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눈물(문학들 시인선 8)
최미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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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눈물’의 세계를 몽유하는 자의 노래
삶의 이면을 감각적 이미지로 변용
8년 만에 펴낸 최미정 시인의 제2시집
최미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인공눈물』(문학들)을 펴냈다. 첫 시집 『검은 발목의 시간』 이후 8년 만이다. 두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꽃들은 어디로 갔는가//부재 속에서 물음은 시작되었다”(2013년)
“말의 정처는 어디인가/너에게 꽃을 주었건만,/누가 있어 하루 종일 저 나뭇가지를 흔들어 대는가,”(2021)
다소 어감이 다르다. “꽃들은 어디로 갔는가”와 “말의 정처는 어디인가”라는 물음 사이, 그러니까 “꽃”을 찾는 전위적인 물음이 “말의 정처”를 묻는 것으로 순치돼 있다. 시인은 이미 “너에게 꽃을 주었건만,” 대답은 없고 누군가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현실이 전면에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 텀블러에서 흐른 커피 자국에서 촉발된 이미지들 - “젖은” “퉁퉁 부풀어 오른” “곰팡이까지 피어 있는” “앉은뱅이 의자 모양을 하고 있는” “목을 길게 빼고 있는” “입술 자국처럼 안쪽 허공의 크기를 보여 주는”, 이러한 흔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A6 메모리 카드, 모닝글로리 148×105size”다. 말들을 모아두는 메모리 카드를 두고 시인은 「무무無無」라는 제목을 붙였다. “말의 정처는 어디인가”라는 ‘시인의 말’이 이번 시집의 첫 시를 읽으면서 다시 환기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 시 「무용無用」에서는, 이미 죽은 이의 메일 주소를 보며 “간신히 새 나오던 불분명한 미래의 약속”을 떠올리고, 냅킨 위에서 반짝거리는 결석을 보며 “죽은 아이의 젖니”를 떠올린다. “뜻하지 않게 생겨나/꼬불꼬불 먼 길을 돌아 나온 수고로움이/하얗게 분홍으로 빛난다”. “하얗게 분홍”이라는 표현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이렇다 저렇다 설명할 수 없는 극단의 현실이 시인의 감각을 통해 “극광 같은 이미지”로 현현한다.
우리는 최미정이 실현해 낸 색채의 태극적인 변용을 이미지의 마법이라고 부를 것이고, 감각의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선언할 것이다. 극광 같은 이미지의 향연에 초대된 우리의 몸에 불꽃이 인다.
- 장석원(시인, 광운대 교수)
“작은 발들이 부지런”히 “나막신으로 땅을 두드려 봄을” 부르는 미명에 아이가 사라지고, “유통기한 지난 영양제 플라스틱 통이 굴러간다”(「미명未明」 부분). “달밤이면 여우 울음 우는 해피”를 “뒷산에 묻으러 간다”(「벚꽃 지다」 부분).
사라짐, 상실, 쓸모없음, 이런 시편들 속에 시인의 “아이는/지금/사과 따러 가는 중,”이다. 인생의 강물을 이만큼 건너와 버린 시인은 “발뒤꿈치를 들고/조심조심 비껴간다고 생각해도/올 것은 다 오더라/앞으로 가라 앞으로 가라”(「신발론」 부분)고 아이에게 소리치지만, 아이가 “사과나무 아래 도달했을 때 사과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따고 없었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기 그림자를 그때야 보았지 등에 커다란 사과가 얹어져 있는 거야”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울어 댄다/종아리를 주물러 준다/다시 잠이 든다/여기가 아니야/눈알을 굴리며/아이는 계속 어디론가 가고 있다.”(「몽유」 부분)
그렇게 시인도 가고 있다. ‘나의 아이’를 달래며.
과거와 현재의 시적 진자운동을 하며 시인이 가고 있는 세상은 인공눈물을 넣고 견딜 수밖에 없는 사막 같은 세계다. 눈물을 흘리면 후원금이 들어오는 세계는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고, 진짜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울 수 없는 현실은 견고하게 말라 있다. “울지 마/남자잖아/눈물이 나오려고 하면 열을 세”(「인공눈물」 부분).
이번 시집의 매력을 이 정도로 담아둘 수는 없겠다. 장석원의 표현을 빌면, “죽음의 그늘에 밀생하는 기억의 세계를 빠져나”오면 이제 비로소 감각의 돋을새김, 감각의 미시세계로 들어갈 차례다. 거기 새롭게 펼쳐지는 일상의 이면이 섬세한 독자의 눈길을 기다린다.
최미정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전남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9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검은 발목의 시간』을 펴냈다.
삶의 이면을 감각적 이미지로 변용
8년 만에 펴낸 최미정 시인의 제2시집
최미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인공눈물』(문학들)을 펴냈다. 첫 시집 『검은 발목의 시간』 이후 8년 만이다. 두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꽃들은 어디로 갔는가//부재 속에서 물음은 시작되었다”(2013년)
“말의 정처는 어디인가/너에게 꽃을 주었건만,/누가 있어 하루 종일 저 나뭇가지를 흔들어 대는가,”(2021)
다소 어감이 다르다. “꽃들은 어디로 갔는가”와 “말의 정처는 어디인가”라는 물음 사이, 그러니까 “꽃”을 찾는 전위적인 물음이 “말의 정처”를 묻는 것으로 순치돼 있다. 시인은 이미 “너에게 꽃을 주었건만,” 대답은 없고 누군가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현실이 전면에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 텀블러에서 흐른 커피 자국에서 촉발된 이미지들 - “젖은” “퉁퉁 부풀어 오른” “곰팡이까지 피어 있는” “앉은뱅이 의자 모양을 하고 있는” “목을 길게 빼고 있는” “입술 자국처럼 안쪽 허공의 크기를 보여 주는”, 이러한 흔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A6 메모리 카드, 모닝글로리 148×105size”다. 말들을 모아두는 메모리 카드를 두고 시인은 「무무無無」라는 제목을 붙였다. “말의 정처는 어디인가”라는 ‘시인의 말’이 이번 시집의 첫 시를 읽으면서 다시 환기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 시 「무용無用」에서는, 이미 죽은 이의 메일 주소를 보며 “간신히 새 나오던 불분명한 미래의 약속”을 떠올리고, 냅킨 위에서 반짝거리는 결석을 보며 “죽은 아이의 젖니”를 떠올린다. “뜻하지 않게 생겨나/꼬불꼬불 먼 길을 돌아 나온 수고로움이/하얗게 분홍으로 빛난다”. “하얗게 분홍”이라는 표현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이렇다 저렇다 설명할 수 없는 극단의 현실이 시인의 감각을 통해 “극광 같은 이미지”로 현현한다.
우리는 최미정이 실현해 낸 색채의 태극적인 변용을 이미지의 마법이라고 부를 것이고, 감각의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선언할 것이다. 극광 같은 이미지의 향연에 초대된 우리의 몸에 불꽃이 인다.
- 장석원(시인, 광운대 교수)
“작은 발들이 부지런”히 “나막신으로 땅을 두드려 봄을” 부르는 미명에 아이가 사라지고, “유통기한 지난 영양제 플라스틱 통이 굴러간다”(「미명未明」 부분). “달밤이면 여우 울음 우는 해피”를 “뒷산에 묻으러 간다”(「벚꽃 지다」 부분).
사라짐, 상실, 쓸모없음, 이런 시편들 속에 시인의 “아이는/지금/사과 따러 가는 중,”이다. 인생의 강물을 이만큼 건너와 버린 시인은 “발뒤꿈치를 들고/조심조심 비껴간다고 생각해도/올 것은 다 오더라/앞으로 가라 앞으로 가라”(「신발론」 부분)고 아이에게 소리치지만, 아이가 “사과나무 아래 도달했을 때 사과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따고 없었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기 그림자를 그때야 보았지 등에 커다란 사과가 얹어져 있는 거야”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울어 댄다/종아리를 주물러 준다/다시 잠이 든다/여기가 아니야/눈알을 굴리며/아이는 계속 어디론가 가고 있다.”(「몽유」 부분)
그렇게 시인도 가고 있다. ‘나의 아이’를 달래며.
과거와 현재의 시적 진자운동을 하며 시인이 가고 있는 세상은 인공눈물을 넣고 견딜 수밖에 없는 사막 같은 세계다. 눈물을 흘리면 후원금이 들어오는 세계는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고, 진짜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울 수 없는 현실은 견고하게 말라 있다. “울지 마/남자잖아/눈물이 나오려고 하면 열을 세”(「인공눈물」 부분).
이번 시집의 매력을 이 정도로 담아둘 수는 없겠다. 장석원의 표현을 빌면, “죽음의 그늘에 밀생하는 기억의 세계를 빠져나”오면 이제 비로소 감각의 돋을새김, 감각의 미시세계로 들어갈 차례다. 거기 새롭게 펼쳐지는 일상의 이면이 섬세한 독자의 눈길을 기다린다.
최미정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전남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9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검은 발목의 시간』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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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5 시인의 말
제1부 신발장
13 무무無無
14 무용無用
15 미명未明
16 벚꽃 지다
17 격리
18 무명선수
19 신발론
20 몽유
21 플랫
22 흰죽여행
23 정오의 공작
24 외출
26 여름밤
27 봄날의 춤
28 친구 추가
29 귀향
제2부 인공눈물
33 물
34 옥자
35 여우모피성운
36 인공눈물
38 하지·2
40 평균율
41 잠수
42 # 꽃그늘
43 180일 동안
44 리버시블
46 미수未收
47 경락
48 가위
49 쓰레기 줍는 사람
50 미나리꽝
51 흑당라떼
52 황계포란형
제3부 숭얼숭얼 수국 피었다
55 내 사람아
57 숭얼숭얼 수국 피었다
58 다알리아
59 hey
60 렛미인
62 스마일·1
63 스마일·2
64 스마일·3
65 11월
66 김밥천국
68 그녀는 왼쪽 눈썹을 치켜드는 버릇이 있다
70 멘델스존의 의자
72 사랑초 속에 민달팽이가 산다
74 아디다스 슬립온 뒤에
75 no camera
76 후무사
77 쐐기 무늬 항아리
제4부 broken flower
83 야상곡
84 승산교회와 탱자나무 사이
85 무적霧笛
86 가시 빼내는 방법
87 다락을 세내다
88 믿음
90 죽은 사람들의 뼈가 없어지는 쥐들의 통로에 우리가 있다
92 누수
93 목화밭에서
94 남겨진 방
96 세기보청기
98 태산목
99 broken flowers
100 쐐기풀물을 머리에 바르는 여인
102 수니온 곶
104 테르모필레
105 해설 기억의, 살, 감각의, 제국 _ 장석원
제1부 신발장
13 무무無無
14 무용無用
15 미명未明
16 벚꽃 지다
17 격리
18 무명선수
19 신발론
20 몽유
21 플랫
22 흰죽여행
23 정오의 공작
24 외출
26 여름밤
27 봄날의 춤
28 친구 추가
29 귀향
제2부 인공눈물
33 물
34 옥자
35 여우모피성운
36 인공눈물
38 하지·2
40 평균율
41 잠수
42 # 꽃그늘
43 180일 동안
44 리버시블
46 미수未收
47 경락
48 가위
49 쓰레기 줍는 사람
50 미나리꽝
51 흑당라떼
52 황계포란형
제3부 숭얼숭얼 수국 피었다
55 내 사람아
57 숭얼숭얼 수국 피었다
58 다알리아
59 hey
60 렛미인
62 스마일·1
63 스마일·2
64 스마일·3
65 11월
66 김밥천국
68 그녀는 왼쪽 눈썹을 치켜드는 버릇이 있다
70 멘델스존의 의자
72 사랑초 속에 민달팽이가 산다
74 아디다스 슬립온 뒤에
75 no camera
76 후무사
77 쐐기 무늬 항아리
제4부 broken flower
83 야상곡
84 승산교회와 탱자나무 사이
85 무적霧笛
86 가시 빼내는 방법
87 다락을 세내다
88 믿음
90 죽은 사람들의 뼈가 없어지는 쥐들의 통로에 우리가 있다
92 누수
93 목화밭에서
94 남겨진 방
96 세기보청기
98 태산목
99 broken flowers
100 쐐기풀물을 머리에 바르는 여인
102 수니온 곶
104 테르모필레
105 해설 기억의, 살, 감각의, 제국 _ 장석원
저자
저자
최미정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전남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9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검은 발목의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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