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시에시선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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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억과 회상이 빚어내는 독창적 은유의 시편들
조영행 시인의 첫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감각적 선명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회상을 통해 형이상학적 단계까지 이른다. 아주 생소한 말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돋우는 시집이다.
늙은 호두나무 한 그루 수액을 맞고 있다//절반쯤 비어 있는 몸통/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으려나//빈 나무에서/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본다//나의 풍요와/우리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나의 닻근리//그리움의 방식이란/단단한 호두 껍데기를 깨는 일이어야 하는지//내 아버지가 저기 있다
-「닻근리에서」 전문
수액으로 견디는 “늙은 호두나무”는 이제 그 몸통이 “절반쯤 비어 있”다. 시인은 그 빈 몸통을 보며 “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보게 된다. 몸속 창고에 보관되었던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괴로움’ 등 과거의 사연을 말한다. 그래서인가. “빈 나무에”는 화자와 가족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 감돌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 ‘닻근리’의 여러 사연을 담은 적막도 함께 감돌고 있다.
시인은 몸속 창고에 간직하고 있던 기억을 회상을 통해 언어로 인출하고 있다. ‘늙은 호두나무’나 “이만치 와서 돌아보면/보일 듯 보일 듯 와서 돌아보면//내 어머니 같은 황매화 한 분이/비를 맞고 서 계셨네”(「황매화 한 분」)의 ‘황매화’라는 확보된 배경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만의 언어 운용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또한 여러 작품에서 자기가 사는 곳 주위에서 일어나는 체험적 사실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쓸쓸하게 이사 가는 동네 골목 치킨집의 사연을 그린 「비워지는 골목」도 그중 하나다. 동네 골목의 치킨집이 가게 문을 닫고 이사를 간다. ‘폐업’을 하여 덜그럭거리는 주방 집기들을 리어카에 싣고 이사를 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꿈의 날개”는 “몇 번의 계절도 못 버”티고 접히고 말았다. “번듯하게 한번 일어나 보자고 모셨던 북어” 덕분이었던지 가게 앞에는 “잠깐 배달 오토바이가 줄을 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하필 이 눈 쏟아지는 대설에” “인생을 튀겨보겠다던” 튀김 기계는 “고물상”을 향하는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에는 “빠진 닭털처럼 공과금 독촉장들이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장지로 가는 길”에 다름 아니다. 가게 주인에게는 “대설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특징 중의 하나는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시인이 묘사하는 풍경은 전혀 색다른 것이 아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시인 언어 운용 방식, 즉 여러 문학 장치의 압력을 받아 낯설게 변형되는가 하면 오히려 그 풍경의 특징이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검정 봉지에 생선을 포장해 주면서/그녀의 토막 난 꿈 조각과/고향을 떠나오던 봄날도 줘 버렸다/동태 내장을 손질하면서 그녀의 오장육부도/내장처럼 버려지는 날이 많아졌다/그런 날에는 파란 쓸개에서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나는 괜찮다/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가는 저 은빛 갈치 떼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1」 부분
시인은 왜 “생선으로 벽돌을 찍어”낸다고 하는 것일까. 도마 위에서 “손님이 주문한 고등어가 토막 날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토막’은-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이겠지만-벽돌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붉은 벽돌이 ‘생선을 판 수익’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이는 여인의 현재 생계뿐만 아니라 미래 삶의 든든한 담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은 긍정적인 결론으로 마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어려운 삶이지만 생선 좌판이 늘어선 시장 골목은 새벽부터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비린내”가 출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은빛 고기떼로 몰려다”닌다. 생선 가게 여인도 시장 골목 귀퉁이에 좌판 한 칸 세우고 아침을 건져 올린다. 활기차고 분주한 시장의 모습이 선연하다. 우리는 몸은 약할지 몰라도 강한 정신력으로 골목 시장에서 싱싱한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 여인의 모습에 절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산만하고 흩어진 언어가 아니라 당연히 “응축된 언어”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시인은 본인 스스로 말한다. 이런 상황의 세계가 “독창적 은유의 세계”라고. 조영행 시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의미들의 연결 고리’이고 이는 바로 심상, 비유, 상징을 포함한 “독창적 은유의 세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 에 삶의 “시편이 구워지는 냄새” 가득하다.
조영행 시인의 첫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감각적 선명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회상을 통해 형이상학적 단계까지 이른다. 아주 생소한 말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돋우는 시집이다.
늙은 호두나무 한 그루 수액을 맞고 있다//절반쯤 비어 있는 몸통/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으려나//빈 나무에서/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본다//나의 풍요와/우리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나의 닻근리//그리움의 방식이란/단단한 호두 껍데기를 깨는 일이어야 하는지//내 아버지가 저기 있다
-「닻근리에서」 전문
수액으로 견디는 “늙은 호두나무”는 이제 그 몸통이 “절반쯤 비어 있”다. 시인은 그 빈 몸통을 보며 “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보게 된다. 몸속 창고에 보관되었던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괴로움’ 등 과거의 사연을 말한다. 그래서인가. “빈 나무에”는 화자와 가족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 감돌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 ‘닻근리’의 여러 사연을 담은 적막도 함께 감돌고 있다.
시인은 몸속 창고에 간직하고 있던 기억을 회상을 통해 언어로 인출하고 있다. ‘늙은 호두나무’나 “이만치 와서 돌아보면/보일 듯 보일 듯 와서 돌아보면//내 어머니 같은 황매화 한 분이/비를 맞고 서 계셨네”(「황매화 한 분」)의 ‘황매화’라는 확보된 배경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만의 언어 운용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또한 여러 작품에서 자기가 사는 곳 주위에서 일어나는 체험적 사실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쓸쓸하게 이사 가는 동네 골목 치킨집의 사연을 그린 「비워지는 골목」도 그중 하나다. 동네 골목의 치킨집이 가게 문을 닫고 이사를 간다. ‘폐업’을 하여 덜그럭거리는 주방 집기들을 리어카에 싣고 이사를 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꿈의 날개”는 “몇 번의 계절도 못 버”티고 접히고 말았다. “번듯하게 한번 일어나 보자고 모셨던 북어” 덕분이었던지 가게 앞에는 “잠깐 배달 오토바이가 줄을 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하필 이 눈 쏟아지는 대설에” “인생을 튀겨보겠다던” 튀김 기계는 “고물상”을 향하는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에는 “빠진 닭털처럼 공과금 독촉장들이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장지로 가는 길”에 다름 아니다. 가게 주인에게는 “대설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특징 중의 하나는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시인이 묘사하는 풍경은 전혀 색다른 것이 아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시인 언어 운용 방식, 즉 여러 문학 장치의 압력을 받아 낯설게 변형되는가 하면 오히려 그 풍경의 특징이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검정 봉지에 생선을 포장해 주면서/그녀의 토막 난 꿈 조각과/고향을 떠나오던 봄날도 줘 버렸다/동태 내장을 손질하면서 그녀의 오장육부도/내장처럼 버려지는 날이 많아졌다/그런 날에는 파란 쓸개에서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나는 괜찮다/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가는 저 은빛 갈치 떼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1」 부분
시인은 왜 “생선으로 벽돌을 찍어”낸다고 하는 것일까. 도마 위에서 “손님이 주문한 고등어가 토막 날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토막’은-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이겠지만-벽돌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붉은 벽돌이 ‘생선을 판 수익’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이는 여인의 현재 생계뿐만 아니라 미래 삶의 든든한 담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은 긍정적인 결론으로 마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어려운 삶이지만 생선 좌판이 늘어선 시장 골목은 새벽부터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비린내”가 출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은빛 고기떼로 몰려다”닌다. 생선 가게 여인도 시장 골목 귀퉁이에 좌판 한 칸 세우고 아침을 건져 올린다. 활기차고 분주한 시장의 모습이 선연하다. 우리는 몸은 약할지 몰라도 강한 정신력으로 골목 시장에서 싱싱한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 여인의 모습에 절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산만하고 흩어진 언어가 아니라 당연히 “응축된 언어”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시인은 본인 스스로 말한다. 이런 상황의 세계가 “독창적 은유의 세계”라고. 조영행 시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의미들의 연결 고리’이고 이는 바로 심상, 비유, 상징을 포함한 “독창적 은유의 세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 에 삶의 “시편이 구워지는 냄새”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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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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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억과 회상이 빚어내는 독창적 은유의 시편들
조영행 시인의 첫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감각적 선명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회상을 통해 형이상학적 단계까지 이른다. 아주 생소한 말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돋우는 시집이다.
늙은 호두나무 한 그루 수액을 맞고 있다//절반쯤 비어 있는 몸통/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으려나//빈 나무에서/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본다//나의 풍요와/우리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나의 닻근리//그리움의 방식이란/단단한 호두 껍데기를 깨는 일이어야 하는지//내 아버지가 저기 있다
-「닻근리에서」 전문
수액으로 견디는 "늙은 호두나무"는 이제 그 몸통이 "절반쯤 비어 있"다. 시인은 그 빈 몸통을 보며 "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보게 된다. 몸속 창고에 보관되었던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괴로움' 등 과거의 사연을 말한다. 그래서인가. "빈 나무에"는 화자와 가족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 감돌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 '닻근리'의 여러 사연을 담은 적막도 함께 감돌고 있다.
시인은 몸속 창고에 간직하고 있던 기억을 회상을 통해 언어로 인출하고 있다. '늙은 호두나무'나 "이만치 와서 돌아보면/보일 듯 보일 듯 와서 돌아보면//내 어머니 같은 황매화 한 분이/비를 맞고 서 계셨네"(「황매화 한 분」)의 '황매화'라는 확보된 배경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만의 언어 운용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또한 여러 작품에서 자기가 사는 곳 주위에서 일어나는 체험적 사실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쓸쓸하게 이사 가는 동네 골목 치킨집의 사연을 그린 「비워지는 골목」도 그중 하나다. 동네 골목의 치킨집이 가게 문을 닫고 이사를 간다. '폐업'을 하여 덜그럭거리는 주방 집기들을 리어카에 싣고 이사를 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꿈의 날개"는 "몇 번의 계절도 못 버"티고 접히고 말았다. "번듯하게 한번 일어나 보자고 모셨던 북어" 덕분이었던지 가게 앞에는 "잠깐 배달 오토바이가 줄을 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하필 이 눈 쏟아지는 대설에" "인생을 튀겨보겠다던" 튀김 기계는 "고물상"을 향하는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에는 "빠진 닭털처럼 공과금 독촉장들이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장지로 가는 길"에 다름 아니다. 가게 주인에게는 "대설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특징 중의 하나는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시인이 묘사하는 풍경은 전혀 색다른 것이 아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시인 언어 운용 방식, 즉 여러 문학 장치의 압력을 받아 낯설게 변형되는가 하면 오히려 그 풍경의 특징이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검정 봉지에 생선을 포장해 주면서/그녀의 토막 난 꿈 조각과/고향을 떠나오던 봄날도 줘 버렸다/동태 내장을 손질하면서 그녀의 오장육부도/내장처럼 버려지는 날이 많아졌다/그런 날에는 파란 쓸개에서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나는 괜찮다/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가는 저 은빛 갈치 떼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1」 부분
시인은 왜 "생선으로 벽돌을 찍어"낸다고 하는 것일까. 도마 위에서 "손님이 주문한 고등어가 토막 날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토막'은-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이겠지만-벽돌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붉은 벽돌이 '생선을 판 수익'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이는 여인의 현재 생계뿐만 아니라 미래 삶의 든든한 담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은 긍정적인 결론으로 마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어려운 삶이지만 생선 좌판이 늘어선 시장 골목은 새벽부터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비린내"가 출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은빛 고기떼로 몰려다"닌다. 생선 가게 여인도 시장 골목 귀퉁이에 좌판 한 칸 세우고 아침을 건져 올린다. 활기차고 분주한 시장의 모습이 선연하다. 우리는 몸은 약할지 몰라도 강한 정신력으로 골목 시장에서 싱싱한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 여인의 모습에 절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산만하고 흩어진 언어가 아니라 당연히 "응축된 언어"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시인은 본인 스스로 말한다. 이런 상황의 세계가 "독창적 은유의 세계"라고. 조영행 시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의미들의 연결 고리'이고 이는 바로 심상, 비유, 상징을 포함한 "독창적 은유의 세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 에 삶의 "시편이 구워지는 냄새" 가득하다.
조영행 시인의 첫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감각적 선명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회상을 통해 형이상학적 단계까지 이른다. 아주 생소한 말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돋우는 시집이다.
늙은 호두나무 한 그루 수액을 맞고 있다//절반쯤 비어 있는 몸통/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으려나//빈 나무에서/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본다//나의 풍요와/우리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나의 닻근리//그리움의 방식이란/단단한 호두 껍데기를 깨는 일이어야 하는지//내 아버지가 저기 있다
-「닻근리에서」 전문
수액으로 견디는 "늙은 호두나무"는 이제 그 몸통이 "절반쯤 비어 있"다. 시인은 그 빈 몸통을 보며 "그동안 저 몸을 누구에게 내주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계의 피고 짐을" 보게 된다. 몸속 창고에 보관되었던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괴로움' 등 과거의 사연을 말한다. 그래서인가. "빈 나무에"는 화자와 가족의 "계절이 드나든/적막"이 감돌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속울음조차 내놓을 수 없는" '닻근리'의 여러 사연을 담은 적막도 함께 감돌고 있다.
시인은 몸속 창고에 간직하고 있던 기억을 회상을 통해 언어로 인출하고 있다. '늙은 호두나무'나 "이만치 와서 돌아보면/보일 듯 보일 듯 와서 돌아보면//내 어머니 같은 황매화 한 분이/비를 맞고 서 계셨네"(「황매화 한 분」)의 '황매화'라는 확보된 배경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만의 언어 운용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또한 여러 작품에서 자기가 사는 곳 주위에서 일어나는 체험적 사실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쓸쓸하게 이사 가는 동네 골목 치킨집의 사연을 그린 「비워지는 골목」도 그중 하나다. 동네 골목의 치킨집이 가게 문을 닫고 이사를 간다. '폐업'을 하여 덜그럭거리는 주방 집기들을 리어카에 싣고 이사를 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꿈의 날개"는 "몇 번의 계절도 못 버"티고 접히고 말았다. "번듯하게 한번 일어나 보자고 모셨던 북어" 덕분이었던지 가게 앞에는 "잠깐 배달 오토바이가 줄을 서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하필 이 눈 쏟아지는 대설에" "인생을 튀겨보겠다던" 튀김 기계는 "고물상"을 향하는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에는 "빠진 닭털처럼 공과금 독촉장들이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장지로 가는 길"에 다름 아니다. 가게 주인에게는 "대설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특징 중의 하나는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시인이 묘사하는 풍경은 전혀 색다른 것이 아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시인 언어 운용 방식, 즉 여러 문학 장치의 압력을 받아 낯설게 변형되는가 하면 오히려 그 풍경의 특징이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검정 봉지에 생선을 포장해 주면서/그녀의 토막 난 꿈 조각과/고향을 떠나오던 봄날도 줘 버렸다/동태 내장을 손질하면서 그녀의 오장육부도/내장처럼 버려지는 날이 많아졌다/그런 날에는 파란 쓸개에서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나는 괜찮다/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가는 저 은빛 갈치 떼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1」 부분
시인은 왜 "생선으로 벽돌을 찍어"낸다고 하는 것일까. 도마 위에서 "손님이 주문한 고등어가 토막 날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토막'은-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이겠지만-벽돌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녁마다 붉은 벽돌을 밀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붉은 벽돌이 '생선을 판 수익'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이는 여인의 현재 생계뿐만 아니라 미래 삶의 든든한 담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품은 긍정적인 결론으로 마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어려운 삶이지만 생선 좌판이 늘어선 시장 골목은 새벽부터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비린내"가 출렁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은빛 고기떼로 몰려다"닌다. 생선 가게 여인도 시장 골목 귀퉁이에 좌판 한 칸 세우고 아침을 건져 올린다. 활기차고 분주한 시장의 모습이 선연하다. 우리는 몸은 약할지 몰라도 강한 정신력으로 골목 시장에서 싱싱한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 여인의 모습에 절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산만하고 흩어진 언어가 아니라 당연히 "응축된 언어"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시인은 본인 스스로 말한다. 이런 상황의 세계가 "독창적 은유의 세계"라고. 조영행 시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의미들의 연결 고리'이고 이는 바로 심상, 비유, 상징을 포함한 "독창적 은유의 세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시집 『닻근리 호두나무 제작소』 에 삶의 "시편이 구워지는 냄새" 가득하다.
목차
목차
제1부
나사·11
출장 용접·12
황매화 한 분·14
갈대꽃은 오늘도 귀를 열어 놓고·15
은행나무 앞에서·16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1·17
밥그릇 탑·18
배추를 묶으며·20
덤프트럭들·22
봄볕사·24
나는 매일 나비를 낳는다·26
향일성·28
도대체 뭔지·30
물푸레나무의 상상력·32
제2부
그녀의 목련·35
의자들·36
김장하는 날·38
드릴·40
오늘의 기상도·42
꽃들의 행로·44
주름의 기원·46
봄을 번식하다·48
살맛 나는 요리 시간·50
이명·52
상처의 힘·54
불온한 세계·56
싸리꽃·58
제3부
닻근리에서·61
엄마의 가방·62
고등어 시편·64
나팔꽃 우체통·66
봄볕을 깎는 노인·68
산상 기도원·70
삭아가는 자전거·72
작은 공작나비의 우화·74
아득도 해라·76
꽃으로 왔다가는 시간·78
꽃방·80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2·82
어떤 연애론·84
수몰지·86
라일락미용실·88
제4부
시큰거리는 저녁·93
돌담 도서관·94
갱년기·96
누수·98
굴참나무는 푸른 새들을 키우고 있다·100
도배·102
정박·104
목련꽃 출구·106
꽃의 각질·108
서울로 간 모소대나무·110
안부·112
비워지는 골목·114
엄마의 뜨개질·116
찔레꽃·118
해설│호병탁·119
시인의 말·143
나사·11
출장 용접·12
황매화 한 분·14
갈대꽃은 오늘도 귀를 열어 놓고·15
은행나무 앞에서·16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1·17
밥그릇 탑·18
배추를 묶으며·20
덤프트럭들·22
봄볕사·24
나는 매일 나비를 낳는다·26
향일성·28
도대체 뭔지·30
물푸레나무의 상상력·32
제2부
그녀의 목련·35
의자들·36
김장하는 날·38
드릴·40
오늘의 기상도·42
꽃들의 행로·44
주름의 기원·46
봄을 번식하다·48
살맛 나는 요리 시간·50
이명·52
상처의 힘·54
불온한 세계·56
싸리꽃·58
제3부
닻근리에서·61
엄마의 가방·62
고등어 시편·64
나팔꽃 우체통·66
봄볕을 깎는 노인·68
산상 기도원·70
삭아가는 자전거·72
작은 공작나비의 우화·74
아득도 해라·76
꽃으로 왔다가는 시간·78
꽃방·80
시장 육거리 붉은 벽돌집 2·82
어떤 연애론·84
수몰지·86
라일락미용실·88
제4부
시큰거리는 저녁·93
돌담 도서관·94
갱년기·96
누수·98
굴참나무는 푸른 새들을 키우고 있다·100
도배·102
정박·104
목련꽃 출구·106
꽃의 각질·108
서울로 간 모소대나무·110
안부·112
비워지는 골목·114
엄마의 뜨개질·116
찔레꽃·118
해설│호병탁·119
시인의 말·143
저자
저자
조영행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 2021년 『시에』로 등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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