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
이정환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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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산맥을 넘어 당도한
둘레길 같은 풍경을 문장에 담다”
시조 시단의 한복판을 걸어온 대가 이정환 시인의 내밀한 고백을 담은 산문집
40여 년 시조 시단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숙명으로 여겨온 이정환 시인이 새 산문집 『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를 펴냈다.
이정환 시인은 195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1978년《시조문학》추천 완료,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로 등단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아침 반감』 『불의 흔적』 『별안간』 『휘영청』 『오백년 입맞춤』 등과 동시조집 『길도 잠잔단다』 『일락일락 라일락』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금복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정음시조문학운영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는 가운데 다채로운 변용에도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시인은 시조를 현재의 독자와 마주하는 생생한 장르로 만들어왔다. 고시조와는 변별되는 ‘다른 목소리’의 주체가 되기 위해 시대정신에 충실한 그의 시풍은 시조시단의 후배들에게도 계승되며, 시조라는 공간을 ‘과거’와 ‘오늘’이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정음시조문학상을 제정해 꾸준히 운영하고, 또 지난해 한국시조시인협회의 이사장으로 선출되어 열정적으로 시조시단을 이끌어오고 있는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시조의 산맥을 넘어 도착한 둘레길에서 만난 풍경들,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과의 만남을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둘레길 같은 풍경을 문장에 담다”
시조 시단의 한복판을 걸어온 대가 이정환 시인의 내밀한 고백을 담은 산문집
40여 년 시조 시단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숙명으로 여겨온 이정환 시인이 새 산문집 『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를 펴냈다.
이정환 시인은 195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1978년《시조문학》추천 완료,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로 등단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아침 반감』 『불의 흔적』 『별안간』 『휘영청』 『오백년 입맞춤』 등과 동시조집 『길도 잠잔단다』 『일락일락 라일락』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금복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정음시조문학운영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는 가운데 다채로운 변용에도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시인은 시조를 현재의 독자와 마주하는 생생한 장르로 만들어왔다. 고시조와는 변별되는 ‘다른 목소리’의 주체가 되기 위해 시대정신에 충실한 그의 시풍은 시조시단의 후배들에게도 계승되며, 시조라는 공간을 ‘과거’와 ‘오늘’이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정음시조문학상을 제정해 꾸준히 운영하고, 또 지난해 한국시조시인협회의 이사장으로 선출되어 열정적으로 시조시단을 이끌어오고 있는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시조의 산맥을 넘어 도착한 둘레길에서 만난 풍경들,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과의 만남을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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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1부 '쓰는 것 사는 것'에서는 시인이 삶 속에서 시적인 순간과 만나는 장면을 담아낸다. 그는 일상 속에서 시조의 한 구절을 기다린다. 차를 몰고 청송 쪽으로 달려 탑리 오층석탑을 만나고,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들으며 사랑과 예술혼에 대해 생각하고, 대학 강단에서 신입생들과 마주하며 자신이 가르쳐야 할 시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시로부터 버림받았다가 다시 시가 돌아오면서 일어설 수 있었"(「오백년 입맞춤」)던 순간도 있었고, "살아갈수록 허무함을 느끼며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코브라」)"다고 비탄에 빠지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시를 발견한 건 꾸준히 느리게 이어온 '순례'와 같은 시간들 속에서였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그 누구든지 모두 순례자"라고 하는 시인은 평범한 일상의 여러 시간과 장소들을 순례하듯 찾아다니며, 오랜 여운을 안기는 아름다운 풍경들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그래서 시인은 "때로 풍경만 잘 그려도 드물게 오랜 여운을 안기는 아름다운 시가 되는 때가 있다"고, 깊은 성찰의 밀도를 지닌 겸허한 문장으로 고백할 수 있게 된다.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밥 먹고 책 보고 강의 다녀오고 글 몇 줄 쓰다가 보면 날이 저문다. 물론 틈틈이 벗을 만나고 운동을 한다. 상대가 있는 탁구 경기는 특히 흥미진진하다. 작은 공 하나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벼락같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재미있다. 공격에 성공해도 웃고, 실패해도 웃는다. 탁구는 웃음을 안겨주는 운동 종목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즐길 수 있다. 무수한 되풀이가 이어지는 경기 즉 반복훈련이라는 점에서 시 쓰기와 다를 바 없다. 탁구 경기를 하다가 잠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바라고 사는가? 함께 모여 운동하는 이들의 내면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가? 그런 생각 을 할 때가 있다. 예순 해 넘게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를 남몰래 들여다보는 것이다.
- 「변심·변덕·변화」중에서, 본문 50쪽
2부 '내란의 짐승 떼'는 '당신'에 대한 고백을 담았다. "세상 모든 존재가 내게는 당신이다.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늘 내 안에 있다"(「당신」)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당신'은 시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등불 같은 존재, 그와 함께 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독자, 또 시인의 마지막 순간을 수신할 초월적 존재로 표현된다. 나눌 수 없는 시와 일상의 경계에서 '당신'은 시인을 이끌어준다. 그래서 시인은 현실과 환상, 시와 산문 사이를 오가면서도 내면의 중심을 잡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언어들을 모아 섬세한 문장들로 완성해나간다.
있는 듯 없는 듯 나를 감싸고 있는,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나와 다른 형상일 수 없는 그. 단순한 말로서는 아무래도 수월히 형용되어질 수 없는 이가 시의 이미지와 일체를 이루어 늘 내 눈빛 안에 꽉 차있다. 내 온 영 혼을 이루고 있다. 그는 내 상상의 비롯됨이요 마침이다. 내 시의 원천이요, 발원지다. 그가 없는 이 세상은 부정된다. 어느 날 해 저물 녘 바닷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오직 한 생각에만 붙들려 있던 내 자신을 문득 발견하고 소스라치던 날, 그 자리 그 수평선 끝으로 한 마리 갈매기의 비상처럼 불현듯 나타난, 천년의 그리움!
- 「또 다시 천년」중에서, 본문 85쪽
제3부 '꿈에 본 사닥다리'에는 시인이 발표했던 작품들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등단 이후부터의 작품이 아니라,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시절 영신문집에 실린 시 세 편과 일기문 한 편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된다. 완성되지 않았지만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작품들을 다시 살펴보며 시인은 당시의 감정을 아련하게 회상하기도 하고, 풋풋한 시심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때의 자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또 근래에 발표한 작품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오래전에 메모해둔 시작노트를 잃어버렸다가 우연히 찾게 되어 새롭게 작품을 쓸 수 있었던 일, 예전에 쓴 작품들과 관련된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얘기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그의 시를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시에 무슨 군말의 덧붙임이 필요하랴만 한 시인의 정신적인 궤적을 추적하는 길에 때로 그의 산문은 필요한 법이다. 흔히들 시집을 받고 어렵다는 반응을 적잖이 보인다. 일선학교에서 문학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물론 시는 이해 이전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럴 때 그들에게 나는 말한다. 시인의 의식 수준을 좇는 공부를 하라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읽히지 않는 시를 쓰고 있지나 않는지? 여러 해 전 어떤 잡지에 제목을 따로 붙인 비교적 긴 시작노트를 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좋은 시를 잘 읽었노라고 말했다. 시가 아니고 시작 노트인데, 라며 말끝을 흐리니까 그래요 시나 다름없던데요, 선생님의 시조보다 더 잘 읽히던 걸요, 했다. 물론 어떤 시를 두고 정감을 담은 줄글로 자세히 풀어썼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까닭에 시인의 산문은 사족이라기보다 시를 깊이 있게 감상하는데 이따금 도움이 되는 것이다.
- 「벼루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시」중에서, 본문 155쪽
제4부 '시조와 더불어'에는 시인이 40여 년 동안 시조의 산맥을 넘으며 만난 든든한 봉우리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솔' 최현배, '구룡폭포' 조운, '설악' 조오현, '태산준령' 최영효 등, 그는 험준한 시조문학의 여정에서 빼어난 전경으로 그를 매혹시켰던 이들을 장엄한 명칭들로 호명한다. 직접 만난 이들도, 작품으로만 만난 이들도 있지만 모두 그에게 문학의 길을 소중하게 안내해주었다. 동인이었고, 스승이었고, 훌륭한 독자였던 그들에게 시인은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그 소중한 만남에 대한 기쁨이 자신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문인수 시인의 유일한 시조집 『달북』의 단시조들은 단순한 시의 한 형태가 아니다. 영적인 생명체다. 살아 움직이는 서정적 생명체로서의 시조는 현대인들의 능동적인 생존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정신적 양식樣式과 양식糧食이다. 날마다 복잡다단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조 감상과 시조 쓰기의 기회가 폭넓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부대끼고 때로 쓰러져가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간명한 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의 생애에 유일한 시조집 『달북』을 마음 깊이 기억하면서 그를 아프게 기리는 이 글을 맺는다.
-「달북 문인수」중에서, 본문 247쪽
제5부 '시절 이야기'에서는 시의 기원이 되어준 자신의 옛 시절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시인은 오랜 시절들을 장소의 이름들로 기억한다. 시의 금싸라기 땅이자 원시의 고향인 삼국유사면 학암리, 친구와 은사님들과 예이츠와 소월의 기억을 품은 칠성동, 대학 시절 토마토만 먹고 버티며《샘터》에 투고할 시조를 썼던 봉덕동·중동 등, 시인의 장소들은 시적 에너지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그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품에서 만났던 익숙한 대상들과 재회하게 되고, 또 시심의 근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죽음은 퇴장이자 등장이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신암동·복현동」)라고 했던 장소들은 지금 시인이 가진 통찰의 깊이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기도 한다.
고향 가는 길, 인각사 못 미쳐서 화수에 각시봉이 있다. 앞의 시 「산」은 각 시봉을 보고 쓴 것이다. 아직 확인해 본 일은 없지만 각시봉 꼭대기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작은 샘물이 있다고 한다. 묘한 것은 길 건너 서쪽 편에 일 정한 거리를 두고 총각봉이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은 먼발치에서 서로 바라보며 누거만년 동안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상거의 아름다움, 애태움을 어찌말로 다 이르랴!
-「삼국유사면 학암리」중에서, 본문 254쪽
시조시단의 중진으로, 강단에서 새로운 시인들을 키워내는 스승으로, 그리고 지금도 자신을 미지의 풍경으로 안내하는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순례자로 살아가는 시조시인 이정환. 이번에 출간한 『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는 그의 모든 풍경이 시조가 된 것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 역시 장대한 삶이라는 산맥의 일부를 이루는 하나의 산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무가 우는 소리를 듣고 상한 부위를 도려내는 시간, 부단히 무언가를 쓰는 삶. 그래서 남겨둘 수 있는 느낌표 하나"(소설가 하성란)를 문장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이정환 시인의 산문집을 통해, 멈춤의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지금 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밥 먹고 책 보고 강의 다녀오고 글 몇 줄 쓰다가 보면 날이 저문다. 물론 틈틈이 벗을 만나고 운동을 한다. 상대가 있는 탁구 경기는 특히 흥미진진하다. 작은 공 하나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벼락같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재미있다. 공격에 성공해도 웃고, 실패해도 웃는다. 탁구는 웃음을 안겨주는 운동 종목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즐길 수 있다. 무수한 되풀이가 이어지는 경기 즉 반복훈련이라는 점에서 시 쓰기와 다를 바 없다. 탁구 경기를 하다가 잠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바라고 사는가? 함께 모여 운동하는 이들의 내면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가? 그런 생각 을 할 때가 있다. 예순 해 넘게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를 남몰래 들여다보는 것이다.
- 「변심·변덕·변화」중에서, 본문 50쪽
2부 '내란의 짐승 떼'는 '당신'에 대한 고백을 담았다. "세상 모든 존재가 내게는 당신이다.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늘 내 안에 있다"(「당신」)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당신'은 시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등불 같은 존재, 그와 함께 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독자, 또 시인의 마지막 순간을 수신할 초월적 존재로 표현된다. 나눌 수 없는 시와 일상의 경계에서 '당신'은 시인을 이끌어준다. 그래서 시인은 현실과 환상, 시와 산문 사이를 오가면서도 내면의 중심을 잡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언어들을 모아 섬세한 문장들로 완성해나간다.
있는 듯 없는 듯 나를 감싸고 있는,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나와 다른 형상일 수 없는 그. 단순한 말로서는 아무래도 수월히 형용되어질 수 없는 이가 시의 이미지와 일체를 이루어 늘 내 눈빛 안에 꽉 차있다. 내 온 영 혼을 이루고 있다. 그는 내 상상의 비롯됨이요 마침이다. 내 시의 원천이요, 발원지다. 그가 없는 이 세상은 부정된다. 어느 날 해 저물 녘 바닷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오직 한 생각에만 붙들려 있던 내 자신을 문득 발견하고 소스라치던 날, 그 자리 그 수평선 끝으로 한 마리 갈매기의 비상처럼 불현듯 나타난, 천년의 그리움!
- 「또 다시 천년」중에서, 본문 85쪽
제3부 '꿈에 본 사닥다리'에는 시인이 발표했던 작품들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등단 이후부터의 작품이 아니라,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시절 영신문집에 실린 시 세 편과 일기문 한 편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된다. 완성되지 않았지만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작품들을 다시 살펴보며 시인은 당시의 감정을 아련하게 회상하기도 하고, 풋풋한 시심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때의 자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또 근래에 발표한 작품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오래전에 메모해둔 시작노트를 잃어버렸다가 우연히 찾게 되어 새롭게 작품을 쓸 수 있었던 일, 예전에 쓴 작품들과 관련된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얘기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그의 시를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시에 무슨 군말의 덧붙임이 필요하랴만 한 시인의 정신적인 궤적을 추적하는 길에 때로 그의 산문은 필요한 법이다. 흔히들 시집을 받고 어렵다는 반응을 적잖이 보인다. 일선학교에서 문학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물론 시는 이해 이전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럴 때 그들에게 나는 말한다. 시인의 의식 수준을 좇는 공부를 하라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읽히지 않는 시를 쓰고 있지나 않는지? 여러 해 전 어떤 잡지에 제목을 따로 붙인 비교적 긴 시작노트를 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좋은 시를 잘 읽었노라고 말했다. 시가 아니고 시작 노트인데, 라며 말끝을 흐리니까 그래요 시나 다름없던데요, 선생님의 시조보다 더 잘 읽히던 걸요, 했다. 물론 어떤 시를 두고 정감을 담은 줄글로 자세히 풀어썼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까닭에 시인의 산문은 사족이라기보다 시를 깊이 있게 감상하는데 이따금 도움이 되는 것이다.
- 「벼루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시」중에서, 본문 155쪽
제4부 '시조와 더불어'에는 시인이 40여 년 동안 시조의 산맥을 넘으며 만난 든든한 봉우리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솔' 최현배, '구룡폭포' 조운, '설악' 조오현, '태산준령' 최영효 등, 그는 험준한 시조문학의 여정에서 빼어난 전경으로 그를 매혹시켰던 이들을 장엄한 명칭들로 호명한다. 직접 만난 이들도, 작품으로만 만난 이들도 있지만 모두 그에게 문학의 길을 소중하게 안내해주었다. 동인이었고, 스승이었고, 훌륭한 독자였던 그들에게 시인은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그 소중한 만남에 대한 기쁨이 자신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문인수 시인의 유일한 시조집 『달북』의 단시조들은 단순한 시의 한 형태가 아니다. 영적인 생명체다. 살아 움직이는 서정적 생명체로서의 시조는 현대인들의 능동적인 생존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정신적 양식樣式과 양식糧食이다. 날마다 복잡다단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조 감상과 시조 쓰기의 기회가 폭넓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부대끼고 때로 쓰러져가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간명한 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의 생애에 유일한 시조집 『달북』을 마음 깊이 기억하면서 그를 아프게 기리는 이 글을 맺는다.
-「달북 문인수」중에서, 본문 247쪽
제5부 '시절 이야기'에서는 시의 기원이 되어준 자신의 옛 시절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시인은 오랜 시절들을 장소의 이름들로 기억한다. 시의 금싸라기 땅이자 원시의 고향인 삼국유사면 학암리, 친구와 은사님들과 예이츠와 소월의 기억을 품은 칠성동, 대학 시절 토마토만 먹고 버티며《샘터》에 투고할 시조를 썼던 봉덕동·중동 등, 시인의 장소들은 시적 에너지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그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품에서 만났던 익숙한 대상들과 재회하게 되고, 또 시심의 근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죽음은 퇴장이자 등장이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신암동·복현동」)라고 했던 장소들은 지금 시인이 가진 통찰의 깊이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기도 한다.
고향 가는 길, 인각사 못 미쳐서 화수에 각시봉이 있다. 앞의 시 「산」은 각 시봉을 보고 쓴 것이다. 아직 확인해 본 일은 없지만 각시봉 꼭대기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작은 샘물이 있다고 한다. 묘한 것은 길 건너 서쪽 편에 일 정한 거리를 두고 총각봉이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은 먼발치에서 서로 바라보며 누거만년 동안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상거의 아름다움, 애태움을 어찌말로 다 이르랴!
-「삼국유사면 학암리」중에서, 본문 254쪽
시조시단의 중진으로, 강단에서 새로운 시인들을 키워내는 스승으로, 그리고 지금도 자신을 미지의 풍경으로 안내하는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순례자로 살아가는 시조시인 이정환. 이번에 출간한 『내 노래보다 먼저 산을 넘은 그대』는 그의 모든 풍경이 시조가 된 것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 역시 장대한 삶이라는 산맥의 일부를 이루는 하나의 산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무가 우는 소리를 듣고 상한 부위를 도려내는 시간, 부단히 무언가를 쓰는 삶. 그래서 남겨둘 수 있는 느낌표 하나"(소설가 하성란)를 문장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이정환 시인의 산문집을 통해, 멈춤의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지금 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자서
제1부 쓰는 것 사는 것
눈물꽃나비 13
오백년 입맞춤 24
코브라 38
변심·변덕·변화 45
제2부 내란의 짐승 떼
당신 55
자화상 57
저 꽃을 어찌하랴 59
타지마할 61
불멸의 연인 63
그럴 수 없는 사람 65
불의 흔적 67
별사 69
눈빛으로 천년 71
금빛 화살 72
자목련 산비탈 73
긴 별리의 나날 74
첫눈 75
애틋한 것을 76
그립다로 집을 지어 77
서서 천년을 흐를지라도 79
또 다시 천년 80
못물 82
황급히 달려온 꽃 83
돌을 던지면 84
멧짐승 그 최후 앞에 85
때로 내 안에서 거대하게 86
첼로의 숲 89
세상을 줄줄이 꿰어 91
삼강나루터 95
물망 102
제3부 꿈에 본 사닥다리
첫 지면 이후 113
묵묵부답에 관하여 124
흑애 128
섬에 사무치다, 천년에 사무치다 132
연시에 대하여 135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137
벼루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시 146
청령포 152
한껏 솟구쳐 올랐기에 긴 비상이 가능했던 눈부신 연대 154
아버지의 두꺼비가 누이의 두꺼비로다! 159
시스루의 시 167
새벽 여섯 시와 하오 두 시의 애월 바다 171
무게를 덜어낸 밥상들의 노래 174
좋은 그림 177
인애의 집 180
제4부 시조와 더불어
외솔 최현배 185
구룡폭포 조운 188
살구꽃 서정과 깃발의 힘 이호우 191
초정 김상옥 194
월하 리태극 198
간만의 차 백수 정완영 199
사봉 장순하 202
가락의 높은 궁전 박재삼 204
샘터 김재순 206
신운 서벌 209
설악 조오현 211
변조 류제하 213
영혼의 자줏빛 상처 이우걸 215
원용우 교수 218
의재 최운식 교수 220
장경렬 교수 222
유성호 교수 225
태산준령 최영효 231
달북 문인수 235
천상 박권숙 238
제5부 시절 이야기
삼국유사면 학암리 243
칠성동 249
봉덕동·중동 252
지례면 교리 253
신암동·복현동 255
지산동·범물동 257
제1부 쓰는 것 사는 것
눈물꽃나비 13
오백년 입맞춤 24
코브라 38
변심·변덕·변화 45
제2부 내란의 짐승 떼
당신 55
자화상 57
저 꽃을 어찌하랴 59
타지마할 61
불멸의 연인 63
그럴 수 없는 사람 65
불의 흔적 67
별사 69
눈빛으로 천년 71
금빛 화살 72
자목련 산비탈 73
긴 별리의 나날 74
첫눈 75
애틋한 것을 76
그립다로 집을 지어 77
서서 천년을 흐를지라도 79
또 다시 천년 80
못물 82
황급히 달려온 꽃 83
돌을 던지면 84
멧짐승 그 최후 앞에 85
때로 내 안에서 거대하게 86
첼로의 숲 89
세상을 줄줄이 꿰어 91
삼강나루터 95
물망 102
제3부 꿈에 본 사닥다리
첫 지면 이후 113
묵묵부답에 관하여 124
흑애 128
섬에 사무치다, 천년에 사무치다 132
연시에 대하여 135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137
벼루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시 146
청령포 152
한껏 솟구쳐 올랐기에 긴 비상이 가능했던 눈부신 연대 154
아버지의 두꺼비가 누이의 두꺼비로다! 159
시스루의 시 167
새벽 여섯 시와 하오 두 시의 애월 바다 171
무게를 덜어낸 밥상들의 노래 174
좋은 그림 177
인애의 집 180
제4부 시조와 더불어
외솔 최현배 185
구룡폭포 조운 188
살구꽃 서정과 깃발의 힘 이호우 191
초정 김상옥 194
월하 리태극 198
간만의 차 백수 정완영 199
사봉 장순하 202
가락의 높은 궁전 박재삼 204
샘터 김재순 206
신운 서벌 209
설악 조오현 211
변조 류제하 213
영혼의 자줏빛 상처 이우걸 215
원용우 교수 218
의재 최운식 교수 220
장경렬 교수 222
유성호 교수 225
태산준령 최영효 231
달북 문인수 235
천상 박권숙 238
제5부 시절 이야기
삼국유사면 학암리 243
칠성동 249
봉덕동·중동 252
지례면 교리 253
신암동·복현동 255
지산동·범물동 257
저자
저자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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