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주부의 일기
제2 물결 페미니즘의 정점에 출간된 이 소설은 '여성이 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녔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주부 티나의 일기를 통해 가정이라는 이름의 '안락한 포로수용소'에서 여성이 매일같이 경험하는 구속과 좌절의 현실을 오롯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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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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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주부의 일기"의 주인공 베티나 먼비스 볼저는 베티 프리던이 인터뷰한 주부들과 매우 닮았다. 티나는 뉴욕 교외 화이트플레인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베티 프리던의 모교인 스미스 칼리지를 다니며 문학과 예술에 관심을 보이고, 화가가 되어 예술에 인생을 바치겠다는 포부를 품는다. 그러나 졸업 후 화가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데,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으며 특히 예술의 세계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 그는 용기를 잃지 말고 정진하라는 응원 대신에 "자신에게 적합한 것" 즉 주부로서의 삶을 추구하라는 조언을 받는다. 주변 사람들과 가족, 정신과의사의 말에 끝내 설득당한 티나는 가부장제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내면화하고,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비서 일을 하며 남편감을 찾아 나선다.
"결국에 나는 내가 제법 똑똑하지만 무척이나 평범한 여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다소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강렬한 '여성의 충동'을 지녔는데, 이 말은 단순히 내가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염원한다는 뜻이었다."
티나는 지역 민주당 클럽에서 야심 찬 조너선 볼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며 주부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변해가는 남편과 그가 요구하는 모습에 자신을 맞추어가기가 버거워지는 티나는 어느 날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증과 공포증,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신이 제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우연히 문구점에서 공책을 보고 감정 해소와 객관적인 상황 분석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꾸준히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그래, 여기에 기록하면 감정을 쏟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황을 명확히 보는 데 도움이 될성싶다. 일어나는 일들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기록해놓고, 언젠가 이걸 다시 읽으면 반복되는 행동의 규칙을 발견하고 지금 내 상태의 원인을 설명할 만한 힌트를 찾을지도 모른다."
일기를 쓰며 자기가 자신의 삶에 주인이 아님을 점차 깨닫는 티나는 탈출의 일환으로 외도를 시도한다. 그러나 외도 상대 조지 프레이거는 뛰어난 극작가이지만 여성혐오자이고, 티나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자신들이 "서로에게 철저히 무관심"하며 육체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이런 외도를 저지르는 자체가 자신이 "자발적인 피해자이자 마조히스트"와 다름없음을 알고 있다. 이 관계가 폭력적으로 끝나고 난 뒤에 티나는 자신이 삶에서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데…
저자 수 코프먼은 명문 여대 바너드를 졸업하고 잡지사에서 잠시 일하다 프리랜서 작가로 전향하였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으며 영화화된 "미친 주부의 일기"에는 뉴욕에서 주부로 살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한 코프먼의 재치와 비애가 녹아 있다. 당시 뉴욕 중상층의 사교 생활과 사치, 허세스러운 예술가들의 세계에 대한 관찰 역시 재미가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선명히 부각되는 것은 그 시대에 여성을 옭아매고 있던 가부장적 여성상과 주부들이 "안락한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구속과 좌절이다. 소설 초반에 티나는 여자가 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자신이 이처럼 불행하다는 자체가 정신이 나가서가 아니냐고 자문한다. 그러나 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삶은 겉에서 보기에만 풍요롭다. 집에서 자기 뜻대로 책을 읽을 수도 없는 그는 자기 명의로 된 은행 계좌 하나 없어 남편이 살림하라고 주는 용돈이 없으면 아이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다. 가기 싫은 파티에 억지로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서 내키지 않아도 남편이 원하면 잠자리에 응해야 하는 그의 삶은 그야말로 "안락한 포로수용소"라는 말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티나 주변의 남자들은 어떠한가? 티나의 아버지는 딸을 무척 사랑하지만 그가 "우아한 갤러리"에서 고객 응대 일을 하며 자신의 컨트리클럽에 다니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바란다. 정신과의사는 그에게 "자기 자신의 모습"대로 살라고 조언하는데, 그것이 바로 주부의 삶이다. 남편 조너선은 자신이 가정의 부양자이므로 아내가 헤어스타일과 옷까지 자신이 원하는 요구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인형의 집"의 노라처럼 티나가 조너선을 떠난 뒤에 자기의 길을 찾아가길 바란 독자는 결말을 보고 조금 실망하며 씁쓸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사회와 티나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10년도 전에 잠깐 비서로 일한 게 전부인 티나가 가정을 덜컥 떠나 자기만의 꿈을 새로이 찾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다만 남편 조너선이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누구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주부로 살기로 결심한 티나의 삶이 앞으로는 조금 더 자유롭고 자주적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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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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