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일과(걷는사람 시인선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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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현을 조이는 긴 고독의 전희처럼”
시와 시조의 경계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로 날아가는 시구(詩句)들
언어의 품격으로 이뤄 낸 음악의 미학
2003년 여성 최초로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한 오늘날의 대표 시조시인, 정수자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파도의 일과』가 걷는사람 48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일찍이 전통 시조의 양식을 현대로 이끌어 와 현대시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일상, 내면, 사물 등 이전보다 더욱 확장된 외연의 세계를 총망라하여 절제된 언어 안에 꾹꾹 눌러 담았다. 가지런히 발화되는 운율 속에서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시의 정수를 보여 준다.
정수자 시인의 언어에는 결이 있다. 그 결은 “바람 뒤나 따르다 혼자 우는 풍경처럼”(「詩편」) 작위적인 꺾임이나 흔들림이 없고, 자연스레 흘러가다가 “여우비가 지나간 뒤”(「무지개 휘파람」)처럼 촉촉한 순결의 노래가 되어 읽는 이의 마음 깊은 곳에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의 언어가 일으키는 시적 파동은 결코 작지 않은데, 그런 내공은 “행간을 밀고 나가는/행려들 날개 따라”(「남향의 가을」) 가듯이 유려한 리듬으로 언어를 운용하면서도 미세한 단어의 틈마다 생의 진실을 응축시키기 때문이다. 시인이 지니고 있는 이런 공기 같은 공명법은 어느덧 ‘시는 노래다’라는 일반적인 명제를 뛰어넘어 하나의 높은 음악적 성취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한 리듬과 품격 있는 언어의 향연으로 독자들을 미지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시인은 “우주정거장 멀리서 반짝이는 위성처럼”(「무반주첼로 의자」) 자발적으로 쓸쓸하고 허름한 생을 선택했다. “숨조차 숨어서 쉬어야 안 헐리는 쪽방”(「한소식」)에서 “일없이 신열이 오르는/까닭쯤은 덮어 두고” “마음이 그저 마르는”(「마음이 마르니」) 것을 지켜본다. 종교적 수행과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시인은 이런 황망해지는 연습을 통해 장엄한 사유와 서정의 언어를 터득한 것이 아닐까. 옛 시대에서부터 끌고 온 시조의 형식과 그의 삶은 현대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겸허히 받아들이는 전근대의 모든 것들은 시대를 초월한 모든 것들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정수자 시인은 따끔한 질책보다는 시종일관 품고 안고 어르는 태도로 사랑을 견지한다. 그리고 그런 시의 세계가 곧 그의 품성이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정수자의 시가 가진 정형률을 “자신의 마음속에 둥근 에움길을 놓아두는 것, 마음이 마음을 가지런히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는 완독의 형식”이라고 평하는 한편, 정수자 시인이 우리 시대에 부재한 무엇인가를 전근대에서 탐색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시인은 「바람이 바람을 고이듯」에서 조선시대의 돌성곽을 보며 “실려 온 돌과 돌이 살피를 꼬옥 맞출 때” “바람이 바람을 고여 생의 무늬를 기르듯” 삶을 인내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시인이 그리는 것은 “삶을 끌어안는 낮고 둥근 성곽”과도 같다. 이는 “자신을 높이지 않는 어깨동무이자 묵묵한 견딤의 자세”이다. “어느 누구도 삶을 홀로 견딜 필요는 없다는 것, 슬픔에는 항상 슬픔을 받아 줄 곁이 존재한다는 것,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야말로 그 돌성곽의 자세가 의미하는 바”(해설 「돌성곽의 순례처럼」)일 것이다.
시와 시조의 경계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로 날아가는 시구(詩句)들
언어의 품격으로 이뤄 낸 음악의 미학
2003년 여성 최초로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한 오늘날의 대표 시조시인, 정수자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파도의 일과』가 걷는사람 48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일찍이 전통 시조의 양식을 현대로 이끌어 와 현대시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일상, 내면, 사물 등 이전보다 더욱 확장된 외연의 세계를 총망라하여 절제된 언어 안에 꾹꾹 눌러 담았다. 가지런히 발화되는 운율 속에서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시의 정수를 보여 준다.
정수자 시인의 언어에는 결이 있다. 그 결은 “바람 뒤나 따르다 혼자 우는 풍경처럼”(「詩편」) 작위적인 꺾임이나 흔들림이 없고, 자연스레 흘러가다가 “여우비가 지나간 뒤”(「무지개 휘파람」)처럼 촉촉한 순결의 노래가 되어 읽는 이의 마음 깊은 곳에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의 언어가 일으키는 시적 파동은 결코 작지 않은데, 그런 내공은 “행간을 밀고 나가는/행려들 날개 따라”(「남향의 가을」) 가듯이 유려한 리듬으로 언어를 운용하면서도 미세한 단어의 틈마다 생의 진실을 응축시키기 때문이다. 시인이 지니고 있는 이런 공기 같은 공명법은 어느덧 ‘시는 노래다’라는 일반적인 명제를 뛰어넘어 하나의 높은 음악적 성취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한 리듬과 품격 있는 언어의 향연으로 독자들을 미지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시인은 “우주정거장 멀리서 반짝이는 위성처럼”(「무반주첼로 의자」) 자발적으로 쓸쓸하고 허름한 생을 선택했다. “숨조차 숨어서 쉬어야 안 헐리는 쪽방”(「한소식」)에서 “일없이 신열이 오르는/까닭쯤은 덮어 두고” “마음이 그저 마르는”(「마음이 마르니」) 것을 지켜본다. 종교적 수행과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시인은 이런 황망해지는 연습을 통해 장엄한 사유와 서정의 언어를 터득한 것이 아닐까. 옛 시대에서부터 끌고 온 시조의 형식과 그의 삶은 현대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겸허히 받아들이는 전근대의 모든 것들은 시대를 초월한 모든 것들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정수자 시인은 따끔한 질책보다는 시종일관 품고 안고 어르는 태도로 사랑을 견지한다. 그리고 그런 시의 세계가 곧 그의 품성이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정수자의 시가 가진 정형률을 “자신의 마음속에 둥근 에움길을 놓아두는 것, 마음이 마음을 가지런히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는 완독의 형식”이라고 평하는 한편, 정수자 시인이 우리 시대에 부재한 무엇인가를 전근대에서 탐색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시인은 「바람이 바람을 고이듯」에서 조선시대의 돌성곽을 보며 “실려 온 돌과 돌이 살피를 꼬옥 맞출 때” “바람이 바람을 고여 생의 무늬를 기르듯” 삶을 인내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시인이 그리는 것은 “삶을 끌어안는 낮고 둥근 성곽”과도 같다. 이는 “자신을 높이지 않는 어깨동무이자 묵묵한 견딤의 자세”이다. “어느 누구도 삶을 홀로 견딜 필요는 없다는 것, 슬픔에는 항상 슬픔을 받아 줄 곁이 존재한다는 것,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야말로 그 돌성곽의 자세가 의미하는 바”(해설 「돌성곽의 순례처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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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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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1부 안 보내도 봄은 지고 못 보내도 님은 가듯
서귀
詩편
무지개 휘파람
무반주첼로 의자
한소식
홑 혼
거리에서 명상하기
잔을 든 채
을을
파도의 일과
마음이 마르니
위미 동백
남향의 가을
2부 멀어서 눈물겨웠나니 미리 쓴 미래처럼
작란
서……로
헛도는 독백들
그것참
지지지지
입술을 잠가도
지구는 리셋 중
오늘도
아 아
입 없는 입증
입간판의 자세처럼
詩처럼
나날이 벼랑
3부 기나긴 바람의 성찬 앞에
먼 어깨에 기대어
홍유
고비의 말
바람의 성찬
사막을 건너는 법
아잔의 추억
바람 공양
국경의 밤
라오라오
유목 노을
만년설 속눈처럼
안남미 별밥
에게해와 춤을
4부 앞섶이 삭아 내려도 달그늘을 상감하리
모래 유서
노가다 수청
풀 뜯는 소리
그리하여
으스름의 음계
통로에서 통로 찾기
복도의 배후 혹은 알리바이
감자떡을 살까 말까
그리움도 겨운 날
가을 외상
휘는 무렵
애월정인
뒤끝의 행방
5부 꽃보다 뜨거운 초본 한 채
그늘의 딸
중뿔
검은 비
피사리
파김치
아카시아 추억
언니의 뒤란
바람이 바람을 고이듯
주춤의 춤법
괜스레
검은 입술
검정 래퍼
다행
해설
돌성곽의 순례처럼
-박동억(문학평론가)
서귀
詩편
무지개 휘파람
무반주첼로 의자
한소식
홑 혼
거리에서 명상하기
잔을 든 채
을을
파도의 일과
마음이 마르니
위미 동백
남향의 가을
2부 멀어서 눈물겨웠나니 미리 쓴 미래처럼
작란
서……로
헛도는 독백들
그것참
지지지지
입술을 잠가도
지구는 리셋 중
오늘도
아 아
입 없는 입증
입간판의 자세처럼
詩처럼
나날이 벼랑
3부 기나긴 바람의 성찬 앞에
먼 어깨에 기대어
홍유
고비의 말
바람의 성찬
사막을 건너는 법
아잔의 추억
바람 공양
국경의 밤
라오라오
유목 노을
만년설 속눈처럼
안남미 별밥
에게해와 춤을
4부 앞섶이 삭아 내려도 달그늘을 상감하리
모래 유서
노가다 수청
풀 뜯는 소리
그리하여
으스름의 음계
통로에서 통로 찾기
복도의 배후 혹은 알리바이
감자떡을 살까 말까
그리움도 겨운 날
가을 외상
휘는 무렵
애월정인
뒤끝의 행방
5부 꽃보다 뜨거운 초본 한 채
그늘의 딸
중뿔
검은 비
피사리
파김치
아카시아 추억
언니의 뒤란
바람이 바람을 고이듯
주춤의 춤법
괜스레
검은 입술
검정 래퍼
다행
해설
돌성곽의 순례처럼
-박동억(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정수자
용인 광교산 그늘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살고 있다.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을 받으며 등단한 후 『비의 후문』 외 5권의 시집과 논저 『한국 현대시의 고전적 미의식 연구』 외 『한국현대시인론』 등 공저 몇을 냈다.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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