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솔 언덕 소라의 방
박경용 동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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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솔 언덕 소라의 방』 은 박경용 선생이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기 위해 낙향해 있는 동안 쓴 글을 모은 동시조집입니다. 2017년에서 2018년에 이르기까지 포항시 송라면 노모 곁에 머물면서 선생은 다시금 동심의 눈으로 고향의 바다와 곰솔, 소라껍질 들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선생은 흔히 잘 알다시피 1958년 18세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동아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동시에 당선된, 지금으로 치자면 문학 영재였다고 하겠습니다. 이후로 지금까지 시조·시·동시·동시조·동요 등 시문학 전반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해온 결과, 지난 2018년 시력 60년을 맞게 됩니다.
『곰솔 언덕 소라의 방』에 실린 작품들 중 일부는 시집으로 엮이기 전인 2018년 《아동문학평론》봄호, 통권 166호에 이미 소시집의 형태로 실린 바 있습니다. 선생의 시력 60년을 기념하기 위한 글들(〈곁에서 본 송라 선생님〉김효안, 〈박경용 동시문학의 미학 탐구성〉이정석, 〈박경용의 동시론〉김유진)과 함께였습니다.
『곰솔 언덕 소라의 방』에 실린 작품들 중 일부는 시집으로 엮이기 전인 2018년 《아동문학평론》봄호, 통권 166호에 이미 소시집의 형태로 실린 바 있습니다. 선생의 시력 60년을 기념하기 위한 글들(〈곁에서 본 송라 선생님〉김효안, 〈박경용 동시문학의 미학 탐구성〉이정석, 〈박경용의 동시론〉김유진)과 함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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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아래 인용한 글은 김종헌(동시인, 문학평론가)의 『곰솔 언덕 소라의 방』 말미에 쓴 해설입니다.
곰솔 언덕
시집의 제목에서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곰솔은 해송(海松)을 일컫는 순우리말인데, 보통 솔보다 더 검고 푸릇푸릇해서 건강해 보입니다. 이런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언덕배기 어디쯤에 소라의 방이 있는 것을 상상하면 귀여운 도깨비라도 금방 나올 것 같지요. 그런데 이 곰솔이 서 있는 자리가 바닷가 어디 아찔한 벼랑이라면 더 위엄이 있어 보이겠지요. 시인은 '바닷가,/ 아찔한 벼랑을/ 꿋꿋이 지킨 곰솔'(「'거송' 곰솔」)이라고 노래합니다. 곰솔의 검푸른 외양을 보고 뭔가 든든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화자는 '불현 듯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시, '거송' 곰솔」)어 집니다. 곰솔을 바라보는 화자는 그 겉모습에서 위엄을 느끼고, 그것을 마음속으로 끌어와서 '두텁고 넉넉한 할아버지의 품'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곰솔이 서 있는 그곳에서는 바다가 잘 보이나 봅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나지막한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비둘기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곳(「꾸륵꾸륵 끼룩끼룩」), 그곳에서는 도둑고양이와 갈매기가 영역 싸움을 하고(「부둣가 풍경」) 있습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던 화자는 문득 소라껍질 하나를 주워들고 옵니다. 파도소리를 따라서 방 안에는 소리피리 소리가 들리고(「소라의 방ㆍ1」), 소라의 짝꿍인 갈매기는 '소라 방에 들러 아침을 깨운 뒤' 곰솔 언덕으로(「소라의 방ㆍ2」) 날아갑니다. 이렇듯 박경용 시인의 동시조집 『곰솔 언덕 소라의 방』에는 바닷바람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철따라 피는 꽃을 대하는 화자의 모습,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된 곰솔 언덕에서 느끼는 생각 등을 따라 읽으면 산비둘기와 갈매기, 도둑고양이와 갈매기처럼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경계에서의 만남
시인은 경계에 서 있으면서 끊임없이 만남을 이야기 합니다. 산비둘기와 갈매기가 서로의 영역을 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친 적 없는 이웃'으로 표현합니다. 서로 다른 생태계에 살지만, 또 얼굴한 번 본 적도 없지만 소리로 넘나들며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만남의 정서는 다음 작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소라껍질이 든 방에
홍시가 찾아왔다.
스스럼없는
바다와 뭍의 만남.
단풍 든
홍시 눈빛에
소라 볼이 발그랗다.
-「소라의 방ㆍ4」 전문
소라껍질이 든 바닷가 어느 방에 홍시가 놓여있습니다. 특히 종장은 한 폭의 정물화를 보는 듯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집니다. '스스럼없는' 만남이지만 홍시의 눈에는 소라의 볼이 발그레합니다. 시적 긴장미가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이러한 만남은 일방적인 만남이 아니라는데 포인트가 있습니다. 스스럼없다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남다른 교감이 있는 것 같지요. 좀 어려운 말로 하면, 주체(나)가 서 있는 자리에 타자(너)도 주체가 되는 대등한 만남입니다. 그것은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지만 곰솔 언덕이 있는 자리는 뭍과 바다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눈은 바다를 보면서 바다에 있지 않고 육지를 보면서 육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봄을 맞는 정서도 그렇습니다. 화자는 봄 마중을 나갔지만, 이미 화자를 마중 나온 봄꽃을 보고 옵니다. 이는 풍경을 인간의 마음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풍경 속에 인간을 그려 넣는 발상입니다.
할아버지랑 서둘러
봄맞이 나갔다가
꽃망울 터뜨리는
동백을 만났지요.
봄맞이
첫 길목에서
꽃마중을 한 셈이죠.
갓 핀 동백꽃 따라
술렁이는 숲 그늘에
다투어 꿈틀대는
냉이, 제비꽃, 할미꽃…….
꽃마중
그 길목에서
마중꽃 보고 왔지요.
- 「꽃마중ㆍ 마중꽃」 전문
봄의 정서를 꽃마중 나가는 모습으로 표현한 시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봄맞이 나갔다가 마중 나온 꽃을 보고 온 화자의 기쁨을 봄의 정취로 드러냈습니다. 나(주체)만의 시각에서 봄을 읽은 것이 아니라 타자의 시각으로 봄을 바라 본 것입니다. 시인은 이렇게 나-너의 상호관계를 존중하는 세계를 꿈꾸고 있습니다.
깨뜨린 조각을 다시 주워서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즐기는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풍경으로 세계를 읽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시인에게 있어 풍경은 우리 사회를 읽어내고 이해하여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말이 좀 어렵습니다만, 시인에게 있어 풍경은 시인의 경험을 기억하고 조직하는 힘이며, 언어로 구성된 세계관이라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시각으로 깨뜨린 후 그 조각들을 다시 주워 담으면서 새로운 하나의 상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대상을 완상의 차원으로 보고 정서를 일방적으로 주입한 여타의 작품들과 다른 점입니다.
할배는 얼씬도 않는
할매들만의 골목.
해 뜨면 어김없이
여섯인가, 아니 일곱?
오늘도 어우러져 앉아
말이 없는 할매들.
나른하던 갯골목이
갑자기 술렁댄다.
젊은 할매들 틈에
끼어 있던 늙은 할매.
이따금 넋을 놓고 헤매는
그 할매가 사라졌다.
"흰둥이는 어데 갔노?"
"흰둥이를 찾으라카이!"
흰둥이는 진돗개,
늙은 할매의 단짝 식구.
늘 졸던 늙은 삽사리가
화들짝 눈을 떴다.
- 「어느 갯골목」 전문
한 마을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말이 없는 할매들'이 일상처럼 모였다 헤어지는 나른한 골목길 풍경입니다. 셋째 수에서 갑자기 긴장미가 돕니다. 풍경으로 비춰지던 장면에서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흰둥이는 어데 갔노?/ 흰둥이를 찾으라카이!'에서 뭔가 급박한 상황을 읽을 수 있습니다. '늙은 할매와 흰둥이'를 짝짓고, 늙은 삽사리를 등장시켜 조용하던 골목길을 화들짝 소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골목길 풍경으로 고령화 사회의 한 면을 들춰낸 것입니다. 또 시인은 그 골목길 어딘가에서 기막힌 풍경을 보았습니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가느다란 비명소리.
재떨이 신세가 된
어여쁜 화분 하나.
무더기
꽁초를 뚫고
뾰족히,
파란 새싹!
-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1>」 전문
오죽하면 제목조차 붙일 수 없다고 했을까요. 이 작품은 환경오염의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니고 흡연자에 대한 질책을 담은 것도 아닙니다. 시적 상황은 '꽃집 앞'입니다. 꽃집 앞과 재떨이가 된 화분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요. 인간의 눈에는 이미 그 화분엔 생명이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파란 새싹'이 돋아납니다. 흙을 뚫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담배꽁초를 뚫고 말이지요. 이 장면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생명의 경외감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화자의 놀라움을 제목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박경용 시인은 눈에 보이는 것을 가슴에 담아 통찰하고는 시로 그 의미를 살려냈습니다.
리듬을 살려
잘 아는 것처럼 동시조는 음수율과 음보율이 엄격한 정형시입니다. 그래서 창작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리듬을 살리면서 의미를 담아야하기 때문에 어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독자인 우리는 흘러가는 가락을 잘 잡아 읽으면서 자유동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리듬의 맛을 즐기면 됩니다. 이런 가운데 작품에 비춰진 풍경에서 시인이 보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읽으면서 여러분도 느꼈겠지만 『곰솔 언덕 소라의 방』에 실려 있는 작품은 차원이 다릅니다. 말의 재미에 치우치는 작품이 난무하는 요즘, 가벼움의 미학이 넘치는 디지털 시대에 시인은 보이는 풍경을 해체해서 마음속으로 끌어들여 동시조로 그 풍경을 새롭게 승화시켰습니다. 여기에 보이는 풍경은 봄빛과 바닷바람 냄새가 섞여 있는 곰솔 언덕입니다만 그것을 깨뜨려 다시 봄으로써 우리들 사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끝으로 풍경 속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왕대밭 민들레야」를 읽어 보겠습니다. 리듬을 살려 큰소리로 읽으면 더 좋겠습니다.
키다리들 틈새에서
웃자란 민들레야,
황국을 또 시샘하여
노란 꽃을 피웠구나!
이 가을
톡 튀고 싶은 나,
난 누굴 시새울까?
- 「왕대밭 민들레야」 전문
곰솔 언덕
시집의 제목에서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곰솔은 해송(海松)을 일컫는 순우리말인데, 보통 솔보다 더 검고 푸릇푸릇해서 건강해 보입니다. 이런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언덕배기 어디쯤에 소라의 방이 있는 것을 상상하면 귀여운 도깨비라도 금방 나올 것 같지요. 그런데 이 곰솔이 서 있는 자리가 바닷가 어디 아찔한 벼랑이라면 더 위엄이 있어 보이겠지요. 시인은 '바닷가,/ 아찔한 벼랑을/ 꿋꿋이 지킨 곰솔'(「'거송' 곰솔」)이라고 노래합니다. 곰솔의 검푸른 외양을 보고 뭔가 든든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화자는 '불현 듯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시, '거송' 곰솔」)어 집니다. 곰솔을 바라보는 화자는 그 겉모습에서 위엄을 느끼고, 그것을 마음속으로 끌어와서 '두텁고 넉넉한 할아버지의 품'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곰솔이 서 있는 그곳에서는 바다가 잘 보이나 봅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나지막한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비둘기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곳(「꾸륵꾸륵 끼룩끼룩」), 그곳에서는 도둑고양이와 갈매기가 영역 싸움을 하고(「부둣가 풍경」) 있습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던 화자는 문득 소라껍질 하나를 주워들고 옵니다. 파도소리를 따라서 방 안에는 소리피리 소리가 들리고(「소라의 방ㆍ1」), 소라의 짝꿍인 갈매기는 '소라 방에 들러 아침을 깨운 뒤' 곰솔 언덕으로(「소라의 방ㆍ2」) 날아갑니다. 이렇듯 박경용 시인의 동시조집 『곰솔 언덕 소라의 방』에는 바닷바람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철따라 피는 꽃을 대하는 화자의 모습,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된 곰솔 언덕에서 느끼는 생각 등을 따라 읽으면 산비둘기와 갈매기, 도둑고양이와 갈매기처럼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경계에서의 만남
시인은 경계에 서 있으면서 끊임없이 만남을 이야기 합니다. 산비둘기와 갈매기가 서로의 영역을 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친 적 없는 이웃'으로 표현합니다. 서로 다른 생태계에 살지만, 또 얼굴한 번 본 적도 없지만 소리로 넘나들며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만남의 정서는 다음 작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소라껍질이 든 방에
홍시가 찾아왔다.
스스럼없는
바다와 뭍의 만남.
단풍 든
홍시 눈빛에
소라 볼이 발그랗다.
-「소라의 방ㆍ4」 전문
소라껍질이 든 바닷가 어느 방에 홍시가 놓여있습니다. 특히 종장은 한 폭의 정물화를 보는 듯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집니다. '스스럼없는' 만남이지만 홍시의 눈에는 소라의 볼이 발그레합니다. 시적 긴장미가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이러한 만남은 일방적인 만남이 아니라는데 포인트가 있습니다. 스스럼없다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남다른 교감이 있는 것 같지요. 좀 어려운 말로 하면, 주체(나)가 서 있는 자리에 타자(너)도 주체가 되는 대등한 만남입니다. 그것은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지만 곰솔 언덕이 있는 자리는 뭍과 바다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눈은 바다를 보면서 바다에 있지 않고 육지를 보면서 육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봄을 맞는 정서도 그렇습니다. 화자는 봄 마중을 나갔지만, 이미 화자를 마중 나온 봄꽃을 보고 옵니다. 이는 풍경을 인간의 마음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풍경 속에 인간을 그려 넣는 발상입니다.
할아버지랑 서둘러
봄맞이 나갔다가
꽃망울 터뜨리는
동백을 만났지요.
봄맞이
첫 길목에서
꽃마중을 한 셈이죠.
갓 핀 동백꽃 따라
술렁이는 숲 그늘에
다투어 꿈틀대는
냉이, 제비꽃, 할미꽃…….
꽃마중
그 길목에서
마중꽃 보고 왔지요.
- 「꽃마중ㆍ 마중꽃」 전문
봄의 정서를 꽃마중 나가는 모습으로 표현한 시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봄맞이 나갔다가 마중 나온 꽃을 보고 온 화자의 기쁨을 봄의 정취로 드러냈습니다. 나(주체)만의 시각에서 봄을 읽은 것이 아니라 타자의 시각으로 봄을 바라 본 것입니다. 시인은 이렇게 나-너의 상호관계를 존중하는 세계를 꿈꾸고 있습니다.
깨뜨린 조각을 다시 주워서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즐기는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풍경으로 세계를 읽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시인에게 있어 풍경은 우리 사회를 읽어내고 이해하여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말이 좀 어렵습니다만, 시인에게 있어 풍경은 시인의 경험을 기억하고 조직하는 힘이며, 언어로 구성된 세계관이라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시각으로 깨뜨린 후 그 조각들을 다시 주워 담으면서 새로운 하나의 상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대상을 완상의 차원으로 보고 정서를 일방적으로 주입한 여타의 작품들과 다른 점입니다.
할배는 얼씬도 않는
할매들만의 골목.
해 뜨면 어김없이
여섯인가, 아니 일곱?
오늘도 어우러져 앉아
말이 없는 할매들.
나른하던 갯골목이
갑자기 술렁댄다.
젊은 할매들 틈에
끼어 있던 늙은 할매.
이따금 넋을 놓고 헤매는
그 할매가 사라졌다.
"흰둥이는 어데 갔노?"
"흰둥이를 찾으라카이!"
흰둥이는 진돗개,
늙은 할매의 단짝 식구.
늘 졸던 늙은 삽사리가
화들짝 눈을 떴다.
- 「어느 갯골목」 전문
한 마을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말이 없는 할매들'이 일상처럼 모였다 헤어지는 나른한 골목길 풍경입니다. 셋째 수에서 갑자기 긴장미가 돕니다. 풍경으로 비춰지던 장면에서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흰둥이는 어데 갔노?/ 흰둥이를 찾으라카이!'에서 뭔가 급박한 상황을 읽을 수 있습니다. '늙은 할매와 흰둥이'를 짝짓고, 늙은 삽사리를 등장시켜 조용하던 골목길을 화들짝 소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골목길 풍경으로 고령화 사회의 한 면을 들춰낸 것입니다. 또 시인은 그 골목길 어딘가에서 기막힌 풍경을 보았습니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가느다란 비명소리.
재떨이 신세가 된
어여쁜 화분 하나.
무더기
꽁초를 뚫고
뾰족히,
파란 새싹!
-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1>」 전문
오죽하면 제목조차 붙일 수 없다고 했을까요. 이 작품은 환경오염의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니고 흡연자에 대한 질책을 담은 것도 아닙니다. 시적 상황은 '꽃집 앞'입니다. 꽃집 앞과 재떨이가 된 화분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요. 인간의 눈에는 이미 그 화분엔 생명이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파란 새싹'이 돋아납니다. 흙을 뚫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담배꽁초를 뚫고 말이지요. 이 장면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생명의 경외감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화자의 놀라움을 제목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박경용 시인은 눈에 보이는 것을 가슴에 담아 통찰하고는 시로 그 의미를 살려냈습니다.
리듬을 살려
잘 아는 것처럼 동시조는 음수율과 음보율이 엄격한 정형시입니다. 그래서 창작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리듬을 살리면서 의미를 담아야하기 때문에 어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독자인 우리는 흘러가는 가락을 잘 잡아 읽으면서 자유동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리듬의 맛을 즐기면 됩니다. 이런 가운데 작품에 비춰진 풍경에서 시인이 보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읽으면서 여러분도 느꼈겠지만 『곰솔 언덕 소라의 방』에 실려 있는 작품은 차원이 다릅니다. 말의 재미에 치우치는 작품이 난무하는 요즘, 가벼움의 미학이 넘치는 디지털 시대에 시인은 보이는 풍경을 해체해서 마음속으로 끌어들여 동시조로 그 풍경을 새롭게 승화시켰습니다. 여기에 보이는 풍경은 봄빛과 바닷바람 냄새가 섞여 있는 곰솔 언덕입니다만 그것을 깨뜨려 다시 봄으로써 우리들 사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끝으로 풍경 속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왕대밭 민들레야」를 읽어 보겠습니다. 리듬을 살려 큰소리로 읽으면 더 좋겠습니다.
키다리들 틈새에서
웃자란 민들레야,
황국을 또 시샘하여
노란 꽃을 피웠구나!
이 가을
톡 튀고 싶은 나,
난 누굴 시새울까?
- 「왕대밭 민들레야」 전문
목차
목차
제1부 바다가 물놀이를 펼칠 때
솔숲 그늘
꾸륵꾸륵 끼룩끼룩
'거송' 곰솔
다시, '거송' 곰솔
대숲과 솔숲1
대숲과 솔숲2
아침놀
왕대밭 민들레야
바다가 물놀이를 펼칠 때
눈 갠 아침
봄맞이 잔치
벚꽃 눈꽃
한발 차이
연보라 철
해동갑1
해동갑2
수상쩍은 까치
갯마을 경사
제2부 소라의 방
소라의 방 1
소라의 방 2
소라의 방 3
소라의 방 4
소라의 방 5
소라의 방 6
소라의 방 7
소라의 방 8
소라의 방 9
소라의 방 10
소라의 방 11
소라의 방 12
소라의 방 13
소라의 방 14
소라의 방 15
소라의 방 16
소라의 방 17
소라의 방 18
제3부 새빨간 꽃무릇과 낡은 자전거
할아버지의 하루
새해 아침
할아버지 벽달력엔
허허허 끌끌끌
새빨간 꽃무릇과 낡은 자전거
바보 설날 아침
봄 감기
꽃마중 ·마중꽃
봄 타다
봄비 탓
해오름과 해맞이
할매할배의 날
길
시늉
봄철 수수께끼
제4부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게
갯가 솔밭
먼 이웃
바닷가 도래솔
진솔밭
솔향기
갯무지개
송이버섯
갯마을 귀뚜라미
바다 안개
경칩 전야
갯마을 봄비
봄 손님
봄맞이꾼
뒤늦은 깨달음
두 할머니
부둣가 풍경
꽃담 향 길
제5부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바닷바람 바닷물
영등날
눈높이 1
눈높이 2
이웃사촌
갯가 까대기
찐한 푸념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1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2
처진 소나무
곰솔 아이
심통 봄눈
어는 갯골목
스산한 봄날 1-다시, 어느 갯골목
스산한 봄날 2
마스크
부끄러워지는 까닭
해설_ 풍경 속의 우리들 - 김종헌
솔숲 그늘
꾸륵꾸륵 끼룩끼룩
'거송' 곰솔
다시, '거송' 곰솔
대숲과 솔숲1
대숲과 솔숲2
아침놀
왕대밭 민들레야
바다가 물놀이를 펼칠 때
눈 갠 아침
봄맞이 잔치
벚꽃 눈꽃
한발 차이
연보라 철
해동갑1
해동갑2
수상쩍은 까치
갯마을 경사
제2부 소라의 방
소라의 방 1
소라의 방 2
소라의 방 3
소라의 방 4
소라의 방 5
소라의 방 6
소라의 방 7
소라의 방 8
소라의 방 9
소라의 방 10
소라의 방 11
소라의 방 12
소라의 방 13
소라의 방 14
소라의 방 15
소라의 방 16
소라의 방 17
소라의 방 18
제3부 새빨간 꽃무릇과 낡은 자전거
할아버지의 하루
새해 아침
할아버지 벽달력엔
허허허 끌끌끌
새빨간 꽃무릇과 낡은 자전거
바보 설날 아침
봄 감기
꽃마중 ·마중꽃
봄 타다
봄비 탓
해오름과 해맞이
할매할배의 날
길
시늉
봄철 수수께끼
제4부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게
갯가 솔밭
먼 이웃
바닷가 도래솔
진솔밭
솔향기
갯무지개
송이버섯
갯마을 귀뚜라미
바다 안개
경칩 전야
갯마을 봄비
봄 손님
봄맞이꾼
뒤늦은 깨달음
두 할머니
부둣가 풍경
꽃담 향 길
제5부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바닷바람 바닷물
영등날
눈높이 1
눈높이 2
이웃사촌
갯가 까대기
찐한 푸념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1
제목을 붙일 수 없는 시 2
처진 소나무
곰솔 아이
심통 봄눈
어는 갯골목
스산한 봄날 1-다시, 어느 갯골목
스산한 봄날 2
마스크
부끄러워지는 까닭
해설_ 풍경 속의 우리들 - 김종헌
저자
저자
박경용
아호 송라(松羅)
1958년 ≪동아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시집 『어른에겐 어려운 시』
시조집 『적寂』, 시조선집 『도약』
시집 『침류집』, 시선집 『소리로 와서』
동요시선집 『귤 한 개』
동시선집 『새끼손가락』, 『바다랑 나랑 갯마을이랑』, 『박경용 동시선집』
동시조집 『별 총총 초가집 총총』, 『샛강마을 숲동네』, 『낯선 까닭』, 『호호 후후 불어주면』, 『음악둘레 내 둘레』
평론집 『무풍지대의 돌개바람』 등을 펴냄
세종아동문학상 ㆍ 대한민국문학상 ㆍ 열린아동문학상 ㆍ 한국동시조문학대상 수상
1958년 ≪동아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시집 『어른에겐 어려운 시』
시조집 『적寂』, 시조선집 『도약』
시집 『침류집』, 시선집 『소리로 와서』
동요시선집 『귤 한 개』
동시선집 『새끼손가락』, 『바다랑 나랑 갯마을이랑』, 『박경용 동시선집』
동시조집 『별 총총 초가집 총총』, 『샛강마을 숲동네』, 『낯선 까닭』, 『호호 후후 불어주면』, 『음악둘레 내 둘레』
평론집 『무풍지대의 돌개바람』 등을 펴냄
세종아동문학상 ㆍ 대한민국문학상 ㆍ 열린아동문학상 ㆍ 한국동시조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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