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달아실시선 54)
오석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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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사색, 길 위의 철학, 길 위의 시
현재 홍천여고와 횡성 송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오석균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가 〈달아실시선 54권〉으로 발간되었다.
시인은 교편을 잡은 이래 인천과 덕적도에서 그리고 강원도 속초와 홍천까지 온갖 드난살이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시를 쓰고 있다. 그런 시인의 말은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다.
현재 홍천여고와 횡성 송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오석균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가 〈달아실시선 54권〉으로 발간되었다.
시인은 교편을 잡은 이래 인천과 덕적도에서 그리고 강원도 속초와 홍천까지 온갖 드난살이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시를 쓰고 있다. 그런 시인의 말은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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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인간의 언어는 참 이상하다
살고 싶다는 말을
죽고 싶다고 하고
사랑하고 싶다는 말을
살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
-「시인의 말」 부분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최준 시인은 오석균의 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길'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필요하고, "떠남과 기억 사이의 그림움"이라 정의하며 이렇게 풀어쓰고 있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생의 행로에 대한 이 근본적인 질문은 오석균 시인의 시를 감상하는 데 있어 반드시 전제해야 할 필요 요건이 아닐까 싶다. 모든 생명은 시한성을 지니지만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생시는 순간과 순간의 연속선상 위에 놓여 있다. 오석균 시인이 인식하는 생이 그렇다는 의미다. 잃어버리고, 놓치고, 헤어지는 순간들이 회귀 불가능의 안타까움으로 마음 안에 쟁여진다. 거기에 후회를 동반한 부정성이 덧대어지면 자칫 허무주의에 빠질 위험도 없지 않겠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시인은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기억하게 되는 흔적들을 인정하고 긍정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평정심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모든 생은 일방통행이다. 되돌아갈 수 없는 외길이다.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편편들 속에 새겨져 있는 '길'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집 속 여러 시편에서 드러나는 시인의 전언에 따르면 '길'은 곧 우리의 삶의 '여정'이며 어디론가로 '떠남'을 의미한다. 그러니 지나온 길은 곧 기억의 시발점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모든 게 여정이었고 칸칸이 그리움으로 남았다. 이때의 그리움은 회귀 불능 혹은, 재현 불가능을 기저로 태어난다. 인상적인 다음의 시는 곡절 많은 삶의 정서를 '하루' 전의 시간대로 이동시켜 보여준다. 은유다."
어제가 생일이었다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없는
아침부터 일렁이던 바다가
영랑호를 넘어 미시령까지 물밀어 간다
중앙시장까지 걸어가 선물을 샀다
갖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있어야 할 것 같아
예쁜 포장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재활용 수거함에 넣고 왔다
한 슬픔이 지고 또 하나의 슬픔이 싹터올 때
길을 걸으며 두 손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날이 흐리고
빨래가 더 이상 마르지 않는다
-「하루 전 슬픔」 전문
이번 시집에 대해 이정록 시인과 복효근 시인은 또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시의 행간에 물이 그득하다. 시인의 젖은 구두와 바짓단에서 살얼음 저벅거리는 흙탕물이 튄다. 얼음은 시인의 눈빛 같고, 갈비뼈 같고, 펜촉 같다. 뒷무릎까지 번져 오르던 얼음물에서 따스한 김이 핀다. 심장 쪽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시인이 혼자서만 읊조려온 사랑 노래에 추임새를 넣는다. 치명적인 건 그림자처럼 단순하다. 최대한 머리를 지우고, 가슴을 물주머니로 부풀려놓았기 때문이다. 물주머니는 떨림과 흔들림과 실뿌리 같은 후회에 집중한다. "누구랑 발이 안 맞으면 불안하다(「나는 강박증 환자다」)" 발은 곧 '말'이고 '맘'이다. 순한 시인은 늘 세상의 보폭과 발걸음을 맞추고 싶다. 만물의 그늘에 햇살로 짝을 이루고, 저 잘난 확성기에 침묵의 소음기를 달아주고 싶다. 그러나 말은 엇나가고 맘은 찢기기 일쑤다. "혼자 안 맞는" "세상을 불편해한다" 그의 염결성은 불을 품은 물이라서 스스로 번지고, 타오르고, 꺼뜨리기를 반복한다. 시와 시인을 혼자 겨울비 맞게 하지 말자고 팔짱을 끼고 보니, 그가 바로 나다. 질척이는 얼음길일수록 봄꽃이 예쁘게 핀다. 시인이 가꾼 들꽃 송이가 향기의 말을 보낸다. "내 사랑은 절반은 눈물(「슬픈 사정」)"이라고.
- 이정록 시인
이번 시집을 열고 들어가는 키워드는 '쓸쓸함'이다. 그것은 물리적 단절감이나 심리적 고립감에서 비롯되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인은 그것을 인간의 존재 방식으로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에게 있어 쓸쓸함은 결핍을 의미하지 않는다. "있어야 할 게 없는 게 아니라 / 원래 아무것도 없는 /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 아무도 문 두드리지 않는" 삶과 우주의 본래적 모습인 것이다. 시인은 능동적으로 이 쓸쓸함을 선택하고,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감상성에 포획되지 않으며, 오히려 역설적인 반전을 성취하고 있다. 쓸쓸함은 '끝'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오십 년을 서성이던 시간"을 지나, "세상의 꽃들 다 지고"난 다음, "한 닢 한 닢 다 내려놓다 보니" 이른 지점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여기까지 밀어붙였고 살게 했다. 그리고 시를 쓰게 했다. 지나온 시간은 "그대 마음에 꽃 하나 그려 넣는 시간"이었으며 "저 잎이 떨어지면 / 햇살이 온통 우리를 점령하"리라는, "밤이 지나면 / 새벽빛으로 뚫고 들어오"리라는 희망을 예감한다. 그에게 있어 쓸쓸함은 사람과 자연과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수용과 긍정에 이르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 하겠다.
- 복효근 시인
앞서 최준 시인, 이정록 시인, 복효근 시인이 이번 시집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바 굳이 더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길 위의 사색, 길 위의 철학, 길 위의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드난살이란 게 길 위에서의 삶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그 길 위에서, 드난살이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과 우주의 관계를 고민하고 묻는 중이겠다. 물론 시집에 대한 최종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살고 싶다는 말을
죽고 싶다고 하고
사랑하고 싶다는 말을
살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
-「시인의 말」 부분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최준 시인은 오석균의 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길'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필요하고, "떠남과 기억 사이의 그림움"이라 정의하며 이렇게 풀어쓰고 있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생의 행로에 대한 이 근본적인 질문은 오석균 시인의 시를 감상하는 데 있어 반드시 전제해야 할 필요 요건이 아닐까 싶다. 모든 생명은 시한성을 지니지만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생시는 순간과 순간의 연속선상 위에 놓여 있다. 오석균 시인이 인식하는 생이 그렇다는 의미다. 잃어버리고, 놓치고, 헤어지는 순간들이 회귀 불가능의 안타까움으로 마음 안에 쟁여진다. 거기에 후회를 동반한 부정성이 덧대어지면 자칫 허무주의에 빠질 위험도 없지 않겠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시인은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기억하게 되는 흔적들을 인정하고 긍정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평정심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모든 생은 일방통행이다. 되돌아갈 수 없는 외길이다.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편편들 속에 새겨져 있는 '길'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집 속 여러 시편에서 드러나는 시인의 전언에 따르면 '길'은 곧 우리의 삶의 '여정'이며 어디론가로 '떠남'을 의미한다. 그러니 지나온 길은 곧 기억의 시발점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모든 게 여정이었고 칸칸이 그리움으로 남았다. 이때의 그리움은 회귀 불능 혹은, 재현 불가능을 기저로 태어난다. 인상적인 다음의 시는 곡절 많은 삶의 정서를 '하루' 전의 시간대로 이동시켜 보여준다. 은유다."
어제가 생일이었다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없는
아침부터 일렁이던 바다가
영랑호를 넘어 미시령까지 물밀어 간다
중앙시장까지 걸어가 선물을 샀다
갖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있어야 할 것 같아
예쁜 포장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재활용 수거함에 넣고 왔다
한 슬픔이 지고 또 하나의 슬픔이 싹터올 때
길을 걸으며 두 손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날이 흐리고
빨래가 더 이상 마르지 않는다
-「하루 전 슬픔」 전문
이번 시집에 대해 이정록 시인과 복효근 시인은 또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시의 행간에 물이 그득하다. 시인의 젖은 구두와 바짓단에서 살얼음 저벅거리는 흙탕물이 튄다. 얼음은 시인의 눈빛 같고, 갈비뼈 같고, 펜촉 같다. 뒷무릎까지 번져 오르던 얼음물에서 따스한 김이 핀다. 심장 쪽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시인이 혼자서만 읊조려온 사랑 노래에 추임새를 넣는다. 치명적인 건 그림자처럼 단순하다. 최대한 머리를 지우고, 가슴을 물주머니로 부풀려놓았기 때문이다. 물주머니는 떨림과 흔들림과 실뿌리 같은 후회에 집중한다. "누구랑 발이 안 맞으면 불안하다(「나는 강박증 환자다」)" 발은 곧 '말'이고 '맘'이다. 순한 시인은 늘 세상의 보폭과 발걸음을 맞추고 싶다. 만물의 그늘에 햇살로 짝을 이루고, 저 잘난 확성기에 침묵의 소음기를 달아주고 싶다. 그러나 말은 엇나가고 맘은 찢기기 일쑤다. "혼자 안 맞는" "세상을 불편해한다" 그의 염결성은 불을 품은 물이라서 스스로 번지고, 타오르고, 꺼뜨리기를 반복한다. 시와 시인을 혼자 겨울비 맞게 하지 말자고 팔짱을 끼고 보니, 그가 바로 나다. 질척이는 얼음길일수록 봄꽃이 예쁘게 핀다. 시인이 가꾼 들꽃 송이가 향기의 말을 보낸다. "내 사랑은 절반은 눈물(「슬픈 사정」)"이라고.
- 이정록 시인
이번 시집을 열고 들어가는 키워드는 '쓸쓸함'이다. 그것은 물리적 단절감이나 심리적 고립감에서 비롯되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인은 그것을 인간의 존재 방식으로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에게 있어 쓸쓸함은 결핍을 의미하지 않는다. "있어야 할 게 없는 게 아니라 / 원래 아무것도 없는 /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 아무도 문 두드리지 않는" 삶과 우주의 본래적 모습인 것이다. 시인은 능동적으로 이 쓸쓸함을 선택하고,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감상성에 포획되지 않으며, 오히려 역설적인 반전을 성취하고 있다. 쓸쓸함은 '끝'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오십 년을 서성이던 시간"을 지나, "세상의 꽃들 다 지고"난 다음, "한 닢 한 닢 다 내려놓다 보니" 이른 지점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여기까지 밀어붙였고 살게 했다. 그리고 시를 쓰게 했다. 지나온 시간은 "그대 마음에 꽃 하나 그려 넣는 시간"이었으며 "저 잎이 떨어지면 / 햇살이 온통 우리를 점령하"리라는, "밤이 지나면 / 새벽빛으로 뚫고 들어오"리라는 희망을 예감한다. 그에게 있어 쓸쓸함은 사람과 자연과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수용과 긍정에 이르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 하겠다.
- 복효근 시인
앞서 최준 시인, 이정록 시인, 복효근 시인이 이번 시집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바 굳이 더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길 위의 사색, 길 위의 철학, 길 위의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드난살이란 게 길 위에서의 삶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그 길 위에서, 드난살이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과 우주의 관계를 고민하고 묻는 중이겠다. 물론 시집에 대한 최종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꽃
하루 전 슬픔
질문
나는 강박증 환자다
멍이 들었다
노안이 왔다
집에 가는 길
마지막 잎새
꽃 지고 꽃이 지고
보케
딸기를 쏟았다
불면증
젊은 달팽이의 죽음
대상포진
은행나무 이력서
암살자를 생각했다
슬픈 사정
2부
거짓말 2
바늘에 실을 꿰며
변명
취중 진담
가계부
창밖을 보면 나는 외롭다
눈 온 하루
감 이야기
물꽃
막차를 탔다
도서관이 살아있다
수술대 위에서
자운리의 밤
장마
짝사랑
빗속을 걸으며 2
첫사랑
3부
부석사 가는 길
서천 가는 길
버스 정류장
한계령
서울 구경
터미널에서 3
대합실
봄밤 2
가을 순댓국
내면 가는 길
가을 멀미 2
겨울나무
영랑호 밤길에 두 고라니
화암사 가는 길 2
상당산성을 오르며
강원도의 봄
4부
날개
유서 2
생일
서점에서
하루
안부
추석
기생충
요양원 가는 길
꿈도 다이렉트
동물원 가는 길
미시령 노을 2
점자 시집을 받았습니다
부고를 받았다
퇴근길 2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
입동 2
해설 _ 떠남과 기억 사이의 그리움 ㆍ 최준
1부
꽃
하루 전 슬픔
질문
나는 강박증 환자다
멍이 들었다
노안이 왔다
집에 가는 길
마지막 잎새
꽃 지고 꽃이 지고
보케
딸기를 쏟았다
불면증
젊은 달팽이의 죽음
대상포진
은행나무 이력서
암살자를 생각했다
슬픈 사정
2부
거짓말 2
바늘에 실을 꿰며
변명
취중 진담
가계부
창밖을 보면 나는 외롭다
눈 온 하루
감 이야기
물꽃
막차를 탔다
도서관이 살아있다
수술대 위에서
자운리의 밤
장마
짝사랑
빗속을 걸으며 2
첫사랑
3부
부석사 가는 길
서천 가는 길
버스 정류장
한계령
서울 구경
터미널에서 3
대합실
봄밤 2
가을 순댓국
내면 가는 길
가을 멀미 2
겨울나무
영랑호 밤길에 두 고라니
화암사 가는 길 2
상당산성을 오르며
강원도의 봄
4부
날개
유서 2
생일
서점에서
하루
안부
추석
기생충
요양원 가는 길
꿈도 다이렉트
동물원 가는 길
미시령 노을 2
점자 시집을 받았습니다
부고를 받았다
퇴근길 2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
입동 2
해설 _ 떠남과 기억 사이의 그리움 ㆍ 최준
저자
저자
오석균
서울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자랐다. 공주사대 및 인하대 대학원을 나와, 지금은 홍천여고와 횡성 송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1996년 『문학21』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저서로는 『프리미엄 수화(手話)』(공저), 시집으로는 『기억하는 손금』, 『기린을 만나는 법』, 『수인을 위하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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