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나 좋으라고 피었겠나
이광수 시집
이광수 시인은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오로지 시집으로 꾸준한 저력을 보여준 재야의 시인이다. 포스코에 입사하여 한국 최고의 연구중심 대학인 포항공대 설립에 관여하고, 포스코교육재단에서 일한 경력이 낯설 만큼 첫 시집 『제일 시원한 바람』과 『산골 집값』에 이은 세 번째 시집 『꽃이 나 좋으라고 피겠나』로 만만치 않은 시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천 보현산 자락 별빛마을에 살며 등단이나 단체 활동에서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꽃’의 현현인 셈이다. 이번 시집이 1, 2시집의 시적 자장磁場의 연장선 위에서 깊은 산속 일상의 삶에서 접하는 자연물들과의 유유자적悠悠自適또는 자유자재自由自在한 삶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는 것도 재야의 시인이 주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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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그를 아는 고영민 시인은 한마디로 "시를 사랑하고, 쓰는 사람이고 시를 믿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떤 공명을 통해 시가 나오는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광수 시인은 특별한 등단 절차를 거치거나 단체 활동을 통해 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준 재야의 시인이다. 그러기에 그의 시는 "무심히 피고 졌"다가 "바람에 실어 보낸 덩어리 생각"이자 "세상 분주함은 잊은 지 오래"인 산처럼 웃는 사람(「산속에 살며·1」 부분)이다. 천문대가 있는 산자락 별빛마을에서 욕심 없이 사는 심성이 그대로 시에 묻어난다. 첫 부분에 나오는 두 편의 시가 다 말해준다.
이른 봄
땅을 밀치고 올라온다
여리고 여린 것이
몸을 있는 대로 비틀면서
세상 구경을 해보겠다고
꽃 피워보겠다고
내가
금낭화라고
- 「금낭화」 전문
금낭화는 손주가 내지르는 옹알이나 몸짓처럼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하면,
가만있는 산을 위로 잡아당겨
빼쪽하게 해보다가
봉우리를 밀어
지평선을 만들기도 하면서
들었다 놨다 했지요
저놈이 얼마나 심심하면 저럴까?
산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보살처럼 웃고만 앉았습니다
내가 그리도 좋더냐
그래, 재미는 있었고?
손주 대하듯
말을 걸어주기도 합니다
도낏자루 썩어나가는
산골 오후
오늘따라 하늘이
더 높고 파랗습니다
- 「산골 오후」 전문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산을 마주하며 장난 아닌 장난을 하며 보내는 여유자적한 삶, 무위자연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만큼 이번 시집에는 봄날의 풍광과 서정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금낭화」를 비롯하여 「봄밤에」, 「꽃나들이」, 「봄날 서정」, 「고집」, 「산두릅」, 「봄꽃 경연」, 「바람에 실려」, 「그래도 봄이라고」, 「바람꽃」으로 회춘하고 청년의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무의식을 느낄 수 있는 시편들이다.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대도시에서 열정으로 감내한 청장년의 삶이 별빛마을에 와서 '나무와 꽃', '하늘과 구름', '새와 나비', '구름과 안개', '계곡과 물', '달빛과 별빛'의 자연에 위무되고 치유되어 나타난 시적 발현이기 때문이다. 봄꽃으로 거듭 피어나는 하루하루의 삶이 쉽고도 적절한 언어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엄한/ 소신공양/할 일을 끝낸/ 뒷모습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지는 것들은/ 붉어서 말이 없다"(「지는 것들은 붉다」)처럼 도끼로 찍어내리듯 단호함을 보이는 가을을 보여주기도 한다. 크게 보면 자연이 하나의 큰 생명체이어서 측은지심의 연민과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시인의 광활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자연의 여러 사물들에게 제 삶을 유유자적 부려놓고 자유자재하면서 제 몸으로 얻어낸 자연의 풍광과 이법理法을 노래"(이종암 시인의 해설)인 것이다.
목차
목차
13 금낭화
14 산골 오후
16 비 협주곡
18 원위치
20 길고양이 족보 꿰기
21 시처럼 살고 싶은
22 잔향殘香
23 손을 흔듭니다
24 봄밤에
25 동행·1
26 동행·2
27 독종
28 슬픔을 묻는다
29 버릇
30 종합검진
32 세월
34 기도
35 길고 깊게
제2부
39 꽃나들이
40 봄날 서정
42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44 죽기를 각오하면
46 헛똑똑이
48 산두릅
50 시선視線
52 도전
53 발걸음
54 봄꽃 경연
56 비수
57 슬픔
58 바람에 실려
60 밑반찬
62 결심
64 그래도 봄이라고
66 팔자八字
68 사랑의 역사
제3부
71 친구
72 시를 짓다
74 향수
76 주인
78 다짐
80 착각
81 가족
82 입에 대하여
84 산골 유감
86 가을 문턱에서
88 고별
89 잔향殘香
90 지는 것들은 붉다
91 큰 소나무
92 소망
94 바닷가에서
95 고집
96 관망
제4부
99 부자 마을
100 맛
102 색깔에 관한 기억
104 바람꽃
106 겨울 강
107 자격
108 신선암에 올라
110 꽃보다 사람이
111 합창
112 유람을 나섰다
114 빈 그릇으로
116 나이가 들어가면
118 돈
120 표정
121 느낌
122 그 남자
124 무용담
125 |해설| 이종암(시인)
저자
저자
중앙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였다.
시집 『제일 시원한 바람』 『산골 집값』이 있고
저서 『최고 연구중심 대학으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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