러나 '바다' 같은, '하늘' 같은 삶을 살았다. 틈만 나면 다양한 책을 읽었고, 틈만 나면 글을 썼다. 그러므로 그 밑바탕엔 (어쩌면 동료도, 가족도 몰랐을) 그의 치열한 삶의 반복과 단련이 있었다. 다음의 시에 그것이 잘 나타나 있다.
바다 한가운데
섬 하나 떠 있다
댓돌처럼
노둣돌처럼
바다 한가운데
돌 하나 좌선坐禪하고 있다
저
어묵동정語?動靜
저
방하착放下着
나 하나
너 하나의
-「청산도 3」 전문
목차
목차
1부
홍도(紅島)
하의도(荷衣島) 1
하의도 2
화도(花島)
청산도(靑山島) 1
청산도 2
청산도 3
청산도 4
청산도 5
청산도 6
섬 1
섬 2
섬 3
영산강
숲에서
2부
목련
홍역
골담초 1
골담초 2
백련사 동백꽃
사랑은
배롱꽃
고만이 꽃
봄길
빗방울
앵두
동백의 봄에게
목련이 꽃 필 때 1
목련이 꽃 필 때 2
목련이 꽃 필 때 3
3부
탐진강 1
탐진강 2
탐진강 3
5월이면
내 마음에 뜬 달
암시랑토 안해야
아부지
엄마
4월
성묘
그리운 것들은
별이 된 그대
옛집 1
옛집 2
가을은
고엽(枯葉)
가을 지리산
지리산
소리
4부
편지 1-위로(慰勞)
편지 2-제자 규진에게
편지 3-친구 경채에게
편지 4-고향 친구에게
편지 5-친구 병문안을 다녀와서
편지 6-정년퇴임한 친구의 글에 답하며
편지 7-노붕우(老朋友)에게
운주사 가는 길
기도
노회찬
매미
흐느끼는 오월
시는 시로만
기억-416
욕 예찬
여적(餘滴)
하루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해설 __ 듣고 바라봄의 시학에서 치유의 시학으로 (승한 이진영 시인)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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