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산과 12지파 나무(국제문학시선 25)
나의 삶, 나의 시 | 손순용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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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손순용의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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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1부 병풍산
병풍산 12 지파 나무
한 나무 기둥에
열두 개 잔가지가 둘러섰네
작은 가지
가는 가지
큰 가지
한 뿌리로 모여 있네
성경 속 야곱의 열두 자녀
이스라엘 12 지파를 이루었지
병풍산 산행길,
오를 때 만나고
내려올 때도 만나는,
지금은 연한 가지지만
세월 지나면 큰 기둥되겠지
나는 어떤 나무이려나
주변의 어린 영혼들,
푸르디 푸른
대치지역아동센터 아동들,
12 지파 나무보다
더 소중하겠지.
병풍산 개나리
개나리가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가을은 깊어 가는데
병풍산 뒷길 양지바른 곳에는
노란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찬바람이 불면
시들어 떨어질텐데
운명이랄까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랄까
햇살이 따뜻하면 노란꽃을 피우지만
기쁨과 환호도 잠시
찬서리에 사그라들어야 한다
철모르는 개나리를 보면서
나는 철이 들어야겠지
다짐한다.
병풍산 바람
소리 없는 바람은
마른 상수리나무 잎사귀를 흔든다
아,
바람이 불고 있구나
바람은
푸른 찔레나무 이파리를 스쳐
얼굴을 스치는데
만질 수는 없지만
겨울바람은 차갑구나
이웃으로 인해 느껴지는
그 분의 사랑,
주변을 보면 느낄 수 있는
그 분의 은혜
한 해를 보내며 또 한해를 맞는다
그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면서.
겨울산
푸르른 이파리가 다 지면 나타나지
왼편 산 아래를 보니
경사가 날카로운 산이었구나
돌짝 언덕에는 풀 한포기 없었는데
푸른 신록에 감추어져 있었구나
오른쪽 산을 보니
어린 소나무가 바위 틈에서 자라는구나
성경은 말하기를,
인생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다고,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기 마련이지
우리 인생도
명예와 거품이 걷히면
맨 모습이 드러나겠지
추한 모습 안보이려면
사랑을 심고, 은혜를 베풀 일이다.
병풍산 산바람
산에도 파도가 친다
병풍산 자락의 나무들은
큰 바람이 불어치면
파도가 된다,
물결이 된다,
햇살에 반짝이기까지 한다
산에서도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긴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들은
쏴
파도소리를 낸다
병풍산 바람은
나무를 파도치게 하고
골짜기에 파도소리를 들려준다
바람은
바다의 친구이자
산의 친구이기도 하다.
갈대
갈대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떡갈나무도 바람에 흔들리고
속으로 울기도 하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굳게 서 있는 듯하나
내면에는 쓰러지고 있고,
강한 모습은
약함의 뒷 표현이기도 하지
저문 밤,
길 입구 갈대는
저 혼자만 흔들리는 줄 알겠지
어둠은 깊어가고
외로움은 짙어만 간다.
병풍산 억새
가로등 아래 억새는
밤에도 흔들린다
보는 사람 없어도
노래해 주는 사람 없어도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
멀리 있어도
보이지 않아도
그대가 있으니
나도 흔들린다.
병풍산 물소리
병풍산 자락,
맑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른다
봄은 대지의 얼음을 녹이고
계곡의 호흡을 길게 한다
산에는 산새소리,
바람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에는 물소리도 있다
물은 아래로 흐르되
물소리는 사방으로 흐르다
인간의 시간은 흘러만 가지만
삶의 흔적은
과거로, 미래로
메아리친다.
눈 내리는 산
눈은
상수리나무 낙엽 위에
앙상한 나무 가지 위에
여전히 푸른 소나무 위에도
소리 없이 내린다
눈은 내린다
낙엽처럼 소외된 마음에도
앙상한 가지처럼 외로운 마음에도
소나무처럼 여전한 가슴에도
소리 없이 쌓인다
눈은 산을 덮고
산 위를 걷는 사람을 덮고
사람의 마음마저 덮는다.
병풍산 싸리나무
병풍산 오르는 길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흔하디 흔한 싸리나무
그냥 지나 칠 수 없음은
청춘의 사연이 있음이다
제30사단 신병교육대 뒷산 망월산 가을,
4개 중대가 4,000개 빗자루를 만들었다
절반은 신병교육대에
나머지는 사단 본부에 보냈다.
겨울 눈은 연병장 구석구석 많이도 내렸고
신병교육대 훈련병은 쓸고 또 쓸었다.
겨울은 그렇게 지나갔고
봄이 올 때면 싸리나무 빗자루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망월산 싸리나무는 통통해 질 수가 없었는데
병풍산 싸리나무는
잘라가는 사람 없어 뚱뚱해져만 간다.
비닐하우스 빗소리
빗소리를
비닐하우스에서 들어 보았나요
빗방울 하나하나가
비닐과 마주쳐
타악기처럼
화음을 이루는군요
비닐하우스 빗소리는
하늘의 소리를
전해 주기에
크고 조밀하네요
그래,
하늘을 향해 열려있다면
한 뼘 남김없이
흠뻑 적셔주겠지요
가을비는 대지를 적시고
마음도 적시네요.
병풍산 돌탑
병풍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만남재를 향하여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보면
조그만 돌탑들이 다소곳이 서 있다.
누구의 바램들이
탑을 쌓았을까
나도 돌 몇 개 올려본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
늦은 가을 태풍이 온다던데
산바람도 거세겠구나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려무나.
단풍 첫사랑
푸른 청춘
거센 바람에도 꿋꿋했는데
가을,
첫사랑 앞에선
얼굴이 붉어지네
파란 하늘이 노랗게 되는 것은
그대 앞이여서겠지
가을바람은 따사롭고
낙엽 바스락 소리는
사랑의 노래인데
가을 단풍은 여기 있고
그대는 저 만치 있네.
이른 다람쥐
아직 겨울
정월대보름인데
병풍산 다람쥐
봄마실 나왔는가
마운대미
만남재
내려오는 길
돌 틈 사이에서
다람쥐가
맞아주네
따사로운 햇살은
겨울잠 자는 다람쥐를
먼저 깨우고,
내 마음도
따뜻하게 녹여주네.
니 탓
병풍산 오르는 길,
골짜기 물소리가 소프라노인 것은
따뜻한 봄날씨 탓
병풍산 오솔길에
갑자기 늘어난 등산객은
봄기운 탓
모녀가 팔짱 끼고
삼인산 가는 길,
개나리 앞에 멈추는 것은
노란 꽃은 피우려는
봄바람 탓
주일 오후
따사로운 햇살 아래
그리움으로
외로움으로
혼자 걷는 것은
니 탓.
산길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되돌아가면
원 위치
결국 그곳이
내가 있을 자리이다.
평설
순례 길에서 만난 시인
김성구
시인, 문학평론가
국제문학 발행인
국제문학 등단 1호 시인 손순용 박사의 시집 『병풍산과 12지파 나무』의 서평을 부탁받고 원고를 받아든 채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었다. 그것은 시가 어려워서도 아니고, 시가 너무 난해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몇 구절 인용하면서 문학적으로 해석해가면 될 수 있지만 그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시인의 삶이 그대로 병풍산의 크기와 높이와 무게처럼 다가왔기에 몇 줄의 평을 쓰다가 멈추었다. 결국 두 번째 맞이하는 서른 잔치 즈음인 봄에 출간을 계획한 것이 가을에서야 출간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그분의 뜻이 어디엔가 숨어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손순용의 시는 솔직한 마음 그대로 드러내어 박꽃처럼 하얀 웃음이 가득하다. 그가 사물을 직관하며, 한 발씩 믿음의 산을 오르듯 그 성숙해감을 거두어들인 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담양 10경에 속한 병풍산은 손순용 시인이 오르내리면서 가꾸고 있는 명산이다. 손순용 시인은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산골짜기 곳곳에 정을 두고 나무와 돌 하나하나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하늘이 내린 세상살이 이치를 시로 지어 노래하고 있다. 병풍산 정상에 올라 확 트인 사방을 둘러보면 널따란 들녘과 '사람인 人' 세 개를 겹쳐 놓은 삼인산이 보이고, 저 멀리로는 너나없이 높고 낮음이 없는 균등하게 살라는 암시가 서려있는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인 무등산이도 보인다. 병풍산은 해발 822m 높이의 산으로 신선대에서 시작해 우뚝 솟은 옥녀봉, 천자봉, 투구봉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뻗은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져 담양군 수북면, 대전면과 장성군 북하면을 경계에 걸친 명산이다. 여기에 손순용 시인이 살고 있다.
병풍산에서 애국정신을 가르치는 시인
병풍산 아래에는 서당을 차려 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인이 있다. 고려사와 조선사에서 시민교육을 담당하였던 서당은 풀뿌리민주교육기관이었다. 병풍산의 정기가 넘쳐나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서당훈장 손순용 시인. 나라의 동량을 길러내는 교육시설의 운영자가 사업적이거나 재물을 탐하는 자라면 부적합하다. 교육기관을 이끄는 지도자가 그 심장에서 나라사랑에 대한 피 끓는 열정이 없다면 사람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순수문학을 말하고 있지만 세상에 순수문학이란 것은 없다. 시인은 어느 사상이든 자기의 색채가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 말하고, 시를 통해 싸우고, 시를 통해 애국한다. 시인이 쏟아낸 시는 탁류에 흘러들어 맑은 물로 정화해가는 바이러스가 될 것이다. 병풍산 애국서당 훈장 손순용 시인의 시를 들여다보자.
한 나무 기둥에
열두 개 잔가지가 둘러섰네
작은 가지
가는 가지
큰 가지
한 뿌리로 모여 있네
성경 속 야곱의 열두 자녀
이스라엘 12 지파를 이루었지
병풍산 산행길,
오를 때 만나고
내려올 때도 만나는,
지금은 연한 가지지만
세월 지나면 큰 기둥되겠지
나는 어떤 나무이려나
주변의 어린 영혼들,
푸르디 푸른
대치지역아동센터 아동들,
12 지파 나무보다
더 소중하겠지.
- 「병풍산 12 지파 나무」 전문 -
한 나무에 잔가지가 여러 개가 자라고 있듯이 병풍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꿈을 꾸는 아이들은 한 민족의 한 백성으로 각각의 자기 재능대로 세상에서 그 역할을 해나가며 살아갈 것이다. 가늘고 잔가지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큰 기둥이 되듯 시인이 가르치는 대치지역서당에서 꿈을 꾸는 아이들은 이 나라의 동량들이 될 것을 꿈꾸고 있다. 야곱의 열두 아들은 이스라엘의 12지파가 되어 나라를 이루었다. 시인은 야곱의 열두 '아들'을 열두 '자녀'로 표현하면서 남자만 중시하던 고대의 풍습을 넘어 여성도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배경삼아 나라사랑에 대한 것은 남녀의 문제가 아님을 은연중 비치고 있다. 시인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큰 나무 밑에 잔가지들이 자라는 것을 보며 교육자의 비전을 시로 노래하였다. 그것은 그가 품고 있는 아이들이 세상 어떤 것보다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개나리가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가을은 깊어 가는데
병풍산 뒷길 양지바른 곳에는
노란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
철모르는 개나리를 보면서
나는 철이 들어야겠지
다짐한다.
- 「병풍산 개나리」 중에서 -
따스한 가을 길을 걷다 보면 개나리 뿐 아니라 여러 봄꽃들이 가지마다 몇 송이씩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꽃을 보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철모르는 개나리를 보면서/ 나는 철이 들어야겠지/ 다짐한다.'는 시인처럼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어른들이 많다면 나라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다. 그저 자신의 영욕을 위해서 세상을 난장판 만들고 있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학습하고 있는 아이들 앞에서 시인은 스스로 자기 옷고름을 여미고 있다.
산에도 파도가 친다
병풍산 자락의 나무들은
큰 바람이 불어치면
파도가 된다,
물결이 된다,
햇살에 반짝이기까지 한다
- 「병풍산 산바람」 중에서 -
병풍산에 살고 있는 나무들은 한 나라의 백성이기도 하고, 시인이 꿈을 꾸는 나라의 동량들이기도 하다. 병풍산 아래에 펼쳐진 서당에서 배우는 아이들은 병풍산 나무들처럼 쑥쑥 자라게 되어 세상에 큰 바람이 불어올 때 파도가 되고 물결이 되어 하늘이 내리는 햇살에 반짝이는 민족사에 길이 남는 일군이 될 것을 꿈꾸고 기대한다. 시인의 마음은 온통 이 나라의 천년대계(千年大計)를 꿈꾸며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병풍산의 주인장에게 간곡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병풍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산바람이요, 생명을 살리는 바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갈대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떡갈나무도 바람에 흔들리고
속으로 울기도 하지
- 「갈대」 중에서 -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
멀리 있어도
보이지 않아도
그대가 있으니
나도 흔들린다.
- 「병풍산 억새」 중에서 -
물은 아래로 흐르되
물소리는 사방으로 흐르다
인간의 시간은 흘러만 가지만
삶의 흔적은 과거로, 미래로
메아리친다.
- 「병풍산 물소리」 중에서
저문 밤, 길 입구에서 갈대는 저 혼자만 흔들리는 줄 알을 것이다. 그러나 어둠은 깊어가고 외로움도 하얗게 새어지는 새벽에는 시인도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밝은 태양이 솟아오른 아침이 되면 병풍산 높은 자태를 보며 새 힘과 용기를 회복한다.
누구의 바램들이
탑을 쌓았을까
나도 돌 몇 개 올려본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
늦은 가을 태풍이 온다던데
산바람도 거세겠구나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려무나.
- 「병풍산 돌탑」 중에서 -
"늦은 가을 태풍이 온다던데 산바람도 거세겠구나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려무나."
병풍산을 오르는 시인의 염원은 오로지 나라의 동량들이 잘 성장하기를 비는 것이다. 거센 태풍이 불어친다 해도 돌탑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람처럼 병풍산 서당에 세운 꿈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이곳의 아이들이 잘 성장하여 이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위인이 되길 소망하는 바람이 서려있는 구절이 아닐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되돌아가면
원 위치
결국 그곳이
내가 있을 자리이다.
- 「산길」 전문 -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있어야할 위치를 잘 안다는 것은 축복이다. 손순용 시인이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신이 서 있어야할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고 있다.
조선의 소녀는, 반성하지 않는 자들을 향해
두 주먹 꼭 쥐고 있습니다
긴 댕기머리 대신 거칠게 잘려진 머리카락,
안식할 수 없는 뒤꿈치가 들린 맨발,
자유와 평화의 상징인 어깨 위의 작은 새,
할머니의 그림자는 긴 시간의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머나먼 타향에서 고향을 잊지 않으려는 소녀들에게
아리랑 한복을 입혀 드립니다
- 「담양 평화의 소녀상 서시」 중에서 -
손 시인의 나라사랑은 '나홀로 투사'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이다. 담양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며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모아 담양중앙공원에 소녀상을 건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그가 길러내는 나라의 동량들에게 애국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뜻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 평화의 소녀상에는 150여개의 마을 주민의 사랑과 2,000여명 어린 학생들 저금통의 정성이 담겨 있다 하니 손순용 시인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중심으로 애국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손주 손녀들이
사철 푸른 대나무처럼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며
빈 의자를 따뜻하게 채울 것입니다.
- 「담양 평화의 소녀상 서시」 중에서
소녀상 빈 의자
쉽게 앉을 자리 아닙니다
비어 있다고, 임자 없다고
덥석 앉을 자리 아닙니다
……………
함부로 앉을 자리는 아니지만
꼭 한 번은 앉아 봐야 할 자리입니다.
- 「소녀상 빈 의자」 중에서 -
소녀야 너는 아니
지금부터 100년 전 3월 1일
어린 소녀들이 깃발을 들었단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단다
내 나라의 주임임을 외쳤단다
평화의 소녀상,
소리 없는 아픔과 피울음은
빈 옆 의자에 살며시 앉아보는
앳된 학생들의 숨결로 이어진다
………………
1910년은 2019년으로 이어져
민족의 혼은 영속 되리니
소녀야,
너의 기도와 소망이
이젠
평화와 인권의 깃발되리라.
- 「삼일절과 소녀상 (2019.3.1.)」 중에서 -
우리는 외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아픔과 찢겨버린 어머니의 상처들이 개인의 아픔이 아닌 민족의 아픔이며 나라의 슬픔이었다는 것을 잊을 수 없다. 시인 손순용은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과 병풍산 아래에서 푸른 꿈을 꾸고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나라사랑의 심정을 갖도록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의 섬세한 기획력과 추진력은 열한 편의 시로 이어지는 평화의 소녀상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소녀야 너는 아니?" 하면서 소녀상 곁에 있는 빈 의자에 앉아보는 앳된 학생들을 향해 간절한 소망을 담는다.
시인 손순용은 그렇게 병풍산 아래에 글방에서 담양의 아이들이 나라의 일군으로 성장하기를 꿈꾸며 온 정성을 다하고 있다.
순례의 길에서 만난 긴 수염 할아버지
손순용 시인은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 넘실거리는 시로 가슴을 울린다. 사진에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은 한국화 신선도에 등장하는 도인처럼 하얗고 긴 수염이 휘날리시며 기풍이 대단하신 분으로 보이신다. 스스로 기풍을 만드시고 그 풍류를 예술로 승화시켜 삶으로 살아가신 손 시인의 아버지는 서당 아이들에게도 인기셨다. 시인의 아버지께서 흰 수염을 길게 휘날리며 살아가신 모습에서 삶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손 시인의 삶은 흰 수염할아버지이신 아버지의 신선하신 모습처럼, 병풍산에 자라고 있는 열두지파나무처럼 자라고 굵어지고 잎이 무성하여 기둥이 되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거목이 되어 병풍산 아래의 시골 소년소녀들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고 있다.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도를 드린다는 시인, 수염을 쓰다듬는 도인은 그 손길이 수염에 닿을 때 자신의 행실을 가다듬는 것이다.
"할아버지, 그 수염 진짜여요?"
"그럼 진짜지"
그냥 넘어갈 아이들이 아니지
"한 번 만져 봐도 돼요?"
"와~ 진짜다!"
- 「긴 수염 할아버지」 중에서 -
망월동 공동묘지 한 켠에서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나비가 되고 바람이 된다
- 「망월동 묘역에서」 중에서
보고 싶으면 보이는 걸까
가을은 깊어가고 찬바람은 얼굴을 스치는데
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그리운 아버지
그리운 어머니
- 「그림자와 아버지」 중에서
우리 가문도 부모님 큰나무 밑에
하나 둘 뻗어 중간나무가 되었고,
우리에게서 자란 나무들도
푸른 가지로 성장하고 있지
병풍산 12지파 나무를 지날 때면
잠깐 멈춰 기도를 한다.
- 「병풍산 열두지파 나무」 중에서
시인은 이스라엘의 열두지파와 같이 믿음의 가문을 이루는 신앙의 기둥으로 살아가기 위해 온 삶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병풍산을 오를 때마다 만나는 12지파나무 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손순용 시인은 기도의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기도하고 준비하면 이뤄진다고 고백한다. 느보산에 올라서 모세의 마음으로 동서남북을 바라보며 또 다른 꿈을 꾸고 돌아왔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었던 곳,
꿈을 놓지 말자
이 땅, 길지 않는 인생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도하고 준비하자,
그리고 떠나자.
- 「성지순례(꿈을 놓지 말자)」 중애서 -
인생은 누구나 순례자이다. 시인은 성리순례를 통해 아브라함이 되어보고, 모세가 되고, 다윗이 되어보고, 베드로가 되어보는 순례자의 길은 또 다른 결심을 하게 한다.
느보산에서
모세의 마음으로
동서남북을 바라본다
사철 흰 눈 덮인 헐몬산 차가운 물은
실개천처럼 요단강을 흘러
열두지파를 위한 드넓은 약속의 땅을 적시고
사해바다 냄새로 코끝을 스쳤으리라
분명 모세는 감사했으리라
살아생전에 약속의 땅을 볼 수 있어서.
- 「순례의 길」 중에서 -
순례자의 길은 평안의 길이 아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야하는 고생길이다. 그러나 인생은 순례자의 길에 선 나그네임을 잊지 않고 감사와 감격의 길이라 고백하며 행복해하는 시인은 생각지 않았던 터널을 만나게 된다. 긴 터널, 깜깜한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생의 터널에서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손순용 시인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터널에서 헤매고 있을 때, 어둠이 짙으면 희망이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지에 이르는 순간 터널 끝에서 출구를 알리는 서광이 비치게 된다. 긴긴 터널을 지나면서 경험해야했던 고통들을 한두 편의 시로 끝내기에는 너무나 긴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긴 고통의 터널은 한줄기 빛으로 모든 것을 끝내게 됨을 경험하고 두 번의 서른 잔치를 맞이하는 손순용 시인은 병풍산 열두지파나무가 아니라 조국 대한민국의 열두지파나무가 되어 담양 병풍산자락에서 이 나라의 일군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위대한 일에 몰두하다보니 긴 터널을 지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혀 몰랐다. 조금 이상하다 생각은 했다
온갖 병원을 다 순례한 끝에 알게 되었다
마음의 병이라는 사실을
……………………
이미 터널의 입구에 들어서 있었다
- 「인생의 터널, 터널 입구에서」 중에서 -
앞도 보이질 않고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
밝은 미래가 있기는 한데
어둠이 짙어 희망을 찾기 어렵다
- 「터널 안에서」 중에서 -
어디, 마음 놓고 울 곳 있으랴
샤워기 물줄기 속에서나 소리 내어 울어본다
- 「터널을 지나며」 -
"터널은 목표를 향해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다시는 어두워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터널 출구에서」 중에서 -
터널을 지나는 것은 목표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기도한다면 위로부터 내리는 신령한 은혜를 덧입을 것임을 확신함이 매우 중요하였다. 손순용 시인은 고난을 징검다리로 삼고 앞을 향해 뛰어 넘어가기 위해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이 민족의 내일을 일으킬 열두지파의 수장으로 세워지고 있었다.
인생길 순례자의 길에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어떤 것이 있어야 고통스런 일들을 잊을 수 있다. 손순용 시인은 두 번의 서른 잔치를 맞을 때까지 첫눈에 전기가 통하였던 감격을 품고 광야에 쌓였던 한숨은 바람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한숨이 바람 되어 사라지고, 어둔 밤이 지나면 낮이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팍팍한 세상이지만 주저앉지 말고, 깊은 밤일수록 하얀 목련꽃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흰 눈이 펑펑 내릴 때면
………………………
살며시 잡았던 손에는
찌릉찌릉 전기가 흘렸지
………………………
눈은 쌓이고,
한숨은 바람 되어
허공으로 사라진다.
- 「그대와의 첫 눈」 중에서 -
삶이 팍팍하다고
주저앉지 말지니,
밤이 지나 낮이 되면
다른 모습,
그 속에서 더욱 고귀하기 때문이지
밤은 깊어도 목련은 더욱 빛나니
교정 트랙을 돌던 나는
기어이 핸드폰을 꺼내고 말았다.
-「그대 목련」 중에서 -
가녀린 꿈을
끝까지 지니는 사람이 있고
이루어 질 수도 있었는데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순례의 길에는
기다림과 기도가 필요하다
가는 길마다 고생이며
팔 다리 어깨가 쑤시지만
가는 곳마다 주님의 흔적이
그 분의 사랑이 있다
순례의 길은 감사와 감격의 길이다.
- 「순례의 길」 중에서 -
험한 세월 나그네의 길을 걸어온 순례자는 지금이 무슨 때인지를 체감한다. 만사에 떼가 있음에 그 때를 분별하지 못할 때 겪어야 하는 혼란은 순례길을 거칠게 만든다. 두 번의 서른 잔치를 통해 깨달은 '이제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어디로 인생의 핸들을 돌려야 할까 고민하지 않는다. 나를 기다리는 준비된 세계로 한 발 더 가까이 나아가는 것이다.
이젠
때가 되었음을 안다
새로운 세계로 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 「이제 때가 되었다」 중에서 -
인생은 순례자이다. 순례의 길은 고생이 따라오지만 영원한 동행자이신 주님이 계시기 때문에 행복한 길이다. 어디든지 가는 곳마다 주님의 흔적이 가득하기에, 순례자의 길은 감사와 감격뿐이다.
손순용 시인은 시와 찬송으로 노래하며 세 번째, 네 번째의 서른 잔치가 있는 날을 향해 또 다른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날이 오면 한재골 대치서당으로 몰려드는 인파, 흰 수염 휘날리는 손순용 원로시인의 강연을 들으러 세계 각처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손순용 시인과 함께 병풍산에 오르자.
한재골 시냇가에서 시어(詩魚)를 낚아보자.
병풍산 12 지파 나무
한 나무 기둥에
열두 개 잔가지가 둘러섰네
작은 가지
가는 가지
큰 가지
한 뿌리로 모여 있네
성경 속 야곱의 열두 자녀
이스라엘 12 지파를 이루었지
병풍산 산행길,
오를 때 만나고
내려올 때도 만나는,
지금은 연한 가지지만
세월 지나면 큰 기둥되겠지
나는 어떤 나무이려나
주변의 어린 영혼들,
푸르디 푸른
대치지역아동센터 아동들,
12 지파 나무보다
더 소중하겠지.
병풍산 개나리
개나리가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가을은 깊어 가는데
병풍산 뒷길 양지바른 곳에는
노란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찬바람이 불면
시들어 떨어질텐데
운명이랄까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랄까
햇살이 따뜻하면 노란꽃을 피우지만
기쁨과 환호도 잠시
찬서리에 사그라들어야 한다
철모르는 개나리를 보면서
나는 철이 들어야겠지
다짐한다.
병풍산 바람
소리 없는 바람은
마른 상수리나무 잎사귀를 흔든다
아,
바람이 불고 있구나
바람은
푸른 찔레나무 이파리를 스쳐
얼굴을 스치는데
만질 수는 없지만
겨울바람은 차갑구나
이웃으로 인해 느껴지는
그 분의 사랑,
주변을 보면 느낄 수 있는
그 분의 은혜
한 해를 보내며 또 한해를 맞는다
그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면서.
겨울산
푸르른 이파리가 다 지면 나타나지
왼편 산 아래를 보니
경사가 날카로운 산이었구나
돌짝 언덕에는 풀 한포기 없었는데
푸른 신록에 감추어져 있었구나
오른쪽 산을 보니
어린 소나무가 바위 틈에서 자라는구나
성경은 말하기를,
인생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다고,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기 마련이지
우리 인생도
명예와 거품이 걷히면
맨 모습이 드러나겠지
추한 모습 안보이려면
사랑을 심고, 은혜를 베풀 일이다.
병풍산 산바람
산에도 파도가 친다
병풍산 자락의 나무들은
큰 바람이 불어치면
파도가 된다,
물결이 된다,
햇살에 반짝이기까지 한다
산에서도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긴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들은
쏴
파도소리를 낸다
병풍산 바람은
나무를 파도치게 하고
골짜기에 파도소리를 들려준다
바람은
바다의 친구이자
산의 친구이기도 하다.
갈대
갈대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떡갈나무도 바람에 흔들리고
속으로 울기도 하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굳게 서 있는 듯하나
내면에는 쓰러지고 있고,
강한 모습은
약함의 뒷 표현이기도 하지
저문 밤,
길 입구 갈대는
저 혼자만 흔들리는 줄 알겠지
어둠은 깊어가고
외로움은 짙어만 간다.
병풍산 억새
가로등 아래 억새는
밤에도 흔들린다
보는 사람 없어도
노래해 주는 사람 없어도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
멀리 있어도
보이지 않아도
그대가 있으니
나도 흔들린다.
병풍산 물소리
병풍산 자락,
맑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른다
봄은 대지의 얼음을 녹이고
계곡의 호흡을 길게 한다
산에는 산새소리,
바람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에는 물소리도 있다
물은 아래로 흐르되
물소리는 사방으로 흐르다
인간의 시간은 흘러만 가지만
삶의 흔적은
과거로, 미래로
메아리친다.
눈 내리는 산
눈은
상수리나무 낙엽 위에
앙상한 나무 가지 위에
여전히 푸른 소나무 위에도
소리 없이 내린다
눈은 내린다
낙엽처럼 소외된 마음에도
앙상한 가지처럼 외로운 마음에도
소나무처럼 여전한 가슴에도
소리 없이 쌓인다
눈은 산을 덮고
산 위를 걷는 사람을 덮고
사람의 마음마저 덮는다.
병풍산 싸리나무
병풍산 오르는 길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흔하디 흔한 싸리나무
그냥 지나 칠 수 없음은
청춘의 사연이 있음이다
제30사단 신병교육대 뒷산 망월산 가을,
4개 중대가 4,000개 빗자루를 만들었다
절반은 신병교육대에
나머지는 사단 본부에 보냈다.
겨울 눈은 연병장 구석구석 많이도 내렸고
신병교육대 훈련병은 쓸고 또 쓸었다.
겨울은 그렇게 지나갔고
봄이 올 때면 싸리나무 빗자루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망월산 싸리나무는 통통해 질 수가 없었는데
병풍산 싸리나무는
잘라가는 사람 없어 뚱뚱해져만 간다.
비닐하우스 빗소리
빗소리를
비닐하우스에서 들어 보았나요
빗방울 하나하나가
비닐과 마주쳐
타악기처럼
화음을 이루는군요
비닐하우스 빗소리는
하늘의 소리를
전해 주기에
크고 조밀하네요
그래,
하늘을 향해 열려있다면
한 뼘 남김없이
흠뻑 적셔주겠지요
가을비는 대지를 적시고
마음도 적시네요.
병풍산 돌탑
병풍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만남재를 향하여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보면
조그만 돌탑들이 다소곳이 서 있다.
누구의 바램들이
탑을 쌓았을까
나도 돌 몇 개 올려본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
늦은 가을 태풍이 온다던데
산바람도 거세겠구나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려무나.
단풍 첫사랑
푸른 청춘
거센 바람에도 꿋꿋했는데
가을,
첫사랑 앞에선
얼굴이 붉어지네
파란 하늘이 노랗게 되는 것은
그대 앞이여서겠지
가을바람은 따사롭고
낙엽 바스락 소리는
사랑의 노래인데
가을 단풍은 여기 있고
그대는 저 만치 있네.
이른 다람쥐
아직 겨울
정월대보름인데
병풍산 다람쥐
봄마실 나왔는가
마운대미
만남재
내려오는 길
돌 틈 사이에서
다람쥐가
맞아주네
따사로운 햇살은
겨울잠 자는 다람쥐를
먼저 깨우고,
내 마음도
따뜻하게 녹여주네.
니 탓
병풍산 오르는 길,
골짜기 물소리가 소프라노인 것은
따뜻한 봄날씨 탓
병풍산 오솔길에
갑자기 늘어난 등산객은
봄기운 탓
모녀가 팔짱 끼고
삼인산 가는 길,
개나리 앞에 멈추는 것은
노란 꽃은 피우려는
봄바람 탓
주일 오후
따사로운 햇살 아래
그리움으로
외로움으로
혼자 걷는 것은
니 탓.
산길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되돌아가면
원 위치
결국 그곳이
내가 있을 자리이다.
평설
순례 길에서 만난 시인
김성구
시인, 문학평론가
국제문학 발행인
국제문학 등단 1호 시인 손순용 박사의 시집 『병풍산과 12지파 나무』의 서평을 부탁받고 원고를 받아든 채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었다. 그것은 시가 어려워서도 아니고, 시가 너무 난해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몇 구절 인용하면서 문학적으로 해석해가면 될 수 있지만 그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시인의 삶이 그대로 병풍산의 크기와 높이와 무게처럼 다가왔기에 몇 줄의 평을 쓰다가 멈추었다. 결국 두 번째 맞이하는 서른 잔치 즈음인 봄에 출간을 계획한 것이 가을에서야 출간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그분의 뜻이 어디엔가 숨어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손순용의 시는 솔직한 마음 그대로 드러내어 박꽃처럼 하얀 웃음이 가득하다. 그가 사물을 직관하며, 한 발씩 믿음의 산을 오르듯 그 성숙해감을 거두어들인 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담양 10경에 속한 병풍산은 손순용 시인이 오르내리면서 가꾸고 있는 명산이다. 손순용 시인은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산골짜기 곳곳에 정을 두고 나무와 돌 하나하나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하늘이 내린 세상살이 이치를 시로 지어 노래하고 있다. 병풍산 정상에 올라 확 트인 사방을 둘러보면 널따란 들녘과 '사람인 人' 세 개를 겹쳐 놓은 삼인산이 보이고, 저 멀리로는 너나없이 높고 낮음이 없는 균등하게 살라는 암시가 서려있는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인 무등산이도 보인다. 병풍산은 해발 822m 높이의 산으로 신선대에서 시작해 우뚝 솟은 옥녀봉, 천자봉, 투구봉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뻗은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져 담양군 수북면, 대전면과 장성군 북하면을 경계에 걸친 명산이다. 여기에 손순용 시인이 살고 있다.
병풍산에서 애국정신을 가르치는 시인
병풍산 아래에는 서당을 차려 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인이 있다. 고려사와 조선사에서 시민교육을 담당하였던 서당은 풀뿌리민주교육기관이었다. 병풍산의 정기가 넘쳐나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서당훈장 손순용 시인. 나라의 동량을 길러내는 교육시설의 운영자가 사업적이거나 재물을 탐하는 자라면 부적합하다. 교육기관을 이끄는 지도자가 그 심장에서 나라사랑에 대한 피 끓는 열정이 없다면 사람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순수문학을 말하고 있지만 세상에 순수문학이란 것은 없다. 시인은 어느 사상이든 자기의 색채가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 말하고, 시를 통해 싸우고, 시를 통해 애국한다. 시인이 쏟아낸 시는 탁류에 흘러들어 맑은 물로 정화해가는 바이러스가 될 것이다. 병풍산 애국서당 훈장 손순용 시인의 시를 들여다보자.
한 나무 기둥에
열두 개 잔가지가 둘러섰네
작은 가지
가는 가지
큰 가지
한 뿌리로 모여 있네
성경 속 야곱의 열두 자녀
이스라엘 12 지파를 이루었지
병풍산 산행길,
오를 때 만나고
내려올 때도 만나는,
지금은 연한 가지지만
세월 지나면 큰 기둥되겠지
나는 어떤 나무이려나
주변의 어린 영혼들,
푸르디 푸른
대치지역아동센터 아동들,
12 지파 나무보다
더 소중하겠지.
- 「병풍산 12 지파 나무」 전문 -
한 나무에 잔가지가 여러 개가 자라고 있듯이 병풍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꿈을 꾸는 아이들은 한 민족의 한 백성으로 각각의 자기 재능대로 세상에서 그 역할을 해나가며 살아갈 것이다. 가늘고 잔가지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큰 기둥이 되듯 시인이 가르치는 대치지역서당에서 꿈을 꾸는 아이들은 이 나라의 동량들이 될 것을 꿈꾸고 있다. 야곱의 열두 아들은 이스라엘의 12지파가 되어 나라를 이루었다. 시인은 야곱의 열두 '아들'을 열두 '자녀'로 표현하면서 남자만 중시하던 고대의 풍습을 넘어 여성도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배경삼아 나라사랑에 대한 것은 남녀의 문제가 아님을 은연중 비치고 있다. 시인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큰 나무 밑에 잔가지들이 자라는 것을 보며 교육자의 비전을 시로 노래하였다. 그것은 그가 품고 있는 아이들이 세상 어떤 것보다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개나리가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가을은 깊어 가는데
병풍산 뒷길 양지바른 곳에는
노란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
철모르는 개나리를 보면서
나는 철이 들어야겠지
다짐한다.
- 「병풍산 개나리」 중에서 -
따스한 가을 길을 걷다 보면 개나리 뿐 아니라 여러 봄꽃들이 가지마다 몇 송이씩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꽃을 보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철모르는 개나리를 보면서/ 나는 철이 들어야겠지/ 다짐한다.'는 시인처럼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어른들이 많다면 나라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다. 그저 자신의 영욕을 위해서 세상을 난장판 만들고 있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학습하고 있는 아이들 앞에서 시인은 스스로 자기 옷고름을 여미고 있다.
산에도 파도가 친다
병풍산 자락의 나무들은
큰 바람이 불어치면
파도가 된다,
물결이 된다,
햇살에 반짝이기까지 한다
- 「병풍산 산바람」 중에서 -
병풍산에 살고 있는 나무들은 한 나라의 백성이기도 하고, 시인이 꿈을 꾸는 나라의 동량들이기도 하다. 병풍산 아래에 펼쳐진 서당에서 배우는 아이들은 병풍산 나무들처럼 쑥쑥 자라게 되어 세상에 큰 바람이 불어올 때 파도가 되고 물결이 되어 하늘이 내리는 햇살에 반짝이는 민족사에 길이 남는 일군이 될 것을 꿈꾸고 기대한다. 시인의 마음은 온통 이 나라의 천년대계(千年大計)를 꿈꾸며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병풍산의 주인장에게 간곡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병풍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산바람이요, 생명을 살리는 바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갈대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떡갈나무도 바람에 흔들리고
속으로 울기도 하지
- 「갈대」 중에서 -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
멀리 있어도
보이지 않아도
그대가 있으니
나도 흔들린다.
- 「병풍산 억새」 중에서 -
물은 아래로 흐르되
물소리는 사방으로 흐르다
인간의 시간은 흘러만 가지만
삶의 흔적은 과거로, 미래로
메아리친다.
- 「병풍산 물소리」 중에서
저문 밤, 길 입구에서 갈대는 저 혼자만 흔들리는 줄 알을 것이다. 그러나 어둠은 깊어가고 외로움도 하얗게 새어지는 새벽에는 시인도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밝은 태양이 솟아오른 아침이 되면 병풍산 높은 자태를 보며 새 힘과 용기를 회복한다.
누구의 바램들이
탑을 쌓았을까
나도 돌 몇 개 올려본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
늦은 가을 태풍이 온다던데
산바람도 거세겠구나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려무나.
- 「병풍산 돌탑」 중에서 -
"늦은 가을 태풍이 온다던데 산바람도 거세겠구나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되려무나."
병풍산을 오르는 시인의 염원은 오로지 나라의 동량들이 잘 성장하기를 비는 것이다. 거센 태풍이 불어친다 해도 돌탑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람처럼 병풍산 서당에 세운 꿈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이곳의 아이들이 잘 성장하여 이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위인이 되길 소망하는 바람이 서려있는 구절이 아닐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되돌아가면
원 위치
결국 그곳이
내가 있을 자리이다.
- 「산길」 전문 -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있어야할 위치를 잘 안다는 것은 축복이다. 손순용 시인이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신이 서 있어야할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고 있다.
조선의 소녀는, 반성하지 않는 자들을 향해
두 주먹 꼭 쥐고 있습니다
긴 댕기머리 대신 거칠게 잘려진 머리카락,
안식할 수 없는 뒤꿈치가 들린 맨발,
자유와 평화의 상징인 어깨 위의 작은 새,
할머니의 그림자는 긴 시간의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머나먼 타향에서 고향을 잊지 않으려는 소녀들에게
아리랑 한복을 입혀 드립니다
- 「담양 평화의 소녀상 서시」 중에서 -
손 시인의 나라사랑은 '나홀로 투사'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이다. 담양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며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모아 담양중앙공원에 소녀상을 건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그가 길러내는 나라의 동량들에게 애국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뜻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 평화의 소녀상에는 150여개의 마을 주민의 사랑과 2,000여명 어린 학생들 저금통의 정성이 담겨 있다 하니 손순용 시인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중심으로 애국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손주 손녀들이
사철 푸른 대나무처럼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며
빈 의자를 따뜻하게 채울 것입니다.
- 「담양 평화의 소녀상 서시」 중에서
소녀상 빈 의자
쉽게 앉을 자리 아닙니다
비어 있다고, 임자 없다고
덥석 앉을 자리 아닙니다
……………
함부로 앉을 자리는 아니지만
꼭 한 번은 앉아 봐야 할 자리입니다.
- 「소녀상 빈 의자」 중에서 -
소녀야 너는 아니
지금부터 100년 전 3월 1일
어린 소녀들이 깃발을 들었단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단다
내 나라의 주임임을 외쳤단다
평화의 소녀상,
소리 없는 아픔과 피울음은
빈 옆 의자에 살며시 앉아보는
앳된 학생들의 숨결로 이어진다
………………
1910년은 2019년으로 이어져
민족의 혼은 영속 되리니
소녀야,
너의 기도와 소망이
이젠
평화와 인권의 깃발되리라.
- 「삼일절과 소녀상 (2019.3.1.)」 중에서 -
우리는 외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아픔과 찢겨버린 어머니의 상처들이 개인의 아픔이 아닌 민족의 아픔이며 나라의 슬픔이었다는 것을 잊을 수 없다. 시인 손순용은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과 병풍산 아래에서 푸른 꿈을 꾸고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나라사랑의 심정을 갖도록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의 섬세한 기획력과 추진력은 열한 편의 시로 이어지는 평화의 소녀상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소녀야 너는 아니?" 하면서 소녀상 곁에 있는 빈 의자에 앉아보는 앳된 학생들을 향해 간절한 소망을 담는다.
시인 손순용은 그렇게 병풍산 아래에 글방에서 담양의 아이들이 나라의 일군으로 성장하기를 꿈꾸며 온 정성을 다하고 있다.
순례의 길에서 만난 긴 수염 할아버지
손순용 시인은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 넘실거리는 시로 가슴을 울린다. 사진에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은 한국화 신선도에 등장하는 도인처럼 하얗고 긴 수염이 휘날리시며 기풍이 대단하신 분으로 보이신다. 스스로 기풍을 만드시고 그 풍류를 예술로 승화시켜 삶으로 살아가신 손 시인의 아버지는 서당 아이들에게도 인기셨다. 시인의 아버지께서 흰 수염을 길게 휘날리며 살아가신 모습에서 삶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손 시인의 삶은 흰 수염할아버지이신 아버지의 신선하신 모습처럼, 병풍산에 자라고 있는 열두지파나무처럼 자라고 굵어지고 잎이 무성하여 기둥이 되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거목이 되어 병풍산 아래의 시골 소년소녀들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고 있다.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도를 드린다는 시인, 수염을 쓰다듬는 도인은 그 손길이 수염에 닿을 때 자신의 행실을 가다듬는 것이다.
"할아버지, 그 수염 진짜여요?"
"그럼 진짜지"
그냥 넘어갈 아이들이 아니지
"한 번 만져 봐도 돼요?"
"와~ 진짜다!"
- 「긴 수염 할아버지」 중에서 -
망월동 공동묘지 한 켠에서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나비가 되고 바람이 된다
- 「망월동 묘역에서」 중에서
보고 싶으면 보이는 걸까
가을은 깊어가고 찬바람은 얼굴을 스치는데
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그리운 아버지
그리운 어머니
- 「그림자와 아버지」 중에서
우리 가문도 부모님 큰나무 밑에
하나 둘 뻗어 중간나무가 되었고,
우리에게서 자란 나무들도
푸른 가지로 성장하고 있지
병풍산 12지파 나무를 지날 때면
잠깐 멈춰 기도를 한다.
- 「병풍산 열두지파 나무」 중에서
시인은 이스라엘의 열두지파와 같이 믿음의 가문을 이루는 신앙의 기둥으로 살아가기 위해 온 삶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병풍산을 오를 때마다 만나는 12지파나무 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손순용 시인은 기도의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기도하고 준비하면 이뤄진다고 고백한다. 느보산에 올라서 모세의 마음으로 동서남북을 바라보며 또 다른 꿈을 꾸고 돌아왔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었던 곳,
꿈을 놓지 말자
이 땅, 길지 않는 인생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도하고 준비하자,
그리고 떠나자.
- 「성지순례(꿈을 놓지 말자)」 중애서 -
인생은 누구나 순례자이다. 시인은 성리순례를 통해 아브라함이 되어보고, 모세가 되고, 다윗이 되어보고, 베드로가 되어보는 순례자의 길은 또 다른 결심을 하게 한다.
느보산에서
모세의 마음으로
동서남북을 바라본다
사철 흰 눈 덮인 헐몬산 차가운 물은
실개천처럼 요단강을 흘러
열두지파를 위한 드넓은 약속의 땅을 적시고
사해바다 냄새로 코끝을 스쳤으리라
분명 모세는 감사했으리라
살아생전에 약속의 땅을 볼 수 있어서.
- 「순례의 길」 중에서 -
순례자의 길은 평안의 길이 아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야하는 고생길이다. 그러나 인생은 순례자의 길에 선 나그네임을 잊지 않고 감사와 감격의 길이라 고백하며 행복해하는 시인은 생각지 않았던 터널을 만나게 된다. 긴 터널, 깜깜한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생의 터널에서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손순용 시인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터널에서 헤매고 있을 때, 어둠이 짙으면 희망이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지에 이르는 순간 터널 끝에서 출구를 알리는 서광이 비치게 된다. 긴긴 터널을 지나면서 경험해야했던 고통들을 한두 편의 시로 끝내기에는 너무나 긴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긴 고통의 터널은 한줄기 빛으로 모든 것을 끝내게 됨을 경험하고 두 번의 서른 잔치를 맞이하는 손순용 시인은 병풍산 열두지파나무가 아니라 조국 대한민국의 열두지파나무가 되어 담양 병풍산자락에서 이 나라의 일군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위대한 일에 몰두하다보니 긴 터널을 지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혀 몰랐다. 조금 이상하다 생각은 했다
온갖 병원을 다 순례한 끝에 알게 되었다
마음의 병이라는 사실을
……………………
이미 터널의 입구에 들어서 있었다
- 「인생의 터널, 터널 입구에서」 중에서 -
앞도 보이질 않고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
밝은 미래가 있기는 한데
어둠이 짙어 희망을 찾기 어렵다
- 「터널 안에서」 중에서 -
어디, 마음 놓고 울 곳 있으랴
샤워기 물줄기 속에서나 소리 내어 울어본다
- 「터널을 지나며」 -
"터널은 목표를 향해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다시는 어두워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터널 출구에서」 중에서 -
터널을 지나는 것은 목표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기도한다면 위로부터 내리는 신령한 은혜를 덧입을 것임을 확신함이 매우 중요하였다. 손순용 시인은 고난을 징검다리로 삼고 앞을 향해 뛰어 넘어가기 위해 병풍산을 오르내리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이 민족의 내일을 일으킬 열두지파의 수장으로 세워지고 있었다.
인생길 순례자의 길에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어떤 것이 있어야 고통스런 일들을 잊을 수 있다. 손순용 시인은 두 번의 서른 잔치를 맞을 때까지 첫눈에 전기가 통하였던 감격을 품고 광야에 쌓였던 한숨은 바람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한숨이 바람 되어 사라지고, 어둔 밤이 지나면 낮이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팍팍한 세상이지만 주저앉지 말고, 깊은 밤일수록 하얀 목련꽃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흰 눈이 펑펑 내릴 때면
………………………
살며시 잡았던 손에는
찌릉찌릉 전기가 흘렸지
………………………
눈은 쌓이고,
한숨은 바람 되어
허공으로 사라진다.
- 「그대와의 첫 눈」 중에서 -
삶이 팍팍하다고
주저앉지 말지니,
밤이 지나 낮이 되면
다른 모습,
그 속에서 더욱 고귀하기 때문이지
밤은 깊어도 목련은 더욱 빛나니
교정 트랙을 돌던 나는
기어이 핸드폰을 꺼내고 말았다.
-「그대 목련」 중에서 -
가녀린 꿈을
끝까지 지니는 사람이 있고
이루어 질 수도 있었는데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순례의 길에는
기다림과 기도가 필요하다
가는 길마다 고생이며
팔 다리 어깨가 쑤시지만
가는 곳마다 주님의 흔적이
그 분의 사랑이 있다
순례의 길은 감사와 감격의 길이다.
- 「순례의 길」 중에서 -
험한 세월 나그네의 길을 걸어온 순례자는 지금이 무슨 때인지를 체감한다. 만사에 떼가 있음에 그 때를 분별하지 못할 때 겪어야 하는 혼란은 순례길을 거칠게 만든다. 두 번의 서른 잔치를 통해 깨달은 '이제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어디로 인생의 핸들을 돌려야 할까 고민하지 않는다. 나를 기다리는 준비된 세계로 한 발 더 가까이 나아가는 것이다.
이젠
때가 되었음을 안다
새로운 세계로 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 「이제 때가 되었다」 중에서 -
인생은 순례자이다. 순례의 길은 고생이 따라오지만 영원한 동행자이신 주님이 계시기 때문에 행복한 길이다. 어디든지 가는 곳마다 주님의 흔적이 가득하기에, 순례자의 길은 감사와 감격뿐이다.
손순용 시인은 시와 찬송으로 노래하며 세 번째, 네 번째의 서른 잔치가 있는 날을 향해 또 다른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날이 오면 한재골 대치서당으로 몰려드는 인파, 흰 수염 휘날리는 손순용 원로시인의 강연을 들으러 세계 각처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손순용 시인과 함께 병풍산에 오르자.
한재골 시냇가에서 시어(詩魚)를 낚아보자.
목차
목차
3. 손순용 - 시인의 말
4. 이귀란 - 징소리의 울림처럼(축시)
5. 심홍섭 - 끊임없이 흐르는 시냇물(축시)
101. 김성구 - 순례 길에서 만난 시인(평설)
1부 병풍산
14. 병풍산 12 지파 나무
15. 병풍산 개나리
16. 병풍산 바람
17. 겨울산
18. 병풍산 바람
19. 갈대
20. 병풍산 억새
21. 병풍산 물소리
22. 눈 내리는 산
23. 병풍산 싸리나무
24. 비닐하우스 빗소리
25. 병풍산 돌탑
26. 단풍 첫사랑
27. 이른 다람쥐
28. 니 탓
29. 산길
2부 평화의 소녀상
32. 담양 평화의 소녀상 서시
33. 소녀상 빈 의자
34. 검정 우산 소녀상
36. 노란 우산 소녀상
38. 소녀야 이젠 움켜쥔 손을 펴렴!
39. 밤의 소녀상
40.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소녀상
41. 슬픈 할머니
42. 피그말리온 소녀상
43. 삼일절과 소녀상 (2019.3.1)
44. 삼일절 소녀와 평화의 소녀상 (2020.3.1)
3부 부모님 추모
A. 가족
46. 부모님 추모
48. 긴 수염 할아버지
50. 망월동 묘역에서
51. 그림자와 아버지
52. 병풍산 열두지파 나무
53. 인생의 터널, 터널 입구에서
54. 터널 안에서
55. 터널을 지나며
56. 터널 출구에서
57. 그대와의 첫 눈
58. 그대 목련
59. 느끼는 건데
B. 성지순례(2013, 2015)
60. 성지순례
61. 성지순례(꿈을 놓지 말자)
62.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63. 시내산과 별빛
64. 사해바다
65. 느보산의 모세
66, 순례의 길
4부 오늘, 여기
68. 폭설과 대나무
69. 내 맘대로 했다면
70. 비교하지 말기
71. 새벽송
72. 10월 어느 날
73.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74. 9월 추석과 살구꽃
75. 이젠 때가 되었다.
76. 가장 아름다운 자연빛깔
77. 장미
78. 국제문학 창간호 제1회 신인작가상 당선 소감
79. 새벽
80. 그 사람
81. 내 이름이 적힌 책
82. 나도 씻어 줄 수 있을까
83. 바라옵기는
84. 뚜벅뚜벅 걷기로 하다
85. 제주 곶자왈도립공원
86. 봉하마을에서
88. 백남기 어르신 영면
89. 주인 잃은 밀밭 (백남기 어르신을 기리며)
90. 팽목항을 다녀와서
92. 쓰러진 벼
93. 가을 소리
94. 시인의 친구
95. 웃기는 사람
96. 종다리와 뻐꾸기
97. 두 번째 서른 잔치
98. 대금 축하송
99. 심 시인의 시비(詩碑)
100. 한재골 초대
4. 이귀란 - 징소리의 울림처럼(축시)
5. 심홍섭 - 끊임없이 흐르는 시냇물(축시)
101. 김성구 - 순례 길에서 만난 시인(평설)
1부 병풍산
14. 병풍산 12 지파 나무
15. 병풍산 개나리
16. 병풍산 바람
17. 겨울산
18. 병풍산 바람
19. 갈대
20. 병풍산 억새
21. 병풍산 물소리
22. 눈 내리는 산
23. 병풍산 싸리나무
24. 비닐하우스 빗소리
25. 병풍산 돌탑
26. 단풍 첫사랑
27. 이른 다람쥐
28. 니 탓
29. 산길
2부 평화의 소녀상
32. 담양 평화의 소녀상 서시
33. 소녀상 빈 의자
34. 검정 우산 소녀상
36. 노란 우산 소녀상
38. 소녀야 이젠 움켜쥔 손을 펴렴!
39. 밤의 소녀상
40.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소녀상
41. 슬픈 할머니
42. 피그말리온 소녀상
43. 삼일절과 소녀상 (2019.3.1)
44. 삼일절 소녀와 평화의 소녀상 (2020.3.1)
3부 부모님 추모
A. 가족
46. 부모님 추모
48. 긴 수염 할아버지
50. 망월동 묘역에서
51. 그림자와 아버지
52. 병풍산 열두지파 나무
53. 인생의 터널, 터널 입구에서
54. 터널 안에서
55. 터널을 지나며
56. 터널 출구에서
57. 그대와의 첫 눈
58. 그대 목련
59. 느끼는 건데
B. 성지순례(2013, 2015)
60. 성지순례
61. 성지순례(꿈을 놓지 말자)
62.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63. 시내산과 별빛
64. 사해바다
65. 느보산의 모세
66, 순례의 길
4부 오늘, 여기
68. 폭설과 대나무
69. 내 맘대로 했다면
70. 비교하지 말기
71. 새벽송
72. 10월 어느 날
73.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74. 9월 추석과 살구꽃
75. 이젠 때가 되었다.
76. 가장 아름다운 자연빛깔
77. 장미
78. 국제문학 창간호 제1회 신인작가상 당선 소감
79. 새벽
80. 그 사람
81. 내 이름이 적힌 책
82. 나도 씻어 줄 수 있을까
83. 바라옵기는
84. 뚜벅뚜벅 걷기로 하다
85. 제주 곶자왈도립공원
86. 봉하마을에서
88. 백남기 어르신 영면
89. 주인 잃은 밀밭 (백남기 어르신을 기리며)
90. 팽목항을 다녀와서
92. 쓰러진 벼
93. 가을 소리
94. 시인의 친구
95. 웃기는 사람
96. 종다리와 뻐꾸기
97. 두 번째 서른 잔치
98. 대금 축하송
99. 심 시인의 시비(詩碑)
100. 한재골 초대
저자
저자
손순용
ㆍ 국제문학 제1회 신인작가상(2012.8.1)
ㆍ 국제문학문인협회 회원
ㆍ 국제문학문인협회 초대 회장 역임
ㆍ 희여재문학회 회원
ㆍ 조선대학교 기초교육대학 외래교수
ㆍ 대치지역아동센터 센터장
ㆍ 전남 담양군 평화의소녀상 공동대표
ㆍ 전남 담양군 사회복지사협회 회장
ㆍ 전남 담양군에서 대치지역아동센터를 운영 중
ㆍ 30명의 지역 아동들과 매일 씨름(?)함
ㆍ 주말이면 센터 뒷편 병풍산을 찾아
ㆍ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함
ㆍ 국제문학문인협회 회원
ㆍ 국제문학문인협회 초대 회장 역임
ㆍ 희여재문학회 회원
ㆍ 조선대학교 기초교육대학 외래교수
ㆍ 대치지역아동센터 센터장
ㆍ 전남 담양군 평화의소녀상 공동대표
ㆍ 전남 담양군 사회복지사협회 회장
ㆍ 전남 담양군에서 대치지역아동센터를 운영 중
ㆍ 30명의 지역 아동들과 매일 씨름(?)함
ㆍ 주말이면 센터 뒷편 병풍산을 찾아
ㆍ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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