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타이밍(애지시선 113)(양장본 Hardcover)
이송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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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 시집 『나는 노란 꽃들을 모릅니다』 발간 이후, 2022년 미얀마 혁명시집 『나의 투쟁 보고서』를 공동 편집했던 이송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신세기 타이밍』을 2023년 봄에 출간한다.
경쟁을 통해 생존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 돌림병 전파로 인한 정서적 단절 심화와 경제 환경 악화 등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현실들. 이송우 시인은 이 현실 속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공감을 통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시집 『신세기 타이밍』은, 취업 문턱에서 허덕이는 청년, 취업 후 생존 투쟁에 놓인 초보 직장인, 과로 사회 속 중간 관리자, 청춘을 바친 후 뒤안길로 사라지기를 강요받는 장년 등을 등장시킨 연대기이다. 이 연대기 안에는 눈물과 웃음, 청승과 비장함, 대립과 연대가 공존하고 있는데, 그 중층의 감성을 함께 껴안은 상호모순의 시선은 준엄한 비판보다 우리에게 더 따뜻한 위로를 준다.
경쟁을 통해 생존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 돌림병 전파로 인한 정서적 단절 심화와 경제 환경 악화 등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현실들. 이송우 시인은 이 현실 속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공감을 통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시집 『신세기 타이밍』은, 취업 문턱에서 허덕이는 청년, 취업 후 생존 투쟁에 놓인 초보 직장인, 과로 사회 속 중간 관리자, 청춘을 바친 후 뒤안길로 사라지기를 강요받는 장년 등을 등장시킨 연대기이다. 이 연대기 안에는 눈물과 웃음, 청승과 비장함, 대립과 연대가 공존하고 있는데, 그 중층의 감성을 함께 껴안은 상호모순의 시선은 준엄한 비판보다 우리에게 더 따뜻한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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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길이 끝나고/길이 시작되는//당신과 나를 기억하겠습니다"
"노동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삶을 재구성한 연대기: 노동자 극한 생존기"
다양한 방식으로 균열된 노동자가 겪는 운명적 상처를 고발하고, 생존을 위해 벌이는 투쟁적 일상 속 작은 연대를 드러내고 있어 (문학평론가 고봉준)
현대 기업은 배제와 연대라는 상호 모순적인 생태계를 모태로 한다. 이송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신세기 타이밍』은 마치 드라마 〈미생(未生)〉이 그러했듯, 직장인의 애환과 현대인의 삶을 전형적으로 드러낸다. '노동자 극한 생존기'는 배제된 이들에 대한 공감의 눈물을 기록함과 동시에,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생존을 확인하는 의식(儀式)이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극한의 효율과 최적의 조합을 추구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함께 소주를 부으며 '우리 세상에서 없는 상품을 만드는 거야'(「상품기획, 불발」)라고 다짐을 하거나, '떨어진 꽃잎을 한 주먹 그러모아' 서로의 '머리 위로 뿌려주'(「생살을 벗겨내고 가죽을 새로」)는 것이다.
본디 한 뿌리였던 노동자는 기업 내에서 임원과 사원, 선배와 후배, 인사 관리자와 저성과자 등으로 균열된다. 이송우 시인은 이 균열 속에서 발생한 배제와 상처가 초기 자본주의 체제와 달리 더 정교하고 교묘하게 한 개인의 삶 속으로 침투했음을 증언한다. 더불어 시인이 천착하는 바는, 기업에서 살아남은 이와 떠난 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이들 사이의 정서적 연대에 대해서 보내는 공감이다. 시인은 생존을 위해 분투한 이들의 생장(生長)과 소멸을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형형색색으로 기술하고, 또한 오늘을 살아가야 할 직장인들을 뜨겁게 응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연대와 공감과 응원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성으로 재현된다. 그 연속성 위에 '당신과 나'(「진부령 종산제」), 즉 모든 균열된 노동자가 연결된다. 시인에게 '기억'의 의미는 이것이다. 아니, 시인은 기억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기억이 존재하는 한 삶의 한 구비에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즉 '당신과 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설에서)
지독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기적같이 발굴된 시적 언어
평범한 삶에서 건져낸 원석들이 문학을 넘어 직장인들의 손에 널리 들리기를 (신동호 시인)
시는 지독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기적같이 발굴되는 것. 시인의 눈은 위로 향할 리 없다. 언제나 자신만이 천벌처럼 주목하는, 낮은 곳으로 향한다. 이송우 시인은 인간다운 삶을 영업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영업 현장에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알렉스의 살벌한 자본주의와 부딪쳐야 한다. 세계는 '한솥밥 먹던 사람들, 노소로 단번에 갈라놓는다.'(「모세의 기적」) 그러나 시인은 '우리 눈과 눈을 맞추고 일할 수 있기를 무릎 꿇고 앉아 온 우주가 담긴 눈동자를 서로 바라볼 수 있기를'(「눈과 눈을 맞추고」) 꿈꾼다. 덕분에 '귀국편에서 목을 맨'(「호모 루덴스」) 영업팀 이부장의 이야기도 잊지 않게 되었다. 이번 『신세기 타이밍』은 평범한 삶에서 건져낸 원석이다. 솔직하면서 화가 나고, 눈물겨우면서 용서하게 된다. 이 시집이 문학을 넘어 직장인들의 손에 널리 들렸으면 좋겠다. 큰 위로가 되리라. (표사 전문)
직장 생활의 다양한 애환을 비즈니스 언어가 아닌 감성적인 시로 대하니 새로워
시집의 서정성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격려가 되기를 (양정열 칸타 코리아 대표)
새로운 세기를 시작한 2000년 가을 대학원 졸업을 앞둔 이송우의 첫 직장 면접관으로서 기억이 선명하다. 리서치 회사에서 분석 업무를, 그 후 전자 회사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 이송우는 이번 시집에서 본인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때로는 무심하게 그려 나간다. 직장 생활의 다양한 애환을 비즈니스 언어가 아닌 감성적인 시로 대하니 새롭고 흥미롭다. 하나의 경험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함을 느낀다. 이 시집의 서정성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격려가 되기를 소망한다. (표사 전문)
■ 이송우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질의_편집자)
- 첫 시집 이후 두 번째 시집입니다. 이번 시집을 발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이자 계기는 제가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 것입니다. 직장 생활은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일이자, 한편으로 경제 3주체의 하나인 기업 내에서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보다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 생활과 공간을 떠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요. 제게 큰 도전이자 난관이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시를 쓰는 것이 제게는 일종의 위로와 자기 구원이 되었다고 할까요? 시 안에서 시적 화자와 대화를 하고, 또 시적 형상화 과정에서 과거의 슬픔과 기쁨을 다시 체험한다는 것 모두 위로가 되었습니다.
- 프리랜서로 업을 바꾸신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집필 배경과 취지를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HP Printing Korea와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에서 시장 및 고객 분석, 마케팅, 상품기획 등의 업무를 주로 해왔습니다. 그 이전 칸타 TNS Korea 근무 기간에 분석 및 마케팅 업무의 기본기를 배웠고요.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분리하였고, 2017년 11월에 HP는 이를 인수·합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퇴직하게 되었는데, 그들 안에는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복합기를 개발한 원년 멤버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지난 오 년간 천천히 직장 생활을 정리했던 셈입니다.
프리랜서가 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간 역할과 지위를 내려놓고 맨몸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직장 생활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고, 기뻤거나 슬펐던 점, 괴로웠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말씀드려볼까요. 소위 '삼성맨'들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합병된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이 부정되고 더 이상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그들은 정서적으로 모욕 받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저 자신뿐만 아니라 이분들의 상실감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극한의 경쟁을 뚫고 삼성에 입사한 청년 세대들 역시 매각 처리 과정에서 그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고요. 그 분노와 상실감을 들여다보다 보니 직장인의 주요 생애 주기 전반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고봉준 평론가가 지적했듯, '균일하지 않고 다양한' 노동자의 생존기라는, 일종의 연대기식 시집을 집필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첫 번째 시집의 집필 취지를 '역사를 시로 기록하기'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참고로 첫 시집은, 국제 법학자회의가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 앞에 부서진 청춘, 그리고 그 고통을 그대로 함께 견뎌낸 가족들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했는데요. 이번 시집은 그런 거대 역사가 아닌, 일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것에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일상 역시 중요한 역사의 사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시집의 취지를 '직장인의 일상을 미시사(微視史)로 기록하기'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상에는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애오욕이 모두 존재합니다. 저는 이십 대에서 오십 대에 이르는 직장인들의 일상, 그 작은 사건 하나하나를 시적으로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체험들을 기반으로 시적 형상화를 확장해갔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고, 과거 일했으며, 미래 일할 사람들 모두에게 제 시집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만으로 위로받는 존재들이거든요. 한편으로는 선배님들과 술 마시면서 직장 생활에 대해 말하고 웃고 울면서, 인수 합병 이후의 삶을 해원(解?)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번 시집을 묶으면서 각별했던 이야기나 사건이 있으신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시집은 직장 생활, 혹은 노동의 연대기(年代記)입니다. 이 연대기 중 제 마음에 있는 세 가지 장면 혹은 일화를 말씀드려볼까요. 순서상으로 말하자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자 하는 순간의 간절함, 숱한 이력서를 넣고 낙방하면서도 직장을 찾아야 하는 취업 준비생이 보입니다. 지금은 취업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청년 창업이나 고시 준비 쪽으로 구조적으로도 내몰리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한때 산에 올라가면 '야호!'라고 외치곤 했지요. 저도 취준생 시절에 무던히도 산에 올라가서 울부짖었습니다. 그때의 울부짖음을 3부 청년 취업기에 담았습니다.
다음으로 짚고 싶은 경험은 한창 일할 때 얘기입니다. 얼마나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자면서 식은땀을 무척 흘렸습니다. 제가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지만, 제가 누웠던 곳은 이불이며 베개며 모두 다 흥건히 젖었습니다. 특히 일요일 저녁이면 월요일 출근이 긴장되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고충을 밀라노 출장 갔을 때 선배한테 토로한 적 있었습니다. '다 괜찮아. 너 혼자 다 책임지려고 하지 마. 결국은 지나간다.' 그 선배도 먼저 퇴직해서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십니다만, 그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날 택시에서 바라봤던 밀라노 기차역이 얼마나 황홀한 주황색이었든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도 그렇다는 공감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걸 알았지요.
제가 좌충우돌하는 어린 망아지처럼 날뛰던 때, 상품기획 고참 부장님과의 일화를 마지막으로 뽑고 싶습니다. 그때는 제가 업무에 몰두하면 술 한잔 안 마시던 때였습니다. 그 선배는 다짜고짜 술자리를 만들고 제게 소주를 권했지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반복되니까 원래 안 먹던 꼼장어나 곱창까지 먹게 되었습니다. 그 형님 엄청 고집쟁이로 유명했는데, 벚꽃 만발한 어느 날 낙화한 벚꽃을 모아 손에 쥐고선, 골똘히 생각하며 걷는 내 머리 앞에 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단언코 그처럼 아름답던 벚꽃비를 본 적이 없습니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을 위해 날리는 벚꽃비를 보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장면들이 직장 생활의 시름을 잊고, 또 가치있는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해 준 경험이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 문학평론가 고봉준 선생님께서는 이번 시집을 '노동자 극한 생존기'라고 명명하시면서 '균열된 노동의 연대와 기억의 영속성'이라고 짚으셨는데요. 이런 '기억의 시'들을 계속 쓰실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첫 시집이 거대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시집은 개인의 미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또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평론가 선생님들은 주로 두 번째 시집을 낸 분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지금 당장은 프레시안에서 연재되고 있는, 〈한국 전쟁 기간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시를 계속 쓰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어떤 형태의 글을 쓴다고 해도 역사에 천착하는 습성은 아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루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일상의 구체성을 기반으로 보편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역사와 이야기는 제 창작의 힘과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삶을 재구성한 연대기: 노동자 극한 생존기"
다양한 방식으로 균열된 노동자가 겪는 운명적 상처를 고발하고, 생존을 위해 벌이는 투쟁적 일상 속 작은 연대를 드러내고 있어 (문학평론가 고봉준)
현대 기업은 배제와 연대라는 상호 모순적인 생태계를 모태로 한다. 이송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신세기 타이밍』은 마치 드라마 〈미생(未生)〉이 그러했듯, 직장인의 애환과 현대인의 삶을 전형적으로 드러낸다. '노동자 극한 생존기'는 배제된 이들에 대한 공감의 눈물을 기록함과 동시에,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생존을 확인하는 의식(儀式)이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극한의 효율과 최적의 조합을 추구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함께 소주를 부으며 '우리 세상에서 없는 상품을 만드는 거야'(「상품기획, 불발」)라고 다짐을 하거나, '떨어진 꽃잎을 한 주먹 그러모아' 서로의 '머리 위로 뿌려주'(「생살을 벗겨내고 가죽을 새로」)는 것이다.
본디 한 뿌리였던 노동자는 기업 내에서 임원과 사원, 선배와 후배, 인사 관리자와 저성과자 등으로 균열된다. 이송우 시인은 이 균열 속에서 발생한 배제와 상처가 초기 자본주의 체제와 달리 더 정교하고 교묘하게 한 개인의 삶 속으로 침투했음을 증언한다. 더불어 시인이 천착하는 바는, 기업에서 살아남은 이와 떠난 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이들 사이의 정서적 연대에 대해서 보내는 공감이다. 시인은 생존을 위해 분투한 이들의 생장(生長)과 소멸을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형형색색으로 기술하고, 또한 오늘을 살아가야 할 직장인들을 뜨겁게 응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연대와 공감과 응원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성으로 재현된다. 그 연속성 위에 '당신과 나'(「진부령 종산제」), 즉 모든 균열된 노동자가 연결된다. 시인에게 '기억'의 의미는 이것이다. 아니, 시인은 기억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기억이 존재하는 한 삶의 한 구비에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즉 '당신과 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설에서)
지독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기적같이 발굴된 시적 언어
평범한 삶에서 건져낸 원석들이 문학을 넘어 직장인들의 손에 널리 들리기를 (신동호 시인)
시는 지독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기적같이 발굴되는 것. 시인의 눈은 위로 향할 리 없다. 언제나 자신만이 천벌처럼 주목하는, 낮은 곳으로 향한다. 이송우 시인은 인간다운 삶을 영업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영업 현장에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알렉스의 살벌한 자본주의와 부딪쳐야 한다. 세계는 '한솥밥 먹던 사람들, 노소로 단번에 갈라놓는다.'(「모세의 기적」) 그러나 시인은 '우리 눈과 눈을 맞추고 일할 수 있기를 무릎 꿇고 앉아 온 우주가 담긴 눈동자를 서로 바라볼 수 있기를'(「눈과 눈을 맞추고」) 꿈꾼다. 덕분에 '귀국편에서 목을 맨'(「호모 루덴스」) 영업팀 이부장의 이야기도 잊지 않게 되었다. 이번 『신세기 타이밍』은 평범한 삶에서 건져낸 원석이다. 솔직하면서 화가 나고, 눈물겨우면서 용서하게 된다. 이 시집이 문학을 넘어 직장인들의 손에 널리 들렸으면 좋겠다. 큰 위로가 되리라. (표사 전문)
직장 생활의 다양한 애환을 비즈니스 언어가 아닌 감성적인 시로 대하니 새로워
시집의 서정성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격려가 되기를 (양정열 칸타 코리아 대표)
새로운 세기를 시작한 2000년 가을 대학원 졸업을 앞둔 이송우의 첫 직장 면접관으로서 기억이 선명하다. 리서치 회사에서 분석 업무를, 그 후 전자 회사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 이송우는 이번 시집에서 본인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때로는 무심하게 그려 나간다. 직장 생활의 다양한 애환을 비즈니스 언어가 아닌 감성적인 시로 대하니 새롭고 흥미롭다. 하나의 경험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함을 느낀다. 이 시집의 서정성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격려가 되기를 소망한다. (표사 전문)
■ 이송우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질의_편집자)
- 첫 시집 이후 두 번째 시집입니다. 이번 시집을 발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이자 계기는 제가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 것입니다. 직장 생활은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일이자, 한편으로 경제 3주체의 하나인 기업 내에서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보다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 생활과 공간을 떠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요. 제게 큰 도전이자 난관이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시를 쓰는 것이 제게는 일종의 위로와 자기 구원이 되었다고 할까요? 시 안에서 시적 화자와 대화를 하고, 또 시적 형상화 과정에서 과거의 슬픔과 기쁨을 다시 체험한다는 것 모두 위로가 되었습니다.
- 프리랜서로 업을 바꾸신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집필 배경과 취지를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HP Printing Korea와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에서 시장 및 고객 분석, 마케팅, 상품기획 등의 업무를 주로 해왔습니다. 그 이전 칸타 TNS Korea 근무 기간에 분석 및 마케팅 업무의 기본기를 배웠고요.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분리하였고, 2017년 11월에 HP는 이를 인수·합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퇴직하게 되었는데, 그들 안에는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복합기를 개발한 원년 멤버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지난 오 년간 천천히 직장 생활을 정리했던 셈입니다.
프리랜서가 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간 역할과 지위를 내려놓고 맨몸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직장 생활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고, 기뻤거나 슬펐던 점, 괴로웠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말씀드려볼까요. 소위 '삼성맨'들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합병된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이 부정되고 더 이상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그들은 정서적으로 모욕 받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저 자신뿐만 아니라 이분들의 상실감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극한의 경쟁을 뚫고 삼성에 입사한 청년 세대들 역시 매각 처리 과정에서 그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고요. 그 분노와 상실감을 들여다보다 보니 직장인의 주요 생애 주기 전반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고봉준 평론가가 지적했듯, '균일하지 않고 다양한' 노동자의 생존기라는, 일종의 연대기식 시집을 집필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첫 번째 시집의 집필 취지를 '역사를 시로 기록하기'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참고로 첫 시집은, 국제 법학자회의가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 앞에 부서진 청춘, 그리고 그 고통을 그대로 함께 견뎌낸 가족들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했는데요. 이번 시집은 그런 거대 역사가 아닌, 일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것에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일상 역시 중요한 역사의 사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시집의 취지를 '직장인의 일상을 미시사(微視史)로 기록하기'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상에는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애오욕이 모두 존재합니다. 저는 이십 대에서 오십 대에 이르는 직장인들의 일상, 그 작은 사건 하나하나를 시적으로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체험들을 기반으로 시적 형상화를 확장해갔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고, 과거 일했으며, 미래 일할 사람들 모두에게 제 시집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만으로 위로받는 존재들이거든요. 한편으로는 선배님들과 술 마시면서 직장 생활에 대해 말하고 웃고 울면서, 인수 합병 이후의 삶을 해원(解?)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번 시집을 묶으면서 각별했던 이야기나 사건이 있으신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시집은 직장 생활, 혹은 노동의 연대기(年代記)입니다. 이 연대기 중 제 마음에 있는 세 가지 장면 혹은 일화를 말씀드려볼까요. 순서상으로 말하자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자 하는 순간의 간절함, 숱한 이력서를 넣고 낙방하면서도 직장을 찾아야 하는 취업 준비생이 보입니다. 지금은 취업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청년 창업이나 고시 준비 쪽으로 구조적으로도 내몰리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한때 산에 올라가면 '야호!'라고 외치곤 했지요. 저도 취준생 시절에 무던히도 산에 올라가서 울부짖었습니다. 그때의 울부짖음을 3부 청년 취업기에 담았습니다.
다음으로 짚고 싶은 경험은 한창 일할 때 얘기입니다. 얼마나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자면서 식은땀을 무척 흘렸습니다. 제가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지만, 제가 누웠던 곳은 이불이며 베개며 모두 다 흥건히 젖었습니다. 특히 일요일 저녁이면 월요일 출근이 긴장되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고충을 밀라노 출장 갔을 때 선배한테 토로한 적 있었습니다. '다 괜찮아. 너 혼자 다 책임지려고 하지 마. 결국은 지나간다.' 그 선배도 먼저 퇴직해서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십니다만, 그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날 택시에서 바라봤던 밀라노 기차역이 얼마나 황홀한 주황색이었든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도 그렇다는 공감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걸 알았지요.
제가 좌충우돌하는 어린 망아지처럼 날뛰던 때, 상품기획 고참 부장님과의 일화를 마지막으로 뽑고 싶습니다. 그때는 제가 업무에 몰두하면 술 한잔 안 마시던 때였습니다. 그 선배는 다짜고짜 술자리를 만들고 제게 소주를 권했지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반복되니까 원래 안 먹던 꼼장어나 곱창까지 먹게 되었습니다. 그 형님 엄청 고집쟁이로 유명했는데, 벚꽃 만발한 어느 날 낙화한 벚꽃을 모아 손에 쥐고선, 골똘히 생각하며 걷는 내 머리 앞에 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단언코 그처럼 아름답던 벚꽃비를 본 적이 없습니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을 위해 날리는 벚꽃비를 보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장면들이 직장 생활의 시름을 잊고, 또 가치있는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해 준 경험이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 문학평론가 고봉준 선생님께서는 이번 시집을 '노동자 극한 생존기'라고 명명하시면서 '균열된 노동의 연대와 기억의 영속성'이라고 짚으셨는데요. 이런 '기억의 시'들을 계속 쓰실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첫 시집이 거대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시집은 개인의 미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또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평론가 선생님들은 주로 두 번째 시집을 낸 분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지금 당장은 프레시안에서 연재되고 있는, 〈한국 전쟁 기간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시를 계속 쓰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어떤 형태의 글을 쓴다고 해도 역사에 천착하는 습성은 아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루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일상의 구체성을 기반으로 보편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역사와 이야기는 제 창작의 힘과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목차
목차
제1부 신세기 타이밍
청년 아력산뎐/ 新 견원지간/ 그 연극은 대학로였으니/ 힘센 마법/ 망울을 여는 복수초처럼/ 정전, 라고스/ 내 인생 분석의 결과/ 신세기 타이밍/ 선인장/ 인간 상관계수 0.3/ T2O/ 숫자의 강물/ 계절을 검증하지 않듯/ 가면 놀이
제2부 보스턴 강에 나갔어야 했다고
상품기획, 불발/ 눈과 눈을 맞추고/ 생살을 벗겨내고 가죽을 새로/ 다르니까 함께/ 상호안전 보장원칙/ 영업 백서 발간/ 헬조선의 숙제/ 아스팔트 위의 물고기/ 아를로뇩 호텔의 까레이스키/ 보스턴 강에 나갔어야 했다고/ 호모 루덴스/ 나의 왼쪽/ 마케팅 출사표
제3부 취업기
취업기 1 - 신세계/ 취업기 2 - 학생 부부/ 취업기 3 - 비씨카드사 면접/ 취업기 4 - 취업 야사/ 취업기 5 - 그레이 칼라/ 취업기 6 - 우리의 셈법/ 취업기 7 - 노란 동백/ 취업기 8 - 레미 마르탱/ 취업기 9 - 눈물의 �양꿍/ 취업기 10 - 서른 즈음/ 취업기 11 - 숙취의 방정식/ 취업기 12 - 발렌시아의 밤/ 취업기 13 - 내일 일기
제4부 사십 대에 현악기는 안 된다고요?
아이가 아이를/ 불임/ 모세의 기적/ 역량개선 프로그램/ 임원항 대박횟집/ 강제휴업명령/ 당신의 비전/ 아웃 오브 아메리카/ 사십 대에 현악기는 안 된다고요?/ 타임머신을 타라/ 상품기획 홈커밍/ 우두커니 섰다/ 미술 치료/ 진부령 종산제
청년 아력산뎐/ 新 견원지간/ 그 연극은 대학로였으니/ 힘센 마법/ 망울을 여는 복수초처럼/ 정전, 라고스/ 내 인생 분석의 결과/ 신세기 타이밍/ 선인장/ 인간 상관계수 0.3/ T2O/ 숫자의 강물/ 계절을 검증하지 않듯/ 가면 놀이
제2부 보스턴 강에 나갔어야 했다고
상품기획, 불발/ 눈과 눈을 맞추고/ 생살을 벗겨내고 가죽을 새로/ 다르니까 함께/ 상호안전 보장원칙/ 영업 백서 발간/ 헬조선의 숙제/ 아스팔트 위의 물고기/ 아를로뇩 호텔의 까레이스키/ 보스턴 강에 나갔어야 했다고/ 호모 루덴스/ 나의 왼쪽/ 마케팅 출사표
제3부 취업기
취업기 1 - 신세계/ 취업기 2 - 학생 부부/ 취업기 3 - 비씨카드사 면접/ 취업기 4 - 취업 야사/ 취업기 5 - 그레이 칼라/ 취업기 6 - 우리의 셈법/ 취업기 7 - 노란 동백/ 취업기 8 - 레미 마르탱/ 취업기 9 - 눈물의 �양꿍/ 취업기 10 - 서른 즈음/ 취업기 11 - 숙취의 방정식/ 취업기 12 - 발렌시아의 밤/ 취업기 13 - 내일 일기
제4부 사십 대에 현악기는 안 된다고요?
아이가 아이를/ 불임/ 모세의 기적/ 역량개선 프로그램/ 임원항 대박횟집/ 강제휴업명령/ 당신의 비전/ 아웃 오브 아메리카/ 사십 대에 현악기는 안 된다고요?/ 타임머신을 타라/ 상품기획 홈커밍/ 우두커니 섰다/ 미술 치료/ 진부령 종산제
저자
저자
이송우
2018년 계간 ≪시작≫에 「유신의 기억」, 「세례자 요한의 머리 앞에」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노란 꽃들을 모릅니다』, 미얀마 혁명시 모음인 공편 시집 『나의 투쟁 보고서』가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및 창작21 작가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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