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어시장
이재덕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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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덕 시인은 시집 『당신의 뜰』, 수필집 『오솔길』에 이어서 시조집 『마산 어시장』을 내놓았다. 첫 시집인 『당신의 뜰』에서 생활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시조집에서는 전형적인 평시조를 쓰고 있다. 총 95편의 시조에서 단시조 5편을 제외하면 90편이 2수 이상의 연시조로 되었고, 3수 이상이 70편에 이른다. 이것을 보면 문장의 호흡이 대체로 길다고 말할 수가 있다. 물론 문장의 호흡이 길다고 해서 더 걸출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문장을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도 말할 수가 있다.
이재덕 시인의 시조 역시 시 작품처럼 생활 시조를 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주변의 이야기와 삶의 바탕이 되는 소재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 임창연 (시인·문학평론가)
이번 시조집에서는 전형적인 평시조를 쓰고 있다. 총 95편의 시조에서 단시조 5편을 제외하면 90편이 2수 이상의 연시조로 되었고, 3수 이상이 70편에 이른다. 이것을 보면 문장의 호흡이 대체로 길다고 말할 수가 있다. 물론 문장의 호흡이 길다고 해서 더 걸출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문장을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도 말할 수가 있다.
이재덕 시인의 시조 역시 시 작품처럼 생활 시조를 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주변의 이야기와 삶의 바탕이 되는 소재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 임창연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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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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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집 해설]
"시장이라는 세상"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1. 들어가며 - 시조의 유래와 형식
'시조時調'라는 명칭의 정확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라는 일설이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만, 시조를 다르게 부르는 몇 가지 말들 중에 '시절가時節歌'가 등장하기도 한다. 신라 헌강왕 5년에 처용이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른 시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8구체 향가로 구성된 처용가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고려 후기와 조선 개국 초기에 시조의 형식을 갖춘 명작이 많이 전해졌다. 조선 중기에 시절가조에서 줄인 말로 시조라고 개칭하여 정형시조의 형식을 정립하였다고 한다.
일석 이희승 선생은 시조는 무당의 노랫가락에서 유래했다고 주장(시조 기원에 관한 일고찰-1993) 했고,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정병욱 선생은 별곡체라고 하는 고려가요가 붕괴되면서 〈만전춘별사〉와 같은 형식이 나타나서 나중에 시조로 바뀌었다고 이론(한국고시가론 1977)에서 밝힌 바 있다.
한자로 '때 시時'를 쓴다. 으레 '시 시詩'를 쓰겠거니 짐작하여, '시조詩調'라고 잘못 아는 경우도 있다. 읊을 때 창을 곁들이는 등 음악과도 밀접한데, 이런 특성을 배제하고 시 문학으로서 다룰 때는 '시조시時調詩'라고 흔히 부른다.
각 장은 낱말의 글자 수가 3(4)-4-3(4)-4, 3(4)-4-3(4)-4, 3-5-4-3으로 되어 있는데 한두 글자씩은 가감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각 낱말이 음보율을 이루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종장의 첫 음보(첫 구)는 꼭 세 글자, 두 번째 단어는 다섯 글자 이상으로 되어야 한다. 초장에서 제시한 주제 의식 혹은 미의식을, 초장과 동일한 음보율의 중장에서 유사한 의미나 구조의 문장을 반복하여 증폭-심화시키고, 종장에 이르러서는 첫 음보에서 '어즈버', '아해야', '님금하' 같은 감탄사나 호격사 등을 통해 집약했다가, 일반적인 음보보다 자수가 많은 종장 둘째 음보에서 분출하여 절정에 이르게 하는 것이 평시조의 미적 특징이다.
고려 중기에 등장해 형태 자체는 고려 말기에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이 시조에 무반주로 가락을 붙여 여유로운 노래처럼 읊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시조창'이라고 하며 시조창 한 가지를 알아두면 다른 평시조에는 모두 응용해 부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980년대 한국가요와 2000년대 한국가요가 템포가 빨라지는 쪽으로 변한 것처럼 시조창도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점점 템포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시조에는 보통 제목이 없기에 초장의 첫 구를 제목 대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시조 여러 개를 이어 하나의 시로 만든 '연시조'라는 새로운 형태도 만들어졌다. 현대의 시조 작가들은 보통 이 방식을 이용하며, 보통 평시조를 이어서 사용한다.
대표적인 한국의 3대 시조집이라고 하면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를 일컫는다.
시조는 형태가 확립된 한국의 대표적인 정형시로 3장 6구 4보격 12음보 총 45자 내외로 이루어지는 것을 기본 형식, 이른바 '평시조'로 하며 3장을 각각 초장, 중장, 종장으로 부른다. 시조의 형식은 평시조, 엇시조(어느 한 장이 6~7음보로 이루어진 시형), 사설시조(어느 한 장이 8음보 이상 길어지거나 각장이 모두 길어진 산문형식의 시조), 양장시조(초 중장 가운데 한 장이 생략된 형식으로 2장 시조), 연형시조(평시조, 사설시조, 옵니버스형시조), 동시조(동심을 담은 시조) 등 대략 여섯 종류가 있다. 아울러 시조의 내용면에서 분류하자면 서정시조, 서사시조, 교훈시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은 구별 배행 시조를 많이 쓰는데, 시조를 장별로 줄을 나누어 세 줄로 쓴 시조가 아닌, 구별로 나누어 쓴 시조. 한 장을 한 연처럼 보이기 위해 장별로 행을 또 나누기도 한다. 현대 시인들이 시조 형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2. 시간 - 과거와 미래 그리고 난제
이재덕 시인은 시집 『당신의 뜰』, 수필집 『오솔길』에이어서 시조집 『마산 어시장』을 내놓았다. 첫 시집인 『당신의 뜰』에서 생활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시조집에서는 전형적인 평시조를 쓰고 있다. 총 95편의 시조에서 단시조 5편을 제외하면 90편이 2수 이상의 연시조로 되었고, 3수 이상이 70편에 이른다. 이것을 보면 문장의 호흡이 대체로 길다고 말할 수가 있다. 물론 문장의 호흡이 길다고 해서 더 걸출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문장을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도 말할 수가 있다. 이재덕 시인의 시조 역시 시작품처럼 생활 시조를 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주변의 이야기와 삶의 바탕이 되는 소재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호동 달동네 계단 위에 까치집
보기는 나뭇가지 얼기설기 걸쳤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는 숨소리 새록새록
안방에 빠알간 반닫이 정겹다
어미는 부지런히 사랑을 물어오고
높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보금자리
- 「까치집」 전문
성호동은 시인이 가장 어려웠던 신혼 초의 생활이 시작되었던 동네이다. 단칸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끼니때가 되면 무슨 국을 끓이는지 다 알 수가 있는 이웃들이 함께 살았다. 단칸방에는 커다란 장롱 대신에 붉은 포마이카를 칠한 반닫이가 옷장을 대신했다. 그 반닫이 위에는 이불이 놓였고 그 위에는 식구수만큼 베개가 올려졌다. 쌀은 그날 수입이 있으면 봉지쌀을 샀고 아니면 밀가루로 수제비를 끓여 먹었던 시절이다. 이 까치집은 바로 시인의 집이기도 하다. 달동네의 집들이 마치 높은 나무 위에 달린 까치집처럼 보였던 것이다.
먹고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어미는 자식들에게 끼니를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듬뿍 주었던 욕심 없던 시절이었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자식들의 잠든 모습만 봐도 절로 기쁨이 새록새록 피어나던 시간이었다.
자꾸만 가고 있다 불러도 대답 없다
돌아도 보지 않고 쉬지 않고 가고 있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다
백 년도 그저 가고 천 년도 그저 간다
그대는 어찌하여 인사도 아니하고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가기만 하는구나
- 「나이」 전문
인간의 삶에 난제가 있다면 그것은 죽음이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멈추지 않는 바퀴가 계속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변하게 한다. 인간도 제법 지혜를 깨달을 즈음에 죽음의 문턱에 더 가까이 닿아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시인 역시도 빠르게 지나온 세월을 나이로 재어보니 모래시계의 윗부분에 남은 모래처럼 아슬하면서도 황망할 따름이다. 이것이 어찌 시인만의 문제일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인 동시에 운명인 것이다.
다만 자신에게만 향한 욕심을 버리고 같은 시간을 좀 더 이타적인 삶을 추구할 때 사회라는 공동체가 행복해질 수가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시인 역시도 시간을 바라볼 때 방관자의 입장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사람 - 애증愛憎의 관계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관계는 언제든 돌아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돌아서면 최악의 적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 제일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문제점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련한 저 나무야 딱 붙은 그 딱지는
평생에 한이 되어 데리고 가야지만
귀울림 아픈 다리는 나아서 살다가소
어머니 하신 말씀 귓가에 돌고 돈다
칠십 년 그 세월이 하루만 된 것 같고
지난 삶 엉키어버린 그 굴레 잊어간다
- 「나무의 애환」 전문
나무의 상처로 인해 생긴 옹이는 아픈 흔적이지만 마치 시인의 자신으로 투영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머님의 훈계가 문득 깨달음이 왔지만 어쩌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자신을 향한 애증도 엉킨 실타래처럼 풀어야 하지만 그 마저도 문득문득 잊고 살게 된다.
- 상략 -
아줌마 벌에 쏘여 못 내려온다 하고
급하게 알렸지만 들은 체 아니하고
동동주 잔을 들고서 돌아도 아니 보네
- 중략 -
지금은 가고 없는 그 사람 생각나서
사진만 쳐다봐도 그리움 달래면서
한 많은 세월은 가고 사람은 오지 않네
- 「무심한 남자」 일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제일 큰 상처를 주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남편과 아내의 관계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되어 화병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이지만 살아서 자신의 성격대로 살다 보니 아내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되었고 간병하느라 육신도 힘들었을 터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그리움으로 가끔씩 새록새록 피어나니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아버지 환후 소식 듣고도 못 오는 딸들
막차가 올 시간에 딸 기다린 울 아버지
끝끝내 두 볼에 흐르는 반짝이는 두 줄기
- 「아버지」 일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늘 짝사랑이다. 시집간 딸들이야 출가외인이라 마음껏 오갈 수도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이야 자가용이 흔해서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이면 오고 가지만 그 옛날 대중교통만 다니던 시절에는 시집간 딸들이 고향 한번 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터이다. 막차까지 딸들을 기다렸던 아버지의 마음은 딸들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헤아려 아픔이 느껴진다.
4. 삶 - 화해의 현장
삶이란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자연이라함은 사람이 공존하는 현장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사람도 살 수가 없는 환경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가 병들게 된다.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시장이다.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한 「마산 어시장」을 한번 읽어보자.
어둠을 밟고 가는 상인들 걸음에서
시장은 잠을 깨고 여명이 밝아온다
생선은 몸단장하고 손님을 기다리네
내 님은 누가 될까 눈여겨 바라보며
오가는 사람에게 몸매를 자랑한다
한바탕 경매 소리에 사랑을 유혹하는
봄이면 향기를 미더덕이 뿜어낸다
여름엔 장어구이 행인을 유혹하고
가을엔 전어 아줌마 입맛을 불러온다
- 「마산 어시장」 전문
가끔은 생활의 의욕이 없을 때나 삶의 게으름이 일어날 때 시장 중에도 어시장에 가면 살아서 펄펄 뛰는 생선처럼 삶도 회춘의 시간을 얻게 된다. 시장은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시장은 사람들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한 영역으로 존재하여 왔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무릇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포괄적 개념들의 의미를 밝히기는 쉽지 않듯이, 시장의 뜻도 부족함이 없이 밝히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시장이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주고받는 관계의 소통의 개념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다른 의미에서 이 세상 자체가 커다란 시장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시인 자신도 시장에서 인간관계의 잔뼈가 굵어진 사람이다. 독자들 역시도 시인처럼 세상이라는 시장에서 남은 시간을 사람과 부딪히고 흥정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시인은 이제 상품 대신 시를 써서 독자들에게 내어놓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시라는 상품을 공감하면 마음에 들이게 될 것이니 시인은 이 시집 『마산 어시장』을 통째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또 이재덕 시인이 앞으로 계속 쓸 작품과 시집에도 기대를 걸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이 쓴 시조 한 편을 소개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꽃'과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고 희망해 본다.
한 송이 피는 꽃이 그렇게 예쁠 줄은
손목을 부여잡고 사랑도 했지만은
한 손에 닿지 아니한 너를 지금도 못 잊어
- 「꽃」 일부
"시장이라는 세상"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1. 들어가며 - 시조의 유래와 형식
'시조時調'라는 명칭의 정확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라는 일설이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만, 시조를 다르게 부르는 몇 가지 말들 중에 '시절가時節歌'가 등장하기도 한다. 신라 헌강왕 5년에 처용이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른 시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8구체 향가로 구성된 처용가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고려 후기와 조선 개국 초기에 시조의 형식을 갖춘 명작이 많이 전해졌다. 조선 중기에 시절가조에서 줄인 말로 시조라고 개칭하여 정형시조의 형식을 정립하였다고 한다.
일석 이희승 선생은 시조는 무당의 노랫가락에서 유래했다고 주장(시조 기원에 관한 일고찰-1993) 했고,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정병욱 선생은 별곡체라고 하는 고려가요가 붕괴되면서 〈만전춘별사〉와 같은 형식이 나타나서 나중에 시조로 바뀌었다고 이론(한국고시가론 1977)에서 밝힌 바 있다.
한자로 '때 시時'를 쓴다. 으레 '시 시詩'를 쓰겠거니 짐작하여, '시조詩調'라고 잘못 아는 경우도 있다. 읊을 때 창을 곁들이는 등 음악과도 밀접한데, 이런 특성을 배제하고 시 문학으로서 다룰 때는 '시조시時調詩'라고 흔히 부른다.
각 장은 낱말의 글자 수가 3(4)-4-3(4)-4, 3(4)-4-3(4)-4, 3-5-4-3으로 되어 있는데 한두 글자씩은 가감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각 낱말이 음보율을 이루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종장의 첫 음보(첫 구)는 꼭 세 글자, 두 번째 단어는 다섯 글자 이상으로 되어야 한다. 초장에서 제시한 주제 의식 혹은 미의식을, 초장과 동일한 음보율의 중장에서 유사한 의미나 구조의 문장을 반복하여 증폭-심화시키고, 종장에 이르러서는 첫 음보에서 '어즈버', '아해야', '님금하' 같은 감탄사나 호격사 등을 통해 집약했다가, 일반적인 음보보다 자수가 많은 종장 둘째 음보에서 분출하여 절정에 이르게 하는 것이 평시조의 미적 특징이다.
고려 중기에 등장해 형태 자체는 고려 말기에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이 시조에 무반주로 가락을 붙여 여유로운 노래처럼 읊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시조창'이라고 하며 시조창 한 가지를 알아두면 다른 평시조에는 모두 응용해 부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1980년대 한국가요와 2000년대 한국가요가 템포가 빨라지는 쪽으로 변한 것처럼 시조창도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점점 템포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시조에는 보통 제목이 없기에 초장의 첫 구를 제목 대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시조 여러 개를 이어 하나의 시로 만든 '연시조'라는 새로운 형태도 만들어졌다. 현대의 시조 작가들은 보통 이 방식을 이용하며, 보통 평시조를 이어서 사용한다.
대표적인 한국의 3대 시조집이라고 하면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를 일컫는다.
시조는 형태가 확립된 한국의 대표적인 정형시로 3장 6구 4보격 12음보 총 45자 내외로 이루어지는 것을 기본 형식, 이른바 '평시조'로 하며 3장을 각각 초장, 중장, 종장으로 부른다. 시조의 형식은 평시조, 엇시조(어느 한 장이 6~7음보로 이루어진 시형), 사설시조(어느 한 장이 8음보 이상 길어지거나 각장이 모두 길어진 산문형식의 시조), 양장시조(초 중장 가운데 한 장이 생략된 형식으로 2장 시조), 연형시조(평시조, 사설시조, 옵니버스형시조), 동시조(동심을 담은 시조) 등 대략 여섯 종류가 있다. 아울러 시조의 내용면에서 분류하자면 서정시조, 서사시조, 교훈시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은 구별 배행 시조를 많이 쓰는데, 시조를 장별로 줄을 나누어 세 줄로 쓴 시조가 아닌, 구별로 나누어 쓴 시조. 한 장을 한 연처럼 보이기 위해 장별로 행을 또 나누기도 한다. 현대 시인들이 시조 형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2. 시간 - 과거와 미래 그리고 난제
이재덕 시인은 시집 『당신의 뜰』, 수필집 『오솔길』에이어서 시조집 『마산 어시장』을 내놓았다. 첫 시집인 『당신의 뜰』에서 생활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시조집에서는 전형적인 평시조를 쓰고 있다. 총 95편의 시조에서 단시조 5편을 제외하면 90편이 2수 이상의 연시조로 되었고, 3수 이상이 70편에 이른다. 이것을 보면 문장의 호흡이 대체로 길다고 말할 수가 있다. 물론 문장의 호흡이 길다고 해서 더 걸출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문장을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도 말할 수가 있다. 이재덕 시인의 시조 역시 시작품처럼 생활 시조를 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주변의 이야기와 삶의 바탕이 되는 소재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호동 달동네 계단 위에 까치집
보기는 나뭇가지 얼기설기 걸쳤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는 숨소리 새록새록
안방에 빠알간 반닫이 정겹다
어미는 부지런히 사랑을 물어오고
높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보금자리
- 「까치집」 전문
성호동은 시인이 가장 어려웠던 신혼 초의 생활이 시작되었던 동네이다. 단칸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끼니때가 되면 무슨 국을 끓이는지 다 알 수가 있는 이웃들이 함께 살았다. 단칸방에는 커다란 장롱 대신에 붉은 포마이카를 칠한 반닫이가 옷장을 대신했다. 그 반닫이 위에는 이불이 놓였고 그 위에는 식구수만큼 베개가 올려졌다. 쌀은 그날 수입이 있으면 봉지쌀을 샀고 아니면 밀가루로 수제비를 끓여 먹었던 시절이다. 이 까치집은 바로 시인의 집이기도 하다. 달동네의 집들이 마치 높은 나무 위에 달린 까치집처럼 보였던 것이다.
먹고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어미는 자식들에게 끼니를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듬뿍 주었던 욕심 없던 시절이었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자식들의 잠든 모습만 봐도 절로 기쁨이 새록새록 피어나던 시간이었다.
자꾸만 가고 있다 불러도 대답 없다
돌아도 보지 않고 쉬지 않고 가고 있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다
백 년도 그저 가고 천 년도 그저 간다
그대는 어찌하여 인사도 아니하고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가기만 하는구나
- 「나이」 전문
인간의 삶에 난제가 있다면 그것은 죽음이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멈추지 않는 바퀴가 계속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변하게 한다. 인간도 제법 지혜를 깨달을 즈음에 죽음의 문턱에 더 가까이 닿아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시인 역시도 빠르게 지나온 세월을 나이로 재어보니 모래시계의 윗부분에 남은 모래처럼 아슬하면서도 황망할 따름이다. 이것이 어찌 시인만의 문제일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인 동시에 운명인 것이다.
다만 자신에게만 향한 욕심을 버리고 같은 시간을 좀 더 이타적인 삶을 추구할 때 사회라는 공동체가 행복해질 수가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시인 역시도 시간을 바라볼 때 방관자의 입장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사람 - 애증愛憎의 관계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관계는 언제든 돌아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돌아서면 최악의 적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 제일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문제점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련한 저 나무야 딱 붙은 그 딱지는
평생에 한이 되어 데리고 가야지만
귀울림 아픈 다리는 나아서 살다가소
어머니 하신 말씀 귓가에 돌고 돈다
칠십 년 그 세월이 하루만 된 것 같고
지난 삶 엉키어버린 그 굴레 잊어간다
- 「나무의 애환」 전문
나무의 상처로 인해 생긴 옹이는 아픈 흔적이지만 마치 시인의 자신으로 투영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머님의 훈계가 문득 깨달음이 왔지만 어쩌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자신을 향한 애증도 엉킨 실타래처럼 풀어야 하지만 그 마저도 문득문득 잊고 살게 된다.
- 상략 -
아줌마 벌에 쏘여 못 내려온다 하고
급하게 알렸지만 들은 체 아니하고
동동주 잔을 들고서 돌아도 아니 보네
- 중략 -
지금은 가고 없는 그 사람 생각나서
사진만 쳐다봐도 그리움 달래면서
한 많은 세월은 가고 사람은 오지 않네
- 「무심한 남자」 일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제일 큰 상처를 주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남편과 아내의 관계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되어 화병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이지만 살아서 자신의 성격대로 살다 보니 아내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되었고 간병하느라 육신도 힘들었을 터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그리움으로 가끔씩 새록새록 피어나니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아버지 환후 소식 듣고도 못 오는 딸들
막차가 올 시간에 딸 기다린 울 아버지
끝끝내 두 볼에 흐르는 반짝이는 두 줄기
- 「아버지」 일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늘 짝사랑이다. 시집간 딸들이야 출가외인이라 마음껏 오갈 수도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이야 자가용이 흔해서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이면 오고 가지만 그 옛날 대중교통만 다니던 시절에는 시집간 딸들이 고향 한번 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터이다. 막차까지 딸들을 기다렸던 아버지의 마음은 딸들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헤아려 아픔이 느껴진다.
4. 삶 - 화해의 현장
삶이란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자연이라함은 사람이 공존하는 현장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사람도 살 수가 없는 환경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가 병들게 된다.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시장이다.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한 「마산 어시장」을 한번 읽어보자.
어둠을 밟고 가는 상인들 걸음에서
시장은 잠을 깨고 여명이 밝아온다
생선은 몸단장하고 손님을 기다리네
내 님은 누가 될까 눈여겨 바라보며
오가는 사람에게 몸매를 자랑한다
한바탕 경매 소리에 사랑을 유혹하는
봄이면 향기를 미더덕이 뿜어낸다
여름엔 장어구이 행인을 유혹하고
가을엔 전어 아줌마 입맛을 불러온다
- 「마산 어시장」 전문
가끔은 생활의 의욕이 없을 때나 삶의 게으름이 일어날 때 시장 중에도 어시장에 가면 살아서 펄펄 뛰는 생선처럼 삶도 회춘의 시간을 얻게 된다. 시장은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시장은 사람들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한 영역으로 존재하여 왔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무릇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포괄적 개념들의 의미를 밝히기는 쉽지 않듯이, 시장의 뜻도 부족함이 없이 밝히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시장이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주고받는 관계의 소통의 개념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다른 의미에서 이 세상 자체가 커다란 시장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시인 자신도 시장에서 인간관계의 잔뼈가 굵어진 사람이다. 독자들 역시도 시인처럼 세상이라는 시장에서 남은 시간을 사람과 부딪히고 흥정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시인은 이제 상품 대신 시를 써서 독자들에게 내어놓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시라는 상품을 공감하면 마음에 들이게 될 것이니 시인은 이 시집 『마산 어시장』을 통째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또 이재덕 시인이 앞으로 계속 쓸 작품과 시집에도 기대를 걸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이 쓴 시조 한 편을 소개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꽃'과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고 희망해 본다.
한 송이 피는 꽃이 그렇게 예쁠 줄은
손목을 부여잡고 사랑도 했지만은
한 손에 닿지 아니한 너를 지금도 못 잊어
- 「꽃」 일부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까치집
까치집
거미
할아버지 방
죽순
화장기 없는 얼굴
열무김치
무한의 가을
소나무
다랑논
마고 할미
묘사 떡
시민의 공원
나무의 애환
이의 생애
새
새·2
낚시
아버지
강가에서
옛날 같으면
보리밭 일기
옥수수
고사리
거실에 서서
2부 마산 어시장
갱죽
시골장
마산 어시장
오해와 실수
꽃
천관산
남자의 속성
그때 그 시절
기부
이별
고향의 봄
그때
청보리
봄을 캐다
고향 생각
책
죽순
면회
그리움
삶
삶·2
홍수
밥이 질다
고추와 가지
3부 어머니
문
거짓말
초가집 이야기
어머니
고리채
금연
병동
그를 찾아
할머니
할머니·2
뜬구름
가을
전대
새벽길
그네
두타산
가을비
구경
술값
나이
풍속
사랑
벌초
줄다리기
4부 감꽃
감꽃
다솔사
다솔사·2
산다는 것은
방랑자
등산
등산·2
삼총사
이명
칠순을 즈음하여
거짓말·2
자식이 무어길래
고모
집 똑똑이
삼종 올케
공룡능선
무심한 남자
딸
풍우남의 휴대폰
약자와 강자
동행
삼종 언니
딸과 여자
■ 시조집 해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시장이라는 세상"
1부 까치집
까치집
거미
할아버지 방
죽순
화장기 없는 얼굴
열무김치
무한의 가을
소나무
다랑논
마고 할미
묘사 떡
시민의 공원
나무의 애환
이의 생애
새
새·2
낚시
아버지
강가에서
옛날 같으면
보리밭 일기
옥수수
고사리
거실에 서서
2부 마산 어시장
갱죽
시골장
마산 어시장
오해와 실수
꽃
천관산
남자의 속성
그때 그 시절
기부
이별
고향의 봄
그때
청보리
봄을 캐다
고향 생각
책
죽순
면회
그리움
삶
삶·2
홍수
밥이 질다
고추와 가지
3부 어머니
문
거짓말
초가집 이야기
어머니
고리채
금연
병동
그를 찾아
할머니
할머니·2
뜬구름
가을
전대
새벽길
그네
두타산
가을비
구경
술값
나이
풍속
사랑
벌초
줄다리기
4부 감꽃
감꽃
다솔사
다솔사·2
산다는 것은
방랑자
등산
등산·2
삼총사
이명
칠순을 즈음하여
거짓말·2
자식이 무어길래
고모
집 똑똑이
삼종 올케
공룡능선
무심한 남자
딸
풍우남의 휴대폰
약자와 강자
동행
삼종 언니
딸과 여자
■ 시조집 해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시장이라는 세상"
저자
저자
이재덕
경남 의령 출생
창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 시 창작반 수료
《에세이포레》 수필 등단
《좋은문학》 창작예술인협회 시 등단
《한비문학》 시조 등단
현재 창원마산 창신문우회, 붓꽃문학회 회원
시집 『당신의 뜰』
시조집 『마산 어시장』
수필집 『오솔길』
창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 시 창작반 수료
《에세이포레》 수필 등단
《좋은문학》 창작예술인협회 시 등단
《한비문학》 시조 등단
현재 창원마산 창신문우회, 붓꽃문학회 회원
시집 『당신의 뜰』
시조집 『마산 어시장』
수필집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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