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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모두가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는 평일, 아무런 약속도 없이 거리를 걷는 사람이 있다. 출근 행렬이 빠져나간 역, 점심 장사를 마친 식당, 저녁 손님을 기다리는 술집. 익숙한 장소도 정해진 일과에서 조금 비켜나 바라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시다 센의 산문집 『평일』은 그 낯선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열한 편의 이야기다. 우에노와 와세다, 기치조지와 시바마타를 지나 공항과 경정장, 관광버스에까지 이르는 발걸음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침묵, 가게 앞에 내놓은 물건과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를 좇는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싶다."(16p) 그렇다면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사람에게는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맛보는 작은 해방감, 홀로 남겨진 듯한 불안, 아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 산책의 동행이 된다.
이시다 센의 눈길은 좀처럼 풍경의 한가운데에 머물지 않는다. 명소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헌책방 주인의 두툼한 손가락, 금방이라도 닫힐 셔터 아래로 몸을 숙이는 손님에게 오래 머문다. "남편은 한가운데에서 조금 벗어나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78p) 헌책방의 책상을 설명하는 이 문장은 『평일』의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심에서 조금 비켜서자 무심코 지나쳤던 몸짓과 말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밤마다 제 사연을 떠들고, 헌책방 고양이는 여자가 되어 동네를 거닌다. 사람과 동물,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은 정밀하게 기록된 거리의 풍경에 스며들어 어느새 바라보는 이의 정체까지 흔든다. 짧게 끊어지는 문장과 뜻밖의 비유, 거리에서 주워 온 대화와 안내문이 어우러지며, 익숙한 도시가 우습고도 기묘한 이야기의 무대로 바뀐다.
발걸음이 이어질수록 자유를 향한 마음도 복잡해진다. 동물원의 울타리 안에서는 코끼리와 사육사가 다정한 시간을 나누고, 울타리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쥐는 늘 쫓기며 살아간다. 공항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떠날 채비를 하지만, 비행기에 오른다고 자신의 삶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걷는 데 익숙한 화자조차 관광버스를 타자 가이드의 지시와 정해진 시간표에 조금씩 안도하기 시작한다. "풀어놓으면 불안해지고, 안심하면 시시하다."(243p) 『평일』은 이 모순을 성급하게 풀어주지 않는다. 떠나고 싶으면서 돌아갈 곳을 바라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 누군가의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짓궂은 유머와 솔직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그 길 위에는 초콜릿 하나를 기다리는 남자와 술집의 제자리를 지키려는 단골,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여자도 있다. 저마다 다른 욕망을 품은 이들의 하루가 겹쳐지며 평일의 도시는 더없이 생생해진다.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던 눈길은 때때로 아주 작은 다정함에 가닿는다. 거리에서 휴지를 나누어주는 여자에게 다른 여자가 아들을 잃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상대의 슬픔을 없애줄 수는 없어도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다. 건네받은 휴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눈물이 났을 때 쓰일 것이다. "진심을 담은 마음은 조금 멀어진 곳에서 희미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155p) 이시다 센은 누군가의 삶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평일』의 쓸쓸함 곁에 온기가 남는 이유다. 골목을 돌고, 강을 건너고, 목욕탕과 술집을 지나 돌아오는 동안 타인의 하루는 조금 가까워지고, 익숙했던 내 모습은 조금 낯설어진다. 책을 덮은 뒤 다시 걷는 거리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사람도 돌아갈 곳을 향하는지,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궁금해하면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싶다."(16p) 그렇다면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사람에게는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맛보는 작은 해방감, 홀로 남겨진 듯한 불안, 아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 산책의 동행이 된다.
이시다 센의 눈길은 좀처럼 풍경의 한가운데에 머물지 않는다. 명소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헌책방 주인의 두툼한 손가락, 금방이라도 닫힐 셔터 아래로 몸을 숙이는 손님에게 오래 머문다. "남편은 한가운데에서 조금 벗어나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78p) 헌책방의 책상을 설명하는 이 문장은 『평일』의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심에서 조금 비켜서자 무심코 지나쳤던 몸짓과 말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밤마다 제 사연을 떠들고, 헌책방 고양이는 여자가 되어 동네를 거닌다. 사람과 동물,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은 정밀하게 기록된 거리의 풍경에 스며들어 어느새 바라보는 이의 정체까지 흔든다. 짧게 끊어지는 문장과 뜻밖의 비유, 거리에서 주워 온 대화와 안내문이 어우러지며, 익숙한 도시가 우습고도 기묘한 이야기의 무대로 바뀐다.
발걸음이 이어질수록 자유를 향한 마음도 복잡해진다. 동물원의 울타리 안에서는 코끼리와 사육사가 다정한 시간을 나누고, 울타리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쥐는 늘 쫓기며 살아간다. 공항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떠날 채비를 하지만, 비행기에 오른다고 자신의 삶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걷는 데 익숙한 화자조차 관광버스를 타자 가이드의 지시와 정해진 시간표에 조금씩 안도하기 시작한다. "풀어놓으면 불안해지고, 안심하면 시시하다."(243p) 『평일』은 이 모순을 성급하게 풀어주지 않는다. 떠나고 싶으면서 돌아갈 곳을 바라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 누군가의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짓궂은 유머와 솔직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그 길 위에는 초콜릿 하나를 기다리는 남자와 술집의 제자리를 지키려는 단골,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여자도 있다. 저마다 다른 욕망을 품은 이들의 하루가 겹쳐지며 평일의 도시는 더없이 생생해진다.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던 눈길은 때때로 아주 작은 다정함에 가닿는다. 거리에서 휴지를 나누어주는 여자에게 다른 여자가 아들을 잃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상대의 슬픔을 없애줄 수는 없어도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다. 건네받은 휴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눈물이 났을 때 쓰일 것이다. "진심을 담은 마음은 조금 멀어진 곳에서 희미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155p) 이시다 센은 누군가의 삶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잠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평일』의 쓸쓸함 곁에 온기가 남는 이유다. 골목을 돌고, 강을 건너고, 목욕탕과 술집을 지나 돌아오는 동안 타인의 하루는 조금 가까워지고, 익숙했던 내 모습은 조금 낯설어진다. 책을 덮은 뒤 다시 걷는 거리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사람도 돌아갈 곳을 향하는지,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궁금해하면서.
목차
목차
서문 - 13p
반사하는 평일 (우에노) - 19p
달콤한 평일 (오테마치) -39p
엉덩이 흔드는 평일 (와세다) - 63p
날지 않는 평일 (하네다) - 85p
헤매는 평일 (기치조지) - 105p
결기의 평일 (센가쿠지) - 125p
머무는 평일 (주조) - 141p
섬의 평일 (헤이와지마) - 165p
손끝의 평일 (마루야마초) - 183p
소용돌이치는 평일 (시바마타) - 201p
성스러운 평일 (버스 관광) - 223p
반사하는 평일 (우에노) - 19p
달콤한 평일 (오테마치) -39p
엉덩이 흔드는 평일 (와세다) - 63p
날지 않는 평일 (하네다) - 85p
헤매는 평일 (기치조지) - 105p
결기의 평일 (센가쿠지) - 125p
머무는 평일 (주조) - 141p
섬의 평일 (헤이와지마) - 165p
손끝의 평일 (마루야마초) - 183p
소용돌이치는 평일 (시바마타) - 201p
성스러운 평일 (버스 관광) - 223p
저자
저자
이시다 센 1968년 후쿠시마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랐다. 고쿠가쿠인대학교 문학부 문학과를 졸업했다. 「오후미키리서점 이야기(大踏切書店のこと)」로 2001년 제1회 후루혼소설대상을 받았다(후에 『아메리카무라(あめりかむら)』에 수록). 에세이로는 『철도 건널목 취미』 『평일』 『폐업』 『도움이 되지 않고』 『수면』 『여우의 소풍』 『새벽의 라디오』 『글자, 웃다』 『노래를 찾아다니다』 등이 있으며 소설로는 『아메리카무라』 『꾸밈없는 구름』 『버스를 기다리며』 『집으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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