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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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상재하면서
시조는
민족 고유의 문학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서
온 국민이
시조문학 회원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2021년 9월
人山 김 만 옥
상재하면서
시조는
민족 고유의 문학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서
온 국민이
시조문학 회원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2021년 9월
人山 김 만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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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발문跋文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인간 사랑의 詩學
- 김만옥 시조집『굳은 살』-
백승수 (문학박사, 시조시인)
Ⅰ. 서언
현대시조는 현대라는 시공간 속에서 현대적 사상과 생활 감정을 시조라는 그릇에 담는 것으로, 이에는 시조의 시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여 자기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창작해야 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작품을 쓰되, 과거 창작 그 자체가 신비한 것으로 인식하였던 것을 이제는 탈 신비화하여야 좋으며, 리얼리즘 방법도 항상 새롭게 보는 태도를 그 가치로 해야 하며, 언어와 음성 특히 그 토운tone에 있어서도 고시조에 나타나는 「어즈버」, 「아이야」와 같은 투어나 주제의식의 취약성은 물론 과거 구습의 것들을 과감히 탈피하여 새 리듬을 창조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영음靈音을 살리는 그런 작품이 현대성에 걸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김만옥 시인께서는 예향禮鄕으로 알려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셔서 일생을 청렴결백하신 공무원으로 국가에 봉사하셨고,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문학에 정진하시어 그 보람으로 수상경력도 화려하신데, 예컨대, 국보문학 신인상(2015년), 공무원 문예대전 행정안전부장관상(2009년), 부산문학상(2020년), 문심문학상(2020년), 부산문학인아카데미 문학상(2021년), 매일시니어문학상(2021년) 등을 수상하신 그것이 이를 말하고 있다, 자유시를 쓴 시집도 이미 3권을 출간하신 바 있다.
이번에는 장르를 달리하여 시조집 『굳은 살』을 처음으로 출간하시게 되었는데, 이는 그동안 시와 시조, 수필과 아동문학 작품을 골고루 천작하신 결과라 여겨지기에 심심한 축하와 함께 참으로 훌륭하신 재능을 지닌 분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다. 이는 일찍이 '볼프강?카이저'가 지적한 문학적 재능, 특히 인생의 삶을 '감동'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가운데 절로 이루어진 재능에 속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 말을 잠시 인용하여 소개한다.
Nicht selten ist sie nicht nur Symptom der kÜnstlerischen Empfänglichkeit, sondern zugleich Zeichen einer eigenen latenten Schaffenskraft, deren Weckung von der theoretischen Beschäftigung mit der Dichtung erwartet wirt.
(감동이라는 것은 단지 예술적 감수성의 징후일 뿐만 아니라 문학을 형식적 이론적인 것으로 다룸에 있어 각성으로 예기되는 독자적인 것으로 이는 잠재적 창조적인 경우가 된다.)
이번에 출간하시는 시조집에서는 70편의 작품을 모은 것인데, 읽어보면 볼수록 그 심오한 사고력의 깊이는 물론, 시적 언어 선택에 있어서도 너무 참신하다. 시조의 맥이라 할 수 있는 종장 처리 능력이 탁월하여 그 우수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어 괄목할만한 실정이다. 특기할 만한 일은 무릇 모든 서정시가 그렇듯이 자기가 자기에게 보내는 '나-나'의 대화 체계로 독백이나 방백을 통하여 사물을 관찰하고 인지하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작품 70편 모두는 '나'라는 김 시인의 존재를 중심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나타난다.
?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로 생활 감정이 오롯하게 묻어나는 정감을 통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고 침묵 적료 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여 스스로 사회화 과정에 참여하고 믿음과 소망 인정과 사랑을 구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것으로 사회 현상의 모습을 나름대로 해부하면서 이를 보다 긍정적인 안목으로 구원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특성.
? 자연을 아름답게 바라보거나 활물론적 입장에서 찬미하면서 전통적 아케이즘을 구가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특성.
? 액자형 스토리를 연극적인 입장에서 다루어, 창의적이고 철학적인 장중한 깊이를 더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대략 이와 같은 특성들이 보이는데, 논자에 따라서는 이에 대한 이견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라고 본다. 이러한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전개한다.
Ⅱ.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
'자기'란 '자아'의 발전 개념이다. 사람이 태어나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본능에 충실한 상태를 '자아'라 한다면, 차츰 주위를 둘러보아 남과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상태(일종의 사회화 과정을 가질 수 있는 상태)를 '자기'라 한다. 사람의 고통과 시련은 이러한 '자기'라는 상태에서 생기며, 그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며 느끼고, 견디고, 돌아보는 그것을 근원적인 성찰이라고 한다.
좋은 날 있으리라
믿음으로 살아왔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 않고 버틴 날들
오늘을
마지막처럼
알뜰하게 챙기며
돌아본 내 발자취 몇 점이나 주어질까
노을빛 목에 감고
길모퉁이 바라본다
빛나는
우등상보다
개근상이면 족한데
-「상賞」전문 -
무슨 공적이나 재주가 있어 상을 받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김 시인은 누구에게 자기의 우수한 면을 들어 보상받기보다는 그저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표식으로 개근상이면 족하다는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알레고리Allegory'이며 이런 것 말고도 자신의 절대적 고독을 노래하는 다음과 같은 경우도 보인다.
밤 깊어
집을 찾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내 집인 듯
시름 잊고
이 한 밤 잘렸더니
그나마
어찌 알고서
나를 찾는 외로움
-「나그네의 밤」전문 -
마음이 편안하니
배움이 재미있다
유채꽃 한들한들 햇살은 더욱 곱고
바라본 나의 삶 또한
이만하면 괜찮다
생각을 달리하고
새롭게 바라보니
맑아진 하늘만큼 이웃이 더 정겹다
날마다 절로 콧노래
참 신선한 변화다
-「즐거운 삶」전문 -
집을 떠나 서울의 어느 여관에서 묵으며 침잠하여 하룻밤을 지새우려니 오히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외롭고 쓸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은 근원적으로 쓸쓸하고 고독한 존재이다.
그 이유는 일찍이 '하이데거'가 밝혔듯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사람이요, 항상 살아가는 공간에서 갇혀 지내며, 그러나 얼마 살지 못하고 곧 죽어야 한다는 유한자有限者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몇 몇 작품을 통하여 이러한 사실을 드러낸다. 작품 「정년퇴직停年退職」, 「즐거운 삶」, 「지각」, 「미련」, 「사우나탕에서」 같은 곳에서도 동일하게 이런 사실을 말하고 있는데, 「정년퇴직」의 쓸쓸함과 「지각」에서의 자기 성찰, 「미련」에서의 하소연, 「사우나탕에서」의 고적감 같은 것을 두루 그려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작품 「즐거운 삶」에서는 가장 조용한 자세로 세상을 긍정하며 스스로 관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이루어 내고 있다.
Ⅲ.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에 따른 인정과 사랑
현실을 살펴보고 이를 바르게 인식하는 일은 소위 '리얼리즘' 정신이다. 이에 대한 공식은 19세기부터 시작된 운동으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는 일과 함께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데 있다. 소설가 김유정에게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가?" 물었더니,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했다. 비전이 없는 리얼리즘은 공허한 것이다. 퇴계 선생님은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하는가?"에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學而?正心)"라고 하셨다. 현실 인식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보이는 일은,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 태도인 것이다.
모난 돌
편편한 돌
수많은 돌들 중에
디딤돌로 쓰이든지
주춧돌로 박혀야지
멋대로
굴러다니며
걸림돌이 되어서야
-「역할」전문 -
작품 「역할」은 일종의 역설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세상을 바르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돌을 인간과 동일시하여 시조의 3장 구조에 알맞게 간추려 담아 각성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 각성은 마치 자다가 문득 잠을 깨어, 세상이 얼마나 순백하고 은혜로운지를 깨닫는 것과 같다. 이런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경우로 더욱 확대된다.
말 대신 몸 부딪혀
제 자릴 지켜내는
눈물로 울지 않고 가슴으로 우는 사람
아버지,
태산 같은 그 말
눈시울을 붉힌다
두렵고
힘들어도 내색 없이 짊어진 짐
천만리 걷는 걸음
차가운 달빛아래
남몰래
혼자서 우는
남자보다 강한 사람
-「태산」전문 -
태산이라는 자연적 요소에 아버지라는 존재를 대비시키면서 실상은 부모님의 은혜를 실존적인 차원에서 노래하고 있는 경우이다. 김 시인께서는 대단하신 효자로서 부모님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작품이 많이 보인다. 이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며 인정인 것이다. 작품 「너를 보내고」에서는 아끼던 차를 폐차시키면서 느끼는 소감을, 작품 「세월」에서는 어릴 적 여자 친구를 언급하고 있고, 작품 「현문우답賢問愚答」과 「연등」, 「최고」에서는 종교적 차원의 빛의 이미지를 통하여 이러한 인정과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수직 공간적 기호 체계의 의미로 상승의식을 고취시킨 경우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과 더불어 인정과 사랑을 피력하고 있다.
Ⅳ.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해부
김 시인은 특히 수목과 꽃 같은 자연물의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표출을 잘 구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꽃에 대한 이야기가 대체로 많음), 이는 자연물의 명명明明한 삶의 기저 본질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경우에 속한다. 속세의 삶이 고단하지만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은 세상을 정화하는 숭고함과 더불어 자연성과 세속성의 조화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향기 없는
국화꽃은 세상에 없는 거다
스산한 겨울 저녁 모퉁이 돌아서면
퇴근 길
걸음 멈추는
구수한 꽃 국화빵
잎 없이 꽃이 피는
상사화 아린 사연
뒤집고 뒤집히며 몸부림친 생의 흔적
뜨겁게
달구어지며
문양으로 새겨진다
-「국화빵」전문 -
국화빵은 국화 무늬가 새겨진 빵으로 누구나 한번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타나는 언술이 참으로 특이하다. '뒤집고 뒤집히며 몸부림친 생의 흔적' 같은 표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김 시인의 창조적 언어 조탁의 솜씨는 이래서 탁월하다고 본다. 더구나 국화가 가지는 꽃 이미지는 김 시인의 다른 꽃 이미지와 함께 불꽃같은 상승의식을 더하는 것으로, 꽃을 사랑하는 김 시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진한 상징성을 지니는 다음과 같은 작품도 있다.
단단한 것일수록
속살은 더 여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 상처와 상처 사이
고독한
시간의 울림
눈물처럼 번진다
보듬어 삭히려고
안간힘 쏟다보니
응어리 맺혔다가 퇴적된 가슴앓이
남모를
옹이를 안고
꽃무늬로 뜨겁다
-「굳은 살」전문 -
일상에 쫓기면서 생각 없이 살았는데
세상을 알고 보니 외로운 것 너무 많아
헬로우,
설운 사람들아 안부나 묻고 살자
조약돌 베고 누워 세월을 기다리다
혼자서 턱을 괴고 철학가를 자칭한다
헬로우,
외론 사람들아 가슴을 열고 살자
술기운에 젖어보면 적막한 순간순간
외면했던 일상들이 두 눈에 담겨온다
헬로우,
독한 사람들아 눈인사나 하고 살자
-「헬로우」전문 -
작품 「굳은 살」은 참으로 심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이 무슨 일을 열심히 하면, 가령 손을 너무 쓰면 물집이 생기고, 그 물집이 터지고 터져, 마침내 굳고 굳어, 「굳은 살」이 된다는 것, 그것은 김 시인이 말하듯 '응어리 맺혔다가 퇴적된 가슴앓이' 같은 모양새가 된다는 것으로, 인생이란 이렇게 희비애환 속에서 상처를 어루만지고 달래며 울면서라도 가고, 또 다시 가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역설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누가 이르지 않았던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김 시인의 역설은 이렇게 참절 처절한 인생의 진면목을 밝혀내면서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구원하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작품으로 작품 「웃고 살자」와 「헬로우」에서는 이웃과 화목을 꿈꾸는 의지를, 작품 「상전벽해桑田碧海」와 「장애인 2」, 그리고 「갈증」에서는 인생의 참된 실상을 진지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방법으로 인생 그 자체를 나름대로 해부하고 있는 것이다.
Ⅴ. 국토·자연·인물에 대한 찬미와 이에 따른 아케이즘
김 시인의 자연에 대한 찬미는 대개 과거의 선비정신을 본받은 것으로 선비란 원래 부와 귀의 세속적 가치를 따르지 않고 인의仁義의 유교이념을 신봉하며, 특히 세속적 가치를 인간의 욕망이 지향하는 이익이라 한다면, 이와 반대로 선비가 지향하는 가치는 인간의 성품에 내재된 의리라 생각하여 과거 역사적 위인이나 우리 국토와 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김 시인은 특히 독도 같은 섬이나 이순신 안중근 같은 인물을 자주 언급한다.) 국토 자연의 사랑은 물론 그 소중함을 일깨우고 더불어 위인들에 대한 숭앙의 이야기를 작품 곳곳에 드러낸다. 우선 한국의 자연, 특히 계절 감각을 드러낸 작품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고요한
흔들림에
떨어지는 단풍잎들
길 가던
할머니가
참 곱다 감탄한다
인생의
마지막 모습도
저처럼 고왔으면
-「뒷모습」전문 -
잎이 진
가지 위에
곤줄박이 한 마리
한낮의
긴 시간을
부리로 쪼고 있다
함박눈
포근히 내리면
텅 빈 가슴 위로 될까
-「교감交感」전문 -
앞의 작품들은 낙엽과 새를 통하여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가를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금강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인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경우와 같다. 이런 이야기는 작품 「그리고 가을」과 「봄 스케치」에서는 계절 감각을, 「대나무 숲에서」는 대나무가 마치 열사처럼 의연한 한국 선현들을 동일시하고 있다. 작품 「천연기념물 제336호」에서는 독도를 의인적인 것으로 환원하여 찬미하고 있고, 작품 「교훈敎訓」에서는 성웅 이순신의 삶을 드높이 사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김 시인은 국토·자연·인물에 대한 찬미와 이에 따른 아케이즘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Ⅵ. 액자형 스토리의 연극적인 표현
김 시인의 작품 속 화자는 실제로 '나'이지만, 서정시의 주인공은 대개가 '나'이고 그것을 굳이 나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며, 오히려 자꾸 나를 강조하면 그 참된 모습이 왜곡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나이며, 그래서 '나-나' 담화체계이며, 소위 '로트만'이 지적하고 있듯 왜곡하거나 숨긴다면 점점 더 어렵게 숨김을 당하게 되는 이치와 같다.
이를 엔트로피치의 증대에 관한 이치로 따져보아도 사실은 예술작품이 일종의 정보 잉여도의 분산인데, 서정시의 '나-나' 담화체계는 이러한 분산을 안고 있으며, 특히 액자형 스토리의 연극적인 언술은 우선 쉽게 생각하는 대로 단순하지 않고, 특히 극적인 면의 글쓰기는 '방브니스트'의 말대로 본문보다는 산출하는 행위에 더 역점을 두면서 언어 사용 행위에 대한 기능 작용이다.
연극 작품은 다른 예술 작품이나 다른 기호체계와는 기호량의 풍부함으로 구별해야 된다는 것이다. 연극적 표시는 시, 조형예술, 음악, 무도 등 여러 예술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이며, 각각의 요소는 무대상에서 여러 기호를 갖는다. 조각의 특징적 성질의 하나인 어느 방향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무대에서는 그 조각 작품이 가지는 다양성이 없어진다는 원리와 같기에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말이 좀 길었지만 쉽게 말하면 김 시인은 스스로 연극적 요소를 체득하여 전지전능한 작가시점을 만들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시집갈
딸아이는 미안해서 말 못하고
엄마는 이것저것
속상해서 말 안하고
아빠는
돌아앉아서
줄담배만 태운다
-「감전感電Ⅰ」전문 -
공무원 합격해야
장가 들 아들 녀석
발표가 그제인데 아무런 말이 없네
말 없는
그 속 심정을
어느 누가 살피랴
-「감전感電 Ⅱ」전문 -
앞의 두 작품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스토리를 바로 알 수 있게 한다. 시집가는 딸 혼수비용에 대한 식구들 걱정을 있는 그대로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렵다고 소문난 공무원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아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데 이는 김 시인만이 가지는 특별한 재능인 것이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스토리를 그것도 자연스럽고 공감이 가도록 그리고 있어 과거 고시조의 장시조(사설시조) 사설풀이 전통을 현대에 옮겨온 듯하다. 그것도 장시조가 아닌 형식으로 표현한 기교가 돋보인다.
정규직
비정규직
누가 만든 멍에인가
일하는 즐거움을
함께할 날 있을까
북극성
흔들리는 밤
핏기 없는 저 멍에
-「비정규직」전문 -
벌집도 아니면서 비둘기집도 아닌 것이
도심 속 곳곳마다 빌딩 숲을 이루었네
집인지 부동산인지
널을 뛰는 값어치
복도식 베란다에 비좁은 엘리베이터
세 들어 사는 집에 재개발 핑크빛 소문
살(買) 건지 그냥 살 건지
자고나면 흔들려
-「재테크」전문 -
북극성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이다. 그러나 이 별이 흔들린다는 것으로, 핏기 없는 멍에를 둘러 쓴 비정규직 직원의 부평초 같은 실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어 작품 「에쓰라인」과 「재테크」, 「질투」에서는 일종의 풍자Satire를, 작품 「술집에서」, 「단주가」에서는 역설Paradox을 이루어 내면서 액자형 스토리의 연극적인 표현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있다.
Ⅶ. 결어
김만옥 시인께서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셔서 일생을 성실하고 청렴한 마음가짐으로 국가 공무원으로서 봉사하셨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신 분으로 그동안 시와 시조, 수필과 아동문학 작품을 골고루 천작하신 분으로 이번에는 시조집 『굳은 살』을 출간하시게 되었다는 점은 시조시인 모두가 축하드릴 일이라 여겨진다. 이 작품집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주옥같은 작품 70수가 담겨 있는데 그 작품의 특성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로 생활 감정이 묻어나는 정감을 통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고 침잠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현실을 인식하여 스스로 사회화 과정을 통한 인정과 사랑을 구가하는 특성,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것으로 사회 현상의 모습을 해부하면서 보다 긍정적인 안목으로 구원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특성, 자연을 아름답게 바라보거나 활물론적 입장에서 찬미하면서 전통적 아케이즘과 접목하고자 의지를 드러내는 특성, 액자형 스토리를 연극적인 입장에서 다루어 창의적이고 철학적인 장중한 깊이를 더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사항을 간추려 김만옥 시인의 시조집 『굳은 살』은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인간 사랑의 시학詩學」이라 볼 수 있으며, 덧붙여 말씀드리면 김 시인은 창작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언어 조탁과 구사 능력이 탁월하신 분이며 작품을 쓰는 방법도 나름대로 경지를 개척하신 분이라 여겨지기에 앞날에 기대가 매우 크신 분이라는 점이다. 거듭 좋은 작품 창작하시고 문운 왕성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시조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인간 사랑의 詩學
- 김만옥 시조집『굳은 살』-
백승수 (문학박사, 시조시인)
Ⅰ. 서언
현대시조는 현대라는 시공간 속에서 현대적 사상과 생활 감정을 시조라는 그릇에 담는 것으로, 이에는 시조의 시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여 자기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창작해야 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작품을 쓰되, 과거 창작 그 자체가 신비한 것으로 인식하였던 것을 이제는 탈 신비화하여야 좋으며, 리얼리즘 방법도 항상 새롭게 보는 태도를 그 가치로 해야 하며, 언어와 음성 특히 그 토운tone에 있어서도 고시조에 나타나는 「어즈버」, 「아이야」와 같은 투어나 주제의식의 취약성은 물론 과거 구습의 것들을 과감히 탈피하여 새 리듬을 창조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영음靈音을 살리는 그런 작품이 현대성에 걸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김만옥 시인께서는 예향禮鄕으로 알려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셔서 일생을 청렴결백하신 공무원으로 국가에 봉사하셨고,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문학에 정진하시어 그 보람으로 수상경력도 화려하신데, 예컨대, 국보문학 신인상(2015년), 공무원 문예대전 행정안전부장관상(2009년), 부산문학상(2020년), 문심문학상(2020년), 부산문학인아카데미 문학상(2021년), 매일시니어문학상(2021년) 등을 수상하신 그것이 이를 말하고 있다, 자유시를 쓴 시집도 이미 3권을 출간하신 바 있다.
이번에는 장르를 달리하여 시조집 『굳은 살』을 처음으로 출간하시게 되었는데, 이는 그동안 시와 시조, 수필과 아동문학 작품을 골고루 천작하신 결과라 여겨지기에 심심한 축하와 함께 참으로 훌륭하신 재능을 지닌 분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다. 이는 일찍이 '볼프강?카이저'가 지적한 문학적 재능, 특히 인생의 삶을 '감동'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가운데 절로 이루어진 재능에 속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 말을 잠시 인용하여 소개한다.
Nicht selten ist sie nicht nur Symptom der kÜnstlerischen Empfänglichkeit, sondern zugleich Zeichen einer eigenen latenten Schaffenskraft, deren Weckung von der theoretischen Beschäftigung mit der Dichtung erwartet wirt.
(감동이라는 것은 단지 예술적 감수성의 징후일 뿐만 아니라 문학을 형식적 이론적인 것으로 다룸에 있어 각성으로 예기되는 독자적인 것으로 이는 잠재적 창조적인 경우가 된다.)
이번에 출간하시는 시조집에서는 70편의 작품을 모은 것인데, 읽어보면 볼수록 그 심오한 사고력의 깊이는 물론, 시적 언어 선택에 있어서도 너무 참신하다. 시조의 맥이라 할 수 있는 종장 처리 능력이 탁월하여 그 우수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어 괄목할만한 실정이다. 특기할 만한 일은 무릇 모든 서정시가 그렇듯이 자기가 자기에게 보내는 '나-나'의 대화 체계로 독백이나 방백을 통하여 사물을 관찰하고 인지하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작품 70편 모두는 '나'라는 김 시인의 존재를 중심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나타난다.
?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로 생활 감정이 오롯하게 묻어나는 정감을 통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고 침묵 적료 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여 스스로 사회화 과정에 참여하고 믿음과 소망 인정과 사랑을 구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것으로 사회 현상의 모습을 나름대로 해부하면서 이를 보다 긍정적인 안목으로 구원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특성.
? 자연을 아름답게 바라보거나 활물론적 입장에서 찬미하면서 전통적 아케이즘을 구가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특성.
? 액자형 스토리를 연극적인 입장에서 다루어, 창의적이고 철학적인 장중한 깊이를 더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대략 이와 같은 특성들이 보이는데, 논자에 따라서는 이에 대한 이견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라고 본다. 이러한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전개한다.
Ⅱ.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
'자기'란 '자아'의 발전 개념이다. 사람이 태어나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본능에 충실한 상태를 '자아'라 한다면, 차츰 주위를 둘러보아 남과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상태(일종의 사회화 과정을 가질 수 있는 상태)를 '자기'라 한다. 사람의 고통과 시련은 이러한 '자기'라는 상태에서 생기며, 그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며 느끼고, 견디고, 돌아보는 그것을 근원적인 성찰이라고 한다.
좋은 날 있으리라
믿음으로 살아왔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 않고 버틴 날들
오늘을
마지막처럼
알뜰하게 챙기며
돌아본 내 발자취 몇 점이나 주어질까
노을빛 목에 감고
길모퉁이 바라본다
빛나는
우등상보다
개근상이면 족한데
-「상賞」전문 -
무슨 공적이나 재주가 있어 상을 받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김 시인은 누구에게 자기의 우수한 면을 들어 보상받기보다는 그저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표식으로 개근상이면 족하다는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알레고리Allegory'이며 이런 것 말고도 자신의 절대적 고독을 노래하는 다음과 같은 경우도 보인다.
밤 깊어
집을 찾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내 집인 듯
시름 잊고
이 한 밤 잘렸더니
그나마
어찌 알고서
나를 찾는 외로움
-「나그네의 밤」전문 -
마음이 편안하니
배움이 재미있다
유채꽃 한들한들 햇살은 더욱 곱고
바라본 나의 삶 또한
이만하면 괜찮다
생각을 달리하고
새롭게 바라보니
맑아진 하늘만큼 이웃이 더 정겹다
날마다 절로 콧노래
참 신선한 변화다
-「즐거운 삶」전문 -
집을 떠나 서울의 어느 여관에서 묵으며 침잠하여 하룻밤을 지새우려니 오히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외롭고 쓸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은 근원적으로 쓸쓸하고 고독한 존재이다.
그 이유는 일찍이 '하이데거'가 밝혔듯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사람이요, 항상 살아가는 공간에서 갇혀 지내며, 그러나 얼마 살지 못하고 곧 죽어야 한다는 유한자有限者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몇 몇 작품을 통하여 이러한 사실을 드러낸다. 작품 「정년퇴직停年退職」, 「즐거운 삶」, 「지각」, 「미련」, 「사우나탕에서」 같은 곳에서도 동일하게 이런 사실을 말하고 있는데, 「정년퇴직」의 쓸쓸함과 「지각」에서의 자기 성찰, 「미련」에서의 하소연, 「사우나탕에서」의 고적감 같은 것을 두루 그려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작품 「즐거운 삶」에서는 가장 조용한 자세로 세상을 긍정하며 스스로 관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이루어 내고 있다.
Ⅲ.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에 따른 인정과 사랑
현실을 살펴보고 이를 바르게 인식하는 일은 소위 '리얼리즘' 정신이다. 이에 대한 공식은 19세기부터 시작된 운동으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는 일과 함께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데 있다. 소설가 김유정에게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가?" 물었더니,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했다. 비전이 없는 리얼리즘은 공허한 것이다. 퇴계 선생님은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하는가?"에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學而?正心)"라고 하셨다. 현실 인식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보이는 일은,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 태도인 것이다.
모난 돌
편편한 돌
수많은 돌들 중에
디딤돌로 쓰이든지
주춧돌로 박혀야지
멋대로
굴러다니며
걸림돌이 되어서야
-「역할」전문 -
작품 「역할」은 일종의 역설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세상을 바르게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돌을 인간과 동일시하여 시조의 3장 구조에 알맞게 간추려 담아 각성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 각성은 마치 자다가 문득 잠을 깨어, 세상이 얼마나 순백하고 은혜로운지를 깨닫는 것과 같다. 이런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경우로 더욱 확대된다.
말 대신 몸 부딪혀
제 자릴 지켜내는
눈물로 울지 않고 가슴으로 우는 사람
아버지,
태산 같은 그 말
눈시울을 붉힌다
두렵고
힘들어도 내색 없이 짊어진 짐
천만리 걷는 걸음
차가운 달빛아래
남몰래
혼자서 우는
남자보다 강한 사람
-「태산」전문 -
태산이라는 자연적 요소에 아버지라는 존재를 대비시키면서 실상은 부모님의 은혜를 실존적인 차원에서 노래하고 있는 경우이다. 김 시인께서는 대단하신 효자로서 부모님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작품이 많이 보인다. 이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며 인정인 것이다. 작품 「너를 보내고」에서는 아끼던 차를 폐차시키면서 느끼는 소감을, 작품 「세월」에서는 어릴 적 여자 친구를 언급하고 있고, 작품 「현문우답賢問愚答」과 「연등」, 「최고」에서는 종교적 차원의 빛의 이미지를 통하여 이러한 인정과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수직 공간적 기호 체계의 의미로 상승의식을 고취시킨 경우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과 더불어 인정과 사랑을 피력하고 있다.
Ⅳ.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해부
김 시인은 특히 수목과 꽃 같은 자연물의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표출을 잘 구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꽃에 대한 이야기가 대체로 많음), 이는 자연물의 명명明明한 삶의 기저 본질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경우에 속한다. 속세의 삶이 고단하지만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은 세상을 정화하는 숭고함과 더불어 자연성과 세속성의 조화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향기 없는
국화꽃은 세상에 없는 거다
스산한 겨울 저녁 모퉁이 돌아서면
퇴근 길
걸음 멈추는
구수한 꽃 국화빵
잎 없이 꽃이 피는
상사화 아린 사연
뒤집고 뒤집히며 몸부림친 생의 흔적
뜨겁게
달구어지며
문양으로 새겨진다
-「국화빵」전문 -
국화빵은 국화 무늬가 새겨진 빵으로 누구나 한번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타나는 언술이 참으로 특이하다. '뒤집고 뒤집히며 몸부림친 생의 흔적' 같은 표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김 시인의 창조적 언어 조탁의 솜씨는 이래서 탁월하다고 본다. 더구나 국화가 가지는 꽃 이미지는 김 시인의 다른 꽃 이미지와 함께 불꽃같은 상승의식을 더하는 것으로, 꽃을 사랑하는 김 시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진한 상징성을 지니는 다음과 같은 작품도 있다.
단단한 것일수록
속살은 더 여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 상처와 상처 사이
고독한
시간의 울림
눈물처럼 번진다
보듬어 삭히려고
안간힘 쏟다보니
응어리 맺혔다가 퇴적된 가슴앓이
남모를
옹이를 안고
꽃무늬로 뜨겁다
-「굳은 살」전문 -
일상에 쫓기면서 생각 없이 살았는데
세상을 알고 보니 외로운 것 너무 많아
헬로우,
설운 사람들아 안부나 묻고 살자
조약돌 베고 누워 세월을 기다리다
혼자서 턱을 괴고 철학가를 자칭한다
헬로우,
외론 사람들아 가슴을 열고 살자
술기운에 젖어보면 적막한 순간순간
외면했던 일상들이 두 눈에 담겨온다
헬로우,
독한 사람들아 눈인사나 하고 살자
-「헬로우」전문 -
작품 「굳은 살」은 참으로 심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이 무슨 일을 열심히 하면, 가령 손을 너무 쓰면 물집이 생기고, 그 물집이 터지고 터져, 마침내 굳고 굳어, 「굳은 살」이 된다는 것, 그것은 김 시인이 말하듯 '응어리 맺혔다가 퇴적된 가슴앓이' 같은 모양새가 된다는 것으로, 인생이란 이렇게 희비애환 속에서 상처를 어루만지고 달래며 울면서라도 가고, 또 다시 가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역설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누가 이르지 않았던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김 시인의 역설은 이렇게 참절 처절한 인생의 진면목을 밝혀내면서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구원하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작품으로 작품 「웃고 살자」와 「헬로우」에서는 이웃과 화목을 꿈꾸는 의지를, 작품 「상전벽해桑田碧海」와 「장애인 2」, 그리고 「갈증」에서는 인생의 참된 실상을 진지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방법으로 인생 그 자체를 나름대로 해부하고 있는 것이다.
Ⅴ. 국토·자연·인물에 대한 찬미와 이에 따른 아케이즘
김 시인의 자연에 대한 찬미는 대개 과거의 선비정신을 본받은 것으로 선비란 원래 부와 귀의 세속적 가치를 따르지 않고 인의仁義의 유교이념을 신봉하며, 특히 세속적 가치를 인간의 욕망이 지향하는 이익이라 한다면, 이와 반대로 선비가 지향하는 가치는 인간의 성품에 내재된 의리라 생각하여 과거 역사적 위인이나 우리 국토와 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김 시인은 특히 독도 같은 섬이나 이순신 안중근 같은 인물을 자주 언급한다.) 국토 자연의 사랑은 물론 그 소중함을 일깨우고 더불어 위인들에 대한 숭앙의 이야기를 작품 곳곳에 드러낸다. 우선 한국의 자연, 특히 계절 감각을 드러낸 작품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고요한
흔들림에
떨어지는 단풍잎들
길 가던
할머니가
참 곱다 감탄한다
인생의
마지막 모습도
저처럼 고왔으면
-「뒷모습」전문 -
잎이 진
가지 위에
곤줄박이 한 마리
한낮의
긴 시간을
부리로 쪼고 있다
함박눈
포근히 내리면
텅 빈 가슴 위로 될까
-「교감交感」전문 -
앞의 작품들은 낙엽과 새를 통하여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가를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금강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인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경우와 같다. 이런 이야기는 작품 「그리고 가을」과 「봄 스케치」에서는 계절 감각을, 「대나무 숲에서」는 대나무가 마치 열사처럼 의연한 한국 선현들을 동일시하고 있다. 작품 「천연기념물 제336호」에서는 독도를 의인적인 것으로 환원하여 찬미하고 있고, 작품 「교훈敎訓」에서는 성웅 이순신의 삶을 드높이 사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김 시인은 국토·자연·인물에 대한 찬미와 이에 따른 아케이즘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Ⅵ. 액자형 스토리의 연극적인 표현
김 시인의 작품 속 화자는 실제로 '나'이지만, 서정시의 주인공은 대개가 '나'이고 그것을 굳이 나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며, 오히려 자꾸 나를 강조하면 그 참된 모습이 왜곡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나이며, 그래서 '나-나' 담화체계이며, 소위 '로트만'이 지적하고 있듯 왜곡하거나 숨긴다면 점점 더 어렵게 숨김을 당하게 되는 이치와 같다.
이를 엔트로피치의 증대에 관한 이치로 따져보아도 사실은 예술작품이 일종의 정보 잉여도의 분산인데, 서정시의 '나-나' 담화체계는 이러한 분산을 안고 있으며, 특히 액자형 스토리의 연극적인 언술은 우선 쉽게 생각하는 대로 단순하지 않고, 특히 극적인 면의 글쓰기는 '방브니스트'의 말대로 본문보다는 산출하는 행위에 더 역점을 두면서 언어 사용 행위에 대한 기능 작용이다.
연극 작품은 다른 예술 작품이나 다른 기호체계와는 기호량의 풍부함으로 구별해야 된다는 것이다. 연극적 표시는 시, 조형예술, 음악, 무도 등 여러 예술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이며, 각각의 요소는 무대상에서 여러 기호를 갖는다. 조각의 특징적 성질의 하나인 어느 방향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무대에서는 그 조각 작품이 가지는 다양성이 없어진다는 원리와 같기에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말이 좀 길었지만 쉽게 말하면 김 시인은 스스로 연극적 요소를 체득하여 전지전능한 작가시점을 만들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시집갈
딸아이는 미안해서 말 못하고
엄마는 이것저것
속상해서 말 안하고
아빠는
돌아앉아서
줄담배만 태운다
-「감전感電Ⅰ」전문 -
공무원 합격해야
장가 들 아들 녀석
발표가 그제인데 아무런 말이 없네
말 없는
그 속 심정을
어느 누가 살피랴
-「감전感電 Ⅱ」전문 -
앞의 두 작품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스토리를 바로 알 수 있게 한다. 시집가는 딸 혼수비용에 대한 식구들 걱정을 있는 그대로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렵다고 소문난 공무원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아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데 이는 김 시인만이 가지는 특별한 재능인 것이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스토리를 그것도 자연스럽고 공감이 가도록 그리고 있어 과거 고시조의 장시조(사설시조) 사설풀이 전통을 현대에 옮겨온 듯하다. 그것도 장시조가 아닌 형식으로 표현한 기교가 돋보인다.
정규직
비정규직
누가 만든 멍에인가
일하는 즐거움을
함께할 날 있을까
북극성
흔들리는 밤
핏기 없는 저 멍에
-「비정규직」전문 -
벌집도 아니면서 비둘기집도 아닌 것이
도심 속 곳곳마다 빌딩 숲을 이루었네
집인지 부동산인지
널을 뛰는 값어치
복도식 베란다에 비좁은 엘리베이터
세 들어 사는 집에 재개발 핑크빛 소문
살(買) 건지 그냥 살 건지
자고나면 흔들려
-「재테크」전문 -
북극성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이다. 그러나 이 별이 흔들린다는 것으로, 핏기 없는 멍에를 둘러 쓴 비정규직 직원의 부평초 같은 실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어 작품 「에쓰라인」과 「재테크」, 「질투」에서는 일종의 풍자Satire를, 작품 「술집에서」, 「단주가」에서는 역설Paradox을 이루어 내면서 액자형 스토리의 연극적인 표현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있다.
Ⅶ. 결어
김만옥 시인께서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셔서 일생을 성실하고 청렴한 마음가짐으로 국가 공무원으로서 봉사하셨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신 분으로 그동안 시와 시조, 수필과 아동문학 작품을 골고루 천작하신 분으로 이번에는 시조집 『굳은 살』을 출간하시게 되었다는 점은 시조시인 모두가 축하드릴 일이라 여겨진다. 이 작품집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주옥같은 작품 70수가 담겨 있는데 그 작품의 특성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성찰로 생활 감정이 묻어나는 정감을 통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고 침잠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 현실을 인식하여 스스로 사회화 과정을 통한 인정과 사랑을 구가하는 특성,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것으로 사회 현상의 모습을 해부하면서 보다 긍정적인 안목으로 구원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특성, 자연을 아름답게 바라보거나 활물론적 입장에서 찬미하면서 전통적 아케이즘과 접목하고자 의지를 드러내는 특성, 액자형 스토리를 연극적인 입장에서 다루어 창의적이고 철학적인 장중한 깊이를 더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성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사항을 간추려 김만옥 시인의 시조집 『굳은 살』은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인간 사랑의 시학詩學」이라 볼 수 있으며, 덧붙여 말씀드리면 김 시인은 창작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언어 조탁과 구사 능력이 탁월하신 분이며 작품을 쓰는 방법도 나름대로 경지를 개척하신 분이라 여겨지기에 앞날에 기대가 매우 크신 분이라는 점이다. 거듭 좋은 작품 창작하시고 문운 왕성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시조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 4
1부
。… 11 - 상賞
。… 12 - 자가진단
。… 13 - 역할
。… 14 - 삼일절
。… 15 - 굳은 살
。… 16 - 잃어진 고향
。… 17 - 세월
。… 18 - 정년퇴직
。… 19 - 너를 보내고
。… 20 - 천둥
。… 21 - 최고
。… 22 - 외딴섬
。… 23 - 내 고향
。… 24 - 국화빵
2부
。… 27 - 즐거운 삶
。… 28 - 에쓰 라인
。… 29 - 연등
。… 30 - 태산
。… 31 - 바다
。… 32 - 어머님 기일
。… 33 - 깊은 뜻 2
。… 34 - 선거
。… 35 - 낮잠
。… 36 - 지각
。… 37 - 세월 3
。… 38 - 갈증
。… 39 - 상념想念
。… 40 - 미련
3부
。… 43 - 부산 새벽시장
。… 44 - 부산 시민공원
。… 45 - 독도 6
。… 46 - 천연기념물 제336호
。… 47 - 알아야 할 일
。… 48 - 동해東海 3
。… 49 - 독도 찾아 가보자
。… 50 - 함박눈
。… 51 - 교감交感
。… 52 - 헬로우
。… 53 - 동백꽃
。… 54 - 매화
。… 55 - 벚꽃
。… 56 - 산수유꽃 2
4부
。… 59 - 가을하늘
。… 60 - 봄 스케치
。… 61 - 4월 그 아름다운 날
。… 62 - 5월 하루
。… 63 - 물처럼 흐르라하네
。… 64 - 대나무 숲에서
。… 65 - 뒷모습
。… 66 - 사우나탕에서
。… 67 - 웃고 살자
。… 68 - 말言
。… 69 - 세월 4
。… 70 - 그리고 가을
。… 71 - 상전벽해桑田碧海
。… 72 - 해인사 소리길
5부
。… 75 - 교훈敎訓
。… 76 - 흑백사진
。… 77 - 재테크
。… 78 - 도전挑戰
。… 79 - 장애인 2
。… 80 - 감전感電 Ⅰ
。… 81 - 감전感電 Ⅱ
。… 82 - 질투
。… 83 - 비정규직
。… 84 - 술집에서
。… 85 - 단주가
。… 86 - 나그네의 밤
。… 87 - 현문우답賢問愚答
。… 88 - 표충사 템플스테이
발문 … 94
1부
。… 11 - 상賞
。… 12 - 자가진단
。… 13 - 역할
。… 14 - 삼일절
。… 15 - 굳은 살
。… 16 - 잃어진 고향
。… 17 - 세월
。… 18 - 정년퇴직
。… 19 - 너를 보내고
。… 20 - 천둥
。… 21 - 최고
。… 22 - 외딴섬
。… 23 - 내 고향
。… 24 - 국화빵
2부
。… 27 - 즐거운 삶
。… 28 - 에쓰 라인
。… 29 - 연등
。… 30 - 태산
。… 31 - 바다
。… 32 - 어머님 기일
。… 33 - 깊은 뜻 2
。… 34 - 선거
。… 35 - 낮잠
。… 36 - 지각
。… 37 - 세월 3
。… 38 - 갈증
。… 39 - 상념想念
。… 40 - 미련
3부
。… 43 - 부산 새벽시장
。… 44 - 부산 시민공원
。… 45 - 독도 6
。… 46 - 천연기념물 제336호
。… 47 - 알아야 할 일
。… 48 - 동해東海 3
。… 49 - 독도 찾아 가보자
。… 50 - 함박눈
。… 51 - 교감交感
。… 52 - 헬로우
。… 53 - 동백꽃
。… 54 - 매화
。… 55 - 벚꽃
。… 56 - 산수유꽃 2
4부
。… 59 - 가을하늘
。… 60 - 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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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 - 그리고 가을
。… 71 - 상전벽해桑田碧海
。… 72 - 해인사 소리길
5부
。… 75 - 교훈敎訓
。… 76 - 흑백사진
。… 77 - 재테크
。… 78 - 도전挑戰
。… 79 - 장애인 2
。… 80 - 감전感電 Ⅰ
。… 81 - 감전感電 Ⅱ
。… 82 - 질투
。… 83 - 비정규직
。… 84 - 술집에서
。… 85 - 단주가
。… 86 - 나그네의 밤
。… 87 - 현문우답賢問愚答
。… 88 - 표충사 템플스테이
발문 … 94
저자
저자
김만옥
인산人山 金萬玉
경북 의성 출생
시인?시조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2015년 월간《국보문학》시조 신인상 등단
부산솔잎시조문학회 회장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時調)「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
2020년 제27회「부산문학상」우수상 수상
2020년 제1회「문심문학상」작품상(時調) 수상
2021년 제1회「부산문학인아카데미문학상」본상 수상?
2021년 제7회「매일시니어문학상」시 부문 당선
시 집 『일과를 마치며』외 2권
시조집 『굳은 살』
주간 한국문학신문 부산본부 기자
2019년 한국문학신문「올해의기자상」수상
관세사 (부산경남지역 본부세관 정년퇴임)
주소: 47102,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성지곡로 60
2동 903호 (초읍동 대진아파트)?
이메일: mko1472@hanmail.net
H. P: 010-2910?1394
경북 의성 출생
시인?시조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2015년 월간《국보문학》시조 신인상 등단
부산솔잎시조문학회 회장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時調)「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
2020년 제27회「부산문학상」우수상 수상
2020년 제1회「문심문학상」작품상(時調) 수상
2021년 제1회「부산문학인아카데미문학상」본상 수상?
2021년 제7회「매일시니어문학상」시 부문 당선
시 집 『일과를 마치며』외 2권
시조집 『굳은 살』
주간 한국문학신문 부산본부 기자
2019년 한국문학신문「올해의기자상」수상
관세사 (부산경남지역 본부세관 정년퇴임)
주소: 47102,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성지곡로 60
2동 903호 (초읍동 대진아파트)?
이메일: mko1472@hanmail.net
H. P: 010-2910?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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