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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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역자 서문
마리-조셉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Marie-Joseph 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은 프랑스의 고생물학자이며 동시에 예수회 신부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신앙심 깊은 예수회 가정에서 자랐고 나중에 가톨릭 신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 대학원 등에서 물리학, 화학, 고생물학 등을 가르친 과학자이기도 하였다. 그는 특히 고생물학에 흥미를 느껴서 중국, 몽고, 쟈바, 남아프리카 등 여러 곳을 탐사하면서 고대 생물의 뼈와 화석을 발굴하였으며,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탐사대가 북경 근처 주구점(周口店)에서 북경원인을 발굴해내기도 하였다. 그가 세계 고생물학계에 크게 공헌한 것은 그의 동료 브레이유와 함께 북경 원인과 쟈바 원인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혀내 고생물학계에서 그때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해서 인간의 기원을 탐구하려는 연구는 큰 전기를 맞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관한 비밀이 계속 밝혀지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깊은 명상의 사람이었던 그는 『하나님의 한 가운데』, 『우주의 찬미』, 『기도』 등과 같은 깊은 명상 서적을 저술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삶의 신비를 일깨워 주었다.
이러한 그의 외적 활동들이 말해주듯이 그는 과학적인 진리와 종교적인 진리를 조화시키는 작업을 평생의 작업으로 삼았다. 다시 말해서 인지가 발달하면서 밝혀지는 우주의 비밀들과 우주의 뒤에서 우주의 운행을 담당하는 하나님의 신비 사이에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마련하려는 문제에 매달려서 평생 씨름하였던 것이다. 과학적인 진리와 기독교 신앙은 그
의 내면에서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과학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하나님의 신비가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나서 우리가 하나님을 좀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이 두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문제에 몰무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행적에 대해서 그의 연구가였던 뽈 그르네(Paul Grenet)는 "그의 사상은 물리학적이고, 기독교 변증적이며, 신비적인 특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물리학적이라는 것은 그의 사상이 깊은 자연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기독교 변증적이라는 것은 그가 인간의 이성으로 생각해낸 오메가와 기독교 계시에서 말하는 우주적인 그리스도를 동일시했기 때문이고, 신비적이라는 것은 세계의 종말에 진화 전체는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하나되는 것으로 이끌려 갈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우주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의해서 지배받는 통합의 형이상학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가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그의 생각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바티칸 제2차 공의회를 거치지 않았던 프랑스 가톨릭 교회는 그의 사상이 너무 급진적이고, 위험한 사상이라고 그를 공격하였다. 그가 믿고 있는 진화 사상이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과 위배되고 많은 사람들의 신앙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가톨릭 교회로부터 박해를 받았고, 결국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서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55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런 사상을 주장한 것이 벌써 6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사상은 아직도 상당히 새롭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류가 천착(穿鑿)하면서 다듬어야 할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왜냐하면 인류는 그의 말처럼 서로의 지식이 통합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우주의 신비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발굴해낼텐데 이 진리들과 우리 삶의 가치론적인 측면의 진리를 통합해야 하는 작업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작업을 그의 삶 속에서, 경험 속에서 온전히 다 해냈고, 온전히 통합할 수 있었다. 인간의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같은 문제들 앞에서 무조건적인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조작하거나 착취하고 있는 현대 과학처럼 생명을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시키지도 않았다. 오히려 생명의 오랜 진화의 산물인 첨예한 의식을 가지고 생명의 신비를 꿰뚫어 보고 생명의 궁극적인 목적을 직관하였다. 여기에 그의 사상의 영원한 현대적인 특성이 있다.
그는 많은 저작들을 남겼다. "샤르댕 전집"(Oeuvres de Pierre de Chardin)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것이 13권, "샤르댕의 노트"(Cahiers Pierre de Chardin)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것이 8권, 기타 단행본 형태로 발행된 것이 7권, 서간집이 5권이고, 미간행 서간집도 많이 남아 있다. 이렇게 많은 글 속에서 그는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그의 사상을 피력하였고, 그의 지인들과 함께 나누었다. 여기에 번역한 책도 그 중 하나로서, 그가 죽은 다음 쐬이유 출판사(Editions du Seuil)에서 발간된 샤르댕 전집 제VIII권에 있는 La Place de l'homme dans la nature『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이다. 이 책은 그가 2차대전 중 당시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던 나찌 독일이 중국의 적국이기 때문에 북경에 구금되었다가 1946년 풀려나서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잠시 늑막염으로 고생하던 무렵을 전후해서 1949년에 집필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해서 생겨났으며, 어떤 위치에 있는가 하는 것에 관해서 거의 자연과학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즉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화하여 계통수의 맨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냉정한 어조로 진술하는 것이다.
인간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통해서 다른 동물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 세상에 출현했기 때문에 그 사실만을 놓고 볼 때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똑같을 수 없는 동물이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반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모든 물질은 단순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하면서 물질의 완성도가 높아져 간다. 그의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 진화란 중심적-복잡성(centro-complexit?)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중심적-복잡성은 사람에 이르러서 최고도에 도달하였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중심적-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안으로 깊어져서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정교한 사고, 즉 반성적인 사고를 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동물들을 군서능력 이나 반추능력 등을 가지고 하나의 계열로 분류하듯이 인간 역시 사고능력을 가진 동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일반 동물들과 다른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고능력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반성적 사고) 능력은 생명의 진화가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며 진화는 그것을 위해서 여태까지 전개되어왔다고 그는 강조하였다. 그의 이런 해석은 결코 자의적이거나 주관적인 해석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말(馬)이나 유인원들의 두뇌 구조를 태고적으로부터 시작하여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으로 분류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뇌수를 담을 수 있는 두개골의 용적이 커지고, 뇌의 주름이 점점 더 깊어지는 등 두뇌의 구조가 발달하는 것을 증거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들을 가지고 말한다면, 진화는 반성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인간을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 인간이 생명 진화의 맨 마지막 단계에 출현한 생명이며, 계통수의 마지막 가지에 달린 꽃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출현은 생명의 진화에서 특기할만한 사건이며, 인간은 앞으로의 진화를 이끌어갈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반성적인 사고에 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출현과 더불어 우주에 정신권(noosph?re)이 형성되었으며, 정신권의 형성은 진화의 역사를 살펴볼 때 지구 발생과 생물권(biosph?re)의 출현에 이어지는 제3의 사건이라고 주장하였다. 인간의 출현(hominisation)을 향해서 내달려온 진화의 흐름이 이제 정신을 더 농축시키는 방향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리켜서 그는 "초-인간화 또는 인간을 넘어서는 진화"(ultra-hominisation)라고 불렀다. 여태까지 인간은 그의 사고 능력을 토대로 해
서 사회를 만들고 세계 곳곳에 여러 가지 문명을 이루면서 살았다. 지금 인류가 지구에서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널리 퍼져 살게 된 것도 인간의 사고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샤르댕은 이 정신은 모이고 모여서 더 큰 정신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개별적인 인간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큰 통합을 향해서 나아간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볼 때 이런 통합은 이미 시작되었다. 과거 사회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연구에 종사하는 학자들이 많아져서 서로의 연구 결과를 교환하게 되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지구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런 흐름들이 증폭되면서 인간의 의식은 급속도로 통합되고, 더 큰 통합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류가 앞으로 이루게 될 통합은 과거 전체주의적인 사회에서 그랬던 것 처럼 부정적인 특성을 띤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의식이 고도로 발달한 앞으로의 세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자기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개성화(individuation)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개성화란 이기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3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존중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존재와 사상과 감정을 존중하는 넓은 태도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기 내면에 확고한 중심이 있어야 하며, 이 중심은 사람들에게 반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의식이 치밀해질수록 더 굳건해진다. 그리하여 앞으로의 세계에서 인류 전체는 마치 하나의 큰 정신 처럼 되는 것이다. 이런 통합이야 말로 진정한 통합이며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 나가는 상태이다. 샤르댕은 인류가 세계의 끝에 이루게 될 이런 커다란 통합을 오메가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생명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큰 정신으로 통합되는 시공간적인 개념인 것이다. 샤르댕은 이 책에서 오메가와 그리스도의 관계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발생과 인간이 발생하기까지 진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하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오메가는 인류의 미래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현재도 진화의 방향을 이끌어 주는 인격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그리스도의 섭리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처음에는 『인간이라는 동물 집단』(Le Groupe zoologique humain)이었는데 나중에 『자연에서 인간의 위치』으로 바뀌었다. 생명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인간은 진화의 다음 단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래서 샤르댕은 인간은 이제 인간에게 이르러서 진화가 종료되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권태에 빠지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가 처해 있는 자연 속에서의 위치를 깨달아 더 큰 진화에 이를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왜냐하면 세계의 종말에 사람들은 오메가 점에 저절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알맞는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사실들을 마치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를 쓰듯이 신비스럽게 지구의 역사, 생물의 역사, 인간의 역사를 펼쳐가며 전개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신비스럽게"라는 표현은 그의 사상 속에서 모든 사물들이 하나의 연쇄 사슬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것같이 보이는 무기물과 생물, 곤충과 척추동물, 포유류와 사람이 나중에는 커다란 하나의 체계 속에서 서로 연속된 존재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존재의 신비를 느끼고,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그의 글을 읽는 매력이라면 그의 해박한
지식은 물론 이렇게 숨은 연관관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직관 때문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샤르댕의 사상을 더 깊이 파악하려는 독자들은 본문 뒤에 게재한 "생명의 진화와 오메가 포인트 :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사상을 중심으로"라는 부록 논문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2026.3.1.
月汀
마리-조셉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Marie-Joseph 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은 프랑스의 고생물학자이며 동시에 예수회 신부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신앙심 깊은 예수회 가정에서 자랐고 나중에 가톨릭 신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 대학원 등에서 물리학, 화학, 고생물학 등을 가르친 과학자이기도 하였다. 그는 특히 고생물학에 흥미를 느껴서 중국, 몽고, 쟈바, 남아프리카 등 여러 곳을 탐사하면서 고대 생물의 뼈와 화석을 발굴하였으며,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탐사대가 북경 근처 주구점(周口店)에서 북경원인을 발굴해내기도 하였다. 그가 세계 고생물학계에 크게 공헌한 것은 그의 동료 브레이유와 함께 북경 원인과 쟈바 원인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혀내 고생물학계에서 그때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해서 인간의 기원을 탐구하려는 연구는 큰 전기를 맞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관한 비밀이 계속 밝혀지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깊은 명상의 사람이었던 그는 『하나님의 한 가운데』, 『우주의 찬미』, 『기도』 등과 같은 깊은 명상 서적을 저술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삶의 신비를 일깨워 주었다.
이러한 그의 외적 활동들이 말해주듯이 그는 과학적인 진리와 종교적인 진리를 조화시키는 작업을 평생의 작업으로 삼았다. 다시 말해서 인지가 발달하면서 밝혀지는 우주의 비밀들과 우주의 뒤에서 우주의 운행을 담당하는 하나님의 신비 사이에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마련하려는 문제에 매달려서 평생 씨름하였던 것이다. 과학적인 진리와 기독교 신앙은 그
의 내면에서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과학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하나님의 신비가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나서 우리가 하나님을 좀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이 두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문제에 몰무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행적에 대해서 그의 연구가였던 뽈 그르네(Paul Grenet)는 "그의 사상은 물리학적이고, 기독교 변증적이며, 신비적인 특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물리학적이라는 것은 그의 사상이 깊은 자연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기독교 변증적이라는 것은 그가 인간의 이성으로 생각해낸 오메가와 기독교 계시에서 말하는 우주적인 그리스도를 동일시했기 때문이고, 신비적이라는 것은 세계의 종말에 진화 전체는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하나되는 것으로 이끌려 갈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우주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의해서 지배받는 통합의 형이상학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가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그의 생각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바티칸 제2차 공의회를 거치지 않았던 프랑스 가톨릭 교회는 그의 사상이 너무 급진적이고, 위험한 사상이라고 그를 공격하였다. 그가 믿고 있는 진화 사상이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과 위배되고 많은 사람들의 신앙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가톨릭 교회로부터 박해를 받았고, 결국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서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55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런 사상을 주장한 것이 벌써 6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사상은 아직도 상당히 새롭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류가 천착(穿鑿)하면서 다듬어야 할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왜냐하면 인류는 그의 말처럼 서로의 지식이 통합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우주의 신비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발굴해낼텐데 이 진리들과 우리 삶의 가치론적인 측면의 진리를 통합해야 하는 작업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작업을 그의 삶 속에서, 경험 속에서 온전히 다 해냈고, 온전히 통합할 수 있었다. 인간의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같은 문제들 앞에서 무조건적인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조작하거나 착취하고 있는 현대 과학처럼 생명을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시키지도 않았다. 오히려 생명의 오랜 진화의 산물인 첨예한 의식을 가지고 생명의 신비를 꿰뚫어 보고 생명의 궁극적인 목적을 직관하였다. 여기에 그의 사상의 영원한 현대적인 특성이 있다.
그는 많은 저작들을 남겼다. "샤르댕 전집"(Oeuvres de Pierre de Chardin)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것이 13권, "샤르댕의 노트"(Cahiers Pierre de Chardin)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것이 8권, 기타 단행본 형태로 발행된 것이 7권, 서간집이 5권이고, 미간행 서간집도 많이 남아 있다. 이렇게 많은 글 속에서 그는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그의 사상을 피력하였고, 그의 지인들과 함께 나누었다. 여기에 번역한 책도 그 중 하나로서, 그가 죽은 다음 쐬이유 출판사(Editions du Seuil)에서 발간된 샤르댕 전집 제VIII권에 있는 La Place de l'homme dans la nature『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이다. 이 책은 그가 2차대전 중 당시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던 나찌 독일이 중국의 적국이기 때문에 북경에 구금되었다가 1946년 풀려나서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잠시 늑막염으로 고생하던 무렵을 전후해서 1949년에 집필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해서 생겨났으며, 어떤 위치에 있는가 하는 것에 관해서 거의 자연과학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즉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화하여 계통수의 맨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냉정한 어조로 진술하는 것이다.
인간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통해서 다른 동물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 세상에 출현했기 때문에 그 사실만을 놓고 볼 때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똑같을 수 없는 동물이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반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모든 물질은 단순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하면서 물질의 완성도가 높아져 간다. 그의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 진화란 중심적-복잡성(centro-complexit?)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중심적-복잡성은 사람에 이르러서 최고도에 도달하였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중심적-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안으로 깊어져서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정교한 사고, 즉 반성적인 사고를 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동물들을 군서능력 이나 반추능력 등을 가지고 하나의 계열로 분류하듯이 인간 역시 사고능력을 가진 동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일반 동물들과 다른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고능력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반성적 사고) 능력은 생명의 진화가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며 진화는 그것을 위해서 여태까지 전개되어왔다고 그는 강조하였다. 그의 이런 해석은 결코 자의적이거나 주관적인 해석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말(馬)이나 유인원들의 두뇌 구조를 태고적으로부터 시작하여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으로 분류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뇌수를 담을 수 있는 두개골의 용적이 커지고, 뇌의 주름이 점점 더 깊어지는 등 두뇌의 구조가 발달하는 것을 증거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들을 가지고 말한다면, 진화는 반성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인간을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 인간이 생명 진화의 맨 마지막 단계에 출현한 생명이며, 계통수의 마지막 가지에 달린 꽃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출현은 생명의 진화에서 특기할만한 사건이며, 인간은 앞으로의 진화를 이끌어갈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반성적인 사고에 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출현과 더불어 우주에 정신권(noosph?re)이 형성되었으며, 정신권의 형성은 진화의 역사를 살펴볼 때 지구 발생과 생물권(biosph?re)의 출현에 이어지는 제3의 사건이라고 주장하였다. 인간의 출현(hominisation)을 향해서 내달려온 진화의 흐름이 이제 정신을 더 농축시키는 방향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리켜서 그는 "초-인간화 또는 인간을 넘어서는 진화"(ultra-hominisation)라고 불렀다. 여태까지 인간은 그의 사고 능력을 토대로 해
서 사회를 만들고 세계 곳곳에 여러 가지 문명을 이루면서 살았다. 지금 인류가 지구에서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널리 퍼져 살게 된 것도 인간의 사고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샤르댕은 이 정신은 모이고 모여서 더 큰 정신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개별적인 인간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큰 통합을 향해서 나아간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볼 때 이런 통합은 이미 시작되었다. 과거 사회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연구에 종사하는 학자들이 많아져서 서로의 연구 결과를 교환하게 되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지구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런 흐름들이 증폭되면서 인간의 의식은 급속도로 통합되고, 더 큰 통합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류가 앞으로 이루게 될 통합은 과거 전체주의적인 사회에서 그랬던 것 처럼 부정적인 특성을 띤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의식이 고도로 발달한 앞으로의 세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자기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개성화(individuation)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개성화란 이기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3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존중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존재와 사상과 감정을 존중하는 넓은 태도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기 내면에 확고한 중심이 있어야 하며, 이 중심은 사람들에게 반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의식이 치밀해질수록 더 굳건해진다. 그리하여 앞으로의 세계에서 인류 전체는 마치 하나의 큰 정신 처럼 되는 것이다. 이런 통합이야 말로 진정한 통합이며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 나가는 상태이다. 샤르댕은 인류가 세계의 끝에 이루게 될 이런 커다란 통합을 오메가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생명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큰 정신으로 통합되는 시공간적인 개념인 것이다. 샤르댕은 이 책에서 오메가와 그리스도의 관계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발생과 인간이 발생하기까지 진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하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오메가는 인류의 미래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현재도 진화의 방향을 이끌어 주는 인격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그리스도의 섭리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처음에는 『인간이라는 동물 집단』(Le Groupe zoologique humain)이었는데 나중에 『자연에서 인간의 위치』으로 바뀌었다. 생명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인간은 진화의 다음 단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래서 샤르댕은 인간은 이제 인간에게 이르러서 진화가 종료되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권태에 빠지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가 처해 있는 자연 속에서의 위치를 깨달아 더 큰 진화에 이를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왜냐하면 세계의 종말에 사람들은 오메가 점에 저절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알맞는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사실들을 마치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를 쓰듯이 신비스럽게 지구의 역사, 생물의 역사, 인간의 역사를 펼쳐가며 전개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신비스럽게"라는 표현은 그의 사상 속에서 모든 사물들이 하나의 연쇄 사슬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것같이 보이는 무기물과 생물, 곤충과 척추동물, 포유류와 사람이 나중에는 커다란 하나의 체계 속에서 서로 연속된 존재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존재의 신비를 느끼고,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그의 글을 읽는 매력이라면 그의 해박한
지식은 물론 이렇게 숨은 연관관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직관 때문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샤르댕의 사상을 더 깊이 파악하려는 독자들은 본문 뒤에 게재한 "생명의 진화와 오메가 포인트 :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사상을 중심으로"라는 부록 논문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2026.3.1.
月汀
목차
목차
역자 서문
서언 : 인간 현상
I.우주 안에서 생명의 위치와 의미 : 안으로 깊어지는 세계.
1.물리학과 생물학 : 그 문제
2.물질의 여러 가지 배열 형태 : 진정한 복잡성과 진정하지 않은 복잡성
3.소체화(粒子化)) 곡선 : 생명과 복잡성
4.소체화의 기전 : 생명으로의 발걸음
5.소체화의 역동성 : 의식의 확장
II.생물권의 전개와 유인원의 분화
예비적 관찰 : 생명체 출발의 기반. 하나의 문(門)으로부터인가, 여러 문으로부터인가?
1.생물권의 본래적 특성
2.계통수 : 일반적 형태
3.계통수 : 진화의 방향에 대한 탐구. 복합화와 두뇌화
4.생물권에서의 선신기 유인원의 흔적
III.인간의 출현과 반성(反省)의 시작
서언 : 두 개의 그림
1.인간화 : 서로 다른 종의 겉모습의 비슷한 변화
2.인간화 :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종의 서로 다른 변화
IV.정신권의 형성
1)확산의 사회화 : 문명과 개성화
서언 : 정신권과 지구화의 개념에 대한 예비적 고찰
1.인구의 증가
2.문명
3.개성화
V.정신권의 형성
2)압축의 사회화 : 통합과 개인화. 미래의 방향
1.사실과 상황 : 억누를 수 없는 인간의 통합과 그 기전
2.현상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해석 : 수렴하는 세계
3.수렴의 영향과 양태
4.사회화의 최상의 한계 : 세계의 종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5.인간의 모험에 대한 궁극적인 반성 : 성공의 조건과 기회
부록 논문: 떼이야르 드 샤르댕과 오메가 포인트
샤르댕의 저서
샤르댕 연보
서언 : 인간 현상
I.우주 안에서 생명의 위치와 의미 : 안으로 깊어지는 세계.
1.물리학과 생물학 : 그 문제
2.물질의 여러 가지 배열 형태 : 진정한 복잡성과 진정하지 않은 복잡성
3.소체화(粒子化)) 곡선 : 생명과 복잡성
4.소체화의 기전 : 생명으로의 발걸음
5.소체화의 역동성 : 의식의 확장
II.생물권의 전개와 유인원의 분화
예비적 관찰 : 생명체 출발의 기반. 하나의 문(門)으로부터인가, 여러 문으로부터인가?
1.생물권의 본래적 특성
2.계통수 : 일반적 형태
3.계통수 : 진화의 방향에 대한 탐구. 복합화와 두뇌화
4.생물권에서의 선신기 유인원의 흔적
III.인간의 출현과 반성(反省)의 시작
서언 : 두 개의 그림
1.인간화 : 서로 다른 종의 겉모습의 비슷한 변화
2.인간화 :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종의 서로 다른 변화
IV.정신권의 형성
1)확산의 사회화 : 문명과 개성화
서언 : 정신권과 지구화의 개념에 대한 예비적 고찰
1.인구의 증가
2.문명
3.개성화
V.정신권의 형성
2)압축의 사회화 : 통합과 개인화. 미래의 방향
1.사실과 상황 : 억누를 수 없는 인간의 통합과 그 기전
2.현상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해석 : 수렴하는 세계
3.수렴의 영향과 양태
4.사회화의 최상의 한계 : 세계의 종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5.인간의 모험에 대한 궁극적인 반성 : 성공의 조건과 기회
부록 논문: 떼이야르 드 샤르댕과 오메가 포인트
샤르댕의 저서
샤르댕 연보
저자
저자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 Marie-Joseph 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
프랑스의 고생물학자이며 예수회 신부. 그의 탐사 팀이 북경원인 발굴. "샤르댕 전집"(Oeuvres de Pierre de Chardin) 13권, "샤르댕의 노트"(Cahiers Pierre de Chardin) 8권, 『하나님의 한 가운데』, 『우주의 찬미』, 『기도』 등 단행본 다수.
프랑스의 고생물학자이며 예수회 신부. 그의 탐사 팀이 북경원인 발굴. "샤르댕 전집"(Oeuvres de Pierre de Chardin) 13권, "샤르댕의 노트"(Cahiers Pierre de Chardin) 8권, 『하나님의 한 가운데』, 『우주의 찬미』, 『기도』 등 단행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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