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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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박선옥은 시인이면서 수필가다. 운문과 산문을 겸한다는 문학적 자산은 삶과 문학에 대하여 남다른 혜안과 인상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여러 권의 시집과 첫 수필집을 통하여 어린 시절부터 지녔던 감수성과 이미지를 넘치게 보여주었다. 나아가 한 여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인간으로서 거친 세파를 극복하면서 특유의 포용력과 문학에 대한 열정도 키웠다. 그 미적 결실로서 첫 수필집 『살며 사랑하며』를 상재하였고 9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 『음악이 있는 곳에』를 내놓는다.
이 책은 전 5부로 구성되어 있고 총 35편이다.
1부는 「손 편지를 쓰고 싶은 날」 외 6편으로 시적 발상으로 산문적 형상화를 이룬 서정적이고 시적인 글이요, 2부는 표제작 「음악에 있는 곳에 」외 6편으로 음악에 관한 글이다. 3부는 「쉘위 댄스」 등 영화배우와 영화 이야기다. 4부는 「바위처럼 살다 가신 부모님 」등 한 편의 드라마처럼 사실적으로 펼쳐진 삶의 기록인 가족사 이야기와 가족 여행기를 5부는 「향기와 냄새」 등 삶의 창조적 내포를 담고 있는 참신한 의식이 작품 속에 넘실거린다.
이상과 같이 이 수필집 『음악이 있는 곳에』를 편집의 순서대로 고찰해 보았다.
수록한 글들은 대체로 주제의 유사성을 고려하여서 한 갈래씩 꾸며 보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책들도 다 그러하듯이 그 글들의 성격이나 주제나 또 통시적인 분류 같은 것이 영판 딱딱 맞게 짜질 수 없듯이 이 책의 글들도 일반적 형식에 따라 한 분야를 만들고 이에 대표적인 제목을 하나씩 부여해 보았을 뿐, 그 갈래의 글이 모두 다 그 분야의 제목에 아주 부합되거나 종속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밝혀둔다.
'예술'이란 근본적으로 사물이나 사건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다. 이 아름답다는 것은 감상자들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그의 예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하나는 심리적 행위이고, 하나는 창작적 행위이다.
그중 창작적 행위라는 것은 예술가의 그 창조적 방법론에 따른 기교로 그 예술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서 미적 쾌감을 주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는 경우를 이르는 것이다.
이는 그 예술의 플롯에서부터, 적절한 재료의 사용, 표현의 기발함 등 여러 가지의 방법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 주는 신선한 충격, 경이감(예기치 못한 감동), 돌발적인 당황함, 이런 일들은 다 감상자들을 기쁘게, 황홀하게 하는 충격들이다. 예술이란 충격을 주는 일이고, 그 충격은 인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해 주는 깨달음이 있는 충격이라야 한다. 예술가가 그의 작품을 이렇게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요 창조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박선옥의 작품을 갈래별로 분류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서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시적인 수필
박선옥 수필 중에는 서정적인 감정 표현이 짙게 나타나 있는 수필 또는 시적인 표현 방법, 시적인 묘사나 시적인 언어로 쓰인 수필을 만난다. 이런 글은 독자의 가독성을 높여 줄 것이다.
'시적인 수법의 수필'은 그 표현 방법이나 내용 등이 자못 시적이며 간결하면서도 산뜻하고 군더더기의 말이 적은 특징을 가진다. 또한 언어의 표현이 정제되어 있고, 서정적 분위기가 실려있다.
〈참, 기분이 좋고 행복한 자산〉,〈미소가 있는 하루〉,〈마음에 담아 두고 사는 길〉, 〈라이락 단상〉,〈초여름 숲에서 들찔레 꽃을 바라보며〉,〈손 편지를 쓰고 싶은 밤〉, 작품에서 독자는 작가와 만날 수 있다.
어제도 사막의 모래 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지치도록 걸었는데도 길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고 모래바람만 몰아치는 것∨같은∨날, 초조하고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한 날도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쓰러지고 말 것 같은 날이 있었습니다. 이런∨날 '그래, 거기에 가라'하는 생각이 문득 솟구쳐 오르고, 거기에 가면 그래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숲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이와 몇 시간씩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오솔길, 그 옛날 그 사람. 나무 뒤에 숨어서 배시시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길. 사는 길이 늘 오르막길, 가파르
게 올라야 하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는 산길. 바위에 앉아 땀을 닦으며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길. 그런 길 하나 지니고 살면 행복하겠습니다. (중략)
산꼭대기에 뜻밖에 맑고 깊은 호수 하나 있어 환호하게 하는 길. 내일은 꼭 가야지 생각하며 사는 길, 한동안 못 간 게 마음에 걸려 이번 일요일에는 열 일 제쳐 놓고, 가야인지 생각하며 일주일을 견디게 하는 길, 그런 길, 그런 숲길 깊은 사람 하나 가슴에 품고 살면 위로가 되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마음에 두고 사는 길 하나 가슴에 묻어두고 살고 싶습니다.
- 「마음에 묻어두고 사는 길」 일부
연이틀 계속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대지와 나무와 풀이 그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뭇 가지에 물고기알처럼 매달려 있던 은빛 빗물 방울들까지 쑥 들이마시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가벼운 포만감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틀 동안 나무들이 가만히 비를 맞고 있었던 게 아닙니다. 줄기 맨 끝의 잔가지들을 닦고 있었던 겁니다. 나뭇가지만 제 몸을 닦은 게 아니라 빗물도 함께 가지를 문지르고 닦았겠지요.
빗물은 나무의 살갗만 닦아 놓은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나무의 속살과 만나 인사하고 수다 떨고 돌아다녔지요. 흙으로 들어가 뿌리를 만나 잠들어 있는 것들을 깨운 뒤 물관을 타고 다니며 신이 난 빗줄기도 있었을 겁니다. 몸 안에 있던 나무의 생명은 봄비의 정령들과 만나 몸 구석구석에서 손잡고 입 맞추고 춤추었을 겁니다. 나뭇가지 이곳저곳에서 둘이 끌어안고 밤을 새웠을 겁니다. 나무 안에 있는 생명과 빗줄기 타고 내려온 하늘의 기운이 만나 사랑하는 동안 그 열기가 밖으로 배어 나와 나뭇가지가 푸르게 반짝입니다. (중략)
우리에게 봄이 과연 몇 번이나 허락될는지는 하늘만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봄은 비록 가을과 겨울에 걸쳐있다고 하더라고 마음은 늘 봄에서만 머물고 싶습니다. 햇빛과 비와 바람과 하늘이 꽃나무에 그러하듯, 남에게 환한 빛으로 승화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강원식 시인의 시 「봄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봄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꽃도/ 나비도/ 햇살도/ 바람도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너도
나무의 잠을 깨우는 봄비 같은 사람, 봄 편지를 쓰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습니다.
- 「손편지를 쓰고 싶은 날」 일부
2. 음악에 관련 수필
박 작가는 세존사 합창단장을 지닌 이력의 소유자다. 표제작 〈음악이 있는 곳에〉를 비롯하여 〈왈츠 한 곡 추실래요〉 〈감사는 마음속 음악〉 〈재즈 음악의 비밀〉 〈사운드 오브 뮤직〉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비목 노래를 들으며〉 〈비둘기와 라팔로만〉등이 음악 관련 수필이다.
필자가 아는 불자佛子인 P 박사는 모진 병으로 2001년 대수술을 하고 2003년 재수술을 받았다. 의사에게서도 별 희망적인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큰 병이었다. 처음에 낙담하다 기왕에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면 '신나게 살다 죽겠다.'라고 결심하고 아침저녁으로 노래를 불렀다. 특히 희망적인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중 가장 애창곡이 신묘장군대다라니 찬불가였다. 이 곡은 들을수록 신묘한 기분이 들면서 마치 명상에 잠겨 드는 듯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는 지금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고 오히려 의사가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음악이 있는 곳에는 즐거움이 있고 화합이 있다. 그리고 음악은 인간에게 활력과 생명력을 높여 준다.
- 「음악이 있는 곳에 」중 일부
어느 날 '바흐'가 학생들 앞에서 자기 곡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난 뒤 한 학생이 '바흐'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선생님의 음악 들으니, 일주일간은 나쁜 짓을 못할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음악을 들으면 주먹을 불끈하기도 했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지만 일주일간은 나쁜 짓을 못 할 것 같다니,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시를 쓰고 수필을 쓴다. 나에게 내 작품을 읽은 사람이 '선생님 오늘 선생님의 시를 읽고 나니 1주일 만이라도 행복하겠습니다.'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말한다. 오늘의 교육 효과가 며칠을 가겠냐고. 한 달, 보름, 일주일 아니 마치고 나가면서 바로 반납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말한다.
간혹 나에게 작품집을 받았던 이를 길에서나 다른 장소에서 만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나를 단번에 알아보고 내 시와 내 수필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인가 하면 시의 내용까지 외우며 칭찬할 때는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린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사람을 감동하게 해 본 적이 얼마나 되는가. 일주일은 고사하고 잠시 잠깐이라도 감동을 줘, 본적이 있는가. 우리는 학창 시절 자그마한 일에도 짧은 글에도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세상살이에 시달리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가슴에 기별조차 오지 않는다. 삭막해진 건지 속물이 된 건지 한심스럽다. 눈물은 고사하고 감동조차 없다.
- 「감사는 마음속 음악 」
3. 영화 이야기와 배우 이야기 수필
박 작가는 영화 애호가로 배우들에 관한 관심도 많고 영화 감상 수필을 쓴다. 배우 이야기는 배우 10여 명 중 〈배우 강효실〉과 〈배우 정한용〉을 가려 뽑아 실었다. 영화 이야기는 〈졸업〉 〈 쉘위 댄스〉 〈이티〉 〈사운드 오브 뮤직〉 〈초원의 빛〉등 5편을 실었다.
주인공 '스기야마'는 진정으로 춤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는 열정적으로 춤에 다가간다. 그의 모습이 변한다. 매사에 힘도 없고 활기차지 못하던 남편이 힘이 넘치고 표정과 어투가 변한다. 옷이 땀에 젖고 알 수 없는 향내, 갑자기 변한 남편, 아내는 남편의 뒷조사를 흥신소에 의뢰한다. 아내는 남편이 바람 난 것이 아니라 춤을 배우러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는 섭섭하다. 남편에게 왜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를 따진다. 그다음 날 남편은 춤을 버린다. 그리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힘없고 맥 빠지고 기계적인 '스기야마'로.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직장인의 삶은 무료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직장인의 애환으로만 생각했다. '스기야마'의 아내 아키코의 마음이 읽혀진다. 댄스도 바람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흔한 통속 영화라면 춤바람-가정불화-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댄스 자체를 예藝와 도道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그의 춤바람이 샐러리맨의 생활을 더욱 윤택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스기야마'의 춤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슬럼프에 빠져있던 프로 댄서 '마이'에게 뜻하지 않게 '왜 춤을 추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춤이라고 하면 2000년대 초에만 해도 '꽃뱀에 제비' 왠지 냄새가 안 좋았다. 영화 '쉘위댄스'는 '스기야마' 부부에게 서로가 소통의 부재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통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특히 부부간에 소통은 더욱 그러하다는 사실을 영화 '쉘위 댄스'는 말해주고 있었다.
- '영화 「쉘위 댄스」 중에서
4. 가정사와 여행 수필
〈어머니의 손재주〉 〈시부모님과 함께 한 여행〉 〈바위처럼 살다 가신 부보님〉 〈 윤슬 담은 햇살에 눈을 뜨는 햇잎처럼〉 〈가을향기〉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밀양 위양지를 찾아서〉등 7편의 수필이 있다.
어머니는 22세에 외할머니의 중매로 해양경찰로 근무하는 청년과 결혼하게 되었다. 내가 2살 때에 아버지는 서해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던 중, 중국해군의 기습 공격을 받고 강제로 납치되었다. 그 당시는 중국을 중공이라 불렀고, 우리나라와 적대시하는 관계였다.
아버지의 생사를 알 길 없는 우리 집에서는 몇 년 동안은 중공 땅에서 살아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다 10년이 지나자 실망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다 눈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과 우리나라는 정식 수교를 하면서 아버지의 석방 소식이 전해졌다. 아버지가 중국에 납치된 지 12년 만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중국에 납치된 후 조선방직에 취업하여 딸 둘을 부양하였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고 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우리 집에는 신문사와 방송국 기자들이 취재차 몰려들고, 뉴스에 보도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학교에서도 나는 관심을 받는 아이가 되었고, 한동안 전국 각지에서 배달된 위로 편지를 받기
도 했다.
드디어 아버지가 귀국하는 날, 외할아버지 내외분과 외삼촌, 이모들을 비롯한 외갓집 식구들과 마중을 나갔다. 기자 아저씨들이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을 취재하는데 아버지를 처음 보면서 어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 「바위처럼 살다 가신 부모님」 중에서
5. 칼럼/ 교훈적인 이야기
제5부 〈고통을 이겨내며〉 〈인간의 욕망과 중도적 삶〉 〈펜디믹 세상〉 〈참된 우정과 믿음〉 〈향기와 냄새〉 〈먼저 잘해주기〉 〈말벌 사냥꾼 '벌매'〉등 7편과 1부에 수록된 〈참, 기분좋은 행복한 자산〉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두 갈래길〉등 수필 작품이 이에 분류된다.
위 작품에서는 신변잡기의 수필이 아닌 누구나 생각하게 하는 시대적 사명이나 공통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수필은 결코 화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써 지어낸 것 같은 미사여구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소박하고도 담백한 맛이 넘치며 강한 감동과 꾸밈이 없는 진실한 메시지가 풍겨 나온다. 때문에 그의 수필은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영혼의 메시지가 되어 독자의 몸과 마음 힐링이 되어 주기도 하고 좋은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할 것이다.
엄마는 홀로 두 딸을 키우면서 하던 작은 사업조차 실패하고 반지하 방에서 식당일, 허드렛일로 두 딸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하루 24시간을 일했지만 두 딸의 약값 대기조차 힘들었다.
어느 날 엄마는 약국에 가서 쥐약을 세 봉지 샀다. 그리곤 서울의 한 공원에 두 딸을 데리고 가서는 약봉지를 하나씩 끌어 내놓았다. "얘들아 아무리 해도 너희들을 더는 키울 수가 없다. 지금 엄마 몸도 아픈데 만약 엄마가 죽고 나면 누가 너희들을 거두겠냐. 너는 보이지 않지 게다가 언니는 더 힘들지 우리 약 먹고 아빠 곁으로 가자." 그때 소영 씨가 "엄마, 안 죽으면 안 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라고 말한다.
죽자는 엄마와 죽지 않으려는 딸, 그날 집으로 돌아온 소영 씨는 눈이 없는 대신 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것보다 없는 것에 더 예민해야 하며 가진 그것보다 많이 가지지 않는 것에 더 분노한다.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나 사실 자세히 나를 바라보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많음을 알게 된다.
그날 이후로 소영 씨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불 꺼진 예배당에서 피아노를 치고 예고를 거쳐 음악대학을 지원했으나 낙방, 그러나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에 수석으로 입학한다. 그 후 그는 지휘자 과에서 성악과로 전과했다.(중략)
기자가 물었다. "눈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지휘하며 어떻게 연습했어요." 그러자 소영 씨는 이렇게 말한다. "눈은 없는데 귀가 있다고요. 그래서 모든 악보를 외었죠. 음악을 CD로 듣고 소리로 듣고 모두 외웠어요.
소영 씨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무척까지는 아니지만 행복해요."라고. 우리는 작은 행복을 무시한다. 다 가진 행복, 다 지닌 행복을 꿈꾼다.
- 「참, 기분 좋은 행복한 자산」 중에서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자신의 병원 문을 닫고 아들의 병간호를 자청한다. 병상에 누운 이글레시아스는 간호하는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며 불평을 한다.
"아버지.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누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이런 장애인으로 사느니 차라리 죽게 해주세요."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불평과 아픈 탄식 앞에 "아들아.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라고 말하며 아들을 격려했다.
긴 병상 생활 속에서 그는 라디오 듣기와 시 쓰기가 유일한 시간 보내기였다. 시의 주제는 대체로 슬프고 로맨틱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병상 생활 중 그를 간호하며 도와주던 남자 간호사 '일라디오'가 이글레시아스에게 기타를 선물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받아든 기타, 코드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며 삶의 의욕을 키운다.
기적처럼 그의 몸은 회복하고 대학에 복학을 신청하지만 이미 제적이 된 상태다. 그는 음악대학에 편입을 한다. 그리곤 이어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자격을 취득한다. 부자 부모에 명문 집안에 명문대 출신에 변호사까지. 이 정도면 누구나 부러워할 살만한 인생이다.
그러나 그는 음악의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1968년 스페인의 '베니 돔 국제가요제'에 출품을 한다. 자작곡인 'La Vita Sigual'로 우승을 하게 된다.
이 노래 하나로 그는 단숨에 스페인을 넘어 유럽,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건너 세계적인 가수가 된다. 노래가 그를 바꾼 것이 아니라 그의 아픈 인생의 이야기가 그를 바꾼 것이다.
'La Vita Sigual'이란 우리말로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life continues all the same.'이라는 말이다. 긴 병상 생활에서 지쳐 낙담 되고 슬퍼서 울 때마다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던 그말 '아들아.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인생의 끈을 놓고 싶은 병상의 생활 속에서 아버지가 들려주시는 노래와 같은 말씀이 그에게는 힘이 되고 삶이 되었다.
이글레시아스의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열고 가정을 열게 했다. 우리는 오르막의 인생을 살기도 하고 때로는 내리막의 인생을 살기도 한다.
그리곤 어느 날인가 '그래, 인생. 한 번쯤 살아볼 만한 거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때가 올 것이다. 우리는 아파도 힘들어도 산다.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이 말은 이 세상 누구에게나 힘과 용기를 준다.
- 「그래도 인생은 계속 된다」 중에서
우리 일상에서 향기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역시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힘겨워 보이는 승객에게 웃으며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에게서 향기가 납니다. 매일 힘들게 일하며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어주는 할머니에게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불의에 맞서 없는 힘이지만 모든 것을 바치는 약자들의 큰 용기에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진정한 향기를 맡아봅니다.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참 많습니다.
향기 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그 많은 해야 할 일들도, 고민도 간단하게 해결이 됩니다. 향기 나는 사람들로 향기가 넘치는 사회, 말만 들어도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 「향기와 냄새」 중에서
예부터 고부간의 갈등은 풀 수 없는 매듭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매듭을 풀지 못하는 것은 생각이 부족하고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며느리의 처지에서 시어머니는 참으로 고마운 분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시어머니가 없었다면 어찌 자신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겠습니까. 반대로 시어머니의 처지에서도 며느리는 참으로 귀여운 존재입니다. 내가 낳은 귀한 자식과 짝이 되어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일같이 등이라도 다독거려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략)
항상 존경할만한 것은 존경하고 섬길만한 것은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네가 먼저 널리 베풀고 두루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의 명약은 '서로 사랑'입니다.
'네가 먼저 베풀고 두루 사랑하며 연민하는 마음을 가져라. 그러면 천신天神도 칭찬할 것이다.' 유행경遊行經에서 부처님이 가르치신 세상사는 법입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이 말씀대로 살 일입니다.
- 「먼저 잘 해 주기」중에서
이 책은 전 5부로 구성되어 있고 총 35편이다.
1부는 「손 편지를 쓰고 싶은 날」 외 6편으로 시적 발상으로 산문적 형상화를 이룬 서정적이고 시적인 글이요, 2부는 표제작 「음악에 있는 곳에 」외 6편으로 음악에 관한 글이다. 3부는 「쉘위 댄스」 등 영화배우와 영화 이야기다. 4부는 「바위처럼 살다 가신 부모님 」등 한 편의 드라마처럼 사실적으로 펼쳐진 삶의 기록인 가족사 이야기와 가족 여행기를 5부는 「향기와 냄새」 등 삶의 창조적 내포를 담고 있는 참신한 의식이 작품 속에 넘실거린다.
이상과 같이 이 수필집 『음악이 있는 곳에』를 편집의 순서대로 고찰해 보았다.
수록한 글들은 대체로 주제의 유사성을 고려하여서 한 갈래씩 꾸며 보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책들도 다 그러하듯이 그 글들의 성격이나 주제나 또 통시적인 분류 같은 것이 영판 딱딱 맞게 짜질 수 없듯이 이 책의 글들도 일반적 형식에 따라 한 분야를 만들고 이에 대표적인 제목을 하나씩 부여해 보았을 뿐, 그 갈래의 글이 모두 다 그 분야의 제목에 아주 부합되거나 종속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밝혀둔다.
'예술'이란 근본적으로 사물이나 사건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다. 이 아름답다는 것은 감상자들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그의 예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하나는 심리적 행위이고, 하나는 창작적 행위이다.
그중 창작적 행위라는 것은 예술가의 그 창조적 방법론에 따른 기교로 그 예술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서 미적 쾌감을 주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는 경우를 이르는 것이다.
이는 그 예술의 플롯에서부터, 적절한 재료의 사용, 표현의 기발함 등 여러 가지의 방법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 주는 신선한 충격, 경이감(예기치 못한 감동), 돌발적인 당황함, 이런 일들은 다 감상자들을 기쁘게, 황홀하게 하는 충격들이다. 예술이란 충격을 주는 일이고, 그 충격은 인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해 주는 깨달음이 있는 충격이라야 한다. 예술가가 그의 작품을 이렇게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요 창조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박선옥의 작품을 갈래별로 분류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서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시적인 수필
박선옥 수필 중에는 서정적인 감정 표현이 짙게 나타나 있는 수필 또는 시적인 표현 방법, 시적인 묘사나 시적인 언어로 쓰인 수필을 만난다. 이런 글은 독자의 가독성을 높여 줄 것이다.
'시적인 수법의 수필'은 그 표현 방법이나 내용 등이 자못 시적이며 간결하면서도 산뜻하고 군더더기의 말이 적은 특징을 가진다. 또한 언어의 표현이 정제되어 있고, 서정적 분위기가 실려있다.
〈참, 기분이 좋고 행복한 자산〉,〈미소가 있는 하루〉,〈마음에 담아 두고 사는 길〉, 〈라이락 단상〉,〈초여름 숲에서 들찔레 꽃을 바라보며〉,〈손 편지를 쓰고 싶은 밤〉, 작품에서 독자는 작가와 만날 수 있다.
어제도 사막의 모래 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지치도록 걸었는데도 길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고 모래바람만 몰아치는 것∨같은∨날, 초조하고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한 날도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쓰러지고 말 것 같은 날이 있었습니다. 이런∨날 '그래, 거기에 가라'하는 생각이 문득 솟구쳐 오르고, 거기에 가면 그래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숲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이와 몇 시간씩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오솔길, 그 옛날 그 사람. 나무 뒤에 숨어서 배시시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길. 사는 길이 늘 오르막길, 가파르
게 올라야 하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는 산길. 바위에 앉아 땀을 닦으며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길. 그런 길 하나 지니고 살면 행복하겠습니다. (중략)
산꼭대기에 뜻밖에 맑고 깊은 호수 하나 있어 환호하게 하는 길. 내일은 꼭 가야지 생각하며 사는 길, 한동안 못 간 게 마음에 걸려 이번 일요일에는 열 일 제쳐 놓고, 가야인지 생각하며 일주일을 견디게 하는 길, 그런 길, 그런 숲길 깊은 사람 하나 가슴에 품고 살면 위로가 되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마음에 두고 사는 길 하나 가슴에 묻어두고 살고 싶습니다.
- 「마음에 묻어두고 사는 길」 일부
연이틀 계속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대지와 나무와 풀이 그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뭇 가지에 물고기알처럼 매달려 있던 은빛 빗물 방울들까지 쑥 들이마시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가벼운 포만감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틀 동안 나무들이 가만히 비를 맞고 있었던 게 아닙니다. 줄기 맨 끝의 잔가지들을 닦고 있었던 겁니다. 나뭇가지만 제 몸을 닦은 게 아니라 빗물도 함께 가지를 문지르고 닦았겠지요.
빗물은 나무의 살갗만 닦아 놓은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나무의 속살과 만나 인사하고 수다 떨고 돌아다녔지요. 흙으로 들어가 뿌리를 만나 잠들어 있는 것들을 깨운 뒤 물관을 타고 다니며 신이 난 빗줄기도 있었을 겁니다. 몸 안에 있던 나무의 생명은 봄비의 정령들과 만나 몸 구석구석에서 손잡고 입 맞추고 춤추었을 겁니다. 나뭇가지 이곳저곳에서 둘이 끌어안고 밤을 새웠을 겁니다. 나무 안에 있는 생명과 빗줄기 타고 내려온 하늘의 기운이 만나 사랑하는 동안 그 열기가 밖으로 배어 나와 나뭇가지가 푸르게 반짝입니다. (중략)
우리에게 봄이 과연 몇 번이나 허락될는지는 하늘만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봄은 비록 가을과 겨울에 걸쳐있다고 하더라고 마음은 늘 봄에서만 머물고 싶습니다. 햇빛과 비와 바람과 하늘이 꽃나무에 그러하듯, 남에게 환한 빛으로 승화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강원식 시인의 시 「봄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봄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꽃도/ 나비도/ 햇살도/ 바람도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너도
나무의 잠을 깨우는 봄비 같은 사람, 봄 편지를 쓰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습니다.
- 「손편지를 쓰고 싶은 날」 일부
2. 음악에 관련 수필
박 작가는 세존사 합창단장을 지닌 이력의 소유자다. 표제작 〈음악이 있는 곳에〉를 비롯하여 〈왈츠 한 곡 추실래요〉 〈감사는 마음속 음악〉 〈재즈 음악의 비밀〉 〈사운드 오브 뮤직〉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비목 노래를 들으며〉 〈비둘기와 라팔로만〉등이 음악 관련 수필이다.
필자가 아는 불자佛子인 P 박사는 모진 병으로 2001년 대수술을 하고 2003년 재수술을 받았다. 의사에게서도 별 희망적인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큰 병이었다. 처음에 낙담하다 기왕에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면 '신나게 살다 죽겠다.'라고 결심하고 아침저녁으로 노래를 불렀다. 특히 희망적인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중 가장 애창곡이 신묘장군대다라니 찬불가였다. 이 곡은 들을수록 신묘한 기분이 들면서 마치 명상에 잠겨 드는 듯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는 지금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고 오히려 의사가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음악이 있는 곳에는 즐거움이 있고 화합이 있다. 그리고 음악은 인간에게 활력과 생명력을 높여 준다.
- 「음악이 있는 곳에 」중 일부
어느 날 '바흐'가 학생들 앞에서 자기 곡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난 뒤 한 학생이 '바흐'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선생님의 음악 들으니, 일주일간은 나쁜 짓을 못할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음악을 들으면 주먹을 불끈하기도 했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지만 일주일간은 나쁜 짓을 못 할 것 같다니,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시를 쓰고 수필을 쓴다. 나에게 내 작품을 읽은 사람이 '선생님 오늘 선생님의 시를 읽고 나니 1주일 만이라도 행복하겠습니다.'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말한다. 오늘의 교육 효과가 며칠을 가겠냐고. 한 달, 보름, 일주일 아니 마치고 나가면서 바로 반납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말한다.
간혹 나에게 작품집을 받았던 이를 길에서나 다른 장소에서 만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나를 단번에 알아보고 내 시와 내 수필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인가 하면 시의 내용까지 외우며 칭찬할 때는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린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사람을 감동하게 해 본 적이 얼마나 되는가. 일주일은 고사하고 잠시 잠깐이라도 감동을 줘, 본적이 있는가. 우리는 학창 시절 자그마한 일에도 짧은 글에도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세상살이에 시달리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가슴에 기별조차 오지 않는다. 삭막해진 건지 속물이 된 건지 한심스럽다. 눈물은 고사하고 감동조차 없다.
- 「감사는 마음속 음악 」
3. 영화 이야기와 배우 이야기 수필
박 작가는 영화 애호가로 배우들에 관한 관심도 많고 영화 감상 수필을 쓴다. 배우 이야기는 배우 10여 명 중 〈배우 강효실〉과 〈배우 정한용〉을 가려 뽑아 실었다. 영화 이야기는 〈졸업〉 〈 쉘위 댄스〉 〈이티〉 〈사운드 오브 뮤직〉 〈초원의 빛〉등 5편을 실었다.
주인공 '스기야마'는 진정으로 춤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는 열정적으로 춤에 다가간다. 그의 모습이 변한다. 매사에 힘도 없고 활기차지 못하던 남편이 힘이 넘치고 표정과 어투가 변한다. 옷이 땀에 젖고 알 수 없는 향내, 갑자기 변한 남편, 아내는 남편의 뒷조사를 흥신소에 의뢰한다. 아내는 남편이 바람 난 것이 아니라 춤을 배우러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는 섭섭하다. 남편에게 왜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를 따진다. 그다음 날 남편은 춤을 버린다. 그리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힘없고 맥 빠지고 기계적인 '스기야마'로.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직장인의 삶은 무료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직장인의 애환으로만 생각했다. '스기야마'의 아내 아키코의 마음이 읽혀진다. 댄스도 바람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흔한 통속 영화라면 춤바람-가정불화-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댄스 자체를 예藝와 도道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그의 춤바람이 샐러리맨의 생활을 더욱 윤택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스기야마'의 춤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슬럼프에 빠져있던 프로 댄서 '마이'에게 뜻하지 않게 '왜 춤을 추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춤이라고 하면 2000년대 초에만 해도 '꽃뱀에 제비' 왠지 냄새가 안 좋았다. 영화 '쉘위댄스'는 '스기야마' 부부에게 서로가 소통의 부재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통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특히 부부간에 소통은 더욱 그러하다는 사실을 영화 '쉘위 댄스'는 말해주고 있었다.
- '영화 「쉘위 댄스」 중에서
4. 가정사와 여행 수필
〈어머니의 손재주〉 〈시부모님과 함께 한 여행〉 〈바위처럼 살다 가신 부보님〉 〈 윤슬 담은 햇살에 눈을 뜨는 햇잎처럼〉 〈가을향기〉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밀양 위양지를 찾아서〉등 7편의 수필이 있다.
어머니는 22세에 외할머니의 중매로 해양경찰로 근무하는 청년과 결혼하게 되었다. 내가 2살 때에 아버지는 서해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던 중, 중국해군의 기습 공격을 받고 강제로 납치되었다. 그 당시는 중국을 중공이라 불렀고, 우리나라와 적대시하는 관계였다.
아버지의 생사를 알 길 없는 우리 집에서는 몇 년 동안은 중공 땅에서 살아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다 10년이 지나자 실망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다 눈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과 우리나라는 정식 수교를 하면서 아버지의 석방 소식이 전해졌다. 아버지가 중국에 납치된 지 12년 만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중국에 납치된 후 조선방직에 취업하여 딸 둘을 부양하였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고 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우리 집에는 신문사와 방송국 기자들이 취재차 몰려들고, 뉴스에 보도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학교에서도 나는 관심을 받는 아이가 되었고, 한동안 전국 각지에서 배달된 위로 편지를 받기
도 했다.
드디어 아버지가 귀국하는 날, 외할아버지 내외분과 외삼촌, 이모들을 비롯한 외갓집 식구들과 마중을 나갔다. 기자 아저씨들이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을 취재하는데 아버지를 처음 보면서 어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 「바위처럼 살다 가신 부모님」 중에서
5. 칼럼/ 교훈적인 이야기
제5부 〈고통을 이겨내며〉 〈인간의 욕망과 중도적 삶〉 〈펜디믹 세상〉 〈참된 우정과 믿음〉 〈향기와 냄새〉 〈먼저 잘해주기〉 〈말벌 사냥꾼 '벌매'〉등 7편과 1부에 수록된 〈참, 기분좋은 행복한 자산〉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두 갈래길〉등 수필 작품이 이에 분류된다.
위 작품에서는 신변잡기의 수필이 아닌 누구나 생각하게 하는 시대적 사명이나 공통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수필은 결코 화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써 지어낸 것 같은 미사여구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소박하고도 담백한 맛이 넘치며 강한 감동과 꾸밈이 없는 진실한 메시지가 풍겨 나온다. 때문에 그의 수필은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영혼의 메시지가 되어 독자의 몸과 마음 힐링이 되어 주기도 하고 좋은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할 것이다.
엄마는 홀로 두 딸을 키우면서 하던 작은 사업조차 실패하고 반지하 방에서 식당일, 허드렛일로 두 딸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하루 24시간을 일했지만 두 딸의 약값 대기조차 힘들었다.
어느 날 엄마는 약국에 가서 쥐약을 세 봉지 샀다. 그리곤 서울의 한 공원에 두 딸을 데리고 가서는 약봉지를 하나씩 끌어 내놓았다. "얘들아 아무리 해도 너희들을 더는 키울 수가 없다. 지금 엄마 몸도 아픈데 만약 엄마가 죽고 나면 누가 너희들을 거두겠냐. 너는 보이지 않지 게다가 언니는 더 힘들지 우리 약 먹고 아빠 곁으로 가자." 그때 소영 씨가 "엄마, 안 죽으면 안 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라고 말한다.
죽자는 엄마와 죽지 않으려는 딸, 그날 집으로 돌아온 소영 씨는 눈이 없는 대신 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것보다 없는 것에 더 예민해야 하며 가진 그것보다 많이 가지지 않는 것에 더 분노한다.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나 사실 자세히 나를 바라보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많음을 알게 된다.
그날 이후로 소영 씨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불 꺼진 예배당에서 피아노를 치고 예고를 거쳐 음악대학을 지원했으나 낙방, 그러나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에 수석으로 입학한다. 그 후 그는 지휘자 과에서 성악과로 전과했다.(중략)
기자가 물었다. "눈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지휘하며 어떻게 연습했어요." 그러자 소영 씨는 이렇게 말한다. "눈은 없는데 귀가 있다고요. 그래서 모든 악보를 외었죠. 음악을 CD로 듣고 소리로 듣고 모두 외웠어요.
소영 씨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무척까지는 아니지만 행복해요."라고. 우리는 작은 행복을 무시한다. 다 가진 행복, 다 지닌 행복을 꿈꾼다.
- 「참, 기분 좋은 행복한 자산」 중에서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자신의 병원 문을 닫고 아들의 병간호를 자청한다. 병상에 누운 이글레시아스는 간호하는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며 불평을 한다.
"아버지.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누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이런 장애인으로 사느니 차라리 죽게 해주세요."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불평과 아픈 탄식 앞에 "아들아.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라고 말하며 아들을 격려했다.
긴 병상 생활 속에서 그는 라디오 듣기와 시 쓰기가 유일한 시간 보내기였다. 시의 주제는 대체로 슬프고 로맨틱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병상 생활 중 그를 간호하며 도와주던 남자 간호사 '일라디오'가 이글레시아스에게 기타를 선물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받아든 기타, 코드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며 삶의 의욕을 키운다.
기적처럼 그의 몸은 회복하고 대학에 복학을 신청하지만 이미 제적이 된 상태다. 그는 음악대학에 편입을 한다. 그리곤 이어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자격을 취득한다. 부자 부모에 명문 집안에 명문대 출신에 변호사까지. 이 정도면 누구나 부러워할 살만한 인생이다.
그러나 그는 음악의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1968년 스페인의 '베니 돔 국제가요제'에 출품을 한다. 자작곡인 'La Vita Sigual'로 우승을 하게 된다.
이 노래 하나로 그는 단숨에 스페인을 넘어 유럽,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건너 세계적인 가수가 된다. 노래가 그를 바꾼 것이 아니라 그의 아픈 인생의 이야기가 그를 바꾼 것이다.
'La Vita Sigual'이란 우리말로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life continues all the same.'이라는 말이다. 긴 병상 생활에서 지쳐 낙담 되고 슬퍼서 울 때마다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던 그말 '아들아.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인생의 끈을 놓고 싶은 병상의 생활 속에서 아버지가 들려주시는 노래와 같은 말씀이 그에게는 힘이 되고 삶이 되었다.
이글레시아스의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열고 가정을 열게 했다. 우리는 오르막의 인생을 살기도 하고 때로는 내리막의 인생을 살기도 한다.
그리곤 어느 날인가 '그래, 인생. 한 번쯤 살아볼 만한 거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때가 올 것이다. 우리는 아파도 힘들어도 산다.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이 말은 이 세상 누구에게나 힘과 용기를 준다.
- 「그래도 인생은 계속 된다」 중에서
우리 일상에서 향기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역시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힘겨워 보이는 승객에게 웃으며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에게서 향기가 납니다. 매일 힘들게 일하며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어주는 할머니에게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불의에 맞서 없는 힘이지만 모든 것을 바치는 약자들의 큰 용기에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진정한 향기를 맡아봅니다.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참 많습니다.
향기 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그 많은 해야 할 일들도, 고민도 간단하게 해결이 됩니다. 향기 나는 사람들로 향기가 넘치는 사회, 말만 들어도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 「향기와 냄새」 중에서
예부터 고부간의 갈등은 풀 수 없는 매듭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매듭을 풀지 못하는 것은 생각이 부족하고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며느리의 처지에서 시어머니는 참으로 고마운 분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시어머니가 없었다면 어찌 자신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겠습니까. 반대로 시어머니의 처지에서도 며느리는 참으로 귀여운 존재입니다. 내가 낳은 귀한 자식과 짝이 되어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일같이 등이라도 다독거려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략)
항상 존경할만한 것은 존경하고 섬길만한 것은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네가 먼저 널리 베풀고 두루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의 명약은 '서로 사랑'입니다.
'네가 먼저 베풀고 두루 사랑하며 연민하는 마음을 가져라. 그러면 천신天神도 칭찬할 것이다.' 유행경遊行經에서 부처님이 가르치신 세상사는 법입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이 말씀대로 살 일입니다.
- 「먼저 잘 해 주기」중에서
목차
목차
1부
1. 참, 기분좋고 행복한 자산
2. 미소가 있는 하루
3. 마음에 담아두고 사는 길
4. 라일락 단상
5. 초여름 숲에서 들찔레순을 바라보며
6. 손편지를 쓰고 싶은 날
7. 두 갈래길
2부
1. 왈츠 한 곡 추실래요
2. 감사는 마음속 음악
3. 재즈음악의 비밀
4.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5. 비목 노래를 부르며
6. 음악이 있은 곳에
7. 비둘기와 라팔로마
3부
1. 배우 강효실
2. 배우 정한용
3. (영화) 졸업
4. (영화) 쉘위 댄스
5. (영화) 이티
6.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7. (영화) 초원의 빛
4부
1. 시부모님과 함께한 여행
2. 어머니의 손재주
3. 바위처럼 살다가신 부모님
4. 윤슬담은 햇살에 눈을 뜨는 햇잎처럼
5. 가을 향기
6.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7. 밀양 위양지를 찾아서
5부
1. 고통을 이겨내며
2. 인간의 욕망과 중도적 삶
3. 펜데믹 세상
4. 참된 우정과 믿음
5. 향기와 냄새
6. 먼저 잘해주기
7. 말벌 사냥꾼 '벌매'
▣ 발문 : 차달숙
1. 참, 기분좋고 행복한 자산
2. 미소가 있는 하루
3. 마음에 담아두고 사는 길
4. 라일락 단상
5. 초여름 숲에서 들찔레순을 바라보며
6. 손편지를 쓰고 싶은 날
7. 두 갈래길
2부
1. 왈츠 한 곡 추실래요
2. 감사는 마음속 음악
3. 재즈음악의 비밀
4.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5. 비목 노래를 부르며
6. 음악이 있은 곳에
7. 비둘기와 라팔로마
3부
1. 배우 강효실
2. 배우 정한용
3. (영화) 졸업
4. (영화) 쉘위 댄스
5. (영화) 이티
6.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7. (영화) 초원의 빛
4부
1. 시부모님과 함께한 여행
2. 어머니의 손재주
3. 바위처럼 살다가신 부모님
4. 윤슬담은 햇살에 눈을 뜨는 햇잎처럼
5. 가을 향기
6.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7. 밀양 위양지를 찾아서
5부
1. 고통을 이겨내며
2. 인간의 욕망과 중도적 삶
3. 펜데믹 세상
4. 참된 우정과 믿음
5. 향기와 냄새
6. 먼저 잘해주기
7. 말벌 사냥꾼 '벌매'
▣ 발문 : 차달숙
저자
저자
박선옥
부산 출생
『낙동강문학』 수필 등단(2006), 시 등단(2008)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부산문인협회 이사
사)부산시인협회 이사, 부산불교문인협회 감사
계간《문심》 발행인, 부산문학인협회 초대회장
수영구문인회 부회장, 뿔동인
수상: 실상문학 우수상(2014), 한국문인상(2015)
수영문예 작품상(2020), 수영구 문학상 우수상(2021)
부산문학인문학상 대상(2022)
시집: 『누구 탓이오』외 5권
수필집: 『음악이 있는 곳에』 외 1권
『낙동강문학』 수필 등단(2006), 시 등단(2008)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부산문인협회 이사
사)부산시인협회 이사, 부산불교문인협회 감사
계간《문심》 발행인, 부산문학인협회 초대회장
수영구문인회 부회장, 뿔동인
수상: 실상문학 우수상(2014), 한국문인상(2015)
수영문예 작품상(2020), 수영구 문학상 우수상(2021)
부산문학인문학상 대상(2022)
시집: 『누구 탓이오』외 5권
수필집: 『음악이 있는 곳에』 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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