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꽃(창연시선 17)
정정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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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향의 시는 단단하고 깔끔하다. 그의 이번 두 번째 시집에는 그 전반에 꽃의 이미지가 편만해 있다. 시인에게 있어 눈으로 보이는 꽃은 곧 마음으로 품고 있는 꽃의 의미를 대행한다. 시인은 때로 화려하고 때로 후박한 꽃의 이미지로 세상사를 바라본다. 그런가 하면 어느 결에 자신의 삶에 밀착해 있는 일상의 여러 모습을 조화롭게 그린다.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온갖 희로애락을 묘사하는가 하면, 병상의 아픔에 잠겨있는 이들과 그 생의 무게를 가늠한다. 이윽고 향리 고성의 공간 환경과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이르면, 우리는 문득 그의 시와 친숙해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시집을 만난 기쁨이 여기에 있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교수)
- 김종회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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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인연이라는 꽃에 대하여
이상익(시인·작곡가, 월간 〈모던포엠〉고문)
1.
이 지구 상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인연 없이 온 자도 없고 인연 없이 살아가는 자도 없으며 인연 없이 저 세상을 갈 수도 없다. 그 인연 따라 삶을 영위하다가 언젠가는 그 인연의 끈을 놓고 다시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좋은 만남도 그렇고 흔히 악연이라 하는 나쁜 만남도 모두 인연이다
인은 원인이며 그 원인으로 인해 연이 되어 맺어지는 것이 인연 아니던가
부모 자식 간에도 형제자매 간에도 친구 지간에도 연인과 부부지간에도 스승과 제자 지간에도 심지어 원수지간에도 예외 없는 것이 인연이 아닌가? 아무리 미물이라 할지라도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물 또한 이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진 데 하물며 우리 인간이야 두말해 무엇할까?
이 만큼 우리의 삶은 인연이라는 다이내믹한 삶의 현실 앞에 예외 없이 다 서 있는 것이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너무나 강하고 파손된 기물을 접붙이는 접착제 같아서 쉽게 떨궈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떤 인연을 맺느냐가 인생 항로의 결정판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인연을 주제로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저자에게는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속에 맺어진 인연의 고리 또한 시인의 연륜만큼이나 오랜 세월 동안 실타래처럼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을 것이다.
남편, 자녀, 형제자매 그리고 이 세상의 사람들…
특히 시인이 업으로 삼고 있는 중매를 통한 인연의 고리를 수없이 맺어 나가면서 온갖 부대낌 속에 지금에 이르고 있을 것이다.
시인의 첫 시집이 팔십 줄에 서 있는 지금에야 인연이라는 주제로 세상에 내어놓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2.
인연 중에 가장 근본적인 것은 가족 간에 맺어진 인연일 것이다.
시인은 그녀의 시 「어머니 생각」과 「어머니를 보내고」에서 세상의 연을 뒤로하고 하늘로 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이승과 저승 사이에 통행금지가 해제되어 서로 오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였다. 그 바람이 얼마나 간절한가?
어머니와 이별한 어느 자식인들 그런 심정 없는 이가 어디 있겠냐 마는 시인의 어머님에 대한 사모의 정이 눈물겹다.
「어머니를 보내고」에서도 "…먼저 간 아들 만나러 길 떠나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며 이승의 인연을 뒤로하고 저승에 머무르기 직전 "내 옆에서 사흘 밤만 잘 수 없느냐?"는 어머니의 간절함은 이승에서의 딸과의 인연이 끊어짐을 안타까워하는 어머님의 모습과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딸이 자신을 스스로 '불효'라며 가슴 치는 것은 어머니나 딸이나 이승에서의 끈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의 몸부림이었으리라.
「어머니처럼」의 시에는 어머니의 딸로서의 시인이 자신의 아들에게도 저승을 가기 전에 이승에서 더욱 간절한 인연의 끈을 동여매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스며있다.
병풍 뒤
돈 소용없다
귀신이 손이 있나 발이 있나
살아 생전 당당하게
잡비 달라 하신 어머니
이것도 유전인가
아들아,
뭐니 뭐니 해도
나 살아생전에
현금이다 했더니
올 설날
큰절 받고
세뱃돈도 듬뿍 받았다
바람 흔적으로 남은 자리
꽃 웃음 짓는
어머니처럼
- 「어머니처럼」 전문
아마 시인의 어머니는 살아생전 자식과의 인연의 끈을 최대화하기를 희망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딸에게 '내가 살아 있는 지금을 위하여 우리의 인연을 최대한 넓혀나가자'라는 바람을 피력하고자 원하였을 것이고 그것을 위하여 죽어서 나에게 잘한들 이승에서 이미 떠난 어머니는 이미 저승에 가버렸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의 '인연의 향유를 마음껏 누리자'라는 의미로 '잡비'를 지금 달라하셨을 것이다. 잡비가 목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금에 어머니와 자기와의 '인연의 향유를 마음껏 누려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으리라.
시인 또한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들에게도 '현금'을 요구하며 이승에서의 인연의 끈을 더욱 강하고 오래도록 가져가고 싶었을 것이다.
시집에는 아버지에 대한 내용은 없으나 〈붓꽃문학〉 15호에 실린 시인의 수필 「아버지가 그립다」에 보면 아버지와의 맺은 인연은 시인이 두 살 때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버지와의 이승에서의 인연은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어디선가 내려다보고 계실 아버지 생각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콸 쏟아지듯 그리움이 몰려든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훔쳐도 멈추지 않는다. 가슴 깊은 곳 한편에 보고 싶은 마음을 누름돌로 꾹꾹 눌러 놓은 것 같다"라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너무 일찍 연이 다한 아버지는 지금도 저 하늘에서 사랑하는 딸을 쳐다보고 있을 터이니 저승에서마저도 그 인연은 계속되고 있으리라.
인연이 닿아 연을 맺었던 사랑하는 남편, 그 남편의 정년퇴직으로 인해 이승에서의 끈이 다 할까 노심초사하는 시인의 마음이 역력하다. 그 대표적인 시가 「해거름」이다.
아침이 열리면
출근복 입고 바쁘게 삶의 일터로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 중략 -
어느새 들어오는
연금 숫자를 보며
오그라드는
간
이제 명약은
단 하나
무학산을 한 바퀴 돌고
동동주 한 잔에
지난 세월 오는 세월을
몽땅 담아
다 마시고
해거름에 총총총 들어오는
당신
기다리는
나
- 「해거름」 전문
남편과 맺은 인연을 백년해로하며 천수를 다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은 「홍시」에 잘 나타나 있다
영감과 나는
아침을 먹고 나면 홍시를 먹는다
초록빛
떫은 감이
터뜨려내지 못한 생명이
빨갛게 잘 익어서
오늘도
말없이
홍시를 먹는다
- 「홍시」 전문
남편의 퇴직으로 들어오는 연금을보며 가슴이 덜컹하여 세월 흘러감을 아파하는 시인은 남편이 병중에 있는 지금에야 그 마음 오죽 더할까?
홍시와 더불어 남편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냥 곁에만 있어줘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는가?
시인은 전혀 몰랐던 어느 아가씨가 어느 날 며느리의 인연으로 다가왔을 때 그 인연의 소중함이 어떤 것 인가는 「착한 나의 며느리」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시인에게 선물로 다가온 며느리의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는 시인의 며느리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 속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이 또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나의 식구가 되어 준 며느리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리라.
혈육인 오빠와의 이별 또한 가슴이 아려 온다.
나 이제 가야 합니다
어머니의 가슴에 못 박고
먼저 갑니다
- 중략 -
어머니! 아무리 살려고 해도
그놈의 병은 와 그리 찾아옵니까
불효자라고 욕하십시오
시원 엄마 미안하다
참 말할 수 없이 당신을 괴롭혔다
그건 내 맘이 아니고 병 탓이다
세 자식 맡기고 간다
- 중략 -
운명이라 생각해도
분하고 분하다
오빠!
하늘나라에서 웃고만 살아요
- 「오빠가 하고 싶었을 말」 전문
시인은 오빠의 마음을 자기화하여 오빠가 남기고 싶었을 말을 대신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보다 먼저 떠난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이승에서 남매간의 인연으로 맺어진 혈육 간의 이별, 그 이별이 자연사가 아닌 경우라서 그 슬픔과 고통은 더없이 클 것이다.
「오빠가 하고 싶었을 말」이나 또 다른 시 「오빠 생각」에서 이 세상 혈육의 인연을 마지막으로 저승을 향하는 오빠의 죽음 앞에 저승에서나마 오빠의 안녕을 비는 시인의 맘에서 놓칠 수 없는 인연의 끈이 끊어짐에 따른 아픔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내가 알기로 시인은 또 다른 오빠인 홀로 남겨진 올케언니와의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지금껏 그 인연의 끈을 저버리지 않고 세상사 어려움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딸에 관한 시 「손·2」에서 독자는 쉽게 시인의 딸이 농아임을 알게 될 것이며 「나의 딸 세연이」시에서는 딸과의 인연이 얼마나 애달프고 가슴 저린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종국에는 아름답기까지 하여 인연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인연 이리라.
아래의 시를 보자
1.
71년 가을
네가 태어난 그때부터
나는 엄마로 승격했다
방긋방긋 웃는 모습
젖 달라 우는 소리도
나에겐 그저 행복이었고
세 살 되어 어마 아바
어눌한 그 소리도 나에겐
첫아기 천사의 소리였지
'봐라, 말이 늦게 터지는 애들이 있다
우리 집은 좀 늦게 되느니라'
시어머니 위로에 긴가민가
6살 되자 서울대병원, 순천향병원
전전하며 얻은 것은 후천성 농아 !
출산 시 흡인기에 짓눌려 167개 신경이
더 뛴다 하니 하늘도 무심하지
아!
청천벽력의 농아임을 알았다
하늘도 무심하던 차에
누군가 과학은 한계 있다 하여
무당 데려다 굿도 하고
산신령 찾아 북 치며 빌기도 하였지
2.
네가 장성하여 미용학원도 다니고
그림도 그리면서
너의 손과 발 모두가 입술이 되고 혀가 되었었지
나에겐 최고의 사진사가 되어
들로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작가인 양 다녔고
애미를 모델 삼아
이 옷 저 옷 이 모자 저 모자
이 신발 저신발 번갈아 입히고는
나를 처녀로 설레게 만들어 주었지
아!
나의 사랑하는 딸 세연아
이 세상 엄마와 딸로서 맺은 인연이
이토록 아리고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너는 이 세상 재원으로
아니 허난설헌으로 내 앞에 우뚝 서 있구나
팔십 줄 이 애미에게
싱싱한 생명수로 다가온 나의 재산 1호
오!
나의 보배 세연이
나의 사랑 세연이
- 「나의 딸 세연이」 전문
3.
이제 시인은 가족 간의 인연을 뛰어넘어 이 사회로 그 인연의 고리를 확대해 나간다.
시인은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스스로 '접붙이 예술가'임을 자처하며 한 인생의 운명을 끌고 가는 '숨은 선장'이고자 한다.
흔히 '중매쟁이', '뚜쟁이'라고 부르는 중매업을 이렇게 멋지고 자신감 넘치게 자기의 직업을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각자 모르는 자들에게 짝을 지어 인연의 끈을 엮어 주는 일이니 얼마나 복 받는 일인가?
장삿속을 넘어 진실함이 담겨있는 저자의 '접붙이 예술가' 즉, 인연을 맺어 주는 예술가임을 당당히 말하고 있는 시인의 태도에서 중매 인연의 그 진실함을 알고도 남을 것이다.
조선 때에 매파가
어느 새에 마담뚜
누구나 쉽게 부르는 중매쟁이
요즈음은 커플 매니저
참 많이도 변했다
디지털 세상이라
이것도 문어발 기업
입안에 신맛 돌 듯 부르던
아날로그 그때 그 시절은
오묘한 감칠맛이 철철 넘쳤지
세련되지 못해도
정이 뚝뚝 묻어나는
나는 중매쟁이
청실홍실 아름답게 엮어가는
나는 구멍가게 주인
멋진 가정 오붓해져라
혼을 쏟는
한 인생의
숨은 선장
아이패드로 비단실 줄줄이 엮어가며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길을 열어주는 지팡이
나는 인생 동반의
접붙이 예술가
- 「나는 중매쟁이」 전문
시인은 「인연·2」와 「중매」라는 시를 통해 자신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 얼마나 값지고 보람 된 것인지. 그리고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세상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이보다 큰소리칠 일이 어디 있을까 보냐라는 식이다. 그만큼 그는 모르는 이들에게 인연 맺어 주는 일이 소중한 일임을 세상에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 결과로 주어진 따스한 온기를 몸 가득 느끼며 행복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래의 시가 이런 점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접붙이기 전문가
참 귀한 재주다
야물게 붙여야 한다
턱도 없이 갖다 대면
안 된다
이럴 수가
언 방에
따스한 온기가 난다
- 「중매」 전문
인연 맺어 주는 것을 예술가적 시선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은 남녀가 하나로 맺어질 때 이뤄지는 것이다.
그 인연의 끈을 묶어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 낼 때, 그 매개자는 분명히 예술가이다. 그런 면에서 시인은 확실히 자기 주관이 굳게 서 있다.
4.
가족 간의 희로애락이 시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이 모든 삶의 과정에서 때로는 남편과 때로는 자식과 때로는 형제자매와 며느리에게도 애틋함과 회한의 정이 시인의 가슴에 오롯이 담겨있다. 또한, 이런 감정들은 이 세상을 하직하는 바로 그 시간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가족 간의 인연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맺어지거나 맺게 해 준 인연 또한 계속될 것이다.
결국, 우리 인생은 이 세상을 살아가되 누구와 어떤 기회에 어떤 인연으로 맺어지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참 중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면서 이 세상에 인연의 꽃을 피워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시인이 우리에게 이 시집을 통해서 일관되게 말해 주고 있는 메시지다.
이상익(시인·작곡가, 월간 〈모던포엠〉고문)
1.
이 지구 상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인연 없이 온 자도 없고 인연 없이 살아가는 자도 없으며 인연 없이 저 세상을 갈 수도 없다. 그 인연 따라 삶을 영위하다가 언젠가는 그 인연의 끈을 놓고 다시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좋은 만남도 그렇고 흔히 악연이라 하는 나쁜 만남도 모두 인연이다
인은 원인이며 그 원인으로 인해 연이 되어 맺어지는 것이 인연 아니던가
부모 자식 간에도 형제자매 간에도 친구 지간에도 연인과 부부지간에도 스승과 제자 지간에도 심지어 원수지간에도 예외 없는 것이 인연이 아닌가? 아무리 미물이라 할지라도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물 또한 이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진 데 하물며 우리 인간이야 두말해 무엇할까?
이 만큼 우리의 삶은 인연이라는 다이내믹한 삶의 현실 앞에 예외 없이 다 서 있는 것이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너무나 강하고 파손된 기물을 접붙이는 접착제 같아서 쉽게 떨궈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떤 인연을 맺느냐가 인생 항로의 결정판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인연을 주제로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저자에게는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속에 맺어진 인연의 고리 또한 시인의 연륜만큼이나 오랜 세월 동안 실타래처럼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을 것이다.
남편, 자녀, 형제자매 그리고 이 세상의 사람들…
특히 시인이 업으로 삼고 있는 중매를 통한 인연의 고리를 수없이 맺어 나가면서 온갖 부대낌 속에 지금에 이르고 있을 것이다.
시인의 첫 시집이 팔십 줄에 서 있는 지금에야 인연이라는 주제로 세상에 내어놓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2.
인연 중에 가장 근본적인 것은 가족 간에 맺어진 인연일 것이다.
시인은 그녀의 시 「어머니 생각」과 「어머니를 보내고」에서 세상의 연을 뒤로하고 하늘로 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이승과 저승 사이에 통행금지가 해제되어 서로 오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였다. 그 바람이 얼마나 간절한가?
어머니와 이별한 어느 자식인들 그런 심정 없는 이가 어디 있겠냐 마는 시인의 어머님에 대한 사모의 정이 눈물겹다.
「어머니를 보내고」에서도 "…먼저 간 아들 만나러 길 떠나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며 이승의 인연을 뒤로하고 저승에 머무르기 직전 "내 옆에서 사흘 밤만 잘 수 없느냐?"는 어머니의 간절함은 이승에서의 딸과의 인연이 끊어짐을 안타까워하는 어머님의 모습과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딸이 자신을 스스로 '불효'라며 가슴 치는 것은 어머니나 딸이나 이승에서의 끈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의 몸부림이었으리라.
「어머니처럼」의 시에는 어머니의 딸로서의 시인이 자신의 아들에게도 저승을 가기 전에 이승에서 더욱 간절한 인연의 끈을 동여매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스며있다.
병풍 뒤
돈 소용없다
귀신이 손이 있나 발이 있나
살아 생전 당당하게
잡비 달라 하신 어머니
이것도 유전인가
아들아,
뭐니 뭐니 해도
나 살아생전에
현금이다 했더니
올 설날
큰절 받고
세뱃돈도 듬뿍 받았다
바람 흔적으로 남은 자리
꽃 웃음 짓는
어머니처럼
- 「어머니처럼」 전문
아마 시인의 어머니는 살아생전 자식과의 인연의 끈을 최대화하기를 희망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딸에게 '내가 살아 있는 지금을 위하여 우리의 인연을 최대한 넓혀나가자'라는 바람을 피력하고자 원하였을 것이고 그것을 위하여 죽어서 나에게 잘한들 이승에서 이미 떠난 어머니는 이미 저승에 가버렸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의 '인연의 향유를 마음껏 누리자'라는 의미로 '잡비'를 지금 달라하셨을 것이다. 잡비가 목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금에 어머니와 자기와의 '인연의 향유를 마음껏 누려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으리라.
시인 또한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들에게도 '현금'을 요구하며 이승에서의 인연의 끈을 더욱 강하고 오래도록 가져가고 싶었을 것이다.
시집에는 아버지에 대한 내용은 없으나 〈붓꽃문학〉 15호에 실린 시인의 수필 「아버지가 그립다」에 보면 아버지와의 맺은 인연은 시인이 두 살 때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버지와의 이승에서의 인연은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어디선가 내려다보고 계실 아버지 생각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콸 쏟아지듯 그리움이 몰려든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훔쳐도 멈추지 않는다. 가슴 깊은 곳 한편에 보고 싶은 마음을 누름돌로 꾹꾹 눌러 놓은 것 같다"라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너무 일찍 연이 다한 아버지는 지금도 저 하늘에서 사랑하는 딸을 쳐다보고 있을 터이니 저승에서마저도 그 인연은 계속되고 있으리라.
인연이 닿아 연을 맺었던 사랑하는 남편, 그 남편의 정년퇴직으로 인해 이승에서의 끈이 다 할까 노심초사하는 시인의 마음이 역력하다. 그 대표적인 시가 「해거름」이다.
아침이 열리면
출근복 입고 바쁘게 삶의 일터로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 중략 -
어느새 들어오는
연금 숫자를 보며
오그라드는
간
이제 명약은
단 하나
무학산을 한 바퀴 돌고
동동주 한 잔에
지난 세월 오는 세월을
몽땅 담아
다 마시고
해거름에 총총총 들어오는
당신
기다리는
나
- 「해거름」 전문
남편과 맺은 인연을 백년해로하며 천수를 다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은 「홍시」에 잘 나타나 있다
영감과 나는
아침을 먹고 나면 홍시를 먹는다
초록빛
떫은 감이
터뜨려내지 못한 생명이
빨갛게 잘 익어서
오늘도
말없이
홍시를 먹는다
- 「홍시」 전문
남편의 퇴직으로 들어오는 연금을보며 가슴이 덜컹하여 세월 흘러감을 아파하는 시인은 남편이 병중에 있는 지금에야 그 마음 오죽 더할까?
홍시와 더불어 남편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냥 곁에만 있어줘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는가?
시인은 전혀 몰랐던 어느 아가씨가 어느 날 며느리의 인연으로 다가왔을 때 그 인연의 소중함이 어떤 것 인가는 「착한 나의 며느리」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시인에게 선물로 다가온 며느리의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는 시인의 며느리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 속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이 또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나의 식구가 되어 준 며느리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리라.
혈육인 오빠와의 이별 또한 가슴이 아려 온다.
나 이제 가야 합니다
어머니의 가슴에 못 박고
먼저 갑니다
- 중략 -
어머니! 아무리 살려고 해도
그놈의 병은 와 그리 찾아옵니까
불효자라고 욕하십시오
시원 엄마 미안하다
참 말할 수 없이 당신을 괴롭혔다
그건 내 맘이 아니고 병 탓이다
세 자식 맡기고 간다
- 중략 -
운명이라 생각해도
분하고 분하다
오빠!
하늘나라에서 웃고만 살아요
- 「오빠가 하고 싶었을 말」 전문
시인은 오빠의 마음을 자기화하여 오빠가 남기고 싶었을 말을 대신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보다 먼저 떠난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이승에서 남매간의 인연으로 맺어진 혈육 간의 이별, 그 이별이 자연사가 아닌 경우라서 그 슬픔과 고통은 더없이 클 것이다.
「오빠가 하고 싶었을 말」이나 또 다른 시 「오빠 생각」에서 이 세상 혈육의 인연을 마지막으로 저승을 향하는 오빠의 죽음 앞에 저승에서나마 오빠의 안녕을 비는 시인의 맘에서 놓칠 수 없는 인연의 끈이 끊어짐에 따른 아픔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내가 알기로 시인은 또 다른 오빠인 홀로 남겨진 올케언니와의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지금껏 그 인연의 끈을 저버리지 않고 세상사 어려움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딸에 관한 시 「손·2」에서 독자는 쉽게 시인의 딸이 농아임을 알게 될 것이며 「나의 딸 세연이」시에서는 딸과의 인연이 얼마나 애달프고 가슴 저린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종국에는 아름답기까지 하여 인연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인연 이리라.
아래의 시를 보자
1.
71년 가을
네가 태어난 그때부터
나는 엄마로 승격했다
방긋방긋 웃는 모습
젖 달라 우는 소리도
나에겐 그저 행복이었고
세 살 되어 어마 아바
어눌한 그 소리도 나에겐
첫아기 천사의 소리였지
'봐라, 말이 늦게 터지는 애들이 있다
우리 집은 좀 늦게 되느니라'
시어머니 위로에 긴가민가
6살 되자 서울대병원, 순천향병원
전전하며 얻은 것은 후천성 농아 !
출산 시 흡인기에 짓눌려 167개 신경이
더 뛴다 하니 하늘도 무심하지
아!
청천벽력의 농아임을 알았다
하늘도 무심하던 차에
누군가 과학은 한계 있다 하여
무당 데려다 굿도 하고
산신령 찾아 북 치며 빌기도 하였지
2.
네가 장성하여 미용학원도 다니고
그림도 그리면서
너의 손과 발 모두가 입술이 되고 혀가 되었었지
나에겐 최고의 사진사가 되어
들로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작가인 양 다녔고
애미를 모델 삼아
이 옷 저 옷 이 모자 저 모자
이 신발 저신발 번갈아 입히고는
나를 처녀로 설레게 만들어 주었지
아!
나의 사랑하는 딸 세연아
이 세상 엄마와 딸로서 맺은 인연이
이토록 아리고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너는 이 세상 재원으로
아니 허난설헌으로 내 앞에 우뚝 서 있구나
팔십 줄 이 애미에게
싱싱한 생명수로 다가온 나의 재산 1호
오!
나의 보배 세연이
나의 사랑 세연이
- 「나의 딸 세연이」 전문
3.
이제 시인은 가족 간의 인연을 뛰어넘어 이 사회로 그 인연의 고리를 확대해 나간다.
시인은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스스로 '접붙이 예술가'임을 자처하며 한 인생의 운명을 끌고 가는 '숨은 선장'이고자 한다.
흔히 '중매쟁이', '뚜쟁이'라고 부르는 중매업을 이렇게 멋지고 자신감 넘치게 자기의 직업을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각자 모르는 자들에게 짝을 지어 인연의 끈을 엮어 주는 일이니 얼마나 복 받는 일인가?
장삿속을 넘어 진실함이 담겨있는 저자의 '접붙이 예술가' 즉, 인연을 맺어 주는 예술가임을 당당히 말하고 있는 시인의 태도에서 중매 인연의 그 진실함을 알고도 남을 것이다.
조선 때에 매파가
어느 새에 마담뚜
누구나 쉽게 부르는 중매쟁이
요즈음은 커플 매니저
참 많이도 변했다
디지털 세상이라
이것도 문어발 기업
입안에 신맛 돌 듯 부르던
아날로그 그때 그 시절은
오묘한 감칠맛이 철철 넘쳤지
세련되지 못해도
정이 뚝뚝 묻어나는
나는 중매쟁이
청실홍실 아름답게 엮어가는
나는 구멍가게 주인
멋진 가정 오붓해져라
혼을 쏟는
한 인생의
숨은 선장
아이패드로 비단실 줄줄이 엮어가며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길을 열어주는 지팡이
나는 인생 동반의
접붙이 예술가
- 「나는 중매쟁이」 전문
시인은 「인연·2」와 「중매」라는 시를 통해 자신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 얼마나 값지고 보람 된 것인지. 그리고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세상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이보다 큰소리칠 일이 어디 있을까 보냐라는 식이다. 그만큼 그는 모르는 이들에게 인연 맺어 주는 일이 소중한 일임을 세상에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 결과로 주어진 따스한 온기를 몸 가득 느끼며 행복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래의 시가 이런 점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접붙이기 전문가
참 귀한 재주다
야물게 붙여야 한다
턱도 없이 갖다 대면
안 된다
이럴 수가
언 방에
따스한 온기가 난다
- 「중매」 전문
인연 맺어 주는 것을 예술가적 시선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은 남녀가 하나로 맺어질 때 이뤄지는 것이다.
그 인연의 끈을 묶어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 낼 때, 그 매개자는 분명히 예술가이다. 그런 면에서 시인은 확실히 자기 주관이 굳게 서 있다.
4.
가족 간의 희로애락이 시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이 모든 삶의 과정에서 때로는 남편과 때로는 자식과 때로는 형제자매와 며느리에게도 애틋함과 회한의 정이 시인의 가슴에 오롯이 담겨있다. 또한, 이런 감정들은 이 세상을 하직하는 바로 그 시간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가족 간의 인연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맺어지거나 맺게 해 준 인연 또한 계속될 것이다.
결국, 우리 인생은 이 세상을 살아가되 누구와 어떤 기회에 어떤 인연으로 맺어지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참 중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면서 이 세상에 인연의 꽃을 피워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시인이 우리에게 이 시집을 통해서 일관되게 말해 주고 있는 메시지다.
목차
목차
1부 인연
인연
인연·2
가로등
만남
겨울과 봄 사이
개나리
새벽꿈
오빠 생각
오빠가 하고 싶었을 말
내 고향 하동
밤나무 집 딸
밤나무 집 딸·2
어머니처럼
길
나는 중매쟁이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중매
2부 홍시
법원은 장터
손
손·2
도시의 달
칠성 조여사
여자 목욕탕
쑥부쟁이
솔잎
홍시
영감의 일자리
막내아들 성태의 부탁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돝섬
생각
해거름
금낭화
금낭화·2
착한 나의 며느리
3부 어머니 생각
파도
풀국새
정석민 원장
일기장 앞에
응급실 스케치
은행잎
울진 바다
비야 내려라
나의 가을
해운대 십오야十五夜
풀
풀·2
졸업식
어머니를 보내고
어머니 생각
가을
봉래학사蓬萊學士
바람난 효자손
강원도 정선에서
4부 손녀 자랑
단상
물
소쇄원
진달래
링거병
볼펜 따라
손녀 자랑
잠
낙선落選
산
터키
포르투갈 리스본을 떠나며
심장병 어린이
12월 24일
아프리카를 위해
심장병 어린이를 보고
백자
나의 딸 세연이
■ 해설
인연이라는 꽃에 대하여 / 이상익 시인·작곡가
□시인의 말 / 정정금
인연
인연·2
가로등
만남
겨울과 봄 사이
개나리
새벽꿈
오빠 생각
오빠가 하고 싶었을 말
내 고향 하동
밤나무 집 딸
밤나무 집 딸·2
어머니처럼
길
나는 중매쟁이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중매
2부 홍시
법원은 장터
손
손·2
도시의 달
칠성 조여사
여자 목욕탕
쑥부쟁이
솔잎
홍시
영감의 일자리
막내아들 성태의 부탁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돝섬
생각
해거름
금낭화
금낭화·2
착한 나의 며느리
3부 어머니 생각
파도
풀국새
정석민 원장
일기장 앞에
응급실 스케치
은행잎
울진 바다
비야 내려라
나의 가을
해운대 십오야十五夜
풀
풀·2
졸업식
어머니를 보내고
어머니 생각
가을
봉래학사蓬萊學士
바람난 효자손
강원도 정선에서
4부 손녀 자랑
단상
물
소쇄원
진달래
링거병
볼펜 따라
손녀 자랑
잠
낙선落選
산
터키
포르투갈 리스본을 떠나며
심장병 어린이
12월 24일
아프리카를 위해
심장병 어린이를 보고
백자
나의 딸 세연이
■ 해설
인연이라는 꽃에 대하여 / 이상익 시인·작곡가
□시인의 말 / 정정금
저자
저자
정정금
수필가이기도 한 정정금 시인은 경남 하동 출생으로,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창작 과정을 수료하고, 창원문화예술학교 시 창작 과정을 수료했다.
《수필시대》로 수필 등단을 하고, 《한비문학》으로 시 등단을 했다.
현재 마산문인협회 회원, 붓꽃문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축복결혼상담소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꿀벌은 은빛 나비가 되어』 시집으로 『인연이라는 꽃』이 있다.
《수필시대》로 수필 등단을 하고, 《한비문학》으로 시 등단을 했다.
현재 마산문인협회 회원, 붓꽃문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축복결혼상담소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꿀벌은 은빛 나비가 되어』 시집으로 『인연이라는 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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