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빠졌습니다(파란시선 108)
이은기 시집
파란시선 108권. 이은기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선유도 방향', '꽃도 없고 잎도 없는', '새로 돋은 풀들이 그때 그 모양으로 자라' 등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은기 시인은 1973년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났고, 2018년 『영남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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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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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빠졌습니다]는 이은기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선유도 방향」, 「꽃도 없고 잎도 없는」, 「새로 돋은 풀들이 그때 그 모양으로 자라」 등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은기 시인은 1973년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났고, 2018년 [영남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하나가 빠졌습니다]를 썼다.
일반적으로 한 편의 시를 길어 올리는 원동력은 하나의 근원적인 감정이기 마련이다. 이은기 시인의 시를 이루는 서정은 텅 빈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그 마음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면 [하나가 빠졌습니다]에서 마음은 발설되지 않는 침묵이거나 미리 죽음을 각오하는 불안 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의 모든 진술은 마음을 비우기 위한 것이고, 존재를 텅 빈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이 시의 '나'는 말할 이유를 상실하기 위해 말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말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이 시집의 진정한 징후이다. 말할수록 그는 존재를 버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말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곧 위로라고 표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말하는 동안만은 우리와 관계할 테니까. 그렇게 누군가는 간절히 그의 목소리를 듣기를 바랄 테니까. 이 시집은 어떠한 사건인가. 세상에 대한 피로와 고독한 자아의 추구와 같은 표현으로 이 시집의 주제를 함축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설명만으로 충분치 않아 보이는 이유는 이 목소리가 중단되는 순간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말이 중단되는 순간의 끔찍함을 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이란 무엇인가.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곧 이유 없이 한 사람이 말을 건네고 이유 없이 한 사람은 말을 간직하는 상황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이 간명한 사실을 떠올려 보자. 이것은 인간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깨닫게 해 주는 가장 심원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에게 존재함보다 앞서는 것은 말함이 아닐까. 시 「꽃과 빙하」는 그러한 역설을 잘 보여 주는 작품처럼 보인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녹지 않는' 빙하와 '시들지 않는' 꽃으로 비유하고 있다. '빙하'와 '꽃'이라는 대비되는 두 이미지가 그러하듯, 이 시편의 진술 또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하지 말아야 하는 말 때문에 말이 많아진다"라고 말해 본다. 요컨대 말하지 않으려는 존재의 의지보다 앞서는 말의 의지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감췄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 자체가 지닌 역설도 음미할 만한 것이지만, 더욱더 큰 역설을 만드는 것은 같은 작품의 마지막 문장에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나는 보이는 것에 매달려 있다 붙잡히고 싶어서 붙잡고 있다".
말을 버리기 위해 쓰는 동시에, 붙잡히고 싶다고 고백하는 마음이 있다. 침묵하려는 마음과 사로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하나가 빠졌습니다]의 마음과 언어에 내포된 근본적 이율배반은 이 두 진술의 역설에서 감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인가를 붙잡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붙잡히고 싶은 것이라고. 자신을 붙잡아 달라고. 이렇듯 당신에게 건네지 않았던 목소리와 붙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듯한 목소리 사이에서 발견하게 되는 어떤 떨림이 있다. 이 떨림은 어디에서 오는가. 말의 의미인가, 시인의 의지와 감정인가, 아니면 그것을 뒤틀어 오는 아이러니한 성찰인가. 그러나 그 목소리를 듣는 독자에게 이 떨림은 말 자체에서 오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저 말이 있을 뿐이다. 말이 건네질 뿐이다. 이은기 시인은 말의 의미를 잊고 말의 감동을 비운 뒤에서야 깨닫게 되는 말의 실체를 재현한다. 말이 무엇이라고 깨닫기 이전에 말에 연루된 존재로서, 우리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 있다. (이상 박동억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목차
목차
제1부
선유도 방향 - 11
쇠난간의 촉감으로 - 12
꽃도 없고 잎도 없는 - 13
유월에 당나귀는 날씨가 참 좋다는 말 같은 걸 하고 - 14
새로 돋은 풀들이 그때 그 모양으로 자라 - 16
오후 두 시 - 18
마리 - 20
바다는 보라고 있는 것 - 22
구름은 보라고 있는 것 - 23
가방의 미래 - 24
하나를 보면 두 개를 잊는 버릇이 남아 - 25
혼잣말은 대화체로 - 26
제2부
그 한낮이 연못이라면 - 29
읽다 만 책 - 30
그림 같은 그림 속의 잔디밭에서 - 31
브로콜리들의 숲 - 32
회전문 - 34
악어 - 36
현실적인 밤 - 37
봄에 들어와 나가지 못한 햇빛이 베란다에 - 38
삼단으로 접히는 자동 우산 - 39
국립중앙박물관 입구 항아리에 심어진 대나무 사이로 난 길에 장갑 한 짝이 떨어져 - 40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 장면 - 42
뒤에 오는 것 - 43
연수동 - 44
제3부
파리 공원 - 47
검은 개는 눈이 검다 - 48
창고 - 50
버니 슬로프 - 52
자막 읽기 - 54
여름엔 밤이 더디게 와 - 56
빛의 간격 - 57
몬트리올을 기다리는 밤 - 58
의미 있는 일 - 59
지구가 세탁기처럼 돌아가는 밤 - 60
회전교차로 - 61
포도 - 62
제4부
낮달 - 65
하나가 빠졌습니다 - 66
일하는 사람들 - 68
떨어진 사과를 - 69
기대 없이 어제 없이 - 70
의자 - 72
꽃과 빙하 - 73
아름다운 가게 - 74
기분이 전부여서 마음이 놓였다 - 75
조문 - 76
낙하운동 - 78
재입장은 불가합니다 - 79
읽다 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 - 82
해설 박동억 위화감의 시학 - 83
저자
저자
2018년 [영남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하나가 빠졌습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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