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비디오(달아실시선 69)
박희준 시집
춘천의 강원도민일보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는 박희준 시인이 첫 시집 『안 봐도 비디오』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69번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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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박희준 시집 『안 봐도 비디오』
춘천의 강원도민일보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는 박희준 시인이 첫 시집 『안 봐도 비디오』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69번으로 나왔다.
이번 시집에 대해 손미 시인과 이근석 시인은 이렇게 각각 이야기한다.
박희준의 시가 도착하려는 곳은 시다. 시뿐이다. "자라나는 걸 막기 위해" 묶었다는 『안 봐도 비디오』에는 참혹한 위트가 있다. 박희준의 시는 시 자체로 존재한다. "시답지 않은 말", "병 걸린 문장" 등 시 자체 대한 근원과 그리움이 공존한다. 박희준의 시집에는 모든 것으로 환원되는 "시"가 있다. 그것은 최초의 연인이며, 최초의 마주침, 사랑과 혐오, 문장과 비문장,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모든 것이 있다. 모든 것은 "나"이고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박희준의 시에서 도착하려는 시는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없는 백지다. "사람이 사람을 흉내 내는 시"가 빼곡한 백지.
- 손미(시인)
시들을 읽는 내내 무표정한 아이가 떠올랐다. 첫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그랬다. 미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무언가를 찾는 것 같지도 않았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아이.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않는 아이. 그것이 거기 있었기에, 그것을 당위로 받아들이는 아이. 아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나 역시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아이가 대상들을 아무렇잖게 그러쥐는 것을 보았다. 그 아무렇잖음이 뒤늦게 아프다. 『안 봐도 비디오』는 아이가 짓고 있던 무궁무진한 무표정이다. 네가 그곳에 혼자 남아서 나도 이곳에 혼자였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들었다.
- 이근석(시인)
오랫동안 담금질하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벼리고 벼려 마침내 세상에 선을 보이는 첫 시집이라고 했다. 박희준 시인에게 몇 가지 간단한 질문-문학의 여러 장르 중 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첫 시집을 낸 소감과 이번 시집에서 독자와 소통 혹은 교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본인에게 시는 어떤 의미이고 추구하는 시 혹은 시세계는 무엇인지-을 보냈더니 이렇게 답변이 왔다.
"사람과 사람 간의 복잡한 감정을 길게 서술하는 게 아닌 몇 개의 단어와 몇 개의 현상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수학과 과학처럼 원인과 과정, 결과를 정확하게 도출해내지 않아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몇 개의 단어가 만들어내는 시의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집 '시인의 말'에서 '연체료는 나를 움직이는 연료다'라고 썼습니다. 첫 시집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처음 저를 소개하는 문장이기에 길게, 정중하게 쓰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지만, 길게 쓰면 쓸수록 저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단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 소감은 시인의 말로 갈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회현상이나 기억에 잊히지 않는 사건을 접했을 때, 아무도 관심 없는 일이지만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일을 마주했을 때, 그럴 때마다 떠오른 단어와 짧은 문장이 점점 몸을 불려가며 뒤뚱뒤뚱 걸어올 때, 모른 척할 수 없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넬 때. 그럴 때마다 펜을 꺼내 듭니다. 저의 무의식의 세계에서 꺼낸 한 조각이 우연히 책을 집어 든 독자 무의식 세계의 조각과 맞아떨어지길 바랍니다. 끝내 교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만 살아남아 그 사람의 인생에 실낱같은 힘이라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3살 때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큰 수술을 겪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의 삶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제게 시는 '수술대 위에서 떨고 있는 작은 짐승'과도 같습니다. 수술 후에도 겨우 생명을 부지하겠지만,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분명한 순간. 그 순간이 제가 시를 쓰는 순간과 겹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덤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밥을 먹고 웃고 떠들고 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모든 순간이 제겐 빚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묵묵히 저를 기다려주었으니 이제 수술대 위에서 내려와 빚을 갚아야 할 시간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시는 '손가락 하트' 같은 시입니다. 손가락 두 개가 겹쳤을 뿐인데 사랑이라는 큰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작은 동작 하나로도 독자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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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박성현은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시인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에 대한 55편의 기록"이라고 했다. 시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장간에서 강철이 단련되듯, 끊임없이 단련되는 존재임을 이번 시집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했다.
"박희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으로서 받아들인, 세계와 자아의 은밀한 교감, 다시 말해 '세계는 무엇으로 구성되고 우리는 어떤 것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나는 도대체 어떻게 단련되는가'에 대한 경험의 은밀한, 지속적이고 내밀한 장면들을 필사한다. 그것이 박희준 시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의 핵심이다."(박성현)
손가락이 손가락에게
그림자 없는 광장
과녁 없이 날아간 화살
광고의 곡선들
어두워질수록 분명해지는
사정거리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경기를 합니다
타자와 투수가 없는 콜드 게임
당신이 자리를 비웁니다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 「농담들」 전문
이번 시집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어쩌면 불편하고, 어쩌면 불안하고, 또 어쩌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끝내 55편의 시를 다 읽어내기 바란다. 그러면 비로소 당신은 '시-쓰기'라는 것의 진의와 '시인-되기'라는 것의 본색을 알아챌 수 있을 테니.
목차
목차
Take1. 주인공이 먼저 죽는 영화
에필로그|푸른 번식 1|푸른 번식 2|선데이 대전|한글의 위대함|CCTV|각주의 정의|뇌의 전족纏足|데드 캣 바운스|나는 자주 역을 지나쳤다|책은 눕지 않는다|시인의 말|불을 삼킨 개구리|프롤로그
Take2.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겨드랑이 갤러리|바리새인|룸, 서비스|우유는 건강해야 한다|고시텔|나는 샤워할 때 오줌을 눈다|개모임|겨|아가씨는 주어고, 아저씨는 목적어|언제 밥 한번 먹어요|ufheben|오후, 네 시
Take3. 시작과 동시에 커튼콜
새 폴더|문을 열 때마다 열쇠가 맞지 않았다|주의 사항|다음 중 내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Copyright|킹피셔|의|크레파스 살인 사건|카니발니즘|?????????????????|잘 알지도 못하면서|비유와 상징|엑스트라는 마지막에 등장한다|제로베이스
Take4. 120분의 엔딩 크레딧
실내를 등지고 바깥을 향한 테이블 잎이 무성한 나무들 80억 개의 의자와 단 하나의 아틀리에|탄성|사사건건|괘종시계|토끼는 굴속에서 장례를 치른다|꽃잎의 무게|병명 미상|합정동|농담들|일부 상품 제외|불안한 구도|비밀번호 #1234*|그림자 타이쿤|종이의 무덤|타르
해설 _ '시인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에 대한 55편의 기록 | 박성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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