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블랙 동시 선집 2)(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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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시가 있고, 사람이 있다
《블랙》, 두 번째 이야기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JTBC의 주말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등장하는 문구다. 철도 건널목 차단 봉에 적힌 이 문구는, 인물들이 통과할 서사를 함축하는 동시에 박해영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때가 오면 꼭/ 날 부수겠다고 약속해"(김송이,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안전을 위한 차단 봉이 되레 우리를 막아 버린다면, 반대로 그것을 부수고 돌파해야 한다.
《블랙》은 매주 한 편의 동시를 카카오톡으로 배달해 주는 레터링 서비스로, 지난 블랙 선집 1 『나의 작은 거인에게』는 작곡가 레마와 가수 이소은과의 협업을 통해 음악으로 재탄생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기존의 동시 플랫폼을 넘어 끝없는 확장을 이루어 나가는 《블랙》의 새로운 선집이 출간되었다.
김송이, 박정완, 신솔원, 안지현, 양슬기, 이유진, 이지우, 전수완, 정희지, 포도 시인 10인의 완연히 새로운 목소리가 담긴 50편의 동시를 묶었다. 그 안에는 갇힌 자리에서 선언하고 놀이로 전복하고 서로에게 손 내밀어 연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10인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시 안부가 날마다 새롭게 우리 앞에 도착할 것이다.
이 동시집은 《블랙》의 두 번째 선집이지만, 《블랙》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목소리들은 태어나고 있다. 《블랙》은 그 목소리들의 자리를 위해 더 넓게 몸을 키워 갈 것이다. 검열의 시대를 건너 디지털 문화의 한가운데까지 달려온 《블랙》. 지금부터가 본격 동시의 시대다. 여기 시가 있고, 여기 사람이 있다.
《블랙》, 두 번째 이야기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JTBC의 주말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등장하는 문구다. 철도 건널목 차단 봉에 적힌 이 문구는, 인물들이 통과할 서사를 함축하는 동시에 박해영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때가 오면 꼭/ 날 부수겠다고 약속해"(김송이,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안전을 위한 차단 봉이 되레 우리를 막아 버린다면, 반대로 그것을 부수고 돌파해야 한다.
《블랙》은 매주 한 편의 동시를 카카오톡으로 배달해 주는 레터링 서비스로, 지난 블랙 선집 1 『나의 작은 거인에게』는 작곡가 레마와 가수 이소은과의 협업을 통해 음악으로 재탄생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기존의 동시 플랫폼을 넘어 끝없는 확장을 이루어 나가는 《블랙》의 새로운 선집이 출간되었다.
김송이, 박정완, 신솔원, 안지현, 양슬기, 이유진, 이지우, 전수완, 정희지, 포도 시인 10인의 완연히 새로운 목소리가 담긴 50편의 동시를 묶었다. 그 안에는 갇힌 자리에서 선언하고 놀이로 전복하고 서로에게 손 내밀어 연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10인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시 안부가 날마다 새롭게 우리 앞에 도착할 것이다.
이 동시집은 《블랙》의 두 번째 선집이지만, 《블랙》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목소리들은 태어나고 있다. 《블랙》은 그 목소리들의 자리를 위해 더 넓게 몸을 키워 갈 것이다. 검열의 시대를 건너 디지털 문화의 한가운데까지 달려온 《블랙》. 지금부터가 본격 동시의 시대다. 여기 시가 있고, 여기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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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블랙》, 검열을 넘어 연대로
여기 시가 있고, 사람이 있다
연대로 나아가는 《블랙》, 두 번째 이야기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온 세상이
네가 틀렸다고
땡!
땡!
땡!
실로폰을 칠 때가 올 거야
심지어 무섭게 달려올 거야
나까지 널 앞뒤로 막고
옴짝달싹 못 하게 할 거야
그때가 오면 꼭
날 부수겠다고 약속해
웅크리고 있는
네 온몸으로
-김송이,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전문
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https://pf.kakao.com/_xjbBrxj)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뿌리를 둔다. 당시 정부의 지원 배제 대상이었던 이안 시인은 손해 배상 판결로 받은 국가배상금 중 개인 지급분 1,300만 원 전액을 신작 동시 원고료로 내놓았다. 검열이 빼앗으려 했던 것을 창작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특별한 결단이었다.
2022년 12월 29일 첫발을 뗀 《블랙》은 검열에 맞선 저항의 상징이자, 시가 곧 선언임을 보여 주는 예술적 실천이다. '나쁜 것의 목록'이라는 검열 속에 갇혀 있던 이름 '블랙'은, 웅크린 온몸으로 차단 봉을 부수는 용기처럼 검열 너머로 돌파해 나왔다. 보상금이 소진된 뒤에도 독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원고료를 이어받으며 《블랙》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블랙'은 모든 색을 품은 색이다. 시인과 독자, 저항과 창작, 다채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껴안아 이룬 단단한 연대이다.
블랙의 연대가 불러온 미디어 혁명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미발표 신작 동시 1편이 독자에게 도착한다. 2026년 4월 말 기준 178호, 구독자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상상, 2026)에 수록된 58편 중 22편이 《블랙》에서 선정되었고, 같은 책의 서문은 《블랙》을 "주목할 만한 미디어"로 조명하며 "창작 동시의 발표 지면을 온라인 미디어가 주도하기 시작"한 변화의 한가운데 《블랙》이 있음을 짚었다.
2024년 《블랙》 첫 번째 선집 『나의 작은 거인에게』(상상, 2024)는 가수 이소은과의 협업을 통해 음악으로 재탄생하며 《블랙》의 광활한 확장성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선집이 독자 앞에 놓인다.
선언하고 전복하고 연대하는 목소리
《블랙》 두 번째 선집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는 《블랙》을 닮았다. 갇힌 자리에서 선언하고 놀이로 전복하고 서로에게 손 내밀어 연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50편의 작품에 담겨 있다.
한 아이는 두루마리 휴지로 자기 몸을 돌돌 감는다. 아이는 비밀이 새어 나갈까 스스로를 감추지만, "두루마리 속에는 언제나/ 마법의 주문이 적혀 있는 법". 아이가 "짠,// 내가 부활해야 하니까" 외치는 순간, 갇힘은 부활을 위한 것이 된다(안지현, 「휴지 미라」). "엄마는 우주로/ 떠났고"라며 담담히 상실을 고백한 아이는 "다른 거다/ 다른 거라고," 되뇌다가 결국 세상에 대고 외친다(전수완, 「엄마 없는 브래지어」). 상실 앞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이 선언은 검열 속에 갇혀 있던 이름 '블랙'이 세상을 향해 돌파해 나온 순간과 겹친다. 부딪히는 것이 규칙인 범퍼카에서 "구급차처럼/ 평화를 지키는 운전사"를 자처하며 "알아요 알아도 싫어요"라고 답하는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정희지, 「나는 나를 알아요」).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으로 세계를 재정의한다. 낙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이름을 짓는 것, 그것이 《블랙》의 출발이었다.
"잘먹겠습니다람쥐"로 시작된 한 아이의 말놀이는 반 전체로 번져, 끝내 "다람쥐 빼"를 외치던 선생님마저 "수업 시작하겠습니다람쥐이……. 하며/ 손으로 입을 가리"게 만든다(양슬기, 「다람쥐가 선생님을 이기는 방법입니다람쥐」). 아이의 장난이 교실의 언어를 바꾸고 선생님마저 끌어들이는 과정이 《블랙》의 유쾌한 전복과 닮았다. 권위는 또 다른 교실에서도 흔들린다. "선생님만 좋은 의자 앉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의자를 차지한 아이들은 의자를 복도로 내보냈다 다시 불러들이지만, 정작 "의자는 복도에 나갔을 때가 제일 좋았"다고 말한다(이유진, 「선생님 의자」). 권위의 자리에서 벗어났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의자의 한마디가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조용히 묻는다. 한편 시인이 되고 싶었던 바텐더는 신문 광고에서 오린 단어를 주머니에 넣고 흔들어 하나씩 꺼내 입에 넣는다. 텁텁한 "공연", 짭조름한 "노래", 식빵에 끼워 삼키는 "고별"을 씹고 맛보는 과정 끝에 셰이커를 흔들어 "붉은 유리잔 한가득/ 시"를 따른다(박정완, 「바텐더」). 오린 단어 조각이라는 제한된 재료로 자기만의 시를 빚어내는 이 과정, 카카오톡 메시지 한 편이라는 최소한의 형식으로 문학의 지형을 바꿔 온 《블랙》의 방법이다.
버드나무 껍질 두통약에서 출발해 아픈 엄마를 위한 상상 속 길을 낸 아이는 약국에 도착할 때쯤 머리가 맑아진 엄마가 비타민만 사 들고 돌아오는 장면까지 그린다. 그러고는 "왠지 이 길은 누가 날 위해 만들어 놓은 길 같아." 하고 엄마가 "몰랐으면 좋겠다" 바란다(신솔원, 「버드나무 약국」). 《블랙》이 매주 일요일 아침 동시를 배달하듯, 엄마를 향한 아이의 사랑도 소리 없이 도착한다. 이어짐은 더 묵직한 형태로도 나타난다. "힘든 날 아빠는// 할아버지 숟가락으로 밥을 잡수시고// 천천히 잘 닦아 찬장에 올려놓는다"(이지우, 「숟가락 기도」). 세 줄뿐인 이 시에는 설명도 감정도 회상도 없이 숟가락 하나를 꺼내 밥을 먹고 닦아 올려놓는 행위만 있다. 그러나 이 행위 안에 세대를 잇는 기도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보상금으로 시작해 후원금으로 이어 온 《블랙》의 순환처럼 숟가락 하나에 담긴 이어짐은 끊기지 않는다. 그리고 무인 가게가 늘어선 거리 끝에 삼촌의 카페가 있다. 효율과 자동화의 시대에 "여기 사람 있어요/ 유인 카페로 오세요"(포도, 「유인 카페」)라고 말하는 것. 디지털 시대에 매주 한 편의 동시를 배달함으로써 "여기 시가 있어요" 말해 온 《블랙》이 바로 그 유인 카페다.
유해린 작가의 그림 또한 《블랙》을 닮았다. 작가는 '블랙'이라는 이름에서 처음엔 '까만 감각'을 떠올렸지만, 창간의 취지를 알고 난 뒤 "《블랙》이 소중함(동시)을 지켜내기 위한 단단한 울타리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열 개의 세계가 자신에게 순식간에 몰려오는 느낌을 받았다는 유해린 작가는 열 시인의 정서가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스미고 어우러지도록 작업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맑은 물빛의 수채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씩씩함이 담겼다. 유해린 작가의 그림으로 인해 다채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껴안아 이룬 블랙의 연대가 한층 더 맑지만 든든하게 다가온다.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는 《블랙》의 두 번째 선집이지만, 《블랙》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 아침 동시 한 편이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도착하는 한, 《블랙》은 계속된다. 한 시인의 결단에서 출발한 《블랙》은 독자의 후원으로 이어졌고, 레터링 서비스에서 선집으로, 선집에서 음악으로, 그 연대의 반경은 지금도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목소리들은 태어나고 있다. 《블랙》은 그 목소리들의 자리를 위해 더 넓게 몸을 키워 갈 것이다. 검열의 시대를 건너 디지털 문화의 한가운데까지 달려온 《블랙》, 지금부터가 본격 동시의 시대이다. 여기 시가 있고, 여기 사람이 있다. 그 이름, 《블랙》이다.
여기 시가 있고, 사람이 있다
연대로 나아가는 《블랙》, 두 번째 이야기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온 세상이
네가 틀렸다고
땡!
땡!
땡!
실로폰을 칠 때가 올 거야
심지어 무섭게 달려올 거야
나까지 널 앞뒤로 막고
옴짝달싹 못 하게 할 거야
그때가 오면 꼭
날 부수겠다고 약속해
웅크리고 있는
네 온몸으로
-김송이,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전문
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https://pf.kakao.com/_xjbBrxj)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뿌리를 둔다. 당시 정부의 지원 배제 대상이었던 이안 시인은 손해 배상 판결로 받은 국가배상금 중 개인 지급분 1,300만 원 전액을 신작 동시 원고료로 내놓았다. 검열이 빼앗으려 했던 것을 창작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특별한 결단이었다.
2022년 12월 29일 첫발을 뗀 《블랙》은 검열에 맞선 저항의 상징이자, 시가 곧 선언임을 보여 주는 예술적 실천이다. '나쁜 것의 목록'이라는 검열 속에 갇혀 있던 이름 '블랙'은, 웅크린 온몸으로 차단 봉을 부수는 용기처럼 검열 너머로 돌파해 나왔다. 보상금이 소진된 뒤에도 독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원고료를 이어받으며 《블랙》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블랙'은 모든 색을 품은 색이다. 시인과 독자, 저항과 창작, 다채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껴안아 이룬 단단한 연대이다.
블랙의 연대가 불러온 미디어 혁명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미발표 신작 동시 1편이 독자에게 도착한다. 2026년 4월 말 기준 178호, 구독자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상상, 2026)에 수록된 58편 중 22편이 《블랙》에서 선정되었고, 같은 책의 서문은 《블랙》을 "주목할 만한 미디어"로 조명하며 "창작 동시의 발표 지면을 온라인 미디어가 주도하기 시작"한 변화의 한가운데 《블랙》이 있음을 짚었다.
2024년 《블랙》 첫 번째 선집 『나의 작은 거인에게』(상상, 2024)는 가수 이소은과의 협업을 통해 음악으로 재탄생하며 《블랙》의 광활한 확장성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선집이 독자 앞에 놓인다.
선언하고 전복하고 연대하는 목소리
《블랙》 두 번째 선집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는 《블랙》을 닮았다. 갇힌 자리에서 선언하고 놀이로 전복하고 서로에게 손 내밀어 연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50편의 작품에 담겨 있다.
한 아이는 두루마리 휴지로 자기 몸을 돌돌 감는다. 아이는 비밀이 새어 나갈까 스스로를 감추지만, "두루마리 속에는 언제나/ 마법의 주문이 적혀 있는 법". 아이가 "짠,// 내가 부활해야 하니까" 외치는 순간, 갇힘은 부활을 위한 것이 된다(안지현, 「휴지 미라」). "엄마는 우주로/ 떠났고"라며 담담히 상실을 고백한 아이는 "다른 거다/ 다른 거라고," 되뇌다가 결국 세상에 대고 외친다(전수완, 「엄마 없는 브래지어」). 상실 앞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이 선언은 검열 속에 갇혀 있던 이름 '블랙'이 세상을 향해 돌파해 나온 순간과 겹친다. 부딪히는 것이 규칙인 범퍼카에서 "구급차처럼/ 평화를 지키는 운전사"를 자처하며 "알아요 알아도 싫어요"라고 답하는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정희지, 「나는 나를 알아요」).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으로 세계를 재정의한다. 낙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이름을 짓는 것, 그것이 《블랙》의 출발이었다.
"잘먹겠습니다람쥐"로 시작된 한 아이의 말놀이는 반 전체로 번져, 끝내 "다람쥐 빼"를 외치던 선생님마저 "수업 시작하겠습니다람쥐이……. 하며/ 손으로 입을 가리"게 만든다(양슬기, 「다람쥐가 선생님을 이기는 방법입니다람쥐」). 아이의 장난이 교실의 언어를 바꾸고 선생님마저 끌어들이는 과정이 《블랙》의 유쾌한 전복과 닮았다. 권위는 또 다른 교실에서도 흔들린다. "선생님만 좋은 의자 앉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의자를 차지한 아이들은 의자를 복도로 내보냈다 다시 불러들이지만, 정작 "의자는 복도에 나갔을 때가 제일 좋았"다고 말한다(이유진, 「선생님 의자」). 권위의 자리에서 벗어났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의자의 한마디가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조용히 묻는다. 한편 시인이 되고 싶었던 바텐더는 신문 광고에서 오린 단어를 주머니에 넣고 흔들어 하나씩 꺼내 입에 넣는다. 텁텁한 "공연", 짭조름한 "노래", 식빵에 끼워 삼키는 "고별"을 씹고 맛보는 과정 끝에 셰이커를 흔들어 "붉은 유리잔 한가득/ 시"를 따른다(박정완, 「바텐더」). 오린 단어 조각이라는 제한된 재료로 자기만의 시를 빚어내는 이 과정, 카카오톡 메시지 한 편이라는 최소한의 형식으로 문학의 지형을 바꿔 온 《블랙》의 방법이다.
버드나무 껍질 두통약에서 출발해 아픈 엄마를 위한 상상 속 길을 낸 아이는 약국에 도착할 때쯤 머리가 맑아진 엄마가 비타민만 사 들고 돌아오는 장면까지 그린다. 그러고는 "왠지 이 길은 누가 날 위해 만들어 놓은 길 같아." 하고 엄마가 "몰랐으면 좋겠다" 바란다(신솔원, 「버드나무 약국」). 《블랙》이 매주 일요일 아침 동시를 배달하듯, 엄마를 향한 아이의 사랑도 소리 없이 도착한다. 이어짐은 더 묵직한 형태로도 나타난다. "힘든 날 아빠는// 할아버지 숟가락으로 밥을 잡수시고// 천천히 잘 닦아 찬장에 올려놓는다"(이지우, 「숟가락 기도」). 세 줄뿐인 이 시에는 설명도 감정도 회상도 없이 숟가락 하나를 꺼내 밥을 먹고 닦아 올려놓는 행위만 있다. 그러나 이 행위 안에 세대를 잇는 기도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보상금으로 시작해 후원금으로 이어 온 《블랙》의 순환처럼 숟가락 하나에 담긴 이어짐은 끊기지 않는다. 그리고 무인 가게가 늘어선 거리 끝에 삼촌의 카페가 있다. 효율과 자동화의 시대에 "여기 사람 있어요/ 유인 카페로 오세요"(포도, 「유인 카페」)라고 말하는 것. 디지털 시대에 매주 한 편의 동시를 배달함으로써 "여기 시가 있어요" 말해 온 《블랙》이 바로 그 유인 카페다.
유해린 작가의 그림 또한 《블랙》을 닮았다. 작가는 '블랙'이라는 이름에서 처음엔 '까만 감각'을 떠올렸지만, 창간의 취지를 알고 난 뒤 "《블랙》이 소중함(동시)을 지켜내기 위한 단단한 울타리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열 개의 세계가 자신에게 순식간에 몰려오는 느낌을 받았다는 유해린 작가는 열 시인의 정서가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스미고 어우러지도록 작업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맑은 물빛의 수채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씩씩함이 담겼다. 유해린 작가의 그림으로 인해 다채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껴안아 이룬 블랙의 연대가 한층 더 맑지만 든든하게 다가온다.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는 《블랙》의 두 번째 선집이지만, 《블랙》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매주 일요일 아침 동시 한 편이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도착하는 한, 《블랙》은 계속된다. 한 시인의 결단에서 출발한 《블랙》은 독자의 후원으로 이어졌고, 레터링 서비스에서 선집으로, 선집에서 음악으로, 그 연대의 반경은 지금도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목소리들은 태어나고 있다. 《블랙》은 그 목소리들의 자리를 위해 더 넓게 몸을 키워 갈 것이다. 검열의 시대를 건너 디지털 문화의 한가운데까지 달려온 《블랙》, 지금부터가 본격 동시의 시대이다. 여기 시가 있고, 여기 사람이 있다. 그 이름, 《블랙》이다.
목차
목차
김송이
해피?/ 오리 공장 밖으로/ 유리 있음/ 거북이 서핑/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박정완
쇠구두 신사 춤춘다/ 바텐더/ 슬픔아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밤에 휘파람을 불지 마/ 수박별 아이
신솔원
버드나무 약국/ 안녕, 할아버지/ 씨감자/ 떼구루루 구슬/ 둥섭 아저씨께
안지현
뱀 꿈/ 신화를 써 보자/ 휴지 미라/ 누가 왔을까/ 소율이와 교실과 옷장
양슬기
다람쥐가 선생님을 이기는 방법입니다람쥐/ 개굴개굴/
먹지도 못하는 거/ 몰래 먹어 볼걸 그랬어/ 무한의 계단
이유진
선생님 의자/ 아직 3월,/ 아마따 씨는 언제나 맞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선생님 의자 2
이지우
골목 안/ 싸비스 할머니/ 예언자/ 시의 오해/ 숟가락 기도
전수완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삼촌/ ○밝음 씨들/ 박쥐가 왜?/
홍길동은 서류 속에서 나와야 해요/ 엄마 없는 브래지어
정희지
나는 나를 알아요/ 내가 가장 아끼는 돼지 편지지에 이 편지를 써/
달리기 시합/ 강아지 똥강아지/ 아이 예뻐라 안녕 잘 있었지 밥은 먹었니
포도
유인 카페/ 몸은 하나야/ 사랑뼈/ 밤/ 비밀을 찾아서
해설 | 온몸으로 돌파하는 다정한 선언 _방주현
해피?/ 오리 공장 밖으로/ 유리 있음/ 거북이 서핑/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박정완
쇠구두 신사 춤춘다/ 바텐더/ 슬픔아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밤에 휘파람을 불지 마/ 수박별 아이
신솔원
버드나무 약국/ 안녕, 할아버지/ 씨감자/ 떼구루루 구슬/ 둥섭 아저씨께
안지현
뱀 꿈/ 신화를 써 보자/ 휴지 미라/ 누가 왔을까/ 소율이와 교실과 옷장
양슬기
다람쥐가 선생님을 이기는 방법입니다람쥐/ 개굴개굴/
먹지도 못하는 거/ 몰래 먹어 볼걸 그랬어/ 무한의 계단
이유진
선생님 의자/ 아직 3월,/ 아마따 씨는 언제나 맞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선생님 의자 2
이지우
골목 안/ 싸비스 할머니/ 예언자/ 시의 오해/ 숟가락 기도
전수완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삼촌/ ○밝음 씨들/ 박쥐가 왜?/
홍길동은 서류 속에서 나와야 해요/ 엄마 없는 브래지어
정희지
나는 나를 알아요/ 내가 가장 아끼는 돼지 편지지에 이 편지를 써/
달리기 시합/ 강아지 똥강아지/ 아이 예뻐라 안녕 잘 있었지 밥은 먹었니
포도
유인 카페/ 몸은 하나야/ 사랑뼈/ 밤/ 비밀을 찾아서
해설 | 온몸으로 돌파하는 다정한 선언 _방주현
저자
저자
김송이 2023년 제3회 『동시발전소』 신예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 제9회 동시마중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동시집 『열 손바닥 동시』(공저)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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