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는 칼날처럼 푸르다(An Instant, Blue as a Blade)
홍해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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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의 문 앞에 다시 선 노시인의 푸른 시간
홍해리 시인의 『찰나는 칼날처럼 푸르다』는 늙어감과 상실을 통과하면서도 삶의 감각을 놓지 않는 한 시인의 진솔한 기록이다. 시인은 여든을 지나며 마주한 몸의 변화, 먼저 떠난 아내의 빈자리, 하나둘 소식이 끊기는 벗들, 혼자 맞는 아침과 길어진 저녁을 가감 없이 시 속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비애에만 머물지 않는다. 쓸쓸한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능청스러운 말놀이와 따뜻한 해학으로 생의 무게를 견뎌낸다.
이 시집에서 노년은 삶이 쇠퇴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나온 날들이 비로소 선명해지는 시간이다. 쌀 한 톨에는 한평생의 노동이 들어 있고, 막걸리 한잔에는 사라진 벗들의 얼굴이 어른거리며, 빈 칫솔걸이와 홀로 놓인 밥상에는 먼저 떠난 사람의 자리가 남아 있다. 꽃과 새, 첫눈과 그믐달, 밥과 술처럼 작고 익숙한 존재들은 시인의 손을 거치며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을 비추는 깊은 상징이 된다.
특히 먼저 떠난 아내를 향한 그리움은 시집의 가장 낮고 깊은 곳을 흐른다. 「마지막 화두」에서 시인은 아내가 혼자서 마지막 길을 어떻게 갈지 걱정하고, 「소묘」는 남겨진 사람의 젖은 어깨와 텅 빈 마당을 바라본다. 이별은 한순간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남은 사람이 날마다 새로 겪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고독은 비어 있지 않다. 함께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손길,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로 "홀로 가득하다."
홍해리 시의 또 다른 힘은 슬픔을 견디는 해학에 있다. 시인은 팔십의 자신을 막걸리젖을 빠는 아기에 빗대고, '간병 보험'을 간에 병이 들었을 때 드는 보험으로 알아듣는다. 늙지 않는다는 이름의 막걸리 '불로不老'를 마시면서는 혹시 점점 젊어지면 어쩌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이러한 웃음은 삶을 가볍게 소비하는 농담이 아니다. 상실과 쇠약을 충분히 겪은 사람이 절망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마련한 생의 방식이다.
시집은 「한 줄의 詩여」, 「마음속의 작은 섬」, 「홀로 가득하다」, 「시의 문 앞에」 4부로 이어진다. 시와 언어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 자연과 일상, 죽음과 상실의 시간을 지나 다시 시의 자리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한평생 시를 써온 시인은 여전히 시가 무엇인지 묻고, 자신의 시를 의심하며, 끊임없이 시의 문 앞을 서성인다. 오래 시를 썼다는 사실에 기대지 않고 매번 처음처럼 시를 대하려는 태도가 이 시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찰나란 시간은 칼날처럼 푸르다."
이 한 구절에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 시간은 칼처럼 날카롭게 젊음과 사랑, 사람과 기억을 베어 간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그 순간에도 삶은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소멸의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기억이 있고, 이별 뒤에도 끝나지 않는 사랑이 있으며, 늙어가는 몸 안에도 여전히 시를 향해 뛰는 마음이 있다.
시집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詩야, 나랑 놀자!" 하고 부른다. 그것은 생의 황혼에 내놓는 비장한 결론이 아니라, 오늘을 다시 살아보려는 가볍고도 간절한 손짓이다. 『찰나는 칼날처럼 푸르다』는 사라지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면서도 끝내 삶의 편에 서는 시집이다. 상실을 품은 채 웃고, 고독 속에서도 시의 손을 놓지 않는 노시인의 맑고 깊은 목소리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
홍해리 시인의 『찰나는 칼날처럼 푸르다』는 늙어감과 상실을 통과하면서도 삶의 감각을 놓지 않는 한 시인의 진솔한 기록이다. 시인은 여든을 지나며 마주한 몸의 변화, 먼저 떠난 아내의 빈자리, 하나둘 소식이 끊기는 벗들, 혼자 맞는 아침과 길어진 저녁을 가감 없이 시 속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비애에만 머물지 않는다. 쓸쓸한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능청스러운 말놀이와 따뜻한 해학으로 생의 무게를 견뎌낸다.
이 시집에서 노년은 삶이 쇠퇴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나온 날들이 비로소 선명해지는 시간이다. 쌀 한 톨에는 한평생의 노동이 들어 있고, 막걸리 한잔에는 사라진 벗들의 얼굴이 어른거리며, 빈 칫솔걸이와 홀로 놓인 밥상에는 먼저 떠난 사람의 자리가 남아 있다. 꽃과 새, 첫눈과 그믐달, 밥과 술처럼 작고 익숙한 존재들은 시인의 손을 거치며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을 비추는 깊은 상징이 된다.
특히 먼저 떠난 아내를 향한 그리움은 시집의 가장 낮고 깊은 곳을 흐른다. 「마지막 화두」에서 시인은 아내가 혼자서 마지막 길을 어떻게 갈지 걱정하고, 「소묘」는 남겨진 사람의 젖은 어깨와 텅 빈 마당을 바라본다. 이별은 한순간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남은 사람이 날마다 새로 겪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고독은 비어 있지 않다. 함께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손길,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로 "홀로 가득하다."
홍해리 시의 또 다른 힘은 슬픔을 견디는 해학에 있다. 시인은 팔십의 자신을 막걸리젖을 빠는 아기에 빗대고, '간병 보험'을 간에 병이 들었을 때 드는 보험으로 알아듣는다. 늙지 않는다는 이름의 막걸리 '불로不老'를 마시면서는 혹시 점점 젊어지면 어쩌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이러한 웃음은 삶을 가볍게 소비하는 농담이 아니다. 상실과 쇠약을 충분히 겪은 사람이 절망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마련한 생의 방식이다.
시집은 「한 줄의 詩여」, 「마음속의 작은 섬」, 「홀로 가득하다」, 「시의 문 앞에」 4부로 이어진다. 시와 언어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 자연과 일상, 죽음과 상실의 시간을 지나 다시 시의 자리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한평생 시를 써온 시인은 여전히 시가 무엇인지 묻고, 자신의 시를 의심하며, 끊임없이 시의 문 앞을 서성인다. 오래 시를 썼다는 사실에 기대지 않고 매번 처음처럼 시를 대하려는 태도가 이 시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찰나란 시간은 칼날처럼 푸르다."
이 한 구절에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 시간은 칼처럼 날카롭게 젊음과 사랑, 사람과 기억을 베어 간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그 순간에도 삶은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소멸의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기억이 있고, 이별 뒤에도 끝나지 않는 사랑이 있으며, 늙어가는 몸 안에도 여전히 시를 향해 뛰는 마음이 있다.
시집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詩야, 나랑 놀자!" 하고 부른다. 그것은 생의 황혼에 내놓는 비장한 결론이 아니라, 오늘을 다시 살아보려는 가볍고도 간절한 손짓이다. 『찰나는 칼날처럼 푸르다』는 사라지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면서도 끝내 삶의 편에 서는 시집이다. 상실을 품은 채 웃고, 고독 속에서도 시의 손을 놓지 않는 노시인의 맑고 깊은 목소리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
목차
목차
제1부 한 줄의 詩여
드디어 눈이 내리네 17
시인 18
명편名篇 19
새가 운다 20
해오라비난초 22
세상에 24
꽃구름 25
미꾸라지, 새를 잡다 26
그런 詩 28
비천한 봄날 29
주눅 들다 30
술이나 한잔 31
홍주紅酒 32
꽃다지꽃·3 34
신언잠新言箴 36
애인이라는 말 38
해바라기 40
가을 단상 41
물은 가장 낮은 곳을 좋아한다 42
연필은 추억이다 44
시론詩論 45
꽃도 모르고 46
창작의 정신 47
천지우주 48
첫눈 내린 날 50
제2부 마음속의 작은 섬
3월, 아득한 또는 아뜩한 53
우수일지雨水日誌 54
길을 널다 55
너와 나 사이 56
그리움 57
남이 척산南二尺山 58
중복中伏을 지나며 59
마음속의 작은 섬 60
어초漁樵의 목탁 62
사절가四節歌 64
어미의 마음 65
뭣 하는 짓인지 66
서운하다는 것 67
몸탑 68
용암에게 70
가을 한 점 72
우이천에서·2 73
윤년 74
막걸리젖 76
손대지 마! 77
모탕과 모루 78
그믐달 79
탓하는 세상 80
한 톨의 쌀 82
야속野俗 84
제3부 홀로 가득하다
불급不及 87
백서白書 88
기다림·2020 89
입동立冬 90
소묘 91
마지막 화두 92
쏙독새 94
종편終篇 96
무제 97
혼삶 98
긴불긴간緊不緊間에 99
살아야 하니 100
허, 참! 102
보고 듣고[見觀聞聽] 103
네 덕과 내 탓 104
눈 105
낯선 축복 106
고요 앞에 앉아 107
귀뚜라미 풍류 108
일생 109
별꽃 110
해오라비난초·2 111
그렇구나! 112
혼자 산다는 것 113
귀의 신 114
제4부 시의 문 앞에
시절 117
詩 한 채 118
백지에 대하여 119
첫눈부터 봄눈까지 120
노을꽃 121
크기와 거리 122
늙마의 하루 123
시똥시똥 124
불면증 125
혼자가 홀로에게 126
불로不老 128
새는 푸르게 난다 129
매화 소식에 눈뜨다 130
온갖이라는 말 131
간병 보험 132
황혼녘 133
시비詩碑 134
시와 시인과 시집 135
야속한 세상 136
바보친구 137
후회는 꼭 뒤에서 북을 친다 138
일곡日谷 이재부 시인 영전에 140
진도홍주珍島紅酒 142
한평생은 둥글다 144
詩야, 나랑 놀자! 145
드디어 눈이 내리네 17
시인 18
명편名篇 19
새가 운다 20
해오라비난초 22
세상에 24
꽃구름 25
미꾸라지, 새를 잡다 26
그런 詩 28
비천한 봄날 29
주눅 들다 30
술이나 한잔 31
홍주紅酒 32
꽃다지꽃·3 34
신언잠新言箴 36
애인이라는 말 38
해바라기 40
가을 단상 41
물은 가장 낮은 곳을 좋아한다 42
연필은 추억이다 44
시론詩論 45
꽃도 모르고 46
창작의 정신 47
천지우주 48
첫눈 내린 날 50
제2부 마음속의 작은 섬
3월, 아득한 또는 아뜩한 53
우수일지雨水日誌 54
길을 널다 55
너와 나 사이 56
그리움 57
남이 척산南二尺山 58
중복中伏을 지나며 59
마음속의 작은 섬 60
어초漁樵의 목탁 62
사절가四節歌 64
어미의 마음 65
뭣 하는 짓인지 66
서운하다는 것 67
몸탑 68
용암에게 70
가을 한 점 72
우이천에서·2 73
윤년 74
막걸리젖 76
손대지 마! 77
모탕과 모루 78
그믐달 79
탓하는 세상 80
한 톨의 쌀 82
야속野俗 84
제3부 홀로 가득하다
불급不及 87
백서白書 88
기다림·2020 89
입동立冬 90
소묘 91
마지막 화두 92
쏙독새 94
종편終篇 96
무제 97
혼삶 98
긴불긴간緊不緊間에 99
살아야 하니 100
허, 참! 102
보고 듣고[見觀聞聽] 103
네 덕과 내 탓 104
눈 105
낯선 축복 106
고요 앞에 앉아 107
귀뚜라미 풍류 108
일생 109
별꽃 110
해오라비난초·2 111
그렇구나! 112
혼자 산다는 것 113
귀의 신 114
제4부 시의 문 앞에
시절 117
詩 한 채 118
백지에 대하여 119
첫눈부터 봄눈까지 120
노을꽃 121
크기와 거리 122
늙마의 하루 123
시똥시똥 124
불면증 125
혼자가 홀로에게 126
불로不老 128
새는 푸르게 난다 129
매화 소식에 눈뜨다 130
온갖이라는 말 131
간병 보험 132
황혼녘 133
시비詩碑 134
시와 시인과 시집 135
야속한 세상 136
바보친구 137
후회는 꼭 뒤에서 북을 친다 138
일곡日谷 이재부 시인 영전에 140
진도홍주珍島紅酒 142
한평생은 둥글다 144
詩야, 나랑 놀자! 145
저자
저자
홍해리 洪 海 里 시인
* 충북 청주 출생(1942)
* 고려대 영문과 졸업(1964)
*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1969)
* 시집
『투망도投網圖』(선명문화사, 1969)
『화사기花史記』(시문학사, 1975)
『무교동武橋洞』(태광문화사, 1976)
『우리들의 말』(삼보문화사, 1977)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대추꽃 초록빛』(동천사, 1987)
『청별淸別』(동천사, 1989)
『은자의 북』(작가정신, 1992)
『난초밭 일궈 놓고』(동천사, 1994)
『투명한 슬픔』(작가정신, 1996)
『애란愛蘭』(우이동사람들, 1998)
『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황금감옥』(우리글, 2008)
『비밀』(우리글, 2010)
『독종毒種』(도서출판 북인, 2012)
『금강초롱』(도서출판 움, 2013)
『치매행致梅行』(도서출판 황금마루, 2015)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매화에 이르는 길』(도서출판 움, 2017)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도서출판 움, 2018)
『정곡론正鵠論』(도서출판 움, 2020)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도서출판 놀북, 2020)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도서출판 놀북, 2025)와
* 시선집
『洪海里 詩選』(탐구신서 275, 탐구당, 1983)
『비타민 詩』(우리글, 2008)
『시인이여 詩人이여』(우리글, 2012)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도서출판 움, 2019)
『마음이 지워지다』(놀북, 2021)를 냈음.
* 충북 청주 출생(1942)
* 고려대 영문과 졸업(1964)
*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1969)
* 시집
『투망도投網圖』(선명문화사, 1969)
『화사기花史記』(시문학사, 1975)
『무교동武橋洞』(태광문화사, 1976)
『우리들의 말』(삼보문화사, 1977)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대추꽃 초록빛』(동천사, 1987)
『청별淸別』(동천사, 1989)
『은자의 북』(작가정신, 1992)
『난초밭 일궈 놓고』(동천사, 1994)
『투명한 슬픔』(작가정신, 1996)
『애란愛蘭』(우이동사람들, 1998)
『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황금감옥』(우리글, 2008)
『비밀』(우리글, 2010)
『독종毒種』(도서출판 북인, 2012)
『금강초롱』(도서출판 움, 2013)
『치매행致梅行』(도서출판 황금마루, 2015)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매화에 이르는 길』(도서출판 움, 2017)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도서출판 움, 2018)
『정곡론正鵠論』(도서출판 움, 2020)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도서출판 놀북, 2020)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도서출판 놀북, 2025)와
* 시선집
『洪海里 詩選』(탐구신서 275, 탐구당, 1983)
『비타민 詩』(우리글, 2008)
『시인이여 詩人이여』(우리글, 2012)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도서출판 움, 2019)
『마음이 지워지다』(놀북, 2021)를 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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