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며 그냥 돌아섰네(시에시선 80)
박금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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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농사꾼 삶의 노정을 곡진하게 일구어낸 시편!
박금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사랑한다며 그냥 돌아섰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금리 시인은 한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일했고 출판사를 경영한 적도 있다. 이번 시집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낙향해서 쓴 네 번째 시집으로 충남 목천의 외진 산골마을에서의 삶의 노정을 곡진하게 일구어낸 시편이다.
박금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사랑한다며 그냥 돌아섰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박금리 시인은 한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일했고 출판사를 경영한 적도 있다. 이번 시집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낙향해서 쓴 네 번째 시집으로 충남 목천의 외진 산골마을에서의 삶의 노정을 곡진하게 일구어낸 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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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빈 들을 보니 다시 농사짓고 싶어졌다
허망한 저 누더기 흙덤북에
터진 발바닥 묻어 생채기 틈바구니
농약에 절어 삭아 빠진 진흙 진창을
백설기 찌는 시루 가마에 김 메꿈을 하는
떡살마냥 밀어 넣어
늙은 짐승의 막바지를 이겨 버리고 싶다
세상의 어느 잘난 놈 있어
거름통으로 익어가는 내 정수리에
오줌 한 방 갈기어 주겠냐마는
쉰내 나는 목숨이 오줌통이 아니 된들
화장터 재가 되어 강물에 뿌려지면
저 남도 바닥의 삭은 홍어와
한 몸이 되지 말란 법 있다더냐
썩고 후미진 곳도 나락과 채미는
제 벗은 몸으로 초근을 내리는 법
이제까지 썩혀왔던 문둥이 헤진 살을
저 쑥굴헝 논바닥에서
버둥거리며 새 살을 돋아내고 싶다
-「농욕(農慾)」
"빈 들을 보니 다시 농사짓고 싶"은 시인은 끝이 없는 씨 뿌리고 거두는 농사일처럼 새로운 시집을 냈다. 이번 시집은 농사와 관련된 시집이지만 시인의 시적 철학을 집대성했다. "농약에 절어 삭아 빠진" 농부의 삶이 "거름통으로 익"듯 시인은 스스로 거름이 되었다. 그래서 "논바닥에서/바둥거리며" 후손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부의 마음이 오롯하다. 온몸으로 "새 살을 돋아"내듯 생의 희망을 노정(路程)했다.
가만 보면 농사는
사람만을 위해 짓는 게 아니다
잎새에 붙어 잠시 수액을 빠는
진딧물이나 굴파리도
내 노고를 먹고 사는 한 가족이다
살충제나 수화제에 중독되어
잠시 잎채소를 탐하다 가는
별 볼 일 없는 버러지들이나
내 땀을 먹고 살다 가기는 마찬가지니
저것들도 농사짓는 이유의 한가지이다
뿐이랴 배추청벌레 무당벌레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이
사람이라 일컫는 식솔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순간이 오기까지
농사의 비지땀과 한순간을 맺고 산다
내 육신 기운 딸려 자빠져 버리면
마지막 양분 덜어 먹으며
사람 농사 마무리 지어 주러
저 깊은 땅속 농사에도 찾아와줄까
-「농사의 이유」
"가만 보면 농사"와 시는 닮았다. "사람만을 위해 짓는 게 아니다". 시와 농사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딧물"과 "굴파리"를 위해서 짓기도 하고, 시를 모르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섬긴다는 말이다. 이처럼 재 너머 논밭에서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시인이 쓴 시는 넉넉하다. 검박하고 알곡 가득 찬, 진실한 시집이다. "배추청벌레"나 "무당벌레"나 자본을 좇아 도시로 떠나고 없는 폐허 속 모든 생명들에게 시인 박금리는 시와 농사를 빌려 철저하게 세상의 환한 봄을 이루려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허망한 저 누더기 흙덤북에
터진 발바닥 묻어 생채기 틈바구니
농약에 절어 삭아 빠진 진흙 진창을
백설기 찌는 시루 가마에 김 메꿈을 하는
떡살마냥 밀어 넣어
늙은 짐승의 막바지를 이겨 버리고 싶다
세상의 어느 잘난 놈 있어
거름통으로 익어가는 내 정수리에
오줌 한 방 갈기어 주겠냐마는
쉰내 나는 목숨이 오줌통이 아니 된들
화장터 재가 되어 강물에 뿌려지면
저 남도 바닥의 삭은 홍어와
한 몸이 되지 말란 법 있다더냐
썩고 후미진 곳도 나락과 채미는
제 벗은 몸으로 초근을 내리는 법
이제까지 썩혀왔던 문둥이 헤진 살을
저 쑥굴헝 논바닥에서
버둥거리며 새 살을 돋아내고 싶다
-「농욕(農慾)」
"빈 들을 보니 다시 농사짓고 싶"은 시인은 끝이 없는 씨 뿌리고 거두는 농사일처럼 새로운 시집을 냈다. 이번 시집은 농사와 관련된 시집이지만 시인의 시적 철학을 집대성했다. "농약에 절어 삭아 빠진" 농부의 삶이 "거름통으로 익"듯 시인은 스스로 거름이 되었다. 그래서 "논바닥에서/바둥거리며" 후손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부의 마음이 오롯하다. 온몸으로 "새 살을 돋아"내듯 생의 희망을 노정(路程)했다.
가만 보면 농사는
사람만을 위해 짓는 게 아니다
잎새에 붙어 잠시 수액을 빠는
진딧물이나 굴파리도
내 노고를 먹고 사는 한 가족이다
살충제나 수화제에 중독되어
잠시 잎채소를 탐하다 가는
별 볼 일 없는 버러지들이나
내 땀을 먹고 살다 가기는 마찬가지니
저것들도 농사짓는 이유의 한가지이다
뿐이랴 배추청벌레 무당벌레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이
사람이라 일컫는 식솔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순간이 오기까지
농사의 비지땀과 한순간을 맺고 산다
내 육신 기운 딸려 자빠져 버리면
마지막 양분 덜어 먹으며
사람 농사 마무리 지어 주러
저 깊은 땅속 농사에도 찾아와줄까
-「농사의 이유」
"가만 보면 농사"와 시는 닮았다. "사람만을 위해 짓는 게 아니다". 시와 농사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딧물"과 "굴파리"를 위해서 짓기도 하고, 시를 모르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섬긴다는 말이다. 이처럼 재 너머 논밭에서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시인이 쓴 시는 넉넉하다. 검박하고 알곡 가득 찬, 진실한 시집이다. "배추청벌레"나 "무당벌레"나 자본을 좇아 도시로 떠나고 없는 폐허 속 모든 생명들에게 시인 박금리는 시와 농사를 빌려 철저하게 세상의 환한 봄을 이루려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04
제1부
농부윤회·13
농욕(農慾)·14
다시 배우다·16
파종·17
농사꾼·18
발톱을 뽑다·20
생사·22
창·24
농사의 미래·26
그 사이·29
농사의 이유·30
쌀·32
산과 들에서처럼·34
그들 앞에서·36
가을걷이·38
노각·40
눈 내리니·44
봄날·45
제2부
회한·49
가족 잔치·50
가로등 애가·52
달팽이식 사람·54
장날 예찬·56
상여·58
자식·59
자화상·60
벗·62
사랑·63
늦사랑·64
간장 종지·66
복선·67
변비·68
화장·70
보라꽃·71
계곡에서·72
꽃잎·74
제3부
술·77
소주의 도수가 낮아진 날·78
포장마차 홍합 담치·80
술탐(貪)·82
옛날 여자·84
강江·85
흐린 날에 탁주 먹기·86
신통한 삶·88
성묘·90
술술술·91
사랑과 이별·92
늙다구니·94
향·96
사랑하는 마음·98
별은 낮부터 있어 왔다·100
주사·102
주정·103
솔숲·104
제4부
활·107
시와 노래의 시대는 가고·108
줄다리기·110
입 공양·111
그에게·112
갑론을박·114
사랑이 끝나다·115
염색쟁이 여사님·116
은자를 그리워하다·118
개씨부랄·120
의문부호·121
하늘 땅 새에 가장 슬픈 일·122
불면의 전과·125
들꽃·126
나무가 땅에게·128
별 여행·129
단풍·130
구토·131
시인의 산문·133
제1부
농부윤회·13
농욕(農慾)·14
다시 배우다·16
파종·17
농사꾼·18
발톱을 뽑다·20
생사·22
창·24
농사의 미래·26
그 사이·29
농사의 이유·30
쌀·32
산과 들에서처럼·34
그들 앞에서·36
가을걷이·38
노각·40
눈 내리니·44
봄날·45
제2부
회한·49
가족 잔치·50
가로등 애가·52
달팽이식 사람·54
장날 예찬·56
상여·58
자식·59
자화상·60
벗·62
사랑·63
늦사랑·64
간장 종지·66
복선·67
변비·68
화장·70
보라꽃·71
계곡에서·72
꽃잎·74
제3부
술·77
소주의 도수가 낮아진 날·78
포장마차 홍합 담치·80
술탐(貪)·82
옛날 여자·84
강江·85
흐린 날에 탁주 먹기·86
신통한 삶·88
성묘·90
술술술·91
사랑과 이별·92
늙다구니·94
향·96
사랑하는 마음·98
별은 낮부터 있어 왔다·100
주사·102
주정·103
솔숲·104
제4부
활·107
시와 노래의 시대는 가고·108
줄다리기·110
입 공양·111
그에게·112
갑론을박·114
사랑이 끝나다·115
염색쟁이 여사님·116
은자를 그리워하다·118
개씨부랄·120
의문부호·121
하늘 땅 새에 가장 슬픈 일·122
불면의 전과·125
들꽃·126
나무가 땅에게·128
별 여행·129
단풍·130
구토·131
시인의 산문·133
저자
저자
박금리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총무국 부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술꾼』, 『슬픈 추수의 밤이 놓여 있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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